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왕게 마가 - 필리핀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3
리아나 로물로 지음, 조앤 드 리온 그림, 최선희 옮김 / 상상박물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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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박물관의 세계의 전래동화 시리즈는 스웨덴 편인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을 읽고는 관심을 계속 가져오던 도서였다.  이번에 읽은 필리핀 편은 같은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 외엔 따로 전래동화를 접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책을 기다리면서 더욱 기대에 부풀었었다.  특히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에서 욘 바우어의 일러스트에 흠뻑 반했었기 때문에 이번 책에서도 일러스트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러스트를 살펴보고 상상박물관의 세계 전래동화 시리즈 기획에 대해 더욱 신뢰감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전래동화를 담은 <마량의 신기한 붓>과 미국편인 <위대한 벌목꾼 폴 버니언>을 제외하고는 책마다 각 나라의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받아 본 <복숭아 동자 모모타로>의 경우 1905년 출생 작가의 오래된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 실은 것이었고, <심술쟁이 왕게 마가>도 필리핀 작가의 그림이었다.  그래서인지 각 나라의 민족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그림들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에서도 인물들의 의상이나 피부색, 장신구나 건물 등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하늘의 신 랑잇과 알룬시나’의 이야기에서 랑잇의 몸에 그려진 문신은 필리핀 그림 작가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의 전래동화라지만 공통된 설화의 원형이라는 게 있어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바람과 비의 내기’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는 ‘바람과 해님의 내기’를, ‘황금 잔치’는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이야기를, ‘토니토와 루페’는 ‘헨젤과 그레텔’을, ‘마법의 호수’는 ‘금도끼 은도끼’를, ‘달팽이와 사슴의 경주’는 ‘토끼와 거북’을, ‘바다와 하늘의 싸움’은 하늘이 멀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다른 민족의 설화들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그 중에서 ‘바다와 하늘의 싸움’과 ‘하늘의 신 랑잇과 알룬시나’와 같은 이야기들은 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의 땅이 생기게 된 이유라든가 천지창조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설문대 할망과 같은 창조 설화들과 비교되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전래동화 읽기가 즐거운 이유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잊혀진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따스한 고향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복을 받는 모습과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도리에 충실한 믿음직한 모습, 지혜와 꾀를 모으고 용기를 내어 고난을 극복해가는 모습들이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전래동화를 소중히 하고 아이들에게 읽히려는 까닭일 것이다.

세계가 보다 가까워진 지금, 다른 나라의 전래동화를 읽는 것은 아이들이 세계 속의 각 나라들을 인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어린이들을 위한 전래동화 책이 서구국가들에 편중된 전래동화나 신화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더욱 상상박물관의 세계의 전래동화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의 제 3세계의 전래동화까지 아우르는 멋진 시리즈 출판물로 완결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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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 3 - 화해와 평화 만화로 보는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 3
김한조 글.그림,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감수 / 한겨레아이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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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고 좀 얕보았던 책이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서 얄팍한 지식을 쉽게 전달하려는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아이들이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오히려 슬며시 걱정을 하고 있었으니 이 책이 아주 반가웠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특히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기술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에 더욱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책이 오자마자 중학생 딸아이가 먼저 잡고 읽기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빠져서 읽기에 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음, 꽤 괜찮은데?”한다.  딸아이 말로는 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  그 예로 도쿄 대공습과 오키나와 전투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어, 이 역사 만화 정말 괜찮은가 보네, 하고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도 만화라는 이유로 이 책 저 책에 밀려 계속 읽지를 못하고 있다가 며칠 전에서야 읽기 시작했다.  1권과 2권을 읽지 못하고 3권부터 잡았으니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 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의 뒷날개를 살펴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서구열강의 근대화요구와 동아시아 침탈, 일제의 침략전쟁과 패망, 그리고 전후 세 나라의 관계에 대한 조망등을 다루고 있어 동아시아 3국의 근현대사 전문 만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만화로 보여주는 데 머문 것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들의 원인과 의의까지 구석구석 살펴 보여주면서 냉전체제 아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강대국들에 의해 3국이 조종당하고 멸시받는 과정까지 드러내 준다는 것이다.  일본이야 냉전체제가 오히려 그들에게 득이 된 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 전후 배상처리 문제 등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어 현재까지 해결을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만화로 이렇게 자세히 다뤄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전범처리를 위한 도쿄 재판, 전쟁 피해 배상처리를 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서 일본 측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두둔해주면서도 중국과 우리나라를 따돌린 미국이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통해서는 일본에 군대를 주둔할 수 있게끔 유리하게 처리한 걸 보면서 아이들은 미국이 결코 진정한 우방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세 아이를 통해 과거를 발판으로 보다 희망적인 화해와 평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비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피해자 쪽이든 가해자 쪽이든 전쟁은 모두에게 비극이며 자라나는 어린이들 어깨에 해결해야할 큰 과제가 남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과 취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이쯤 되니까 이 만화책이 도대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이 책의 원작은 최초의 동아시아 공동역사서였다.  2003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평화 포럼’에서 세 나라가 처음으로 공동 역사 교과서를 펴내기로 결정했는데 그 후 2년 동안 세 나라의 학자, 교사, 시민 54명이 책의 집필과 토론에 참여하여 노력한 끝에 2005년 5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최초의 동아시아 공동역사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가 출간 되었다고 한다.  책을 검색해서 찾아봤더니 정말 있다.  당연히 구매희망도서목록에 올랐다.  만화 <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 1, 2권과 함께.


원작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마법사 뽀삐루스(커다랗고 시커먼 개의 모습이다)나 세 나라의 어린이는 등장하지 않을테니 언젠가 읽을 때 어쩌면 그들이 그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엮어간 만화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인용한 당시의 사진 자료들도 그렇고, ‘역사돋보기’라는 꼭지를 통해 만화로 설명이 불충분한 내용을 설명해 놓은 걸 보면 책에 정성을 기울인 티가 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역사 만화책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다.)  그것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근대사에 관한 역사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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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세균대왕 미생물이 지구를 지켜요 - 자연의 아이들 지구를 살리는 친구 (풀빛 지구지킴이) 1
김성화.권수진 지음, 박재현 그림 / 풀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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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있는 과학도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공룡, 우주, 지구, 식물, 동물, 곤충, 물리, 화학 등등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중에는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나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처럼 과학 전반에 관한 글이 실려 있는 책도 있다.  집에 있는 과학도서들이 전문서적이 아니다 보니 나처럼 소위 말하는 ‘이과 두뇌’를 갖지 못한 사람도 재밌게 읽으며 이런 책을 써서 세상에 나오게 해준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워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받고 나서야 우리집에 세균이나 원생생물에 대한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과학의 세계는 얼마나 넓은 것인지!!!)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딱딱하게 여기지 않도록 여기저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익살스런 일러스트도 돋보이고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쓴 글들도 편안했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과학자와 놀자>를 쓴 분들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재밌게 읽은 바로 그 책을 쓴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책에 대한 믿음이 한층 더 깊어졌다. 

책을 읽다가 새롭게 알게 된 신기한 사실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우리 몸무게의 10%가 세균의 무게라는 얘기에 반짝, 똥의 1/3이 음식찌꺼기이고 1/3은 죽은 세포들이며 나머지 1/3은 대장균을 비롯한 세포들이라는 얘기에 또 반짝, 세균과 박테리아의 차이점을 얘기했더니 또 반짝, 우리 몸에 달라붙어 있는 세균이 병균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말에 또 반짝인다.  결국은 내가 다 읽기도 전에 애들이 책을 빼앗다시피 가져가 읽고, 학교에까지 싸들고 가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재주를 가지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세균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을 넘어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도 과학의 영역은 나날이 팽창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지하에서 우주 끝까지, 미세의 세계와 거대한 천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비밀까지 샅샅이 뒤지고 드러내려 애쓰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과학의 그 넓은 영역을 두루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서 과학의 영역 한 귀퉁이를 새롭게 보여준 것 같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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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팔기 대장, 지우 돌개바람 12
백승연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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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라는 장르는 좀 낯설다. 선뜻 가까이 하기가 꺼려지는 뭔가가 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무척 흥미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생각보다 글에 잘 몰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로는 열심히 무대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엔 ‘빨간 모자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해서 희곡화한 조엘 포므라가 쓴 <무대로 간 빨간 모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도 다 아는 이야기였건만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신선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 <한눈 팔기 대장, 지우>는 우리 작가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서인지 정겨운 느낌이 들고 이야기의 전개도 빠른 흐름을 타서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다. 길을 가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래서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남들보다 두세 배 더 길어지기도 하는 그런 아이. 그런 지우가 학교 옆 낡은 빈 집에 대한 궁금증을 못 이기고 들어서서 도깨비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물살을 탄다.

지우는 빗자루 도깨비와 몸이 바뀌면서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달맞이 꽃도 만나고, 꼬불꼬불한 길로만 다니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달나라에 가서 방아 찧는 토끼도 만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글을 읽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도 있다. 지우와 엄마의 노래는 ‘한눈팔지 말고,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장난감도 집에 두고, 곧장 학교로’ 가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우가 빗자루 도깨비와 함께 그 노래를 부르며 학교 옆 빈 집을 찾아 뛰어갈 때 “처음부터 이랬으면 버얼써 학교에 다 도착했을걸.”하고 말하자 빗자루 도깨비가 슬쩍 하는 말이 “처음부터 이랬으면 아~직 재밌는 일 하나 안 생겼을걸.”이다. 뜨끔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한눈 팔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잔소리할 때가 얼마나 많던가, 아이들에게 모험은 동화책 속에서나 가능하게끔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다른 메시지는 ‘내가 누군지 잘 생각하라.’는 것이다. 달맞이 꽃과의 대화에서 처음 나오는 말인데 지우가 달나라에 갔을 때 토끼가 다시 한 번 비슷한 말이 되풀이 된다.
“그런 사람 많지. 뭐가 뭔지 잘 생각하지 않는 사람, 자신이 누군지 몰라 헤매는 사람, 로켓이 뭘까 잘 따져보지 않고 고생만 하는 사람.”하고.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말은 큰 도깨비에게 꿔준 돈을 받으려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부분 대사에 나온다. “그렇단다. 내가 말이다, 한 백 년쯤 살아 보니 그런 일이 있더라.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남인 줄 앍고 사는 일. 남이 남인 줄 모르고 난 줄 알고 사는 일, 도깨비에 홀린 것 같은 그런 일 말이다.”라고.


나의 장단점을 제대로 안다는 것, 또 알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는 걸 나도 안다. 또한 내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어려움도 알고 있다. 그러니 이 희곡 속의 “내가 누군지 잘 생각하라.”는 대사는 참으로 깊고도 깊은 말이다. 알고도 모르고도 분수에 맞지 않는 허황된 일을 벌이는 일은 종종 있고, 내 장단점을 너무 과소평가하거나 아니면 너무 과대평가해서 우스운 사람이 되는 일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과 롤링페이퍼라도 만들어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또는 서로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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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 - 풍속화에서 사군자까지 우리 옛 그림 100 한눈에 반한 미술관
장세현 지음 / 거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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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나던 책이었다.  우리나라 민화 속에 등장하는 익살스런 호랑이가 겉표지에 커다랗게 떡하니 자리 잡은 첫인상이 참 좋았다.  더구나 예전에 간송미술관에 갔을 때 우리 미술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절실히 깨달은 적이 있던 터라 더욱 반가운 책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의 이런 무지함을 물려주진 말아야지, 하는 일종의 과열된 교육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불끈 치솟는 의욕으로 책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접근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 ‘우리 옛그림을 재미있게 보는 길잡이’에서부터 우리 미술의 특징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글을 만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붙들어 매게 한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풍속화, 산수화, 동물화, 민화와 불화, 문인화, 인물화, 사군자화 일곱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우리 옛그림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림의 각 장르에서 대표적이라고 할 작가와 그림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과 작가를 연관짓기가 더 수월하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만하다. 그 예로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자기는 민화가 좋다는 둥, 풍속화가 재미있다는 둥하며 장르를 분류하며 자기의 취향을 설명하기도 하고, 김득신의 <야묘도추>나 김시의 <동자견려도>, 윤두서의 <낙마도>를 보고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우리집에는 <〇〇〇를 위한 한국의 명화>라는 책이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가 위주로 그림이 소개 되고 있어 작가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잘 되어 있고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박래현에 이르는 근헌대 작가들까지 망라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옛그림에 대한 장르별 구분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책의 편집방법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  두 책을 함께 펼쳐놓고 보고 있자니 두 책이 서로 채워지고 메워지는 부분이 있어 우리 그림에 대한 자료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아 더욱 좋았다. 

서양 미술 작품과 관련된 전시가 많아지고 그에 발맞추어 각종 서양 미술과 관련된 서적이  연이어 출판되는데 비해 우리 옛 것에 대한 전시기획이나 출판은 지지부진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우리의 고전과  예술에 관련된 책이 출판되는 것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더 아이들과 간송미술관에 가게 되면 그 땐 아이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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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8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이시간에 안 자고 뭐하십니까?
근사한 책이네요..

섬사이 2007-10-08 05:01   좋아요 0 | URL
에고, manci님은 뭐하고 계세요? ^^
간만에 들어와서 리뷰 올리고는 공연히 시간끌고 있어요.
지금 잠들었다간 아이들 학교 지각시킬까봐
잠들기도 겁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