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책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책읽는 여자는 하나같이 섹시하고 도발적이어서 위험하다고 하는 거라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이날 이때껏 살아왔다.

가장이 보기에 실용성이 없는 독서란 모두 시간 낭비이고 게으름뱅이나 하는 나쁜 습관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그런 가장에게 자녀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전혀 칭찬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은 多讀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간주했으며, 자녀들이 그 같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상당한 신경을 썼다.(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117~118쪽)
왜냐하면, 내 눈에는 책 읽는 남자는 하나 같이 섹쉬~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문장을 내맘대로 바꾸면 '책 읽는 남자는 섹쉬~하다.'이다.
아, '채링크로스 84번지'에 나오는 서적상도 섹쉬~하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편집장 김석훈도 섹쉬~하다.
(개인적으론, 글씨 잘 쓰는 남자가 젤 섹쉬~하다고 생각하지만,ㅋ~.)
사설이 길었다.
어제 저녁 지하철로 퇴근하는 데 한 남자를 봤다.
난 지하철을 타면 그 칸의 사람들이 뭘 하는지를 보는게 취미이다.
아니, 뭘 읽는지 관찰하는거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예전엔 무가지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은지라...
내 관찰은 흐지부지하게 끝나게 마련인데...어제 저녁 그 남자를 또 본 것이다.
그는 자리가 있어도 꼭 문가에 서 장르소설을 원서로 읽는다던지,
살랑거리는 치마를 입은 아가씨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 더듬이에 포착된 바에 의하면 어느 출판사 사수 정도 되는 것 같다.
어제는 실로 오랫만에 지하철에서 만났는데, 손에 이 책을 들고 있는 거다.
제목을 까먹고 노란 표지에 꽃 한송이만 기억하고 알라딘을 누비고 다녔는데 찾았다.
<다른세상은 가능하다 >, 이 책이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 김상우 옮김 / 동녘 / 2011년 3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책 읽는 남자는 섹~쉬하다'보다 더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