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사랑한 꽃들 - 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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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만나게 되는 꽃이 있다.

주인공을 빗대어 말하는 꽃도 있고, 결정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 이런 꽃이 있구나...'라고 여기는 정도일 것이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주목하기 때문에 배경이나 이미지로 드러나는 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미니, 백합이니. 프리지어 등등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꽃들을 제외하고는 소설 속에서 만나는 나무며, 꽃의 이름이 생소한 경우도 종종 있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이런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김민철 작가는 야생화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김민철 작가는 2013년에 <문학 속에 핀 꽃들>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서도 국내 고전 또는 명작과 그 속에 드러난 꽃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그에 대한 반응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꽃을 통해 소설에 접근했다는 호평도 듣고, 과하지도 않게 꽃과 소설을 결합시켰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하니, 그의 글이 참 궁금하고 어떤 꽃과 소설을 소개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 김민철 작가가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의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다시 썼다.

전작이 국내 고전 위주의 작품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격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이 소설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보이고, 여러 사건을 소설에서 만들어가곤 한다. 이런 생활을 반영하는 것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주변의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마를 흠뻑 적신 땀방울을 날려 보냈다든지, 오랜 가문 뒤에 내리는 빗줄기를 방안에 갇혀있던 아이비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등등의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게 된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 역시 현실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작가가 주목한 것은 '특별하지 않는 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을 독자에게 소개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꽃에 대해 궁금한 것이 참 많다. 도시의 아스팔트만 밝고 살아온 나로서는 진달래, 개나리. 장미 등등의 흔한 꽃 이에는 거의 알지 못하고, 이것마저 바쁜 일상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을 때가 많다.

소설 속의 꽃을 통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글을 읽기만 하는 독자의 이해보다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에 대한, 또는 소설의 전개에 대해 좀 더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에서 왕 이훤은 온양행궁 근처에서 미행을 하다가 비를 피해 민가 한 곳으로 들어간다. 왕과 무녀가 처음 만났을 때도 무녀에게서 난향이 흘러나왔고, 액받이 무녀로 다시 만난 월에게서 이훤은 난향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에서 본 장면에서 난향을 표현할 수 있었더라면 이훤과 월의 설레는 사랑에 대해 더 많은 공감이 될 텐데 하는 상상의 나래를 떠올려본다.

청소년 소설의 대표주자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에서 주인공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곳이 등나무 벤치이다. 등나무 벤치의 이미지는 그 아래서 느낄 수 있는 한 여름 가운데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이지만 이 작품에서 이금이 작가는 등나무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나무 줄기에도 등나무 꽃의 울음이 돋아나고 있었다..." 어릴 적 상처를 덮어두려만 하지 말고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쐬게 해주었으면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텐데라는 독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소설 속의 꽃은 수많은 감정과 사건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해결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작품 속의 의미를 찾기 위한 해설이 이니다. 작품 속에 어떤 모습으로 꽃들이 등장했는지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맛 보여주고 이에 관련된 야생화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려준다.

 

작가의 이력에 대한 설명을 읽어감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식물도감같이 전문적인 지식을 사진과 함꼐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꼭 알고 싶어 하는 독자의 마음을 잘 다독여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배려가 돋보이는 글이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작품을 써나간 작가의 의도와 작가의 소개를 통해서 또 다른 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대충 이름만 알고 있던 꽃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배우게 되지만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이다 등의 식물의 쓰임새까지 읽어갈 수 있으니 한 권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듯하다.

 

야생화와 소설...

독자의 소소한 호기심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그런 글이 <문학이 사랑한 꽃들>이다.

김민철 작가의 전작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대한 반응 중에 이런 것이 있단다.

"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도, 보고 싶은 꽃도 많아져 행복하다."라고 말이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읽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줄거리에만 연연했던 나의 이해력을 그 속에 등장하는 꽃과의 관련된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좋은 소설과 어우러지는 야생화의 향기에 듬뿍 취해볼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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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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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표지가 눈에 띕니다.

샘터 4월 호의 표지는 벚꽃을 연상하게 하는데요....

낮 시간의 햇빛이 제법 따사롭게 느껴지는 주말에 샘터 4월호에 푹 빠져봅니다.

 

샘터가 벌써 마흔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1970년이라고 하니까 저보다 두 살이 어린 거네요. 간혹 관공서나 병원, 은행 등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 무심결에 펼쳐봤던 것이 샘터입니다.

짧은 글 속에서 느끼게 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공감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4월호에는 제가 관심을 두었던 주제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최근 나온 <자스민 어디로 가니?>라는 책의 주인공인 강아지 자스민을 주제로 샘터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요, 6.25의 격동 시대를 겪으면서 척박한 시대를 살아간 부모님들의 기록을 담은 영화 '국제시장'이 무척 눈길을 끌었었지요. 그런데 영화의 흥행도 주목을 받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국제 시장의 실질적인 이야기는 화려함 뒤에 남는 씁쓸함을 남긴 뉴스를 봤었는데요. 이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부산을 소개하는 글도 글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던 국제시장의 꽃분이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어떤 마무리를 해야 하는지.. 좀 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여고시절, 단어의 섬세함과 아련함, 그리고 그리움에 대한 시어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무척 좋아했었지요. 수녀님은 사람과 종교에 대한 글을 시어로 남겼지만, 사춘기의 우리들은 그 글을 첫사랑의 비유에 참 많이 남발(?) 했었습니다. 그런데 수녀님의 글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수녀님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건재하셔서 좋은 글을 많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독자의 마음을 전해보고 싶네요.

 

4월 호의 행복일기에는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를 위해 미사 시간에 맨 앞자리에서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신부님의 미사를 수화로 전해 주는 노부부의 이야기와 그 노부부를 특이하게 바라보는 이도 없는 성당의 사람들과 그렇게 마음 편하게 미사를 전달하도록 해준 성당 신부님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스물셋 청년이 시작한 이동시기 카페의 이야기 역시 빡빡한 세상에서 자신의 향기를 열심히 일궈나간 이야기에도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가진 재산이 없이 사랑과 믿음으로 결혼식을 한 신혼부부와 이 부부의 앞날을 믿고 맡겨 준 양가의 부모님의 이야기는 앞으로 이런 일을 겪어내야 할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겨줍니다.

 

이번 샘터의 이야기는 무척 행복합니다.

어제도 전쟁이고, 내일도 전쟁인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이자 직장인이자, 그리고 장년의 저로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척 냉정하고 딱딱하고 빡빡하게 살아가곤 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지키려면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수긍하면서도 때론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를 읽게 될 때면 아직도 세상에는 따뜻함이 존재해야 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내일 또 이런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다시 한번 따뜻함과 행복감을 충분히 생각하고 베풀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한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웃는 그런 행복을 남겨보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고 싶습니다.

 

작은 책자에서 따뜻함을 얻을 수 있음이 행복이겠지요? 기억하지 못 했던 삶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도 행복이겠지요?

오늘은 유난히 행복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좋은 사람과 행복을 나누게 된다는 것... 내일부터 이것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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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의 지방시,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손씨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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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도 할 줄 알고 다 아는데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의 인생을 멋지게 그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더 큰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릴 적 가지고 있던 패기나 용기 때론 용감무쌍한 무모함이 점점 더 없어진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세상과 타협하는 나로 변해간다. 아마도 세상과 타협을 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겁을 먹기 때문일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모른척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부터 그것이 이 세상을 무던하게 살아가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도 내 꿈에 대해 그것의 크기가 어찌 되었던, 그리고 그것이 때론 사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든 간에 아직도 나는 꿈을 쥐고 있고,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문득문득 떠올려진다는 것이 좋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사람들과 늘 어울리고, 사람들과 마주 보며 하루를 보내보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그런 노하우가 쌓여가기 때문 아닐까?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마도 <어른은 겁이 많다>를 통해서 조금 더 삶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꿈에 대해서 진하게 생각을 해보기 때문 아닐까?

 

1

2

 

 

프롤로그.

그래서 어른은 사랑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그 사랑에서도 미리 걱정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속마음을 숨기죠.

결국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써 본심을 감추며 가면을 쓰고 살고 있습니다.

(중략)

비겁한 행동이지만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무감 아래 나의 속마음을 못 본척하고 살아가고 있나 보다.

'사랑'이라는 말속에 많은 것을 두루뭉술하게 얼렁뚱땅 지나칠 때도 있긴 하다. 남에 대해서도 얼렁뚱땅, 나에 대해서도 얼럴뚱땅.

과연 우리는 나만의 속마음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곤 할까?

 

오늘 하루도 삶의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맞선 후에 <어른은 겁이 많다>를 펼쳐본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숨기고 있던, 때론 전쟁터 속에서 잊히고 있던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나도 이젠 인생에 대해서 어지간히 결론을 운운해볼 수 있는 나이에 왔다.

남들보다 더 낫지는 않더라도 나의 인생에서 아직까지 후회되는 것은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나의 삶은 그래도 잘났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잊힌 부분은 분명 있다.

때론 서럽기도 하고,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때론 좌절 때문에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그런 적도 분명 있다.

그저 떠올리기 싫어서 억지로 잊고 살았나 보다.

시간은 잊었다고 하지만, 마음은 잊지 못하고 있나 보다.

<어른은 겁이 많다>가 나에게 주는 것은 '그래도 당신은 열심히 살았군요'라는 위로다.

 

작가의 글에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똑같이 고백을 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투덜이를 작가도 역시 하고 있고, 내가 허무하고 나약했을 때에 말했던 절절함을 작가도 똑같이 하고 있다.

 

 

사랑도 그렇다. 어른이 되어간다고 사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사랑을 하게 된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청춘의 사랑도 떠올려보고, 지금 옆에서 코 골고 있는 같이 늙어가는 사람과의 첫사랑도 다시 기억 해낸다.

 

 

살아가면서 사랑을 멀리하고는 살 수가 없다.

나를 위해서든, 그를 위해서는 우리는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리고 더 뜨겁게 다가가기도 한다.

작은 일에 삐치기도 하고, 투닥거리는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곁에는 늘 그 사람이 있다는 것과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삶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이 아닐까?

 

기분이 좋다.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 무엇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주고, 쓰다듬어 주는 느낌을 받는다. 글에서 이런 위로를 받게 될 때, 그래도 책을 놓지 않아서 좋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청춘의 잊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현재 진행형인 삶의 달리기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다.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짐을 느끼면서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다.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환한 그림도 좋다.

 

솔직하지만 톡 쏘는 글에서 숨기고 싶었던 마음도 한 번쯤 드러내고 싶다.

남들보다 뒤처져 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우울감도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나만의 시간을 찬찬히 되돌려주는 것이라서 좋다.

 

어른이 되면 솔직해진다는 것이 걸리 적 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면 가끔은 아주 시원하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덮었다.

어제 흐릿했던 하루였다면 오늘은 그래도 조금 밝아 보이는 것은 글을 읽어가면서 나 스스로 조금은 정화되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래도 좋다.

내가 좋으면 다 좋은 거다.

나의 마음이 편하면 내 앞으로의 삶도 편하지 않을까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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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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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이 짧은 글이 주는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어떤 사건의 열쇠를 쥔 사람, 그 열쇠를 평생 찾아 헤매는 사람,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게 줍게 된 열쇠로 크나큰 고통을 안게 되는 사람..

그들은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연한 이유로 한 곳에 모이게 된고,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 그들의 관계는 서로 이어지게 된다.

 

세실리아, 테스, 그리고 레이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울릴 기미도 안 보이는 이 세 사람의 인생은 묘하게 얽혀간다.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세실리아. 세 아이의 엄마로, 멋진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지역 사회의 발넓은 주민으로 정말 바쁘고 완벽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레이첼의 인생은 어둡다. 사랑하던 딸을 사고로 잃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한이 남을 판인데. 그 사고가 하필이면 살해당했다. 더구나 범인은 잡히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아버렸다.

그녀는 끔찍한 기억이 남았는 동네이지만 떠날 수가 없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학교이다.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딸아이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그 동네를 떠날 수가 없다. 딸아이를 죽인 범인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의심되는 한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 있다.

테스는 남편과 사촌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던 그녀에게 있어서 사촌은 가족이자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만 때론 묘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촌이 변했다. 뚱뚱하던 사촌은 어느 날 살을 빼더니 몰라보게 매력적인 여자로 변했다. 그리고 남편과 사랑을 한단다.

테스는 기가 막히다. 남편과 사촌이 사랑하는 사이라니...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내 남자를 다시 찾아오기보다는 그냥 내가 빠져버리겠다. 테스는 이런 마음을 먹고 아들 리암을 데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돌아온다. 그리고 첫사랑 코어를 만난다.

 

이들의 삶을 전혀 연관성이 없다. 이웃 사람, 또는 이웃의 가족인 사람일 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남편 존 폴의 편지를 보게 된 세실리아는 이들과 얽힐 수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삶이라는 것이 그런가 보다.

우연한 일이 생겨버리고, 의도하지 않게 진행이 되어버리고. 또 생각지도 않게 결론이 나게 된다.

존 폴의 인생은 편지를 발견했다는 아내의 말에 빗장이 풀려버렸다.

완벽할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은 전혀 생각지도 않던 과거를 드러내고 말았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 이야기로 시작된다. 때론 그 전개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화된다고는 했지만 딱 미드에 나오는 시끌벅적한 사춘기 아이들을 둔 엄마와 가정, 그리고 수다스러운 동네의 모습이다.

하지만 소설 초반에 깔려있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의미가 그렇듯이 비밀의 장벽이 무너지게 된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은 어마어마하다. 독자들조차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그런 전개로 갑자기, 순식간에 독자들 눈앞에 나타난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너무 많다.

그 비밀 또한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줄 때도 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그런 비밀의 반전을 보여준다.

살인자로 의심받는 사람, 진짜 살인자였던 사람... 독자들은 여기에서 결론을 떠올리겠지만, <허즈번드 시크릿>은 또 다른 반전을 내보인다.

진짜로 살인에 의한 죽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때론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속에 담긴 진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파헤쳐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소설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흥미진진함이 더해진다.

결국 비밀과 과거의 사건, 그리고 현재에 있는 사람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아닐까?

사랑을 구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사랑을 오해하는 사람...

작은 오해가 이토록 큰 아픔으로 남게 되는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의 비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역시 어느 누군가를 나만의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시선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치밀한 전개에 개인의 느낌 따위는 붙이고 싶지 않지만, 소설에서 보게 되는 진실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그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픔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안타까움이 생기게 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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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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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남긴다는 것.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더욱 간절함이 느껴지고, 더많은 깊이를 두게 되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통해서 친구를 만나고, 친구를 알게 되고, 친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울 때가 많습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만을 가장 최고로 꼽았던 어린 학창 시절도 있었고, 나이의 상관없이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그런 세대를 넘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다 똑같지 않기에 때론 친구라 여겼던 이의 배반을 느낄 때도 있고,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시선으로 또는 나의 신념에 따라 좋은 친구를 가졌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때론 아주 어긋난 결과 앞에서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것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겠지요.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주철환 교수가 친구에 대해 독자들에서 진정한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고, 계속적인 인연으로 엮여지는 것이 친구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친구에 대해 주철환 교수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기대를 가져봅니다.

 

친구란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고, 그 사람도 나를 만나면 기분이 좋은 관계.

그것이 친구라고 이 책에서는 말합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를 내 곁에 평생 두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그에게 좋은 친구로 남는다면 그 인연이 더 오래가지 않을까요?

친구라는 것에 대해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인 인연 만들기의 하나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라는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어떤 점을 기억에 남기게 될까요?

우리가 흔히 좋은 친구는 어떻다는 결론부터 지어놓고 사람을 또는 친구를 남기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사람을 완전히 알기 전까지, 그리고 내가 저 사람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준 후에 그가 나에게 좋은 친구인지, 좋은 사람인지. 또는 좋은 인연인지 답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시간의 흐름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면서 지나치곤 합니다.

여기에는 친구관계, 사람 관계도 예외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인생을 남기고 싶다면 그 인생에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가 꼭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릴 적 어깨동무하던 친구는 기억 속에 남겨져 있다고 해도 앞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시간 속에서 만나는 친구와 인연에 대해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혹여 나의 부족함이나 부주의로 좋은 친구를 잃은 적이 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차분하고 깊이 있게 친구. 인연을 만들어갈까 합니다.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를 읽으면서 나에게 깊이 각인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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