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칠서 육도.삼략 문화문고 22
성백효 옮김 / 전통문화연구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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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나는 적을 속이는 '궤도(詭道)'라고 생각했다. 손자병법에 전쟁은 속이는 것이라하지 않았던가! 그러했기에, 대학시절,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속이는 방법 즉, 궤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실망을 많이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다양한 책략과 적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손빈병법도 읽어보았다. 그러나, 손빈병법에는 구체적인 진법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적을 속이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사회에 나와서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나의 견문과 식견을 넓혔다. 그러던중 만난 것이 바로 '36계'라는 병법서이다. 이 책은 내가 바라던 적을 속이고 전쟁에서 이기는 구체적인 방법 36가지가 제시되었다. 재미있게 36계를 읽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온갖 권모술수로 적을 이길 수 있다면, 조조가 삼국을 통일해야했다. 그러나, 조조의 자손이 세운 위나라도 결국은 사마씨의 진나라에 멸망하고, 진에 의해서 삼국이 통일되지 않았던가! 

  병법서에 대한 나의 갈증은 조선시대, 무과 시험교재였던 무경칠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책들 중에서 '육도 삼략'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태공망과 문왕, 무왕과의 대화를 적은 육도와, 태공망의 저서로 알려져 있는 삼략을 읽어본다면, 36계를 읽으며 느꼈던 허전함을 채우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들었다. 

  '육도삼략'은 보통의 병법서와는 달랐다. 손자병법이 전쟁과 전략, 전술의 원리를 적어 놓았고, 손빈병법이 진법에 대해서 적어 놓았으며, 36계가 전쟁의 계책에 대해서 서술했다면, '육도삼략'은 치국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육도에 적을 공격하고, 적의 공격으로 부터 방어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다. 그렇지만, '육도 삼략'에는 다른 병법서에는 나와 있지않은 치국의 도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되어있다. 육도의 문도와 무도, 삼략의 대부분의 내용이 치국의 내용이다. 한번 그 자세한 내요을 살펴보자.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바로 천하 사람들의 천하이니, 천하의 이로움을 함께하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로움을 독차지하는 군주는 천하를 잃습니다."-21쪽


  지금으로부터 3천년전, 이미 군주 독재를 경계해는 내용이 병법서에 쓰여져있다. 군주 혼자서 독재를 하지 말라는 이러한 내용은 현대의 정치가들도 귀를 귀울여야하는 내용이다. 그뿐이아니다. 군주의 사치와 향략을 경계하기도 한다. 


  "요임금이 (중략) 궁궐의 담과 지붕과 방을 곱게 칠하여 꾸미지않고 (중략) 띠풀과 찔래가 들에 가득하였으나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사슴 갖옷으로 추위를 막고 삼베옷으로 몸을 가리며, 겇친 좁쌀로 밥을 지어먹고 머위와 콩잎으로 국을 끌였으니"-23쪽


 위의 글은 요임금 시기가 신석기 시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시대상을 끌여들여, 청동기 시대인 주나라의 현실에 대입한, 무리한 주장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주의 사치와 향략을 경계했다는 점에서 자못 놀라운 내용이 병법서에 적혀있다는 점은 분명히다. 

  지도자의 검소함에 이어서, 임금과 장수의 솔선 수범을 강조한 내용도 있다. 


  "장수가 진흙길을 갈때 먼저 수레에서 내려 걷고, 병사들이 모두 막사를 정해야 비로소 박사에 나아가고 병사들의 밥이 모두 지어져야 비로소 밥을 먹고"-75쪽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노빌레스오빌리쥐'를 강조하는 글이다. 눈이 많이 오던 겨울철에,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던적이있다. 그때 신문에 미국의 경우, 고위 군간부가 출근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병사들은 쉬게하는데 반해서, 한국의 고위 군간부들은 집에서 쉬면서 병사들이 모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한다는 글이 보도된적이 있다. 고대의 병법서 '육도 삼략'에 따른다면, 우리의 군대는 지휘관들이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지 못한 경우이다. 


  어떠한가! '육도삼략'이 단순한 병법서로 보이는가? 육도 상당부분과 삼략의 대부분의 내용이 국내정치를 안정시키고 상대 국가를 어지럽게하는 방법을 제시한 치국의 책이다. 태공망은 알았던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중요한 기본은 국내 정치를 바로잡아 안정시키는 것이다. 백성을 보살피고, 장군과 경대부, 그리고 왕이 스스로 솔선수범하며 바른 행동을 할때, 정치는 안정된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백성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백성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국가 경제가 좋아진다. 국가 경제가 좋아져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태평양 전쟁에서 전체주의 국가 일본이 패망하고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이 이유는 바로 국내 정치의 안정에 있었던 것이다.!! '육도삼략'은 단순히 적을 속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병법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도를 알려주는 통치술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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