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작열하는 이 여름 한자락에서는 바다를 향해 훌쩍 떠나는 것이 한없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무 부담 없이, 그저 훌쩍 떠날 수 있는, 달달거리는 오토바이의 뒤에 매달려 같이 떠날 수 있는 소설이 <붉은 노을 맥주>이다.

 

<스마일 스미레>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독자들에게 여름의 싱싱함과 훌쩍 떠나는 여행의 유쾌함을 전한다.

오토바이에 작은 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떠나는 주인공의 여행 스타일은 정말 '그냥..'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거창한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번의 여행은 전편과는 달리 낚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일을 독자들은 배꼽을 쥐고 키득거리게 만든다.

나만의 아지트에서 홀딱 벗고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아먹는 여유를 꿈꾸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숙자가 자기의 자리라고 우기고 잠자기 좋은 명당자리마저 차지해 버린다.

그뿐이야? 맥주와 바꿔먹자고 교환한 빵이 유통기한이 지난 곰팡이가 핀 빵이었다고..

어느 여행길에서는 시골의 맛 집이라고 들어간 라멘집에서는 끓이다 끓이다 불어터진 면만 받아먹고 나온다.

그뿐인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덕분에 맛 좋은 은어를 얻어먹지만 그 행복도 잠시... 홀로 여행하는 남자가 안돼 보였는지 연신 은어를 낚아서 준다. 거기에 집으로 초대까지 해서 또 은어를 준다. 여행 중에 도착한 그곳에서 주인공은 은어를 자그마치 서른다섯 마리나 뱃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의 이야기는 필히 책으로 읽어보시도록, 이 장면에서 인간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넋두리는 들여다보는 이 장면에서 배꼽 빠지게 웃게 될 테니까.

 

여행을 왜 하느냐고?

나를 찾거나 세상을 경험한다고?

이런 개뿔..

 

여행이란 말이지.. 그냥 그날의 쾌락이야. 좋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 여행이란 말이지

 

부럽다.

세상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 부럽다.

 

자유가 우선인 것이 여행임을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여행을 가면 그곳의 맛 집을 섭렵해야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고, 정해진 코스를 시간 내에 다 돌아야 여행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근데 거기서 중요한 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또다시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정하고 따라 하는 와중에서 같이 움직이는 일행들(지인이나 가족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서로 다음 순서를 말하기 바쁘고 각자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 바쁘다.

 

<붉은 노을 맥주>를 보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음 편한 시간에, 마음이 가는 장소에서 조용한 자연과 더불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캬~~~

이 단순하고 간단함이 주는 행복은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 더 값진 것임을, 더 맛난 것임을 독자들은 부러워하게 된다.

 

대충대충 설정한 여행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붉은 노을 맥주>

늦지 않았다.. 나도 떠나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