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자신이 흔들리는 일을 만날 때가 있다. 인생의 시간을 경험하는 지금도 당연히 겪어볼 수 있는 일이겠지만, 막상 마음 심란함을 동반한 상황에서 나를 흔들리지 않게,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럴 때 발견하게 되는 옛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좌우명 한마디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삶의 이정표로 한몫을 할 때가 있다.

 

우연히 책을 읽다가 발견하게 되는 좌우명도 있을 테고, 어떤 강의를 듣다가 듣게 되는 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나에게 가장 교훈을 주는 글을 찾아보려 치면 막상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점에서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이란 책은 보이는 곳에 두고 삶을 살아가면서 때론 지칠 때, 때론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또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다져보고 싶을 때 편안하게 뒤적이며 옛 선인들의 교훈과 삶을 배워볼 수 있는 책이다.

 

옛사람들이 남겨주었던 글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까?

이에 대한 답을 삶에 빗대어 말해 본다면, 삶이라는 것이 계속적이고, 지속적이고, 예전과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나만의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의 삶인지 타인의 요구에 맞춰사는 삶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옛사람들의 가르침을 접하면서 내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점을 다시 각인시키고 싶은 이유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 아닐까?

비록 선인들이 남긴 가르침을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좋은 글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생각을 함께 해보는, 그리고 그것을 내 삶에 녹여 잠시라도 실천을 한다는 노력만으로도 나의 삶은 훨씬 값어치 있게 남겨지게 될 것 같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의 저자는 고전을 공부한 학자이다. 옛사람들의 행적을 살피고, 그 사람을 가장 적실하게 말해주는 장면을 찾아 이 책에 모아 두었다.

인물에 따라서 기억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처음 접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물에 따라서 호불호가 분명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독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책 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으로 하고, 고난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극복해 나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모두 4개의 좌우명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시련과 위기 앞에 선 이에게', '왜 나는 해도 해도 안될까 고민하는 이에게',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는 이에게', '더 큰 꿈을 품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에게'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생각이 많은 부분에 대해 옛사람들의 교훈을 듣고 싶다면, 때론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듣고 싶다면 해당되는 글을 찾아 읽어도 좋다.

 

이제껏 소신 있게 노력을 해왔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미미할 때 누구나 좌절을 겪게 된다. 과연 이길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이 선택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의 잣대에 맞춰 인생의 목표를 바꿔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이가 있다.

 

큰 열매를 맺는 꽃은 천천히 핀다는 말을 떠올렸으면 한다. 19세기의 문신 신좌모의 <담인집>에 있는 한 구절이다.

"배가 뜨고 꼭지가 떨어지는 데는 스스로 그때가 있다"

신좌모에게 강문형이라는 후배가 있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금방 이름을 떨칠 만큼 훌륭했지만 마흔한 살에서야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랐다. 매번 낙방하고 늦은 나이에 이름을 떨치게 된 강문형을 보고 신좌모가 편지를 보냈다.

바라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초조함과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물이 차야 배가 떠오르고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는 것처럼, 때는 반드시 옴을 이 글을 읽으면서 새겨본다.

비록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나의 작은 도전이지만, 그것으로 큰 결과를 얻으리라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과정이 있음을 기억하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결과지만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고, 그 끝에는 나의 노력만큼의 큰 꽃을 얻게 된다는 글을 새겨본다.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나는 해도 해도 안된다는 좌절감에 빠진 이들에게 어떤 글을 남겨줄까.

조선 중기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남긴 김득신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무척 나빠 외운 것을 금방 까먹기 일쑤였다. 스무 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짓게 된 그를 보고 모두 인물 되기는 글렀다고 했다. 오죽하면 자신이 좋아하던 사마천의 <백이전>을 얼마나 읽었는지 하인까지 외울 정도였는데 정작 본인은 기억을 못 했다. 김득신은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보다 몇 배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가 평생 1만 번 읽은 글이 무려 36편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독서의 반복을 한 것이다. 59세가 되어서 과거에 급제한 김득신은 이런 글을 후세에 남겼다.

"재능이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라."

배워서 알게 되던, 고생고생해서 알게 되던 알게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고 알고자 하는 의지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가장 롤모델인 사람이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 아닐까? 그는 장기, 바둑 등의 잡기도 못했도,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다.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좋아해서 춥던, 덥던, 굶든지. 병들던지 가리지 않고 책만 읽어댔다.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고 일컬은 이덕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무엇을 할까? 책을 읽을 뿐이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진다는 말이 있다. 책에 담긴 삶의 지혜와 다양한 지식은 부구의 길로 이끌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귀하지 않은들 어떠랴? 책이 주는 이익은 돈에 있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가는 힘이고 생기가 된다.(p116)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이란 책이 바로 힘이 되고 생기가 되는 책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 후세에게 남긴 선인들의 삶과 생각은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고, 진실된 인생의 맛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 한 권으로 그 오랜 세월의 교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쁨을 가지게 된다.

삶의 살아가면서 나를 자극하는 울림을 가지고 싶을 때, 그런 변화를 가져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책을 덮으면서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조금은 변화를 느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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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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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스로 고장 난 로봇이라고 말을 한다.

23세의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히가시다 나오키는 자신을 그렇게 말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행동과 말에 자폐증을 가진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폐증을 가진, 그것에 의해 표현되는 겉모습을 보기만 할 뿐 그것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장애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레인맨>이나 <말아톤>같은 영화에서 비치는 자폐증상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래도 한편으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그 소질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지만) 이들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곤 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 역시 그런 천부성을 가진 이들 중의 한 명이겠구나라는 생각부터 하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인 저 역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의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는 남들과 대화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괴성이거나 외침,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전부입니다. 평소에도 보이는 집착적인 행동이나 깡충깡충 뛰는 모습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자폐인의 언행을 수수께끼처럼 오리무중이고 때론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는 자신이 일으키는 상황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할까?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미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그는 이 사회에서 있을 곳이 없다고 말한다.

마치 드넓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 말한다.

 

이성으로 감성을 통제하고 대화로 생각을 전달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는 발을 잘못 들이민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낍니다. 사람들 누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그런 상상만 해도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집니다. 내가 안고 있는 마음의 어둠은 어떤 마법을 걸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글자판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사용한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통제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는 글자판을 짚어가면서 글을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한다.

 

자신의 독특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함을 저자는 알고 있다. 외롭고 슬픈 눈물을 많이 흘릴 때도 있지만 세상은 모순과 수많은 개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내일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면 더불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아주 복잡합니다. 이해한다고 해서 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옳음이 늘 세상을 움직이지는 않으니까요. 이 사회는 수많은 살마의 의견과 갖가지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폐인의 시선은 평범한 사람들과 분명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과 이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성향이라면, 이들의 세계는 그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움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이성보다는 감성과 생각보다는 느낌이 먼저인 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파란 하늘, 물, 언어, 음악...

히가시다 나오키는 이런 단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들의 세계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이 틀렸다'가 아닌 '그들은 조금 다르다'를 익히게 되는 순간을 접한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울고 싶어지는 기분은 집착적인 행동을 할 때의 기분과 다소 비슷합니다. 외롭고 애달파 어쩔줄 모르겠는데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물속에서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살아 있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실감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나를 속박하는 것 하나 없고, 시간마저 초월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이성이라는 생각 아래 무심히 넘어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도 어루만지게 된다.

괴로움과 슬픔 앞에서 대처하는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그렇게 나의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적이 있을까.

 

말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말을 걸지 않거나,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을 보듯합니다.... 말을 걸어주면 그에 답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장애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답할 수 없기에 더욱이 말을 걸어주었으면 합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때론 장애가 없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잘난 척을 했던 적은 있어도,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자체의 눈빛을 나는 해본 적이 있을까?

 

 

 

여러분은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번이나 나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 모든 느낌이 함축된다. 우리는 아주 쉽게 여기던 일을 그들은 참 힘들게 하나씩 배워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그들은 약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보호를 해야 한다고, 양보를 해야 한다고만 여겼지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때론 어떤 좌절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본 적이 없다.

 

나의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기로 했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내일이 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내 맘 같지 않는 행동과 말로 지적을 받는 날도 많고, 그것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화를 내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 규범을 지켜야 하는 것을 히가시다는 그냥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해도 제어가 되지 않는 자신 때문에 주의를 받는 날이 많다. 하지만 히가시다는 오늘과 다른 내일이 옴을 말한다.

내일에 희망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늘 고치지 못한 것을 내일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리를 지르던, 이야기를 하다가 바닥에 드러눕던 그것은 '히가시다 나오키'라는 점이다.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않는 부부을 연습하고 지적당하고 또 연습하는 반복을 해야 하지만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임을,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는 내일이 있음을 떠올리고 있다.

 

감성에 자유롭기 때문에 어쩌면 히가시다 나오키의 글들이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느끼는 생각과 세상 속에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분명 우리도 스치고 느꼈을 텐데 왜 그것을 그의 글을 통해 새롭게 맞이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불필요한 행위나 표현을 보고 외계인이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다. 입으로는 그들을 들여다보자고 하면서도 감성적으로는 나와 별개의 사람들이라고 경계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읽으면서 그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의 생각도 보게 된다.

 

자연은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에게 평등합니다. 그 점이 내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정답이다. 누가 먼저이고, 누구를 도와준다라는 생각을 접게 한다. 내 방식의 언어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그냥' 들으면 된다. 그들이 내는 이상한 소리와 부산한 움직임, 그리고 때로는 우리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한 행위가 그들의 언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우리가 익힌 언어는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이 우선이었다고 하면 그들의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일방적인 것임을 알면 된다.

 

 

 

어떤 모습의 나도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인정한다는 것, 내가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그 사람 자체로 본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오해와 선입견부터 가지게 된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선부터 긋고, 그를 판단하게 되고, 자폐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보기만 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읽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인종, 수많은 언어, 그리고 수많은 생활 방식을 문화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면 이해하려고 하면서, 장애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보통 사람보다 못한'이라는 선입견을 먼저 달고 있지 않는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산다는 것, 세상의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 그리고 누구와도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손을 내밀어서 도와줄 자신이 없다면, 그들이 말하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남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짐을 글로 이겨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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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손자병법 - 대한민국 리더를 위한
최규상 지음 / 작은씨앗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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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도 폐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한 의원이 링컨에게 말했다.

"링컨,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요."

그러자 링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만약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처럼 중요한 날 하필이면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한 번쯤 들어봤을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유머 중의 하나이다. 곤란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위트를 보면서 저런 순발력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지속해야 하면서 이런 생각이 크게 느낄때도 있다.

 

<대한민국 리더를 위한 유머 손자병법>

유머와 손자병법이라...

역사적 사건 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 것이 손자병법이다. 수많은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기록으로 남길 정도였으니 얼마나 치열한 시대였을까?

그런 병법 전략과 유머를 접목시켰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현대가 그만큼 전쟁같이 치열한 사회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이니, 과연 이 손자병법을 통해서 어떤 것을 전하고자 하는지 기대를 해본다.

 

<유머 손자병법>은 유머와 손자병법을 접목한 책으로 유머 전략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회생활, 조직 생활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처세의 병법서라고 표현하고 싶다.

책의 저자 최규상 소장은 한국유머전략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유머를 퍼뜨리고 있는 유머 전략가이다. 최규상 소장은 유머를 잘하는 것보다 유머같이 사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머로 사람들의 긍정적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최규상 소장의 유머 전략을 들여다본다.

 

유머가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유머를 구사하면서 스스로 긍정의 마인드가 되고, 그로 인해 주변 역시 긍정의 분위기를 얻게 된다. 긍정은 긴장을 풀게 되고, 긴장을 풀게 되면 일에 대한 성과를 발휘할 수 있고, 조직의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강해짐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유머를 돌아보는 이유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조직을 이끌게 되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안팎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보듬어야 하는 위치이고, 이 위치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빠르게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유머일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따라서 최고의 전쟁 기술은 상대가 스스로 자신의 마음 땅을 열고 나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의 고수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하는 기술이다.

웃음과 전쟁이라는 이미지로써는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치열한 감정의 전쟁을 벌이는 것과 땅을 차지하려고 무기를 사용해서 하는 전쟁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의 마음 얻기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조직 내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 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매출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등등.. 살아가면서 마음을 얻어야만 진행되는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닌점을 떠올린다면, '유머가 뭐 그래 대단하냐'라고 가볍게 여길 일을 결코 아닌듯싶다.

 

조직내에서, 또는 사람관계에서 리더의 가장 큰 능력은 원활한 소통을 하는 능력이다. 소통을 잘하는 리더는 사람간의 신뢰와 마음을 충분히 받게 되고, 그로 인한 어마어마한 지지력으로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소통이 없는 리더는 현실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힘들다. 사람들의 마음조차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하는 리더는 리더로써의 기본적인 자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원활한 소통을 찾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은 바쁘고, 디지털화된 세상을 살아가지만, 마음을 풀어주는 소통, 감동, 또는 웃음에 더 목말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 땅을 얻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유머라고 해서 간단하게 가벼운 농담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유머 속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도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고, 때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략을 펼치는 방법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유머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유머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하게 순발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유머의 고수는 꾸준한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머의 활용도는 간단하게 웃기는 것만이 아닌 나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는 처세의 하나라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된다.

유머라는 것이 쉽게 보이는 듯하지만, 품격을 높여주는 유머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 그리고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최고의 전략을 한다. 웃음을 유발하고, 긴장을 풀게 되고, 마음을 풀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되는 방법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유머라는 전략을 배우게 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링컨, 반기문, 레이건, 김수환 등 시대의 리더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이 세상을 향해 말했던 유머를 들을 수 있다. 세상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리더들도 대중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웃음을 담은 유머를 선사했다는 점은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리더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유머 손자병법>은 시대를 살아가는, 경쟁 속에서 분발해야 하는 독자들의 처세력을 높여주는 전략서이다. 전략서라고 하지만 절대로 심각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늘 즐기고 싶어 하는 유머를 통해서, 웃음을 통해서 마음을 얻게 되는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빠른 방법을 일러준다.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싶은 독자가 되고 싶다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소통을 하는 인물로 각인이 되고자 한다면 <유머 손자병법>에서 팁을 얻어봄이 어떨까?

인간관계는 전쟁이라고 했다. 나의 유머로 상대방의 마음을 스스로 열게 한다면, 그리고 그 마음 속에 나란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다면 최고의 승리가 아닐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전략을 하나하나 실천해보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이란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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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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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당연히 여름을 맞이하는데도 갑작스러운 더위에 지치는 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요즘 잠시 일을 쉬고 있는 터라 시간적 여유가 많은데요..

쫓기듯 읽던 책을 조금은 여유롭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읽게 된 책이 작은 행복과 넉넉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샘터>를 읽습니다.

<샘터 2015. 06>의 특집 주제는 '자기만의 방'입니다.

어릴 적 나만의 방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햇빛이 환하게 창으로 들어오던 내 방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가장 좋은 기억은 집 뒤편에 나지막한 산이 있어서 산책길이 있었지요(지금은 둘레길로 재정비되었더라고요..) 그 산에서 퍼져 나오는 라일락 향이 떠오릅니다.

사춘기의 여고 때는 밤을 꼬박 새면서 라디오도 듣고, 손편지도 쓰던 기억이 참 많습니다. 때론 시험기간에 어슴푸레 밝아오던 새벽의 빛이 떠오르네요..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어렵게 공부를 해서 글을 쓰는 작가로 다시 태어난 글쓴이는 시골 외양간을 1년 넘게 손수 고쳐 자기만의 집필실로 꾸몄다고 합니다. 또 어떤 지역 아동센터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으로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속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이어지는 아이들의 교류에 대해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뿐인가요? 살림에, 가족 뒷바라지에 나란 존재를 잊게 되는 우리 주부님들이 자신만의 공간,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야기는 동네 도서관도 말하고, 때론 차 속에서 느끼는 안락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월간 샘터를 읽을 때마다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웃한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듣는 재미가 있지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처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이런 공감되는 기분도 힐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힐링이라고 하니까 샘터 6월호에도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바다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장소로 유명한 강원도 삼척과 통영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이야기입니다.

소개된 두 곳 모두 남편과 갔던 지역이라 좀 더 반갑게 여겨집니다.

넓은 바다도 떠오르고, 시원하게 먹었던 물회도 떠오르고, 혼잡한 것을 싫어해서 일부러 비수기 때 찾아가서 얻게 되는 여유로움도 떠오릅니다.

그리 바쁘게 살 일도 없는데, 도시에서 나도 모르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를 느끼고 있는 독자라면 주말에 잠시 달려가서 넓은 바다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럿이 뭉쳐서 다니는 여행도 좋겠지만, 이번에 소개된 장소는 부부끼리, 연인끼리 슬쩍 조용히 다녀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샘터에서 늘 눈여겨서 꼼꼼하게 읽는 코너가 있습니다.

<참살이 마음공부>라는 코너이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그리고 들여다보게 하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수많은 일상의 번뇌 속에서 나를 비우고, 욕심 버리기를 진행 중으로 해야 함을 늘 깨치게 합니다.

이번에 소개된 사례자의 사연을 들으면서 사례자의 마음도 이해를 하지만, 나의 가장 단점, 또는 약점을 내가 인정한다는 것(정말 어려운 일이지요..)은 어렵지만 분명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단점을 제대로 보고 있을까? 또는 인정하고 있을까라면 서 되물어 봅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덜 받고, 나란 존재를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는 힘은 이 감정 다스리기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샘터에는 많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항 24시에서는 결혼, 신혼부부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군인들의 이야기인 청춘 스케치도 있습니다.

이제 곧 군대를 갈 아들이 있는 부모가 되어보니 청춘스케치의 사연도 지난 이야기보다는 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군요..

 

 

이번 6월호에는 '2015 샘터상'의 가작을 받은 작품이 있습니다.

샘터를 말하면서 저는 늘 삶의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이번 가작을 받은 작품은 힘듦, 고통, 버거움이라는 삶의 무게를 스스로 깨친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간 그 용기와 실천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글이란, 좋은 책이란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흠뻑 주는 것이겠지요.

이번 '2015 샘터상'의 수상작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마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그리고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서 이번 온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찬다는 누리달의 의미처럼 삶의 소리를 가득 채우는 샘터 가족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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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점심시간에 점심 메뉴를 두고 직원들과 갈등에 빠졌다.

매일 먹는 점심인데도 매번 고민을 한다. 오늘 첫 번째 순서는 '구내식당 말고 간단하게 먹자'였다.

선택을 했고, 결정을 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고민이다. 

'김밥에 컵라면을 먹을까? / 점심시간에 할인되는 햄버거를 먹을까? / 배달되는 도시락을 시켜 먹을까?'

매번 반복되는 고민에 옆에서 같이 고민하던 직원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놔~우리 모두 결정 장애인가 봐'

 

어느 때부터인가 '결정 장애'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선택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하게 내 생각대로, 내 감정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 간단함이 어렵다. 뒤이어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좀처럼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이걸 선택할까? 저걸 선택할까?

이걸 선택하면 100%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까?

지금 선택보다 더 나은 조건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 선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등등 자신에게 끝없이 물어보곤 한다. 때론 원하는 것은 본인인데, 다른 사람에게 선택을 해달라고, 또는 나의 선택에 동조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선택의 갈등 앞에서 '난 결정 장애 인가보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주고받을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 자율, 통제, 해방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강해진다는 소비문화적 결론을 얻게 되지만 선택할 것이 계속 늘어나면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지고 부정적 측변도 심해지면 결국 과부하에 걸리고 선택에 의한 해방이라기보다는 선택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게 된다. 우리는 교육, 직업, 성, 연애, 양육, 종교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는 광범위한 선택 속에서 겪게 되는 현대인들의 또 다른 스트레스와 그것의 해결법, 그리고 결정이라는 숙제 앞에서 벌어지는 심리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을 하면서 모든 것은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고 진행하게 된다. 오로지 나의 생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조바심 나는 갈등 또한 늘 나타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선택의 범위는 점점 세분화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게끔 거의 100%에 가깝게 선택의 조건을 택할 수 있지만, 이상한 점은 만족감은 덜하다는 것이다.

 

선택을 두고 갈등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진중하지 못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심지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흉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의 인성이 문제라기보다는 수많은 선택으로 인한 일종의 스트레스의 일부분이라고 하고 싶다. 선택을 하고 또 하는 와중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선택을 하려는 것뿐인데, 그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해진다면 이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가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내 입맛에 맞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 선택 앞에서 왜 늘 머뭇거리고 있는지, 힘들게 고르고 나서 후회를 한다거나, 못 골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선택이라는 갈등을 겪다가 결국 다른 누군가가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과자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되고, 음료 종류도 마찬가지이다. 약의 종류도 그렇고 화장품의 종류도 그렇다. 그것뿐인가? 매일 보는 TV의 프로그램 종류부터 대학 강의 시간의 종류, 전자제품의 종류, 하다못해 보험의 종류, 직업의 종류, 근무의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선택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보기도 했다. 그저 정해진 것에 정해진 대로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거기에 자본주의 경향도 보탬이 되었다.

 

소설가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까, 아니면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할까?"

인생의 모든 것이 선택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여러 선택안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인간의 존재는 하루하루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이 정말로 그러하다면, 오늘날의 선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P52)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통해서 좀 더 선택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는 정답이 없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개개인이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 선택으로 인한 통제권의 범위 역시 다르고 개개인마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이 중요한 경우를 스스로 판단해서 거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한다.

선택과 행복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을 하겠지만, 선택이란 행동을 통해서 나란 존재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결정권을 발휘하는 상황과 나란 존재를 표현하는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한 만족감이 행복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선택과 관련된 여러 실험도 소개한다. 선택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선택 전의 기대감과 선택 후의 후회도 당연하다는 것을 실험의 결과로 유추해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팁은 선택과 후회라는 연관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쉽게 말하자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선택할 때를 선택하되 수많은 조건 중에서 가장 쉽고 편한 것을 찍는 것보다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조건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그 선택에는 득과 실이 있다. 실이 되는 부분은 미련 없이 버려야겠죠. 극과 극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적당함에서 적절히 만족함을 느낄 줄 아는 여유도 떠올렸으면 한다.

때론 스스로 통제하고, 그 속에서 만족하는 자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오늘 선택을 하고 내일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내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선택은 오늘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고 여겼으면 한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주제가 전문적 견해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간략한 결론을 쉽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참 어렵게 돌아돌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결론은 오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라는 일상으로 결정 장애와 스트레스라는 깊이까지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짜장면이면 내일은 짬뽕이면 되니까.

오늘은 짜장면을 먹고 내일은 짬뽕을 먹는 일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꽉 짜인 선택보다는 느슨한 여유를 가지는 그런 선택으로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시간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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