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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원전 마피아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탈핵의 시동을 걸었지만, 제대로 탈핵의 길을 달리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면서 탈핵도 폐기 되었다. 윤 대통령이 경남 창원의 원전업체를 방문해서 원전업계를 살리기 위해서 안전을 중시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윤 대통령 “안전 중시 버려라…원전업계는 전쟁터” 발언 논란 : 환경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설마 국민의 절대 다수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뒷걸음질치는 탈핵! 다시 한번 탈핵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꺼내들었다. "우리가 이미 일어난 재앙에서 교훈을 얻지 않으면, 새로운 체르노빌식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21쪽)라는 세르히 플로히의 지적은 아쉽게도 현실화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바로 그 재앙의 서막이다. 그런데,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착잡한 마음에 책장을 넘겼다.
암에 걸린 사람은 처음에는 부인을 한다고 한다. 자신이 암을 걸릴리가 없다며 오진일 것이라며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를 받는다. 이러한 일이 체르노빌에서도 일어낫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전 냉각수 연못에서 낙시를 즐기는 10여명의 낚시꾼들은 핵발전소 폭발이 있었으메도 이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방사능 흑연조각이 길에 널려 있는데도 현지 전문가와 모스크바에서 온 전문가는 4호 원전의 폭발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가 그들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눈앞의 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작동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들이 체르노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첫번째 사람들이었지만 마지막 사람은 아니었다."(130쪽)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인간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두번의 전 지구적 재앙을 겪고서도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신화를 믿고, 원전업계를 살리기 위해서 안전을 중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그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비상식적인 인간들이 많다는 현실이 절망적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인류의 안전을 헌신짝 취급하는 그들과 함께 지구에 살아야하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절망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재앙을 뒷처리하기 위해서 소련 정부는 소방대원과 군대를 동원했다. 그리고 예비군을 동원하여 방사능 피폭을 당하며 커다란 석관을 원전 4호기에 뒤집어 씌웠다. 60여만의 군인들이 피폭되며 원전을 잠재웠지만, 핵발전소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빈국제학술대회에서 레가소프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경위, 원인 분석, 영향, 원자력 사고 예측 방법을 보고 했다. 그 결과 소련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유사한 사고 예방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는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소련 지도부는 레가소프의 행위를 탐탁치 못하게 여겼다. 그리고 체르노빌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비밀로 분류했다. 체르노빌과 가까운 오염지역 나로디치에 당국은 주민 정착을 위해서 집을 짓고 있었다. 야로신스카야는 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취재를 했다. 당국은 그녀가 진실을 알릴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야로신스카야는 굴복하지 않았다. 소련이 공산국가이기에 이러한 상황이 가능하다고 착각할 수도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고 일본 정부도 소련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위험성을 언론에서 말할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리고, 후쿠시마 근처에 사람들을 안전하다며 정착시키려하고 있다. 핵마피아에 지배당하는 국가의 모습은 비슷한가 보다.
302쪽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실려있다. 그 사진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1990년대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14세 미만 인구중에서 3000건의 감상선암이 등록되었다. 원전 마피아들에 의해서 벌어진 핵사고에 죄없는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돈과 권력이 없는 주민이 희생되고 있다.
체르노빌이라는 재앙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드라치는 "체르노빌이 우크라이나의 모든 민주화운동에 원동력이 되었다. 폴란드의 자유노조운동이 그 전범이 되었고, 작가협회는 요람이 되었다."라고 말했듯이, 체르노빌의 재앙을 딛고 우크라이나인들이 깨어났다. 더 나아가서 동유럽에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핵사고를 당한 우크라이나는 환경 민족주의로 독립과 반원전 운동을 했다. 우리의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원전 마피아들의 입장에서는 가르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현실의 지혜를 얻고자한다면 체르노빌 핵사고가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의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영향을 반드시 가르쳐야한다.
모든 사람들이 재앙을 딛고 깨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재앙을 딛고 깨어났다면 일본인들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오히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아베를 필두로한 극우 정권이 탄탄하게 권력을 장악하며 핵사고의 위험을 감추려했다. 도쿄 올림픽에 후쿠시마 식품을 사용하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재앙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일본 국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체르노빌 핵사고 이전에 오제르크 폭발 사고가 있었다. 핵폐기물이 폭발하면서 2000만 퀴리의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이때 미국은 이를 이용해서 소련을 공격하려하지 않았다. 거대한 핵마피아의 본능이 작동하여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믿음을 고수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제르크 폭발사고의 교훈을 얻지 못한 소련은 체르노빌 핵사고의 고통을 겪었다. 체르노빌 핵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의 고통을 겪는다. 이제 우리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교훈을 얻어야한다. 단세포 동물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악을 행하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우리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