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밥 됩니까 - 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노중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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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즐겨듣는 아침 라디오 방송 채널이 TBS로 바뀌고,

토욜 아침마다 듣던 '노중훈의 여행의 맛' 대신 '라디오를 켜라'를 배경처럼 듣게 되었는데,

어느 수요일 '노중훈'이 나와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라,

완전 반가울 수밖에...

그 방송 끄뜨머리에 '노중훈'의 새 책 광고를 듣고 휘리릭 주문했다.

 

 

이 책의 '들어가며'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맛집'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온 식당들을 찾아가 음식 품평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11쪽)

이 책이 나에게 안성맞춤인 이유이다.

 

맛이라면 귀신 같은 아들이 있을때는 맛집을 찾아다니는게, 식도락이, 가족의 취미였는데,

지금은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하지만. 노중훈이나 몇몇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밥을 안먹어도 이내 가슴이 뜨뜻해지고 배가 불러오는지라,

책은 어떨지 궁금했나 보다.

말은 재밌게 하는데 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글은 수려한데 수줍어하는 등의 이유로 말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노중훈은 말솜씨 만큼 찬란한 글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직유를 이렇게 정직하게, 그러면서도 노래하듯 리듬을 실어 적절하게 구사하는 이를 본적이 없다.

ㆍㆍㆍㆍㆍㆍ어머니의 음식은 맑은 샘물 같고, 나긋한 살랑바람 같고, 가붓가붓한 새털구름 같고, 느슨한 면바지 같고, 보송보송한 차렵이불 같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속이 거북하지 않다.(31쪽)

빼어나고 맛깔스럽다.

 

이런 구절도 좋았다.

나날이 고단했고, 매일매일 매웠으며, 하루하루 고됐다.(100쪽)

 

주요리로 젓가락을 옮기자, 두툼한 비계를 달고 두툼하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다. 나태하고 물렁한 부분이 없어 저작의 기쁨이 충만하다. 그 자체로 완결성을 띠지만 어머니의 김치, 어머니의 장, 어머니의 젓갈과 상봉하면 그야말로 천의무봉이다.(104쪽)

 

"나는 여기서 술을 마시지 않아. 여긴 내 삶의 현장이야."

"싼 걸 먹는다고 저렴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마다 가치가 있어."

나는 성원식품의 단골이 되어 기쁘다.(116쪽)

 

"국물은 차분하고 단정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어요. 맑은 계통이지 걸쭉한 국물이 아녜요. 하늘거리는 면발은 기계가 뽑아낸 듯 굵기가 똑같아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손 자주 들고 발표 잘 하고 목소리 크고 액션 큰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자리를 조용하게 지키고 있는 학생, 그러면서 자기 일 옴팡지게 잘하는 친구, 뭐 그런 느낌이에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문양의 옷이 아니라 수수한 리넨셔츠 같은 칼국수죠.(208쪽)

위 대목은 노중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라디오로 들으면서 무려 감격을 했었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 게스트와 함께하거나,

누군가의 프로에 게스트로 나가 대담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니 웬걸,

'할매'라고 하는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말을 붙이고 섞여 가는지를 여우(?)처럼 잘 알고 있었다.

'들어줄 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습성을 알고,

어느 대목에서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지, 적절한 타이밍을 용하게 알고 있었다. 

 

예전에 언젠가 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을 봤을땐,

수더분하고 두루뭉술할 줄만 알았다.

프로필 사진이 모자를 써서 눈이 가려져 알 수 없었는데,

눈을 보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유튜브를 통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라디오를 통해서 듣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울림이 느껴진다.

뱃속 깊숙한 동굴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슴에서 생각하던 것을 오래 둥글려 입안에 모았다가 비교적 가볍게 툭 내뱉는 느낌이었다.

이 가벼움이란 것이 건들거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심각해지고 자칫 무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가벼움이었다.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되,

귀를 열고 듣고 있다는 호응의 추임새를 적당히 넣을 줄 아는,

낄.끼.빠.빠.를 정확히 안다.

 


마침 본 유튜브가 '1박2일 전북여행-금산여관'편이었다.

금산여관을 소개하는 것도 좋았지만 끝부분에 누군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 화음을 쌓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그의 배려를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데 화음을 쌓아 올리는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래로 깔리는 화음을 받쳐주는 것은 더 더욱 쉽지않은 일일 것이다.

나서서 스스로 빛나는 별도 좋지만,

판을 깔아주고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주는 것도 충분히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고,

 

나도 이쁘고 아름답고 똑 떨어지는 말이나 글을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누군가가 쓰는 글을 찬찬히 읽어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소박하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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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20 20:56   좋아요 1 | URL
인용해주신 부분 읽는데 정말 읽는 맛이 나네요. ㅎㅎㅎㅎ진짜로 먹고 싶어져요.
잘 지내시죠,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오셨어요~~~~~~~*^^*

sslmo 2020-10-21 09:41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 읽고 다시 저 인용글 읽는데,
아우~ 배고파요.
오늘 아침 라디오에 나와서 또 한참 ‘썰~‘을 풀더라구요~^^

님도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 꾸벅~(__)
 
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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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재밌게 시작했다.

빌 브라이슨의 '바디'라던가,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라던가, 아들러, 프로이트, 융,

끝에가선 내가 좋아하는 '헤닝만켈'까지 인용을 하니,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흥미를 잃었고,

중반부로 넘어가면선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자괴감이 들고 말았다.

 

정신건강의학과 ㆍ신경과 전문의에다가,

명리와 주역까지 공부하고,

주역과 정신의학으로 논문까지 쓰셨다고 하니,

그러니 이런 책까지 내신 것일텐데,

당신의 말처럼 '독자들과 편안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19쪽)면,

혼자만 알게 나열할게 아니라,

먼저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예를 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재미없었을 것이고,

이런 쪽의 책을 좀 읽었던 사람이라면 예가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만한데,

부연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사주와 역학의 구분은 제대로 하면서 '명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는 것인가 싶기도 했고,

 

가장 의아했던건,

'재미로 보는 프로이드와 융의 사주'라지만,

생년월일시의 기준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달랐을 것이고,

북반구냐, 남반구냐에 따라 날씨도 정반대일텐데,

사계절과 환절기까지 넣어서 치밀하게 사주를 뽑는 마당에,

날짜와 시간 상의 차이는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궁금했다.

 

암튼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건 알겠는데,

이 책만으로는...심리학 내지는 정신의학과 명리학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이 책은 '단테'를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러한 미래는 아직 요원하고, 내가 보기에 하느님은 아주 조금씩만, 그저 우리가 뜻밖의 함정을 만나 느닷없이 추락하지 않을 정도로만 앞길을 인도해줄 뿐이다.

ㆍㆍㆍㆍㆍㆍ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희망'을 얻길 바란다. 그리하여 단테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말하라고 내버려두라. 당신은 다만 자기의 길을 가라"라고 말한 것처럼 용기 있게 자기 삶의 여정을 당당하게 걸어갈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 말에 힘입어 이 책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292~293쪽)

중간에 하느님도 등장하고 정신의학과 명리학도 등장하는,

이 내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열린 결말 쯤으로 생각하려 한다, ㅋ~.

 

오히려 책 뒤에 나오는 참고자료가 숨은 보물인듯 여겨져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갈무리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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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19 12:12   좋아요 1 | URL
리뷰다운 리뷰를 잘 쓰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확 풀어 주셨네요. ^^

sslmo 2020-10-19 14:14   좋아요 0 | URL
저는 생각나는대로 타다닥 올리는 글이어서,
웬만하면 오,탈자가 있어도 교정을 잘 하지 않는터라,
리뷰다운 리뷰라는 말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책을 망설이는 분들의 궁금증은 다소 해소하실 수 있지 않을까~=3=3=3

2020-10-1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0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오전 중 컴퓨터를 켜면 즐겨찾기 해 둔 블로그를 들른다.

그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클릭질을 해대는 터라 순서는 뒤바뀔때도 있지만,

빼놓지 않고 찾는 블로그가 '스머프 할배의 만화방'(<=링크)이란 곳이다.

정치적인 견해도 다르고 현 사안에 대해서 얘기하는 목소리도 나와는 많이 달라 동조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빼놓지않고 찾는 이유는 그로부터 삶을 배우기 때문이다.

거창하게...삶의 스승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때,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며, 어떻게 잠들지 모르겠을때,

숨 고르기를 배우듯,

삶을 배운다고나 할까.

 

아파트 경비원인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막 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지는 않고,

적어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는 하다.

 

그리고 이 책 '임계장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모르는 일상들이, 삶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 한명이 살기 위해서, 내가 의식을 했든 하지않았든 간에.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하는 일상들이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렇게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어루러져 사는 것일 거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인 '임계장'.

이 분도 처음부터 임계장은 아니었고,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며,

서울대 출신이다.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 되었다.

7개월간의 투병생활 이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단다.

 

내가 그의 이력을 옮겨적으며,

'서울대출신'을 적어넣은 이유는,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돼."(103쪽)

 

적어도 공부를 안해서 경비 아저씨가 된 것은 아니란 말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임계장' 같은 일을 마다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경계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또 한군데 슬펐던 지점은 여기였다.

눈물을 흩뿌린 이유를 설명하려들면 또 눈물 바람을 할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어쑨.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겆;.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ㆍㆍㆍㆍㆍㆍ

"선배님, 세월호 참사가 가슴 아팠던 건 미처 피지 못한 꽃들이 봉오리인 채 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찌 보면 꽃잎을 머굼은 봉오리가 활짝 핀 꽃송이보다 더 값지지 않겠어요? 우리 몸이 고단하더라도 꽃잎이 싫다고 봉오리를 쳐내서야 되겠어요?"(181쪽)

 

어디선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2~3세가 된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100~120세까지 살 것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60세에 정년 퇴직을 한 사람들은 82~3세 평균수명을 다할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운이 좋거나 혹은 (해석하기에 따라) 운이 나빠 100세, 120세까지 라도 살게 되면 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는 나날들이다.

 

이곳에 글들을 쓰고,

이웃 서재에 마실을 다니고 했었을 때의 내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도,

이웃 서재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한없이 할일 없이 허허로워 보이겠지만,

나름 내 안의 나와 고군분투 중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격려하는 것이다.

 

또 다시 명절이다.

조상님 따윈, 조상님의 은덕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하고 싶지만,

(조상님이 있다면 그렇게 쉽게 데려갈 이유가 없을테니까,)

누군가는 보름달 보고 소원은 빌어볼 수 있는,

또 누군가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간이니,

내겐 소원이나 희망은 요원하겠고...

주문이라도 외워봐야겠다.

메리 베리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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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29 18:56   좋아요 1 | URL
먹먹해지네요.

sslmo 2020-10-06 17:32   좋아요 1 | URL
유튜브에서 임계장 조정진 님이 얼마전 경비노동자의 죽음과 관련하여 코멘트 하신 걸 보다가 울컥하여,
한참을 눈물바람을 했어요.

사실 먹먹해하거나 눈물바람으로 끝낼게 아니라,
변하고...행동으로까지 이어져야겠지만,
쉽진 않네요~--;

hnine 2020-09-29 22:0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이렇게 오랜만에라도 들러주시니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어요. 자주 생각했답니다.
이책 읽어보겠어요. 역시 임계장으로 있는 제 사촌오빠 생각이 나네요.

sslmo 2020-10-06 17:36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 들러 가끔 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곤 합니다.
때론 머물러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때론 어둡거나 감성적인 글을 만날때면...그렇게 침잠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고,
내가 아직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
귀하게 여긴달까요.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손내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__)

2020-09-30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20-10-06 17:39   좋아요 1 | URL
어느 대목에서 눈물이 났을지 짐작은 하지만,
그냥 무심한듯 지나가기로 하고..., ㅋ~.

임계장 이야기, 저 참 재밌게 읽었어요.
님도 읽어보셔요~^^

2020-10-08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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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적조했다.

이곳에 비밀댓글로, 또는 DM으로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뭐라고 리플라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책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기록할만한 또는 읽힐만한 글들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각이 글로 정형화되지 않아서였다.

글쓰는 법을 까먹었다고 해야 할까.

 

며칠전에 이 책이 새로 나왔음을 알게 됐고,

읽으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리뷰를 쓸 순 없더라도,

몇 자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라는 책도 좋았는데,

이 책 역시 완전 좋다.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르게 유머 코드를 장착한다는 점에선 좀 아쉬웠지만,

인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호기심과 재미를 갖게 됐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솔직히 나는 인문학 서적이나 고전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숙제하듯 읽기는 하는데,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간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감상이 필요한 책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감상을 얘기하면 될텐데,

인문학 책이나 고전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얘기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엇보다 팔리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믿었고 그 지론을 잘 실천했으며 실제로 잘 팔렸다.(147쪽)

 

내가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겹쳐지는 부분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올리는 글은 읽지 않고,

다만 안부를 확인하고 안녕을 점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알라디너들은 글을 읽을 준비는 되어있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조차 읽지 않는 글이라면,

내 글은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암튼,

이 책은 그렇게 어렵게 인문학 책이나 고전을 읽지 않아도,

쉽고 재밌게 인문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주특기인 삶과 버무려낸 유머가 좀 아쉬운 감이 있었고,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고 어떻게 사고를 펼쳐나갔는지를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덤이라면, 인문학 책 여러권을 읽지도 않고 읽은 척 거들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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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0 19:32   좋아요 3 | URL
첫문장 적조가 격조 오타인 줄 알았는데요, 네이버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적조와 격조는
의미가 거의 같은 말입니다..
이것 외에도 소조하다, 구조하다, 구활하다등도 있습니다..

서로 연락이 끊겨 오랫동안 소식이 막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통하지 못하다
오랫동안 서로 소식이 막히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 - - - - -
잘 지내셨죠? 그동안 뜸하셨습니다. ^^

2020-08-10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0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20-08-11 09:00   좋아요 0 | URL
ㅎ,ㅎ...‘한동안 뜸했다‘는 말을 페이퍼마다 올린터라,
식상할 듯 하여 심사숙고하여 고른 단어인데,
님께 혼란을 드렸군요.
적조하다-오랫동안 서로 소식을 주고 받지 못하다.
격조하다-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통하지 못하다.
격조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추가된 듯 느껴져서 말예요.
이곳에 글을 남기진 않았지만,
자주 들락거려(?)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덜했나 봐요.^^

암튼, 코로나와 큰 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__)

sslmo 2020-08-11 09:02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참, 요 위 비 댓은 님과 저만 볼 수 있어서,
당사자분께 복사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서니데이 2020-08-10 22:13   좋아요 1 | URL
이 책 제목에 집콕이라는 단어가 올해 여름에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한동안 새글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짧은 인사도 남기고 갑니다.
비가 자주 많이 오고 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sslmo 2020-08-11 09:0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전 ‘잘‘은 아니고 좀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 혼자 추스리고 살기도 버거운데,
친정에 좀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말예요.

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큰비에 침잠하지는 말자구요, 몸도, 마음도~^^

북극곰 2020-09-03 16:3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자주 들어오지 않으니 즐찾서재의 새 글에서 자꾸 밀려서 글이 안 올라온 건가해서
들어올 때마다 서재 찾기로 검색해서 들어와서 확인합니다.
8월의 흔적이지마는 발견하고 반가워합니다.

나무꾼 님이 완전 좋다하면, 자꾸만 따라 읽게 됩니다.

여러모로 시절도 편치 않은데 집안 일까지 신경 쓸 게 있으시다니...
지금쯤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길 바라봅니다.

건강하셔요.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니고,

장르소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었다.

마이클 코넬리, 마이클 로보텀, 요네스뵈, 찬호께이, 더글라스 케네디 등 한두 권만 읽은 것이 아니고,

줄줄이 전작을 찾아 읽느라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직도 찾아보면 작가들의 못 읽은 책 몇 권이 남아있을 터, 연장선을 넘나들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수비의 기술'이란 두 권짜리 책에 필이 꽂혔다.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른다던가,

동성애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가 아니라면 약간 거북할 수도 있지만,

(결국엔 동성애 코드는...인간에, 인간의 영혼에 대한, 존경과 헌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은 영혼이 아름다워 지는 소설을 만났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나도 이런 사람을 한명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이 한번은 말했지요. 영혼이란 사람이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과 실수, 학습과 사랑을 통해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 일, 영혼을 만드는 일을 최고의 헌신으로 해내셨어요. 당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그것이, 당신의 죽음이 우리에게 그토록 힘겨운 이유예요. 평생 걸려 만들어진 당신 같은 영혼이 존재하기를 멈추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예요. 당신과 이곳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니, 우주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요.(수비의 기술, 2권 418~419쪽)

 

 

 

 

 

 [세트] 수비의 기술 - 전2권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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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4-20 19:03   좋아요 2 | URL
양철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요 네스뵈는 몇 권 쌓아놓고 여유 있을 때,
몰아서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 놈의 여유라는 놈이 통 찾아오질 않는 군요.

이젠 여유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틈틈히 읽어야겠어요.

야구도 제법 잘 알고, 동성애에 대해서도 오픈 마인드라 생각해서,
이 책을 찜 해보려고 했으나, 제가 구매할 수 없는 책이네요.
출판사가 전씨 일가의 소유라.

한 번 맹세한 것 중에서 잘 지키는 것도 있고, 잘 못 지키는 것도 있고,
도중에 그 맹세를 취소하거나 바꿀 수도 있지만,
시공사 책은 절대 사지도 읽지도 않겠다는 오래전 맹세는 여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양철님.

sslmo 2020-04-21 09:25   좋아요 0 | URL
ㅎ,ㅎ...신념이란 때로 중요하지요.
저도 이 책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에 읽은게 그런 것도 연유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출판사,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책을 고르는 안목은 대단한 것 같아요.
우연히 읽게된 ‘수비의 기술‘도 그렇지만,
르귄도 이 출판사더군요.

장르소설이 다 그렇지만,
요네스뵈 헤리홀레시리즈는 더 더욱 ‘틈틈이‘가 안돼요.
한번 붙잡으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더군요~^^

2020-07-2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