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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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작열하는 이 여름 한자락에서는 바다를 향해 훌쩍 떠나는 것이 한없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무 부담 없이, 그저 훌쩍 떠날 수 있는, 달달거리는 오토바이의 뒤에 매달려 같이 떠날 수 있는 소설이 <붉은 노을 맥주>이다.

 

<스마일 스미레>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독자들에게 여름의 싱싱함과 훌쩍 떠나는 여행의 유쾌함을 전한다.

오토바이에 작은 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떠나는 주인공의 여행 스타일은 정말 '그냥..'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거창한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번의 여행은 전편과는 달리 낚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일을 독자들은 배꼽을 쥐고 키득거리게 만든다.

나만의 아지트에서 홀딱 벗고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아먹는 여유를 꿈꾸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숙자가 자기의 자리라고 우기고 잠자기 좋은 명당자리마저 차지해 버린다.

그뿐이야? 맥주와 바꿔먹자고 교환한 빵이 유통기한이 지난 곰팡이가 핀 빵이었다고..

어느 여행길에서는 시골의 맛 집이라고 들어간 라멘집에서는 끓이다 끓이다 불어터진 면만 받아먹고 나온다.

그뿐인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덕분에 맛 좋은 은어를 얻어먹지만 그 행복도 잠시... 홀로 여행하는 남자가 안돼 보였는지 연신 은어를 낚아서 준다. 거기에 집으로 초대까지 해서 또 은어를 준다. 여행 중에 도착한 그곳에서 주인공은 은어를 자그마치 서른다섯 마리나 뱃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의 이야기는 필히 책으로 읽어보시도록, 이 장면에서 인간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넋두리는 들여다보는 이 장면에서 배꼽 빠지게 웃게 될 테니까.

 

여행을 왜 하느냐고?

나를 찾거나 세상을 경험한다고?

이런 개뿔..

 

여행이란 말이지.. 그냥 그날의 쾌락이야. 좋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 여행이란 말이지

 

부럽다.

세상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 부럽다.

 

자유가 우선인 것이 여행임을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여행을 가면 그곳의 맛 집을 섭렵해야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고, 정해진 코스를 시간 내에 다 돌아야 여행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근데 거기서 중요한 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또다시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정하고 따라 하는 와중에서 같이 움직이는 일행들(지인이나 가족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서로 다음 순서를 말하기 바쁘고 각자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 바쁘다.

 

<붉은 노을 맥주>를 보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음 편한 시간에, 마음이 가는 장소에서 조용한 자연과 더불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캬~~~

이 단순하고 간단함이 주는 행복은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 더 값진 것임을, 더 맛난 것임을 독자들은 부러워하게 된다.

 

대충대충 설정한 여행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붉은 노을 맥주>

늦지 않았다.. 나도 떠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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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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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쏟아지는 자기 계발서는 현대인의 필독서가 되었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습득하고 그 속에서 경쟁을 해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자기 계발서의 필독은 당연한 순서가 되어버렸고, 이런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가장 빨리 얻고 싶은 것이 사회에 맞는, 조직에 잘 적응하는 나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좀 더 빠른 처세술을 익히는 것이라던지,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조직 사회에 적응을 하는 법이라던지 등의 결론을 앞세우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절대적으로 변화시켜야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 많다.

 

물론 내가 변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성공의 순서가 내 손에 쥐어지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를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성격상 내성적인, 이를테면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바꾸라는 것이 상당한 부담적 요인이 되는데, 그 부담을 안고 나를 변화 시키느냐,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느냐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런 성격을 내성적이라는 표현도 쓰겠지만, 낯가림이라는 표현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낯가림이란 말은 아이들에게만 쓰는 표현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돌이켜보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아주 적극적이고 활달한 이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압도적인 사람들 이외에는 서로 어색한 것은 당연하고, 설사 그 자리가 상당히 중요한 장소이라 해도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워서 그 자리가 무척 호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간다면야 내성적이든, 낯가림이 심하든 상관이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성격의 수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낯가림에 대한 파악은 분명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은 모든 사람들과 얽힐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존재를 부각해야 하는 일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낯가림이 무기다>

이제까지 낯가림이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참 힘든 성격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낯가림을 극복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물론 많다. 스피치 스터디를 한다던가, 모의 면접을 통한 훈련을 한다던가의 방법들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낯가림이라는 성격을 무조건 낯가림을 고치려고만 했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은 나의 무기로 삼는다는 것. 이 점이 참 신선하고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낯가림이 무기다>의 저자 다카시마 미사토는 인기 있는 세미나 강사라고 한다. 1000명 규모의 세미나를 아주 잘 이끄는, 그리고 승승장구하는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만으로 보면 저자는 상당히 활달하고 자기표현이 강한, 말하자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연상이 되지만, 의외로 저자 역시 상당히 낯가림이 심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에서 하는 한마디가 있다.

나의 낯가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무기로 만들 것.

 

쉽게 말하자면 나의 약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써먹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외부로부터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면 내부에서 인정을 하고 그 자체로 타인과의 소통을 해석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낯가림이란 성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약점이라는 것의 그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동물이라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계심이 보통 수준보다 강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상대에게 무모하기 접근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습니다. -p21

 

낯을 가리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언변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단다.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신중함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경청과 관찰은 사람을 꿰뚫어보는 기본이 된다. 사람을 제대로 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여러 가지 표현으로 말하고 있는 것의 요점 아닐까?

사람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저런 방면으로 끝없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는 있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낯가림이 무기다>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임을 알 수 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언변을 가지면 좋겠지요.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든, 어느 무리에서든 언변이 뛰어나고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결코 나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그들이 하는 방식을 내가 한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 역시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사람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일. 이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낯가림이 무기다>는 낯을 가리는 사람들이 세상을 접하는 처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말하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진정성으로 상대를 대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억지로 말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낯가림이 덜 한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처세의 팁을 전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나서도 도무지 나에게 적용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독자에게 <낯가림이 무기다>를 권한다.

거창한 방법이 아닌 내가 납득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처세술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도 <낯가림이 무기다>를 통해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이 쉽게 표현이 되었고, 당장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진행되는 사회의 룰 속에서 자신의 낯가림으로 자칫 주춤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이보다 충분히 신중하고, 충분히 남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임을 스스로 자각하면 된다.

조용한 성품이지만 결코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혹시 낯가림을 자신의 장점으로 습득한 사람 아닐까?

 

그만큼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이 정말 큰 무기가 되고,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낯가림이 심한 저자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낯가림이 심한 번역자도 자신의 경험담을 떠올리면서 좋은 책을 번역하고 이름을 남긴다.

부족한 듯 보이지만 꽉 찬 느낌... 이것이 바로 당신의 낯가림 속에서 충분히 발견하고 나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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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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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제가 자신 있게 자랑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책을 읽고 서평을 하는 취미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죠. 우연찮게 시작된 독서와 서평이 어영부영하는듯해도 5년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만났던 책도 많았고, 미흡한 글쓰기도 조금씩 늘어갔다는 점.. 이 지인들에게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명쾌한 서평을 못써낸다는 것도 그렇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때가 수두룩합니다.

 

나름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을 하고, 나름 생각했던 어려운 책들을 접하지만 생각보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내 인생에서 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하곤 합니다.

 

<읽는 인간>은 무심하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 손에 있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치 선생님이 앞에 서 있고, 책을 읽고자 간절한 마음을 가진 제자들에게 인생의 모든 경험과 지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책을 바라보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우선 <읽는 인간>의 저자 오에 겐자부로를 짚어봐야 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상 수상작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문학인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읽는 인간>을 통해서 그의 인생에서 지표가 되었던 책, 그리고 더 넒은 의미의 문학에 대해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곡절을 겪은 노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책을 보면서 책이 쌓인 만큼의 인생을 쌓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책과 인생을 들여다보는 그리움에 젖기도 한답니다.

<읽는 인간>은 노작가의 삶에서 책이 어떻게 작가의 흔들림을 잡아주었는가를 엿보게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누구나 똑같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나는 아니라고 우겨본들, 오늘은 웃다가도 내일은 대성통곡을 할 때가 있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픔을 겪는 일도 분명 생깁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삶의 지표를 잡아갈까요?

 

노작가는 제일 먼저 잡는 것이 책이었다고 합니다.

귀한 아들이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서도 책을 잡았고,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말썽을 피울 때도 책 속에서 읽었던 시를 읊었다고 합니다.

소통이 어려워서 힘들어할 때 어느 누구보다 더 괴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인 아들입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와중에서도 아들의 눈 속에 비친 비탄을 읽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읽었던 블레이크의 시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인해 작가는 삶의 깊이를 이야기하게 되는 소설도 씁니다.

 

사실 요즘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종이책을 들고 읽는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전자책이 아주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책에서 풍겨 나오는 묘한 매력에 저는 여전히 종이책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으면서 이것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드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책이 좋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라는 전문성과 취향은 없지만, 책을 잡고 있는 순간은, 책을 읽는 순간은, 그리고 그 책에 대해 누가 아는척하지 않더라도 주절주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도 참 좋습니다.

책 자체가 좋고, 글 쓰는 자체가 좋다는 것이죠.

 

<읽는 인간>은 책을 어떻게 해석을 해서 나의 글로 만들어가는지 엿보게 되는 책입니다.

반평생을 책과 살아오고 책을 써온 작가입니다. 그가 독자들에게 자신의 독서법에 대해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귀한 시간이 어디 쉽게 올까요?

이런 점으로 볼 때도 책이라는 것은 내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글씨로, 종이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참 의미가 큰 그 무엇입니다.

 

노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녕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아하... 이런 것이구나.. 이런 맛으로 책을 읽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구나.."

이 짧은 문장을 읽는 독자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시선을 책을 읽어가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독서의 묘미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노작가가 인생 속에서 책과 함께 하고 그 속에서 읽었던 또 다른 인생의 지표를 배워왔음을 독자들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독자들 역시 진정한 인생과 '나'란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 책의 맛이고, 묘미이니까요.

 

독자들은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과 노 작가가 읽고 기억에 남겼던 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했던 독서법을 보면서 <읽는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움직여가는지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냐에 대한 답을 성급하게 내리기보다는 책을 읽는 인간인가 아닌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실천부터 해봄이 순서임을 알게 됩니다.

순차적으로 읽는 인간의 깊이를 습득하는 것은 그 뒤에 따라오는 당연한 순서겠지요.

 

책을 읽는 한 사람으로서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노하우를 명쾌하게 들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취미로 함께 할 독서를 이전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품위 있게 이어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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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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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행동, 일상, 생각에서 도무지 발을 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처절하게 자신을 방임하는 여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매일 아침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갔다가 정해진 시간에 돌아온다. 그런데 그 생활 자체가 불안불안하다. 의미가 없다.

레이첼의 삶이 이렇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했던 것이 언제인가 싶은 여자이다.

 

레이첼의 일상을 쫓아가는 독자의 눈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다.

그럴 정도로 레이첼의 삶은 의미 없는, 그리고 스스로 바닥을 치는 인생을 살면서도 그것이 절망이라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레이첼의 무덤덤함과 현실 회피에 짜증이 난다.

 

과거의 레이첼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인가 삶이 꼬였다. 남편과 이혼을 하였고, 친구에게 겨우 얹혀사는 삶이 되어버렸다.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직장에서는 해고가 되었다.

자신을 일으키기 위한 도움도 생각하지 못하는 미련퉁이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레이첼의 시선을 끄는 유일한 것이 기차 차장 밖으로 보이는 집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끔 등장해주는 배우(레이첼이 이렇게 여긴다)를 보면서 자기만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정말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걸 온 더 트레인>에는 또 다른 두 여자 메건과 애나가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 때론 행복하게, 때론 무의미하게, 그리고 때론 아주 못된 비밀을 안고서 말이다.

메건이 실종되고, 매일 지나치던 기차에서 메건 부부를 바라보던 레이첼이 얼떨결에 그 사건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알코올중독자인 레이첼은 자신의 삶조차 좌지우지 못하는 넋을 놓고 사는 여자인데 실종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독자들은 생각지도 않던 사건을 들여다보게 되고, 이 세 여자의 얽힌 인생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걸 온 더 트레인>은 수많은 평론가와 유수 매체들에게서 작품성과 대중성의 이상적인 결합을 보인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소설이다.

저자 폴라 호킨스를 서스펜스 스릴러의 대가 히치콕 감독에게 비유를 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작품에 대한 극찬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소설의 무엇이 그렇게 매력이 있는가를 생각을 하게 된다. 레이첼과 메건, 애나를 화자로 두고 시간차별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초반에는 약간의 지루함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어떤 사건을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는 책을 읽어가면서도 눈치를 못 챈다.

그저 삶의 나른함 때문에 일탈을 하는 여자들의 삶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는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었고, 그들도 모르는 그 사이에 사건을 서서히 진행이 되고 있었다.

물론 그 사건의 범인이 이 세 여자의 공통된 교집합인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독자들도 그 범인을 소설 마지막에 가서야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치밀함에 놀랄 뿐이다.

 

독자들이 극찬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알코올중독자인 레이첼이다. 소설 속의 레이첼도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한다. 술에 찌들어 살면서 술을 피하려는 생각조차 없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건의 목격자여서 그 장면을 기억을 하는 것인지. 자신의 공상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온몸에 상처가 생겼는데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녀가 아주 결정적인 목격자라는 것이다.

보일 듯 말 듯, 기억날 듯 말듯한 레이첼의 독백에 독자들은 인내의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런 여자가 왜 주인공이 되었을까.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 이런 여자가 왜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을까?

 

차라리 아예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의 도움을 받으면 동정 표라도 줄 텐데 레이첼은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걸 온 더 트레인>이 손에 쥐면 책을 덮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여자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생각을 떠올릴지 독자는 빨리 결론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남의 삶을 엿보게 된 레이첼.

일정한 시간에만 움직이는 기차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레이첼.

독자들은 모두 이런 레이첼을 내 속에 담아두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만족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쓸데없는 오지랖에 스스로를 깎아버리는 멍청함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이런 결말을 보여줬으니까 독자들도 이런 점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은 정말 가식일 수밖에 없다.

 

삶은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고,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그 순간이 어긋났을 뿐이다.

소설은 계속적으로 독자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과연 레이첼보다 뭐가 나은지 물어보게 한다.

메건과 애나 역시 한 면으로 본다면 정말 인생을 가볍게 보는, 그렇게 몰고 가는 여자들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본다면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위로받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삶의 방향을 제대로 짚어내질 못했다는 점을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레이첼, 메건, 애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의 선택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은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인생을 보게 된다.

거짓으로 포장된 사람과 그것을 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삶을 보게 된다.

 

결론은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인생에 대한 결론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을 읽어가면서 과연 우리는 레이첼이 그저 실패한 루저라고 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누가 누구에게 실패라고 말할 수도 없고, 루저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남는 감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참 인생과 거짓 인생... 어떤 것이 먼저인가, 어떤 것이 참인가 거짓인가에 대해서 독자들은 오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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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인터뷰하다
김진세 지음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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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행복하다고 확고하게 대답할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딱히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다고 정답을 말할 자신이 없는 것이죠.

 

행복을 좀 더 내 손에 쥐어보기 위해서, 또는 나의 생각과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각각의 방법대로 노력도 하고, 찾아가기도 합니다만, 늘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은

"행복하십니까?"입니다.

 

행복의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긍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긍정'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고, 때론 봉사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그 속에서 나만의 긍정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긍정의 포인트를 찾아가는, 말하자면 행복의 포인트를 찾고 있는, 늘 진행중인 시간을 살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진행형의 행복 이야기가 얼마큼 소중한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다른 이들의 행복 찾기를 따라 하라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은 어떻게 행복을 찾고 있는지, 그리고 행복을 찾아가는 긍정의 힘을 어디에서 발휘하는지 보는 것도 나를 다지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좋은 것은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로 <행복을 인터뷰하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행복, 긍정은 나의 삶도, 타인의 삶도, 그리고 나의 행복도, 타인의 행복도 모두 소중함을 또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행복을 인터뷰하다>는 글 쓰는 정신과 의사이자. 행복을 연구하는 해피올로지스트라고 줄리는 김진세 박사가 그동안 만났던 사회 명사를 만나 '행복'을 주제로 인터뷰 한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인터뷰 대상이 사회 명사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면에서 보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좋은 직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 때론 시선을 모으고 있는 공인이라는 점 때문에 평범한 다른 이들보다 '행복'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조금은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들이 가진 배경을 배제하고, 하나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행복의 이야기와 긍정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행복의 힘, 긍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속에 있는 반짝이는 것은 오로지 나로 인해서 발견되고, 겉으로 표출되고, 그 결과인 행복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행복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것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한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사랑합니다. 봉사와 감사라는 행동으로 나의 마음이 풍족하고 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윤영미씨의 경우도 보통의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경력 때문에 무조건 승승장구했으리라 짐작을 하게 됩니다만, 어릴 적 형제들 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열정을 선택했고, 그 열정으로 탄탄한 경력과 지금의 위치에서 자신의 아우라를 마음껏 펼치는 방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인터뷰하다>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또는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배우 정보석씨를 통해서 어떤 부모로 아이들과 긍정의 코드를 맞춰가야 할지 생각을 해봅니다.

나 역시 이젠 20대에 들어선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젠 다 키웠다고 생각을 하곤 하지만, 이 살벌한 경쟁 사회를 나가야 하는 청년세대인 아이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미화 씨는 불행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넘어야 할 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큰산이라고 말합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약점일 수도 있는 불안감을 잘 이용해서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행복을 아는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을 무조건 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 긍정의 포인트에 타인의 것을 조금 더 양념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오로지 나의 몫이고, 실천도 나의 몫이기 때문이죠.

 

<행복을 인터뷰하다>를 읽어가면서 소소한 일상에도 눈을 돌려보게 됩니다.

어제까지 무심결에 지나쳤던 풍경이, 사람이, 그리고 나에 대해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오랫동안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행복은, 나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행복을 인터뷰하다>에서 이야기한 사람들의 공통점 역시 자신을 알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알고, 그런 나에게서 긍정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행복에 마음껏 취하는 것이죠.

 

이젠 '행복하십니까?'라는 말에 '행복합니다'라고 고민 없이 말할 것 같습니다.

불행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주춤함이 있었다면, 조금 더 나를 알아가고 내 속에 있는 긍정의 아이콘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항상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쉽게 불행해질 일도 없습니다.

내 속에 있는 긍정을 찾아내면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행복을 인터뷰하다>를 읽고 내가 나에게 인터뷰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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