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그의 일이 되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녀의 선배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그게 바로 상갓집 예절과 관련해서였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얘기할 수도 있지만, 20여년전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는 실로 충격이었다.
그녀와 연관된, 그러나 그녀의 선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가에 조문을 갈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상갓집 예절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동행을 요청했고, 그녀의 선배는 선뜻 응했다.

낯선 조문과 응대 예절에 한참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옆의 선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게 아닌가?
나중에는 '꺼이꺼이' 소리내어 흐느끼기까지 한다.

 

조의금을 내고 자리로 안내되고 시뻘건 육개장이 나오자,
이 남자 뻘개진 눈가를 훔치며 언제 울었나 싶은 표정으로 육개장 한그릇을 말끔히 비운다.

'맛있다'는 말만 못했다 뿐이지 한그릇을 더 먹겠다는 눈치다.

 

"아는 사람이었어? 아까 왜 그렇게 울었어?"
"아니...얼마전 이 병원에서 OOO라고 먼 사돈의 팔촌이 돌아가셨는데,
 셤 기간이고 게다가 부주금 낼 돈도 없고 그래서 못 와봤거든.
 계속 찝찝함으로 남아 있었는데...오늘 기회가 얼마나 좋냐? 마음에 맺힌 응어리도 풀고 육개장으로 속도 풀고..."

이렇게 시작된 그녀 선배의 상갓집 예절은, 아니 상갓집 기행(奇行)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후로 20여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조문을 못 갔다고 하여 소급 조문을 가는 것은 아니고...이 남자, 울고 싶으면 상갓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선배의 그녀는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면서 마음의 간난신고가 있었다.

 

김근태 님의 부음도 그랬지만,

김근태 님의 부음을 듣기 바로 전...

연말 동기 모임을 나갔다가 몇몇 동기로부터 매정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눈물을 눌러삼키며 선약이 있다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덕분에 다른 모임에서 고주망태가 되어버렸었다.

그녀가 동기들로부터 매정하다는 소리를 들은 것은...성근 대나무, '성근대'라는 별명의 그 녀석 때문이었다.

 

A대를 다니다가 B대로 편입을 하고 그녀는 한동안 힘들었었다.
가뜩이나 소심하고 말이 없는데다가, 편입생이라 낯설었지만,
전공 상 각자 개인 플레이가 가능했었고, 공부할 분량도 엄청나서 자신 이외의 누구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를 챙겨 줄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때 성근 대나무, 그 녀석이 그녀 곁에서, 그녀의 그림자처럼...그녀를 챙겼었다.
그녀의 또 다른 곁에는 먼저 다니던 A학교에서 만난, 만난지 2년된 선배가 있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여 2년 먼저 만난 선배와 결혼했다.

암튼 녀석은 그후 좀 변했다.
아니 몰라보게 변했다.

수지에서 제법 크게 벌였었고,
있는 동네에서는 럭셔리하게 가야한다고 하면서 죄다 리스를 끌어다 쓰는 모험을 했었다.
가난하기로치면 그녀의 선배는 종갓집 장손에 더 안좋은 조건만을 가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늘 자기가 안되는 이유가 가난이냐는 신파같은 멘트를 날렸었다.

그녀가 그 녀석을 선택하지 않은 게, 성근 대나무 같은 앞머리 때문이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실력과 경험을 쌓을 생각을 안하고,
일부러 나이 들어보여야 한다고 수염도 안 깎고,

외모와 보이는 것만으로 승부하는가 싶더니,
얼마 전엔 피부과 영역까지 욕심을 부리고 고가의 장비를 무리하게 구입했었다.

자기가 무슨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IPL까지 건드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걸로 인해서 계속 분쟁이 끊이지 않고,
스트레스 받고,

그걸로 인해서 Cerebral infarction이 와서 드러누워 버렸다.

 

한때 아무리 그녀와 친했다 한들,

다시 재기를 꿈꾸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그의 앞날이 안됐고,

아직 결혼도 안하고 독신으로 누워있는 그가 안쓰럽다 한들,
결혼을 하여 한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그녀가 맘 편하게 병문안을 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김근태님의 조문을 갔다가 먼발치에서 훔쳐보고 와서는 내내 마음만 아파하고 있었다.

 

근데,
그녀의 선배, 지금의 남편이 지난 저녁 OO병원으로 그녀를 불러냈다.
병원으로 불러내는건 간혹 있었던 일이라, 또 상갓집 기행을 하려나 보다 하였다.

어쩜,그녀가 먼저 성근대나무의 얘기를 꺼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녀의 선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병원은 그녀의 직장에서 가까운...양, 한방 협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었다.

 

 

 

 여보 고마워 
 고혜정 지음 /

 공감 /

 2011년 12월

 

 

 

 

이 책은 예전에 한번 (2006년 8월) 나왔었단다.
탈고를 하고, 가족여행도 다니고, 잠시잠깐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9월엔가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다가 남편의 위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수술, 2008년 1월 다시 재발을 거쳐 2008년 7월 남편을 떠나보낸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건 이 책에 나오는 남편이 내 남편이랑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무슨 남자가 표현할 줄도 모르고, 무슨 말을 해도 꿀 먹은 벙어리니 도대체 대화가 되어야 말이지. 상의하려고 얘기를 꺼내면 "당신이 알아서 해."가 끝이고 한참을 얘기하고 의견을 물으면 피식 웃고마는게 다고. 무슨 말 좀 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는데 답답하고 속터지는 심정을 누가 알리요.

ㆍㆍㆍㆍㆍㆍ
연애 때는 제일 장점이고 제일 매력이었던 부분인데 결혼하고 나니 말수 없는 게 남편의 가장 큰 단점이 되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10쪽)

 

책 속에 '다시 태어나면'이란 글이 있는데...

어디선가도 읽었었고, 많이 듣기도 했었는데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 알게 됐던
한 PD가 있었단다.

성격도 좋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었인데다가...

부인은 대학교수였는데, 가끔 TV에도 나오는, 꽤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이 PD가 술만 마셨다하면 후배들에게
아내가 너무 똑똑하고 잘난 탓에 숨쉬기 힘들정도로 조여와 살수가 없다고 푸념을 했단다.
결혼 안한 후배들에게 ...

잘난여자 똑똑한 여자 얻지 말고,좀 배운게 없고 어리숙해도 고분고분한 여자 만나라고 조언을 하고 다녔단다.

이혼을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고, 대화도 없이 각방생활을 하면서

밖이나 남들 앞에서만 깍듯이 남편을 위하는척 연기하는 이중인격 아내라고 몰아세웠었단다.

몇년후, 아내가 암에 걸려 투병중이고 이 PD가 직장을 휴직하고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고있다는 소식을 접했단다.

또 몇년 지나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죽은사람만 불쌍하고 그렇게나 결별을 원했기에 PD한테는 외려 잘된일 아닌가 싶었는데,
재혼 안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다른 얘기를 하더란다.
 "우리 와이프, 나 때문에 죽었잖아. 나 벌받은 거야. 와이프 나때문에 속 썩어 그런병 걸려 죽게 해놓고,

  나는 딴여자 만나서 살라고? 나도 기본적인 양심이 있지..."

 "두사람 별로 사이좋지 않았잖아요?"

 "응. 근데 죽고나서 생각해보니가 내 잘못이 99%야. 그 사람 많이 속상했을거야. 그 사람이랑 살면서 매일매일 이혼을 꿈꾸었 고,  단 하루도 행복했던적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쩌면 그 사람은 더 했을지도 몰라. 이제 내 잘못 다 알겠고 잘해주고 싶은데 그 대상이 죽고 없네. 이래서 사람들이 있을 때 잘 하라고 하나 봐..."

 

아내가 뭐라고 말 좀 하면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라."무시하고. 설령 그런 전근대적인 사람이 아니고 아내를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남편이라고 해도 아내가 뭐라고 잔소리라도 좀 할라치면 숨 막혀죽겠다고 짜증이다.
그런데 그 숨 막히는 건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산소를 호흡기 끼고 띵기리딩딩 노래 부르고 춤추며 사는 줄 아나? 부부란 한 방의 공기를 나눠 마시는 사이기에 같이 숨막히는 건 당연한 거다.

 

끝으로 갈수록 최루성이 짙어져 눈물 바람이라, 옮길 수가 없다.
다만 '여보, 고마워'소리가 필요한 분들께, 또는 말로는 할 수 없어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1분쯤 지났을때, 보컬의 손뼉 박자와 함께 들려오는 그 부분에서 my heart도 suddenly live하는 feel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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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ta - Thank you


 

In a language learned when no-one was listening
I try my best to tell you how I feel
somehow I am sure and this I believe in
this is real

from my heart I sing to you and I‘m hoping
that you‘ll understand what I‘m trying to say
you found a place inside of me and I‘m grateful
for each day

a broken wing can not stop me from flying
I leave no footprints when you‘re around
know yourself, you said, and you made me so proud of
what I‘ve found

oh my god, I‘m losing it
I‘m finally going out of it
my senses tingle, I can hardly breathe
I feel my heart, I’m suddenly alive

thank you
thank you for the world, the world, the world
thank you for the life you’re making me see
inside of me

the book is open now and the pen keeps on writing
the story of my life; it starts right here
now I reach the stars, can grab them and hold them
with no fear

I am captivated, completely spellbound
I have found my match
and the black bird has flown away
the black bird has left me for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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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7 07:02   좋아요 0 | URL
살아서 곁에 함께 있을 때에
고마운 줄을 느끼면서
좋은 나날 누리면
다들 아름다우리라 믿어요..

양철나무꾼 2012-01-11 09:52   좋아요 0 | URL
참 이상하죠~
곁에 있을때...고마운 줄 느.끼.고.
고마움을 표.현.하.고...살아야 할텐데 말이죠~

그러면서 살기에도 참 짧은데 말이죠~^^

알케 2012-01-07 08:18   좋아요 0 | URL
뜨끔...! 지난 밤 술에 쩔어서 늦게 귀가했다가 아내에게 작살난 1인 -.-;;

양철나무꾼 2012-01-11 09:56   좋아요 0 | URL
'나는 암시랑토 안타'시더니...except wife이신가 봅니다, ㅋ~.

잘잘라 2012-01-07 15:2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Thank you~~
『꿈꾸는 자 잡혀간다』 잘 받았어요. 어제 받았어요. 얼마쯤 읽다가 더 읽지 못하고 덮었어요. 책상 위에 따로, 다른 책들이랑 같이 두지 않고 따로 뒀어요. '잡혀간다'는 글자가 자꾸 시선을 잡아끄네요. 잡혀간다. 잡다. 잡히다. 잡아채다. 잡아끌다. 잡아가두둔다. 잡혀간다... 주말엔 아무래도 송경동 산문집을 잡고 있을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2-01-11 10:22   좋아요 0 | URL
아~
1월17일 첫 공판까지만 끌고 갔으면 했었는데...제가 뒷 힘이 쫌 부족하네요~ㅠ.ㅠ

프레이야 2012-01-07 15:30   좋아요 0 | URL
고마워하며 살아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2-01-11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늘 프레이야님께 고마워 하는거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아시죠~?^^

2012-01-0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gimssim 2012-01-07 20:20   좋아요 0 | URL
우리 집, 제가 무슨 말이라도 한 마디 할라치면 남편은 "한 집에 한 사람만 똑똑하자!"며 소리를 높힙니다.
지금껏 살아오다보니 그러려니 합니다.
되도록 말을 줄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에 침잠하는 거지요.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별로 부딪힐 일도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가 그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2-01-11 11:20   좋아요 0 | URL
전 남편이랑 6년 연애 끝에 결혼 했어요.
신혼 때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부딪힐 일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살았었어요.
그리고 남편의 연이은 사업 실패가 있었구요.
그러구두 전 꿋꿋하고 의연하게 살았구요.
어느날 친정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고마워 하는게 아니라 징그러워 한다고...
그때부터 였을거예요, 소리 지르고 싸우게 된게~^^

gimssim 2012-01-21 07:02   좋아요 0 | URL
아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남자들 편에서 보면 착한 여자는 편하기는 해도 매력은 없지요.

열심히 싸우시며 살아가는데 한표 보탭니다.

2012-01-08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9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0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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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0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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