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세트 - 전5권 - 우리 시대 건강한 시민을 위한 열린 한국사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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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책을 만나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5권’을 읽고

 

역사문제연구소의 학자들이 모여 좋은 역사책을 만들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책이라 많은 기대를 하게한 책이다. 처음에는 5권이라는 무게감이 나를 부담스럽게도 하였지만, 책을 받아든 순간, 이러한 무게감은 기대감으로 승화되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옛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진과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그림들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하였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우리 역사의 재미에 4월 한달이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자, 그럼 이 책의 이야기를 해보자.



1.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한국의 역사

책을 펼치는 순간, 다양한 사진들이 나를 매료시켰다. 사실 역사책에 사진과 그림의 중요성이 한층 중요시되고 있다. 각종 영상물을 보면서 자라고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사진 자료와 그림 자료는 역사를 보다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주몽이 말달리던 집안현 일대의 사진과,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몽촌토성의 모습과 대조영이 나라를 세운 동모산의 모습은 당시의 역사와 인물들이 자유롭게 사진 속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시간과 공간이 멀리 떨어진 고대 사람들과 자유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상상의 날개를 선사한 사진 자료들이 전근대편(제1권~제3권)을 장식했다면, 근대편(제4권과 5권)에서는 쉽게 구해볼 수 없는 사진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역사 이해를 도왔다. 뛰어난 사진 편집은 단연 돋보이는 이 책의 장점이다.



2.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고민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이하 『한국의 역사』로 명명함) 1권을 읽으면서 국사 교과서 속의 역사인식에 길들여진 나는 혼란에 빠졌다. 한과 고조선의 한판 승부(75페이지)를 서술하면서, 한국의 역사라면 당연히 한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한나라의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조선은 위만 때부터 한의 외신으로 책봉되면서 주변 나라들과 정치 집단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위만은 중국에서 받아들인 병위재물로 오히려 주변 지역을 복속했다.(중략) 특히 중계무역의 이익을 독점하려고 한강 이남에 있는 진국을 비롯해 주변 나라들이 한과 직접 교역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중략) 고조선의 이러한 활동은 한과 위만 사이에 맺은 ‘외신’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중략) 이러한 고조선의 움직임은 주변지역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맡은 외신의 임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기에 중국의 한을 더욱 자극했다.



라고 서술하고 있다. 즉, 한나라와 고조선과의 전쟁 책임이 고조선에게 있다는 서술을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전쟁이 일어난 결정적인 이유일까? 그리고 전쟁의 책임을 고조선에게만 전가시킬 수 있는 것일까? 승자의 기록만이 남아있는 현실 속에서 침략의 구실로 삼은 ‘외신으로서의 의무’를 너무도 충실히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겼다.

고조선과 한나라와의 전쟁보다 나를 큰 고민에 빠뜨린 것은 ‘한사군, 식민지인가 우리 역사인가?’라는 문제제기였다. 당연히 우리의 역사가 아니며,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은 한사군이 한반도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제 식민사학자들은 대동강 유역에 존재한다고 주장하였기에 이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낙랑군을 비롯한 한군현은 앞으로 한국 고대사의 일부로서 그 역사적 성격을 밝히는 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주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고대판으로 인식되기에 손색이 없는 주장이었다. 한사군이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한 근거가 ‘한은 고조선의 토착 지배층을 포섭하고 통제하는 데 그침으로써 토착 세력의 자치에 의존하는 간접적 지배’를 했으며, ‘중국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여 새로이 성장하기 시작한 삼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나에게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시각을 만나는 것도 역사교사로서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각이 오히려 올바른 역사관의 형성에 저해를 주기도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식민지 미화론’으로 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바라보며 올바른 역사관이란 무엇인지 나는 한동안 사색에 잠겼다.



3. 신화와 역사 사이의 고민

세계의 지성 아브람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는 “세상사를 속속들이 알고 나면 우리는 늘 마음이 쓸쓸해진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감싸고 있는 신화나 전설의 베일을 걷어내면 나는 종종 마음이 쓸쓸해진다. 민중은 영웅을 원한다. 그리고 그 영웅은 때로는 지배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정몽주의 죽음도 이러한 신화를 벗겨내자, 조금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방원과 ‘하여가’와 ‘단심가’를 주고 받았던 정몽주가 자신의 죽을 것을 알고는 말을 거꾸로 타고 선죽교를 지나다가 이방원의 심복에 죽었고, 그 다리에서 대나무가 솟아 올랐다는 신화를 나는 사실로 알았다.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면서 추호의 의심도 없이 ‘역사적 사실’로 가르쳤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제2권 ‘정몽주는 어떻게 죽었을까?’에서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었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정몽주가 죽은 장소에 대해 나오지 않는다. 당시 기록에는 조영규가 유원이 죽은 것을 조문하고 나오는 정몽주를 기다렷다가 무기로 쳤으나 정몽주는 맞지 않아 말을 채찍질해서 달아났고, 조영규가 이를 쫓아가 말을 쳤는데, 이때 떨어진 정몽주를 죽인 것은 고여 등이었다. 정몽주의 사망 이야기에 선죽교가 등장한 것은 18세기 영조때이다. 정몽주를 죽인 태종 이방원이 즉위한 이후, 자신에게 정몽주 처럼 충성하라는 의미에서 그를 ‘충신’의 본보기로 삼았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신화가 보태져서 오늘날의 정몽주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신화를 걷어내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약간은 씁쓸하다. 그러나 신화를 걷어내고 역사적 진실을 볼 줄 알아야만이 참다운 역사교사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4. 영교육과정과 『한국의 역사』

교육과정 학자인 Elliot Eisner는 ‘영교육과정(Null Curriculum)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들을 교사들이 가르치지 않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강구하거나 어떤 상황을 예측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에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의 역사』4권에는 ‘항일 의병’에 관한 독립된 서술이 없다. ‘애국계몽운동’에 대해서는 독립된 서술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적극적인 항일 투쟁인 ‘항일 의병’에 관한 서술이 독립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가장 힘없는 민중들이 정부의 명령이 없이도 무장하여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분연히 일어선 자랑스런 역사를 왜? 독립된 장으로 서술하지 않았을까? 물론, 많은역사적 사실 중에서 중요한 사실들을 서술하다보니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항일 의병’은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충분히 독립된 장으로 구성해 놓았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는 일제시대까지만 서술되어있다. 현대사가 빠져있는 개설서를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왜? 무슨 이유로 현대사가 빠져있을까? 현대사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앉아 계시던 국어선생님은 “요즘에는 조금만 시비가 걸릴 것 같으면 알아서 안써요.”라고 말하셨다. 그래? 그래서일까? 잠시 시대의 풍파를 피해가기 위해서?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까? 잘 쓰여진『한국의 역사』에 너무도 큰 ‘옥의 티’ 있었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한달 동안 『한국의 역사』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나의 눈을 즐겁게 한 화려한 디자인과 사진배치……. 『한국의 역사』4․5권의 생활사 부분은 내가 읽은 다른 책들과 비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었다. 이 책에서 이룩한 한국사 개설서로서의 성과가 밑바탕이 되어 더 좋은 역사책이 계속 나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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