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아라비안나이트!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헤라자드처럼
교도소에 들어온 야샤르의 이야기는 밤마다 이어진다.
살아 있어도 죽은,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야샤르 야마샤르
(야샤르- 살다, 생존해있다, 야마샤르- 죽다)는
이름에서도 풍겨오는 것처럼 어떤 때는 죽었다가
어떤 경우에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어려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떼러 갔을 때
그는 이미 전사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미리 빚을 해결할 때는
다시 산 사람이었다가,
정작 유산을 받기 위한 소송을 걸었을 때는 죽은 사람이었다.
터키의 공무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군데군데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답답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현실이지만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입심 또한 대단하다.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일어날 것 같은
이 기막힌 이야기는 마지막에 야샤르가 출소할 때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카라캅르 니자미씨'가 되어버린다.
씁쓸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고서 그가 세상을 제대로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리라.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작가로 추앙을 받는데
작품을 쓰는 족족 내란선동이나 좌익활동이란 죄목으로
대략 250번의 재판을 받고 유배생활을 제외하고 5년 6개월동안
수감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붓 속에 담아내는 작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 책을 권위로 부푼 '그들'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