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놀려먹을려고 부를때 사용하는 단어가 몇개 있다.

어디서건, 엉덩이 붙이거나 눈만 감으면 자는 고로,

'또 자니'에서 또를 빼고 'jani'라고 부르는가 하면,

1, 2, 3초안에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수도꼭지',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또 얘기를 듣다가...feel 충만하면 눈물,콧물 겉잡을 수 없이 흘려대는데,

때와 장소불문이다.

직장에서 하도 자주 눈물을 흘려대서 대책을 강구하다가 울때마다 벌금을 내기로 하였는데,

그게 너무 빈번해서 집을 팔아야 하게 생겼어서 '집.파.녀'에 이르기까지...

멀쩡하고 폼 나는건 하나도 없다.

 

오늘 점심 밥 먹으며 TV를 보다가...울었다.

따로 탕비실이 없는고로,

처치실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대기실에 틀어놓은 TV를 멀끄러미 보다가,

오늘은 '또르르~'도 아니고 '후두둑~'도 아니고,

'흡~!'하고 참으려다가는 '꺼이꺼이~'퍼질러앉아 울고 말았다.

 

내가 본 TV 프로그램는 무슨 드라마였는데,

조재현이 클로즈업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우와~, 진짜 two thumb up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엄지발가락이라도 곧추 세우는 연습을 해서 함께 들이밀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이 고2여서 수험생 모드에 돌입하는척 하느라고 TV를 안보기도 하지만,

실은 텔레비젼이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다.

 

모처럼 필이 꽂힌 드라마가 내용이나 줄거리, 배우같은 점 말고도,

화면 영상 처리까지 감각적인데다가,

감정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6월

 

 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7월

 

 

 

 

 

내가 또 좋아하는 영상물들이 있는데, 자그만치...만화다.

일명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는 워낙 유명하고,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의 '다카하타 이사오'이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게 된것은,

조목조목 꼼꼼히 따지자면 아주 이유가 없진 않겠지만,

그동안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이라고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듯, 요번에 두권으로 책으로 묶어 나와주셨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모노노케 히메』는 ‘비인(非人)’과 인간의 대립이 주된 내용인데, 신이라는 존재(유일신이 아닌 민간신앙의 신)가 ‘저주’를 받아 자연이나 인간을 오염시키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보답 받지 못하는 마음이 원망이나 치유되지 못한 마음을 형상화된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 안에서 상처받은 인간과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응원이 가장 최선일까 감독은 의문을 느낀다.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소년, 소녀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응원을 얼마든지 할 수는 있지만, 눈을 조금 돌려서 마을 아래를 바라보면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이미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응원보다는 “살아라!”라고 강한 마음을 감독은 작품에 담았다. 모노노케 히메의 고대시대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인간은 부조리하고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연에 경외심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메시지“살아라!”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게 사람의 형태를 했거나 신의 형태를 했거나, 간에...

이해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해서 상처받고 삐뚜러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힘(파워라고 해야 할까?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대로된 힘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을 갖고는 있지만,

그게 일반적이지 않은 고로, 어떤 의미로는 왕따이고,

그리하여 소외당하고,

그리하여 제대로된 소통에 실패한 캐릭터들이다.

 

그걸 보면서 난 요즘 이땅에서 사는 사람들, 더우기 이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으면 잘못되었고 실패했다고 간주해버리는 현실이 두렵고 눈물겹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말해, 나를 기준으로 하여 일반적이라거나 보편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거기서 벗어나면 잘못되었고 실패한 것으로 굳어져 버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약간 비껴간 얘기인데...

그래야 정말 낙오하거나 실패를 했을때,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했다고 쫄지마, 가 아니라...

실패도 단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queer를 일반(1반)과 다른 호칭인 이반(2반)으로 부르는게 더 마음에 든다.

1반, 2반, 3반, 4반...우열반이라는 느낌이 아닌, 랜덤으로 돌려서 그 중에서 하나 무작위로 나온 느낌이다.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에 잣대를 드리우고 의존하지 않았을 때만이,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창조할 수 있다.

 

페이퍼를 주절 주절 길게 늘여 썼지만...하고 싶은 얘기는,

요즘의 난,

그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과감이 떨어져 나오려고 애쓰고 있다.

길들이고 길들여지고...그리하여 익숙한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야말로 루틴하고 랜덤하게 누군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려 했던건 아닌가...

그 '누군가'의 자리엔 '아들' 혹은 '남편'이나,

내가 단지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그 누군가를 향하여 '사랑해서'라며 면죄부를 남발해버렸던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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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5 19:3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씩씩하게 커서
어머니 아버지하고
나중에
빙그레 웃으며
지난날 돌아보고는 맥주 한 잔 나눌 날
머지않아 찾아오겠지요

양철나무꾼 2013-07-06 10:24   좋아요 0 | URL
아내분이 공부하러 가셔서,
님이 더 번거로우시겠어요.
그래도 사진으로 만나는 사금벼리랑...
무럭 무럭 이던걸요, ㅋ~.

왠지 다음에 내시는 책은 '아빠의 육아일기'나 뭐 그쯤 될것 같다는...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