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 지혜와 교양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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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서만담'의 저자 박균호 님의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나는 박균호 님의 유머러스함이랄까, 재치발랄함을 높이 사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런 유머코드로 무장했을 줄로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지만 유머러스하지는 않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책의 곳곳에 유머코드가 포진해 있어서 배꼽을 쥐게 하는 게 아니라,

탄탄한 필력을 장작하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고전을 바라보는 지혜를 제시하고 안내하기 때문이다.

 

일단 책표지부터 재미있다.

어린시절 종종 하고 놀았던 뱀사다리 게임의 형태를 취한다.

뱀사다리게임은 주사위를 굴려 가고 싶은 곳으로 고속도로를 탈 수도 있고, 뱀꼬리를 타고 추락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의 겉표지는 뱀꼬리처럼 추락하는 것은 없지만,

주사위를 굴려 37권의 고전 중 읽고 싶은 고전을 선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고전이지만)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신선하다.

책 날개 안쪽을 보면 '고전과 고전 읽기의 틀을 깨는 색다른 독서 가이드'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고전은 많았고, 많고, 많을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고전이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많은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정해진 방식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재미없다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남들이 떠받드는 책이라 해도 읽을 필요가 없다.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고전을 '아직' 찾지 못한 못한 것뿐이니까.

 

이 책에 나오는 37권 중 안 읽은 게 7권, 읽었으나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창시절 다이제스트로 읽은 것까지 합하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것은 나랑 똑 같았고,

난 역사서는 읽어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역사서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분석해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암튼 그동안 '독서만담'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내공의 근원을 짐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글을 써내려가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문장을 배치하는 기술도 멋지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생님이어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그의 내공이 축적된 결과물인것 같다.

조곤조곤, 찬찬히 써내려가면서도, 강조할 말은 마지막에 다시 한번 정리해주는 방식이 참 좋았다.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을 취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겠고,

이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이 책은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나처럼 독서에 관심은 있지만 고전 읽기는 등한시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아울러 무릇 고전은 '그런 것이다', 책읽기는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탈피하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지혜와 교양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그의 전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개(인)취(향)을 말하자면 가장 좋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그동안 박균호 님의 책들에 열광을 한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의 창의적인 책 읽기와 나의 독특한(?) 책읽기가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창의적'이라는 부분이 유머와 재미라는 것으로 발현된 것이고 그게 나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편을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하면서 이 글을 끝맺어야겠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야. 이 책을 읽은 어느 해외 독자가 찬 충고를 너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어.

"만약 네가 고통 속에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공포에 떨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행복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게 시간이 난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게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을 읽어라."(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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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8-12-11 23: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비평을 참 쓸데 없는 짓거리라고 생각을 했어요. 글 쓴 사람이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의도와 생각을 평론가들 머리속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비평이라고 믿었거든요. 양철나무님이 쓴 제 책 리뷰를 보니 그동안의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줌의 혈액으로 그 사람의 몸 전체를 분석 할 수 있듯이 한 편의 글로 작가의 내면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저는 학생부장이지만 조근조근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말이 그렇다보니 글로도 그렇게 표현이 되었나 봐요. 함박눈이 오네요. 산골학교의 관사 조그마한 방의 아랫목에서 누워있어요. 문득 일어서서 창밖을 보니까 여학생 몇 명이 눈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따뜻한 것이 좋은데 저 아이들은 눈장난을 치는게 즐거운가 봅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나서 양철나무꾼님의 따뜻한 글을 읽었습니다. 함박눈을 그저 아름답게만 볼 수 있는 여유가 양철나무꾼님에게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12-11 22:50   좋아요 0 | URL
요즘 읽게 되는 책들이 죽음이나 삶의 허망함 등 슬프고 우울한 정서의 것들이 많아서 요번 책도 유머 코드가 빵빵하게 탑재되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요번 책은 그간의 책들이랑은 좀 다른 의미로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음~, 그리고 한편의 글로 님의 내면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동안 님이 쓰신 책들을 모두 읽었고 님의 책 속에 등장하는 책들이 제가 읽은 책들이랑 제법 겹쳤고, 소개해 주신 안 읽은 책들은 찾아 읽는 등 노력을 좀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시키는 방법이 ‘부처님이 웃으니 가섭이 웃는다‘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저같은 범인은 조곤조곤 설명하는듯한 글쓰기가 차선인듯 합니다.
암튼 이렇게 따뜻한 댓글이라니 아랫목을 선물 받은 듯 황송할뿐입니다. 고맙습니다~^^

북극곰 2018-12-12 10:30   좋아요 1 | URL
두 분의 아름다운 댓글, 대댓글에 감동합니다. 저도 따뜻한 아랫목에 앉은듯 푸근해지네요. 저도 읽어 보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8-12-12 14:13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 저자 분이 직접 찾아 주셔서 따뜻한 댓글을 남겨 주신게 감사할 일이지,
제 덧글은 보잘 것 없지요.
저는 늘 엄청 감동을 받으면서도 마음을 전하는 일이 서툴러서요,
그 감동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북극곰 님께서 푸근함을 느끼셨다니 다행이예요.
저 책은 음~~~~,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2018-12-1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2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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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를 읽었다.

초반부를 읽을 때만해도 생각보다 덤덤할 줄 알았다.
가을볕에 바짝 말린 빨래처럼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처연해서 서글프긴 했지만 말이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이 책의 제목이 왜 '아침의 피아노가 됐는지를 알겠다.

서리 내린 초겨울 아침에,

살얼음이 얼듯 팽팽한 대기의 긴장을 '쩌억~'하고 가르며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의 느낌이었다.

한번 균열이 가기까지의 긴장감이 힘들지, 균열이 가고 나면 무너져 내리는건 한순간,

중후반에 이르면 '롤랑 바르트'니 프루스트', 바쇼의 하이쿠 등을 인용하는데,

나도 언젠가 한번쯤 봤던 책 속의 글들이 인용되는 데도,

왠지 슬픔이 속수무책 밀려드는거라 나중에는 '꺼이 꺼이' 목놓아 울어 버렸다.

조금만 슬픈 정조를 만나도 이때다 싶어 눈물을 흩날리느라 옮겨적지는 못했는데,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몸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지 말고 열어줄 것.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환자의 몸이 하는 얘기와 다르게 얘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허리가 원인인데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던지,

몸을 혹사시켜 몸은 좀 쉬라고 아우성인데,

버틸 수 있게 주사 한방만 놔달라고 하는 경우 등,

내 몸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식으로 함부로 대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자연이나 우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이나 우주의 기운을 내 몸이 잠깐 빌려쓰고 있는 것이다 싶으면...겸손해진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읽었지만, 그걸 번역하신 분이란걸 요번에 알게 되었다.

롤랑바르트의 《애도일기》

《애도일기》는 슬픔의 셀러브레이션이다. 이 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명확하다. 그건 무력한 상실감과 우울의 고통이 아니다. 그건 사랑을 잃고 '비로소 나는 귀중한 주체가 되었다'는 사랑과 존재의 역설이다.(186쪽)

 

'애도일기'의 내용이 정확히 어땠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읽을 그 당시에도 그랬고,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과 중간에서 짬뽕이 되어 그랬을텐데) 사랑의 대상을 '애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애도'의 대상이 그의 어머니였단다.

그가 '애도일기'를 썼을 때가 예순 몇 살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애도의 대상이 애인이든 어머니든 애도의 정도가 희석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초의선사는 추사가 죽고 두 해 뒤에 망자의 묘 앞에서 말했다고 한다. "꽃이 고우면 비가 내리는 법이구려."(192쪽)

이런 구절도 좋았지만,

 

수원 봉녕사에 다녀왔다. 25년 전 아우가 사십구재를 마치고 이승을 떠난 곳. 그때 나는 독경 소리를 뒤로 들으며 대웅전을 나왔었다. 마당에 가득하던 초여름 햇살 저편 수돗가에서 젊은 팔을 걷고 흰 무우를 씻는 비구니들의 웃음소리가 햇살처럼 청명했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우를 보냈던가 붙들었던가. 모르겠다. 다만 세상과 삶의 부조리만이 깊이 가슴에 각인되었을 뿐. 그때 아우는 떠나는 자였고 나는 보내는 자였다. 그사이 세월이 제자리로 돌아온 걸까. 지금은 내가 떠나야 하는 자리에 선 걸까. 오늘 나는 여기에 왜 다시 왔을까. 그를 만나기 위해서일까. 나를 만나기 위해서일까. 오후에 날이 흐리더니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193쪽)

이 구절에선 얼마전 나도 사십구재를 경험한지라 오래 머물렀다.

나는 사십구재 때 보냈는가, 붙들었는가.

붙잡고 싶었지만 보냈던 것 같다.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했었다.

 

늙은 제주 해녀들. 리포터가 묻는다. "물에 올라오면 그렇게 허리가 아픈데 어떻게 바다 일을 하시나요?" 늙은 해녀가 말한다. "물질을 사람 힘으로 하는가. 물 힘으로 하는거지 ㆍㆍㆍㆍㆍㆍ" 위기란 무엇일까. 그건 힘이 소진된 상태가 아니다. 그건 힘이 농축된 또 하나의 상태이다. 위기가 찬스로 반전되는 건 이 힘들의 발굴과 그것의 소용이다. 나는 아직 그걸 모르고 있는 걸까.(216쪽)

이 구절을 읽고 그런 생각을 굳혔다.

물질만 사람의 힘이 아니라 물의 힘으로 하는게 아니라,

사람이 나고 살아가고 죽는 일, 어느 하나든지, 사람의 힘이 아니라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참 미미하게만 느껴지고,

거대한 자연에, 내지는 광활한 우주에 순응하게 된달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살면서 안달할 일도 아니고, 아둥바둥 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 벤치. 휠체어에 앉은 노파 앞에서 반백의 남자가 취한 목소리로 중얼댄다. "어머니 내가 너무 피곤해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ㆍㆍㆍㆍㆍㆍ"그의 들썩이는 뒤통수를 말없이 쓰다듬는 휠체어의 노파.(220쪽)

 

이 구절을 읽으며 처음엔 이런 말을 들을 기회를 주지않고 가버린 아들에게 감사했다.

아들이 사는게 힘들다 한다면 무너져 내리지않는 마음이 어디 있으랴.

그러다가 이내 들썩이는 뒤통수를 본일이 없는 것 같아,

말없이 쓰다듬어 준적이 없는 것 같아,

앞으로도 뒤통수를 쓰다듬어 줄 일 따윈 없을 것 같아 눈물이 났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게 좀 센치해지려 하는데, 분위기를 바꾸어...

이 책의 추천 코멘트를 이렇게 적고 싶다.

언젠가 한번은 죽을 사람들 모두가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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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2-0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십구재도 마치셨군요.
늦었지만 저도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도드릴께요.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는 코끝이 시큰해지는데 감히 제가 뭐라고 말씀을 덧붙이겠어요.
책으로 마음을 다잡으시려는구나 짐작만 할 뿐이지요.
마지막 줄에, 언젠가 한번은 죽을 사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숙연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8-12-04 15:14   좋아요 0 | URL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영 님의 ‘아침의 피아노‘는 책의 내용이나 의미만으로도 좋았는데,
제 경험이랑 중첩되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책으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은 하는데...쉽지는 않네요.
다만 어디 한군데 감정이입하고 몰입하지는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어요.

그동안 천국이라던가 하는 걸 믿지는 않았는데,
지금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 죽게 되면 아들이 있는 그곳으로 가고싶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행동이 좀 착하고 순해지긴 합니다.

책읽는나무 2018-12-0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일까?싶었는데....결국 지났고,
잘 보내주고 오셨군요.
저는 엄마를 보내드리고,‘애도일기‘를 한참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읽을 적엔 힘들었는데..읽고 나니 희한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같아요.그후로 죽음에 관한 책들을 처음엔 꺼려 했지만, 읽으면서 눈물 찍고 나면, 어느새 좀 치유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참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분야이긴 합니다만...

암튼 모든 글들이 나무꾼님께 위로가 되길 바랄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12-05 12:27   좋아요 0 | URL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실감은 잘 안나지만 보내주게 되더군요.
‘애도 일기‘를 예전에 읽기는 했었는데 그때 읽은 기억 따윈 없고,
요즘 죽음이 언급되는 책들을 이상하게 읽게 되는데,
어떤걸 읽으며 눈물 흘리고,
어떤 건 서글프지만 위로 받고 그러고 있습니다.

요즘 선물받아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중 김관홍 잠수사 꼭지는 정말 읽기 힘들더군요~--;

님들 덕분에 위로받는 나날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12-0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7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8-12-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지 말고 열어줄 것.
이 말이 제게도 와서 박히네요.
나무꾸님, 늘 마음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12-11 22:52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이 보내주시는 마음, 따뜻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2-07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감사할 일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산문집 몇권을 읽었는데, 그게 좋아서,

소설도 그 연장선 상이겠지 생각하고 읽었다.

한창훈이니까 쓸 수 있는, 한창훈의 느낌이 배어있는 소설이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이긴 하지만,

내용도 그렇다고는 못 하겠다.

약간 신파조로 흐르나 싶었는데, 순애보적인 사랑이 등장하는,

그렇다고 달달한 구석은 1도 없는(?) 그런 책이었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잃거나 먼저 보내버린 사람이 읽으면 공감하고 같이 슬퍼할 수 있는,

숨어있기 좋은 방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한창훈의 글들을 읽으며 느낀 것은,

'홍합'은 읽었으나 기억이 없고, 다른 것들은 읽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는고로,

그의 소설에 대해 이렇다 얘기할 것은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나오고 '생아저씨'가 나와도 현실의 일처럼 그럴 듯하게 여겨진다.

밤낚시란 지루한 행위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운 별들과 별빛을 반사하며 출렁이는 바다, 허공을 지나가는 등대 불빛이 아른답다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날마다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35쪽)

나는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엔 격하게 반대를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있어야 할게 제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뭐~(,.)

 

책을 읽다가 놀라운 발견- 문학동네 책에서 오타를 발견할 줄이야, ㅋㅋ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였던 부분은 다음이었다.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집사람이 아니라 체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익숙한 체온.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며 속고 사는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104쪽)

 

아이는 게속 침묵했다. 또다시 자신의 별을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집으로 갈 수 없는 나그네는 처량맞은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나도 얼마나 오랫동안 집을 그리워했던가. 침묵을 못 견디는 쪽은 나였다.

"우리 지구에서는."

목이 잠긴 탓에 가벼운 기침을 두어 번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데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아름다운 별이 된다고 해. 그래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표현하지."

"ㆍㆍㆍㆍㆍㆍ"(121쪽)

이런 구절은 요즘 나의 현실과 맞물려 위로가 되었다.

위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다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느낌이었다면,

아플때일수록 꼿꼿하게 나를 다잡아 세우라는 정반대 느낌의 책도 있었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중간에 겹쳐 읽었던 '아침의 피아노'였다.

한창훈의 소설은 감정 이입하며 읽다보면 흠뻑 빠져 들어 힘들었다면,

'아침의 피아노'는 아주 짧은 것이 감정이라곤 들어 있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데,

때론 그 담담함에 목이 매여와서,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다.

 

아주 오랫동안 꼬장꼬장하게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정갈한 가르침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 주문하여 대기중인 책으로

상검루수필, 블레이크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우리가 추락하는 이유가 있는데,

 

 삼검루수필
 백검당주.양우생.김용 지음, 이승수 외 옮김 /

 태학사 / 2018년 4월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김영미 옮김 /

 창비 / 2010년 8월

 

 

 

 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이런 주문했던 책들을 쟁이자마자 박균호 님의 새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주문을 넣어놨는데, 12월4일 수령예상이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 /

 2018년 12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 또한 재치 발랄하다.

그의 글쓰기를 일컬어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글쓰기'라고 한다는데,

그의 전작들을 읽은 나로서는 요번 작품도 기대된다.

 

추천 글을 보면 박상률 님이,

나무가 뿌리박혀 있는 땅속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지하수는 땅속으로만 흐르기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자라게 한다. 책도 그런 것 아닐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자라게 하는……. 그게 고전이다.

라고 하셨다는데,

내게도 '고전' 이란 그런 것 같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의 부제를 내 맘대로 패러디해보자면,

'읽고는 싶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지 않고, 시간은 널널한데 다 읽기는 싫은 청장년을 위한' 정도가 되겠다.

이쯤 되면 책이 손에 닿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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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2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다가, 는 문맥상으로는 이따가,가 맞는 것 같은데,
갑자기 저도 자신이 없어지네요. ;;

양철나무꾼 2018-11-30 10:16   좋아요 1 | URL
‘이따가‘가 맞는데,
바로 그 밑에 있다, 없다 할때의 그 ‘있다‘가 등장해서 그렇게 느껴질 거예요.
서니데이 님이 엄살을 부리시니,
저도 갑자기~--;

북극곰 2018-11-30 13:11   좋아요 2 | URL
국립국어원에서,

‘있다가’와 ‘이따가’는 모두 쓸 수 있는데, 그 뜻과 쓰임이 다릅니다. ‘이따가‘는 ‘조금 지난 뒤에‘의 뜻을 가진 부사로, ˝이따가 단둘이 있을 때 얘기하자.˝와 같이 쓰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연결 어미 ‘-다가‘가 붙은 활용형으로, ˝집에 있다가 심심해서 밖으로 나왔다.˝와 같이 쓰입니다.

라고 하니, 여기서는 ‘있다가‘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
그나저나 열심히 읽고 올려주시는 나무꾼님 감사해요! 그냥, 감사해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3:46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 댓글을 확인하니 정확하게 ‘이따가‘가 맞는군요. 머물다는 느낌의 ‘있다가‘가 아니라 ‘조금 지난 뒤에‘라는 내용이 맞거든요.
북극곰 님, 바쁘실텐데 챙겨 읽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8-11-30 14:14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도, 저 사진 밑의 ‘있다는...‘문구와 연관하여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저 내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목 뒤의 어떤 표식 같은게 있는데 그게 보이다가 보이지 않다가...하는 상황입니다.
안 보인다고 했더니,
조금 이따가 볼 수 있을거라고 하고,
그러자 그 표식이 있다는게 느껴지기는 하는 거냐고 묻는 부분입니다.
에혀, 땀나라~;;;

2018-11-2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창훈님 산문만 읽었던것 같아요. 소설은 한 권도 읽지 않은 듯하고, 제일 유명하다는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도 아직이네요.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아침의 피아노>인데 쉽게 손에 잡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ㅋ을, 저는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ㅋ~을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0: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자산어보‘세트 땜에 한창훈 님의 팬이 되어버렸죠.
근데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닌 듯, 몇 권 읽엇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아침의 피아노‘는 생각보다는 덤덤하던걸요.
가을볕에 바짝 말린 빨래처럼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처연해서 서글프긴 하더이다, ㅋ~.
이 ‘ㅋ‘ 말씀이시군요.
정확히는 이‘ㅋ~.‘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한동안 글을 쓰면서도 이모티콘이나 ‘ㅋ~.‘따위를 자제하고 살았더군요.
앞으로 남발은 아니더라도 넉넉하게 쓰고 살고싶습니다.
단발머리님이 좋아하시는 ‘ㅋ~.‘도요~^^
고맙습니다.

2018-12-0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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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소설들은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한다.

이 책 또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너무 잔혹하고 참혹하여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그런 것들을 상충시키고 감안하고 읽어도,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만큼 리얼하게 잘 쓴 소설이라는 얘기도 되겠지만,

반대로 구태여 이렇게 잔혹하고 끔찍한 소설을 읽어야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한 살이던 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톰아저씨와 함께 사슴 사냥을 떠났고,

그곳에서 밀렵꾼을 발견하게 되고 라이플 총을 겨누어 살인을 하게 된 후의 파장을 그려내고 있다.

책에서의 어린 주인공은,

ㆍㆍㆍㆍㆍㆍ그래. 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입도 다물고, 마음도 꽁꽁 닫았다. 햇빛을 받은 머리카락이 술 장식 같아 보였다. 지금도 그때 힘들었던 마음의 무게를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겨우 열한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였다. 아이는 부모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세상 모든 것을 부모를 통해 빨아들이는 것이다. 나머지 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105쪽)

이라고 그때를 되뇌는데,

여러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내가 여기에 관해서 명확한 가치관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이런 책을 읽으며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갈밭에 무릎을 꿇고 먼저 물냄새를 맡았다. 강 상류에 뭐가 죽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물맛은 차고 청량하고 무거웠다. 물은 차가울수록 무거워진다. 돌바닥에 바짝 엎드려, 수은처럼 지구의 중심을 향해 낮게 흐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뱃속에도 하강인력이 생겼다. 나는 바틀릿 온천수와 레몬의 맛을 씻어내렸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석이다. 나는 그렇다고 믿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끌어당긴다. 의미 없는 행동은 없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지막 하나의 발걸음으로 이끈다. 처음 기억이 생긴 그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14쪽)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열한 살의 나는 밀렵꾼을 살해하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사건이 벌어진 후 무엇을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를 나에게 알아듣게끔 설명하지 않은채,

어른들끼리 나의 거취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나의 가족, 주변 어른들의 문제이다.

아이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일이 벌어진 후에서야 어른들의 시선과 도덕적인 잣대를 드리워 버리는 건 잘못이다.

 

열한 살이라는 나이는 스스로 가치 판단을 하거나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게다가 왜인지는 설명되지 않지만,

톰아저씨는 내 어머니의 부재를 암시하고 있고,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가족의 따뜻함이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배우지 못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또 한가지는 어떤 행동을 했으면 그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어린 아들을 사냥에 몇 번 데리고 다니고,

그 사냥에 대해 어떤 가치관도 서지 않은 아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인간이 우월하다는 인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사냥이 전쟁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들짐승, 산짐승에게 총을 겨누는건 괜찮고,

사람에게 총을 겨누는건 왜 안되는 아이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해주는 누군가가 없었다.

겪어보고 깨닫기엔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한다.

 

이 책에선 살인을 사냥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사냥을 정당화하게 되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낚시는 어떻게 얘기할 수 있으며,

곤충들을 해충이라며 죽이는 것이나,

길위의 꽃이나 식물들을 발로 밟는 행위 따위, 로까지 얘기를 확장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의 존재나 근원에 대해서, 나아가 삶과 죽음, 선과 악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의 글들은 아포리즘 같다.

성찰을 하게 만든다.

 

불꽃의 가장자리는 절대 깨지거나 찢기지 않는다. 불꽃은 어떤 모양이든 취할 수 있으나 변화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모든 가장자리는 결국 둥글어지고, 마지막 순간 불꽃을 완성하고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파장을 잉태한다. 막연한 미스터리에서 어떤 당연한 결과를 찾아내고 가장의 얼굴과 맞닥뜨리는 것은 오직 물과 불 속에서뿐이다. 하지만 불이 보다 직접적이다. 불 속이라면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불은 우리 최초의 신이다.(70쪽)

 

이렇게 공기의 바다 밑바닥에 누워 거기에만 매달려 있으니 그 굳건함에 마음이 놓였다. 별들은 아련하고 너무 멀어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각각 하나하나가 아니라 수십억의 별들이 모여야 빛의 흔적을 만들 수 있다. 할아버지의 기원도 다르지 않다. 닿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곳. 그곳은 죽은 사내의 근원이자 동시에 나자신의 근원이다. 의미가 완전히 제거된 곳.(81쪽)

 

이 소설은 '자살의 전설'때도 그랬지만,

자전적이라고 해야할까,

개연성이 떨어지는 얘기를 하는데도 동떨어진 얘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

깊이 빠져들어 성찰을 하게 만든다.

 

암울했던 개인사가 삶의 최고의 선물이 된 기적을 경험한 데이비드 밴은 글쓰기가 주는 구원의 힘을 믿는 작가란다.

나는 글쓰기가 주는 구원의 힘은 모르겠고,

독서가 주는 위로의 힘은 알겠다.

 

좀 우울하고 암울하지만, 그 속으로 침잠하는게 두렵지만은 않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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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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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9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9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11-2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살의 전설의 그 작가 작품이군요. 번역도 같은 분이 하셨네요.
암울했던 개인사가 삶의 최고의 선물이 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었을까요. 기적을 경험했다고 할만 하겠지요.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것. 아프지만 그것이 또 문학의 기능이 아닐까 주제 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양철나무꾼 2018-11-29 16:58   좋아요 0 | URL
hnine님~,
예전엔 경험이 가장 선물이다 라고 쉽게 말하곤 했는데...
어떤 경험들은 선물이나, 축복이라고 하더라도 살면서 하고싶지 않은 것들도 있더군요.
그 암울했던 경험이 선물이 되기까지 당사자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겪었을까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고기를 잡아줄것이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처럼,
삶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키워주는 방향을 제시했었는지...자문도 해보는 요즘입니다.
주제 넘은 생각이라뇨, 가당치 않습니다.
문학의 기능이 곧 삶의 기능이 아니겠습니까.
삶에 기능 따위가 존재하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서도...

북프리쿠키 2018-11-2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네요
자주 오셔서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양철나무꾼 2018-11-29 17:00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 님,
오래간만의 댓글 반갑습니다.

저도 자주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님의 좋은 글들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대청소 중이다.

청소라고는 하지만,

더럽고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이 한다는 의미보다는,

정리하고 버린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물에 물성을 부여하고 감정 이입을 해서,

버림 받는 것처럼 여겨질까봐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도 마음 굳게 먹고 제법 잘 정리하고 있다.

다른 건 다 그럭저럭 하겠는데, 책이 낭패다.

책을 하나 둘 정리하다가 정민 님의 이 책을 발견했다.

 [eBook]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3월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2월

 

정민 님의 책을 제법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만큼 좋았던 책이 없다.

여러 번 들춰본 책이어서 상념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골랐는데,

구절 구절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들 곁으로 내달린다.

 

이 책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한문학자'이신 정민 님의 글이라기 보다는,

정민 님의 삶과 사유가 배어있는 일기 글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선현들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언급도 좋았다.

예전에 읽을때는 스승님의 옥편을 다리미로 다려가며 간수한다는 구절에 집중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선현들의 옛글에 자신의 삶을 포개놓은 정민 님이 고스란히 읽혀서 이 또한 배울 점이지 싶다.

책의 초반부터 곳곳에서 상념이 널을 뛰었는데,

'마음을 헹구는 일'이란 꼭지에서 이윤영의 문집에 평생 벗이었던 이인상이 지은 제문에서 '와르르' 눈물이 났다.

"오호라.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

첫 줄에 그만 나도 눈물이 글썽해진다. 제문은 계속 이어진다. "그대의 덕은 본받을 만했으니, 빈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세상이 날 어리석다 미워해도, 그대는 사귐을 더욱 도타이 하며, 덕은 외롭지 않은 법이라 했었지. 아아! 지난 30년간, 속마음엔 슬픔이 가득했었네. 책 읽는 즐거움은 때로 책을 덮음만 못 했었지." 가슴속 깊은 슬픔을 나누던 벗을 잃은 상실감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진다.(27쪽)

 

내가 '와르르' 눈물을 흘린 것은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라는 구절에서 였다.

예전 같으면 그저 눈으로, 머리로 읽었을 구절인데,

그 마음이 내게 충분히 전해져 어쩌지 못하였다.

 

그동안 세상 참 많은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는 듯 공감을 표하려 했었다.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아닌데, 그 또는 그녀가 겪은 슬픔이나 아픔을 어쭙잖게 위로한답시고 공감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이젠 그런 말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말인지를 알겠다.

섣불리 판달할 것도 아니고, 쉽사리 내뱉을 수 있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슬픔이나 절망에 빠져 있을때는,

그런 위로의 손길이나 공감의 표현이 정말 큰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내가 날마다 따뜻함을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내게 왜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왜...라는 생각으로 괴로웠는데,

더 무릎을 꿇고 마음을 낮추라는 가르침으로 받아 들이려 한다.

 

어떤 아픔은 묻어둘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따위의 말들로 위로하는 수밖에 없음을 알겠다.

한시도 잊혀지진 않는다.

잊혀질 수는 없다.

매 순간 순간 숨쉬는 숨결마다 같이 한다.

내딛는 걸음 걸음, 밥을 먹는 밥공기에도, 자려고 누운 베갯머리에도, 함께 한다.

하지만 무심한듯 일상을 산다.

육신과 혼백은 내곁을 떠났을지라도 마음만은 여기 나와 늘 함께 함을 알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직업이지만,
아들을 향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자책에,
삶이 참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들이 엄마의 직업을,
이곳에 독서기록을 올리는 엄마를, 참 자랑스러워 했었던 기억에 손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러 분들이 위로해주시고 선물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거절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거절을 했는데,

*****님은 블로그 댓글도 막아놓으시고,

방명록은 확인을 안 하시는 듯 하고,

개인 연락처도 없고,

심지어 선물 수락 메시지까지도 전할 수 없었어서 이곳에 감사의 마음을 남긴다.

 

 

 

 일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 도감
 마스다 유키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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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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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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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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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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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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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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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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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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