실천윤리학 - 제3판
피터 싱어 지음, 황경식.김성동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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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 생물이 생겨난 이후로 유기체의 생존 방식은 경쟁과 협동 두 가지 방식이었을 것이다. 경쟁과 협동은 서로 다른 종끼리 그리고 같은 종끼리도 일어났다. 협동을 하면서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이익과 목표를 공유하고, 배신자를 엄단해야했고, 호혜적일 필요가 생겨났다. 이는 처음엔 아마도 같은 종 중에서도 유전적 이익을 같이 공유하는 친족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공생의 역사도 무척이나 길다는걸 보면 협력은 서로 다른 종이나 같은 종의 유전적으로 먼 집단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생겨났을 수도 있다. 

 윤리는 이런 협력을 위한 내적 도구로 생겨났다. 인간을 비롯한 협력을 하는 많은 생물들이 내적으로 타고난 도덕성을 상당히 갖고 있다. 협력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고 진화상의 적합도를 높이는 협력을 위한 내적 도구가 윤리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런 윤리성은 매우 아름답고 진화상의 적응으로 내적인 만족감을 서로에게 주며, 매우 유용하기에 실용적인 도구임에도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인류역사의 많은 철학자들이 완벽한 윤리법칙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종교인들은 그 근원을 신에게서 찾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로움만을 주는 완벽한 좋음은 있을 수 없기에 윤리성을 정의하는 완벽한 법칙을 찾고자 하는 학자들의 노력은 사실상 실패해왔다. 더군다나 인간의 윤리는 기본적으로 협력의 도구이자 그것이 확장된 것으로 인간의 사회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해왔다. 처음엔 아마도 윤리법칙의 적용 대상이 친족집단이었겠지만, 이후 같은 족으로, 이후에는 같은 도시민, 이후에는 같은 국가의 사람들로 말이다. 

 사회의 확장 뿐만 아니라 경제적 변화로 인해서도 윤리법칙의 대상은 꾸준히 확장했다. 농경경제인 과거 왕국과 제국 시절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같은 국가의 구성원이라도 신분상 노예계급이나 하층민들은 동등한 윤리적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산업화로 특정인에게서 벗어난 다수의 임금노동자와 소비자로서의 대중이 필요해지면서 노예계급이나 하층민은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었다. 이후 여성노동력과(2차대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의 정치적 표도 필요해지자 여성도 남성과 정치적, 윤리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획득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식량생산성의 현저한 증가로 닭, 돼지, 소 3종의 가축의 대량생산으로 고기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되자 과거엔 식용이던 몇몇 동물들은 그러한 위치에서 해방되어 인간의 반려자로만 기능하게 되고 어느 정도 윤리적 지위까지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한국만 봐도 이미 다른 고기가 충분하기에 더 이상 식용개고기가 필요 없어지게 되었고, 식용개고기 불법화 논의도 최근 대통령으로부터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윤리는 인간의 현실적 생존 도구로 필요에 따라 큰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그 범위와 적용대상을 달리 해왔다. 그리고 피터싱어는 윤리의 보편 법칙으로 공리주의를 들며, 모든 감각적 대상에 대한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을 제시한다. 공리주의는 윤리적 대상의 쾌락을 가장 크게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방식에 윤리성을 부여하는 사고로 결과주의다. 그리고 이는 윤리가 인간의 생존도구로 그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인간은 협력을 하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면서 상당히 계산적은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상호호혜적으로 대상에 접근하고 협력적으로 행동하지만, 배신이 일어나면 반드시 응징한다. 또한 인간은 윤리적으로 행동하면서 주변 관찰자를 반드시 인식하며 이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한다. 좋은 평판은 좋은 이웃이나 짝과의 연결로 이어져 나의 적합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피터싱어의 윤리는 공리주의이기에 윤리적 대상은 그 전제로 반드시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쾌락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에게 이득과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길을 가며 나의 길을 막아서는 돌을 걷어찰 때 돌은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 않기에 그것이 돌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쥐나 토끼한테 그러한 짓을 한다면 그들에게 신체적 손상과 고통을 줄 것이므로 반드시 손해임을 알 게 된다. 때문에 그들은 윤리적 대상의 존재가 된다. 피터싱어가 주장하는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은 이러한 이익을 가진다는 특성 외에 다른 능력이나 특성들에 근거해서 타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즉, 윤리적 대상이 되는 조건으로 그 대상이 쾌락과 고통을 갖고 있다는 것만이 조건이 될 뿐, 인격을 갖고 있거나, 언어를 갖고 있거나, 특정 인종이거나, 특정 성이거나, 인간과 유별나가 가깝다거나, 인간에 진화상 가깝다라던가, 도구를 이용할수 있다던가, 상호작용 할 수있는가 등의 다른 특징들은 그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각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모두 완전히 동등한 것은 아니다. 가급적 그들의 쾌락을 보장하고 고통을 피해줘야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그들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가, 그리고 미래와 관련하여 욕망을 갖는 능력이 있는가, 자율성을 갖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그 대상의 쾌락과 고통의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외계인이 인간을 납치하여 실험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 인간은 위의 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실험직전까지 상당한 공포와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없는 동물은 막상 실험을 당하기 전까지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그런 사전 고통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요소가 없는게 고통을 더 유발하는 경우도 있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가령 조난당한 인간을 외계인이 구조해준다면 인간을 그것을 알기에 안심한데, 하지만 동물은 도움을 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구조과정에서 눈이 가려지고, 어딘가에 갇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고통과 공포를 겪는다. 위 요소를 고려해야하는 것이지 좀 더 그런 것을 갖춘다고 해서 더큰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구체적 사례로 들어가면 피터싱어는 임신중절에 찬성하는 편이다.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쪽은 사실 종족우선주의에 기반한다. 인간의 생명이 모두 신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터싱어의 이익평등고려의 원칙에 의거하면 태아는 아직 인격체라고 볼 수 없는 존재다. 자신의 미래는 물론, 그에 맞춘 설계, 자율성이 없다. 해당시점에서 웬만한 동물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 즉, 쾌락과 고통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기에 윤리적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태어는 거의 대부분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은 존재다. 이는 고려해야하는 요소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태아의 발생 및 발달단계를 상당히 세분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오히려 태아를 보통 인간같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 볼지 안볼지의 문제를 더욱 애매하게 만들고 있다. 체외수정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정란은 보통 인간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지만 실험실에서 쉽게 폐기되고 분화되어 늘어난다. 그리고 치명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뇌가 없거나 식물인간으로 자라나거나 태어난 후 고통속에 가까운 시일내에 사망할 것이 분명한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요소는 태아를 단지 보통인간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해야하는 근거를 희박하게 한다. 때문에 피터싱어는 태아를 윤리적으로 대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태아자체가 아니라 그 태아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른 보통인간의 쾌락과 고통이라고 말한다. 태아가 죽음을 맞아서 큰 고통을 겪을 주변 가족이나 타인, 양심의 가책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라면 태아를 죽이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터싱어는 안락사도 허용한다. 안락사는 자의적 안락사, 반자의적 안락사, 비자의적 안락사가 있다. 자의적 안락사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요청에 의해 수행되는 안락사다. 반자의적 안락사는 자신의 죽음에 동의할 능력이 있으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예다. 비자의적 안락사는 능력상실로 자신의 죽음에 동의하거나 요청하기 어려운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피터싱어는 안락사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자신의 계속적인 존재와 비존재의 결여로 동의능력이 결여되고,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는 사람이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자의적으로 확실히 죽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은 병이나 다른 이유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를 제거해주는 것은 공리주의 입장에서 그의 이익을 고려하는 옳은 일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통도 있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고통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자의적 안락사와 비자의적 안락사는 쉽게 수락된다. 하지만 반자의적 안락사는 좀처럼 없는 경우지만 발생하기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 전시에 의사들은 부족한 의료자원으로 인해 부상당한 병사를 3단계로 구분했다. 가망이 없는 경우와 치료해서 살릴 수 있는 경우, 굳이 지금 치료하지 않아도 위중하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죽도록 내버려두거나 죽임으로써 죽음을 당하는 경우이므로 고통을 주는 경우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수 없는 경우이므로 싱어는 이런 상황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다만 조심해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매우 쉽지 않았다. 문장이 상당히 어려웠고 상황 하나하나를 논증하며 고려하는 싱어의 말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공리주의는 윤리라는 인간의 내적도구가 생겨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도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여러 상황에서 윤리적 판단을 해야하는 기준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실제 인공지능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상황은 목적론적 법칙이 아닌 결과론적인 상황중심이다. 인공지능에게 하나의 윤리적 기준이나 법칙을 주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성별, 직업등이 다른 사람들중 일부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판단을 하게 하고 이 대량의 자료를 인공지능아 학습해가며 기준을 세워가는 형식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식으로 윤리빅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다보면 어쩌면 인간도 자각하지 못하는 기준이란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공리주의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피터싱어가 말하는 모든 감각적 존재에 대한 이익 고려의 법칙은 사실 힘의 법칙이다. 피터싱어는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감각적 존재에 대한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윤리적이며 마땅히 따라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배고픈 포식자가 다른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며 잡아먹는 것은 어쩔수 없는 위중한 경우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 사냥을 하거나 어쩔수 없이 잡아먹는 경우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된다. 

 이처럼 인간이 다른 감각적 존재에게 윤리적일 수 있는 것도 모두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른 식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로 식물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할수 없고 반드시 죽여서 빼앗아야만 하는 존재이기에 본래적으로 다른 감각적 존재에 대해 윤리적일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단순한 최상위 포식자 이상의 존재가 되었기에 즉, 힘이 있기에 다른 감각적 존재에게 윤리적일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 문명이 무너져서 다시 잡아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거나 오지에서 여전히 수렵채집에 의존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종족에게는 다른 감각적 존재를 죽이고 사냥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감각적 존재의 구분 문제다. 피터싱어는 슈바이처 처럼 모든 생물체를 윤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식물이나 조개류처럼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는 과감히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 사실 다른 생물체에게 에너지를 의존해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선 그나마 이런 것들이 있어야만 윤리적일수 있긴 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우리가 다른 생명체들이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과학적 소명이 안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과거 물고기는 고통을 못느끼는 존재로 상당 부분 취급되었었다. 그리고 언젠가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이 자신의 생존에 좋은 것과 좋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여 마치 쾌락과 고통이 있는 물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올때 윤리적 대상으로 삼아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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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5 16: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합니다
11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닷슈 2021-11-07 14:07   좋아요 0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1-11-05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닷슈님 *^^*

닷슈 2021-11-07 14:07   좋아요 2 | URL
당선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1-0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11-07 14:05   좋아요 2 | URL
감사하고 당선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1-05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1-11-07 14: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1-05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1-07 14: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11-07 1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닷슈 2021-11-07 14:08   좋아요 2 | URL
당선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