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이지형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 불혹
여기까지 참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간혹 미련이 남는 과거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인생의 무게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또 다른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이 앞서다가도. 그동안의 내 노력이 결실을 보는 듯하다가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음을 내 눈으로 확인할 때면 흔들립니다.
아직도 열심히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현실에서 알게 모르게 뒷전으로 물러서는 스스로를 보게 될 때도 흔들립니다.
나이가 있는 만큼 나름의 처세도, 나름의 위치도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빠른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듯한 소심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청년 시절의 패기와 열정보다는 안정됨과, 정적임을 먼저 선택할 때는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감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사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삶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할 때도 있고, 나름의 정형화에 발 들여놓지 않은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될 때는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나만 모르는 것 같고, 나의 하루는 무의미하게 보내는 듯한 느낌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생각을 하면서도 꾸준히 노력을 합니다. 아직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읽고 듣곤 합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저자도 똑같은 인생의 흔들림을 있었답니다. 그의 흔들림을 잡아 준 것이 선(禪)과 화두(話頭)인데요. 그 몇 개의 화두를 잡고 풍파를 헤쳐 나왔고, 가까스로 살았다고 합니다.
인생의 풍파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될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나에게 폭풍우가 밀려오면 중심도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눈앞이 안 보이고, 세상이 어지럽고, 온몸에 기운이 빠지게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화두'의 사전적 의미는 <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이르는 말, 조사(祖師)들의 말에서 이루어진 공안(公案)의 1절이나 고칙(古則)의 1칙이다>라고 합니다만, 우리가 떠올리는 '화두'의 뜻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머리, 어떤 중요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실마리>라는 뜻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지요.
선불교에서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에 품고 깊이 고민하는 키워드이지만, 이것은 꼭 불교에만, 종교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화두'를 꺼내보게 합니다.
종교의 영역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을 닦아주고 함께 수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볼 때도 평범한 이들의, 불교에서 말하는 속세의 사람들이 번뇌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찾아가는 수행을 하는 것처럼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에서도 수행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선불교는 불교의 한 종파입니다. 불교는 사실 '말'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뒤 수십 년에 걸쳐 설법을 하고, 제자들은 그 많은 말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런데 붓다가 죽고 천 년이 지나 그 말들이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나타났지요. 메시지는 메시지라는 겁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말로써는 전해지지 않는다. 직접 체험해야 한다. 말을 버려라"
그래서 나온 방법이 바로 선(禪)이고, 경전 없이 스승과 제자들이 벌였던 대화의 기록이 선문답(禪問答)입니다.
그런데 선문답을 종교만의 것으로 본다면 너무나 숭고해서 마구 다룰 수 없다고 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겁니다만,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에서는 속세로 끌고 내려옵니다. 누구도 범접 못하는 종교만의 것이 아닌, 늘 곁에 두고 마음껏 활용해서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가는 수행의 도구로 사용하도록 말이죠.
그래서 이 책의 첫 장을 읽자마자 '이렇게 통쾌한~!!' 이란 감탄부터 하게 됩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를 읽으면서 아직도 가끔은 흔들리고 있는 나의 불혹을 잡아줄 수 있는 간단한 수행, 깊은 수행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말이죠.
세상은 참 모질죠.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모질기도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휘말릴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부모의 속을 다 태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어쭙잖은 작은 일로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고요, 나의 속은 그렇지도 않은데 숱한 오해를 받는 억울한 경우도 있습니다. 때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때려치우고 싶다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절대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대로, 그냥 수학문제 같은 게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일상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풀고 싶으면 풀고, 싫으면 말고 할 그런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p39)
이 말을 삶에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나의 인생이나 타인의 인생이나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물론 강약의 정도야 있겠지만, 사람 때문에 겪는 좌절과, 돈 때문에 겪게되는 좌절, 반대로 세상 때문에 웃게 되는 경우가 비슷비슷합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는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주체는 '나'입니다. 불교에서는 '나를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생겼고, 바라게 되고 욕심이 되고, 그러다가 번뇌가 쌓인다는 말을 언뜻 들었던 것 같습니다.
불자가 아니라서 불교에 대한 얘기를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나를 내려놓다'라는 말이 참 깊이 각인이 되어있습니다만,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기에 이것을 실행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 제자가 조주에게 물었다. "붓다는 누구십니까?"
조주가 되물었다. "너는 누구냐?
혜초가 법안에게 물었다. "무엇이 붓다입니까?"
법안이 혜초에게 말했다. "그대는 혜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에서는 나를 내려놓는 법, 나를 위로하는 법, 나에게 용기를 주는 법. 그리고 나의 마음을 다지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내가 보는 것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교과서적인 이야기이겠지만, 내가 좋다고 하면 좋은 세상으로 보이고, 나쁘다 하면 나쁜 것만 먼저 눈에 띕니다.
보적이 번잡한 시장을 거닐다가, 푸줏간 옆을 지나게 됐다. 마침 돼지고기를 사려는 손님과 푸줏간 주인 사이에 흥정이 시작됐다. 손님이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고기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최상등품으로 한 근만 주시오."
푸줏간 주인이 칼 하나 달랑 든 채,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손님, 어디인들 최상품이 아니겠습니까?"
삶이라는 것이 이렇습니다. 우리가 늘 찾고자 사는 삶의 지혜와 진리는 어느 구석에 귀하게 숨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삶,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도 결코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푸줏간 주인의 말처럼 어디인들 최상이 아니겠습니까.
삶의 지혜와 진리가 어디 후미진 산속, 어두운 곳에 따로 감추어져 있던 적이 있던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발붙이고 서있는 바로 이곳이 진리의 장소일진대, 우리는 애써 먼 곳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 어디인들 최상의 장소가 아니겠는가? 무엇인들 최상품이 아니겠는가?(p68)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화두에 대해,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렵습니다. 이 책 역시 톡톡 튀는 선문답과 느낄 수 있는 뜻에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쉽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왜 이런 선문답이 남겨졌는지. 그 선문답으로 중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고 싶은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 나름 또 어렵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취하지도, 힘들어하지도 마라"
책 속의 한 줄입니다.
나를 찾는 것, 흔들림 속에서 나를 찾아 기둥을 세워주는 것.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답을 얻으면 다행이고, 설사 답을 아직 찾는 중이라고 해도 다행입니다.
아무런 느낌 없이 사는 것보다는 나를 찾기 위해 무엇이라도 움직였다는 것에 저는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이 책을 그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나를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한적한 산사에서 들리는 풍경 같은 맑은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에서 나의 화두를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