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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는 유토피아 개념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위험하다고 이해했다. 철학자이자 선도적인 유토피아 전문가 라이먼 타워 사전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은 유토피아의 존재를 열정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아울러 자기 신념에 깃든 부조리를 꿰뚫어보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유머나 풍자와 마찬가지로 유토피아는 정신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힌다. 사람이든 사회든 점차 나이 들어가며 현상에 익숙해지므로 자유는 감옥으로 진실은 거짓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현대 신조나 더욱 안타깝게는 믿을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신념 탓에 우리는 여전히 주변을 매일 에워싸고 있는 근시안적 사고와 불공정성을 보지 못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째서 우리는 1980년대 이후 어느 대보다 부유해졌는데도 점점 더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어째서 빈곤을 완전히 퇴치하고도 남을 만큼 부유한데도 인구 수백만만 영이 여전히 빈곤에 허덕일까? 어째서 개인소득의 60% 이상을 자신이 어쩌다 태어나게 됐을 뿐인 국가가 좌지우지할까?

(28)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거의 허울뿐인 자유주의이념이다. 오늘날은 너 자신이 돼라네 일을 하라가 중요하다. 자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이상일지 모르나 공허해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도덕적 고찰은 두려움의 대상이므로 공공 토론에서 일종의 금기가 되었다. 결국 공공의 장은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온정주의적이다. 거리마다 진탕 마시고 떠들고, 빌리고, 사고, 힘써 일하고,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부정을 저지르라고 유혹하는 덫이 널려 있다. 사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스스로 무엇이라 말하든 우리의 가치는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재력을 갖춘 기업에 과대선전하는 가치에 가깝다. 광고 산업이 우리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의 일부가 어느 정당이나 종교 교파에서 비롯된다면 우리는 반기를 들 것이다. 하지만 대상이 시장이므로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30)

세상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청년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경력 초기에 몸과 마음이 탈진하고, 항우울제를 상용한다. 사회는 실업과 불만, 우울증 같은 집단적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개인 탓이라고 거듭 비난한다. 성공이 선택이라면 실패도 선택이다. 일자리를 잃었는가? 더욱 열심히 일했어야 했다. 몸이 아픈가? 건강한 생활방식을 실천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불행한가? 약을 복용하라.

(72~73)

하지만 돈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열쇠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맞다. 하지만 한 국가를 전체로 보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기대수명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시기는 일인당 국내총생산이 연간 약 5,000달러까지일 때다. 하지만 일단 충분한 양의 음식, 비가 새지 않는 주택, 깨끗한 식수가 확보되고 난 후라면 경제 성장은 더 이상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때부터 행복 정도를 훨씬 정확하게 가리키는 지표는 불평등하다.

(124)

진보를 측정하는 기준에 따른 문제는 시대마다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통계는 더 이상 경제의 진짜 모습을 포착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시대마다 해당 시대에 맞는 진보를 가리키는 수치가 필요하다. 18세기에는 수확의 규모가 중요했다. 19세기에는 철도망의 반경, 공장 수, 탄광업의 생산량이 중요했다. 20세기 들어서는 국민국가의 경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산업의 대량 생산이 중요했다.

(149)

현대 지식 경제에서는 주당 40시간의 근로시간도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을 계속 사용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생산성을 발휘할 수 없다. 창의적인 자질과 높은 교육수준을 갖춘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주당 근로시간을 가장 많이 줄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22)

수십억 인구는 풍요의 땅에서 제품 가격의 작은 일부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팔도록 강요당한다. 모두 국경이 있기 때문이다. 국경은 세계 역사를 통틀어 최대 단독 차별 요인이다. 같은 국가의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 차이는 분리된 세계 시민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 차이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날은 소득 상위 8% 부자가 전체 세계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상위 1% 부자가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최하위층 10억 명이 소비하는 금액은 세계 전체 소비액의 1%에 불과하지만 최상위층 10억 명의 소비액은 72%이다.

(236)

새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옛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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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책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당신과 같은 사람이 바깥에 더욱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정말 많다. 내가 만났던 수없이 많은 독자들은 이 책에 소개한 개념을 전적으로 믿으며 세상이 부패하고 탐욕스럽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주위를 돌아보고 조직을 결성하라고 촉구했다. 세상에는 진심으로 좋은 의도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둘째, 낯이 두꺼워져라. 무엇이 중요한지 아무도 당신에게 명령하지 못하게 하라.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어야 하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 이 점을 기억하라.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동성 결혼을 요구했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미치광이라는 낙인이 찍혔었다.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역사가 증명할 때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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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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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구입한 것은 꽤 되는데, 책 제목에 벚꽃이 무려 두 번이나 나와서, 벚꽃 피는 시절에 읽으려고 재워두었다가 꺼냈단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꽃피는 날짜가 예상을 할 수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이 책 읽는 시기를 놓칠 뻔했어.^^ 아빠가 이 책을 읽을 즈음출퇴근길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이 책을 읽는 날짜를 제대로 맞췄구나 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단다. 그런데, 너희들에게는 너무 늦게 이야기해주었구나. 미안~ .. 시간 참 빨리도 가는구나. 눈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을 덥석덥석 먹어 치우는구나.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책을 만났단다.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를 미미여사로 부르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그렇게 부르곤 해… 미야베 미유케의 책들을 꽤 읽은 것 같아. 일단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하니까자꾸 손이 가는구나. 이번에 읽은 <벚꽃다시 벚꽃>은 아빠가 그 동안 읽은 미미여사의 책들과 조금 달랐어. 그것은 아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에도 시대라서 그런 것 같구나.

미미여사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아빠는 에도시대를 배경을 한 미미여사의 소설이 이번이 처음이야. 이 책의 원제는 “사쿠라호사라(:벚꽃박죽)”로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일 났다난리 났다라는 고슈 지방 표현인 “사사라호사라(:뒤죽박죽)”을 응용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아빠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어. 그래서 에도 시대에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몰라.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에도 시대는 지방 봉건제가 활발했던 시대인 것 같구나. 중국의 역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일본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현대사만 좀 알지, 그 이전 시대는 잘 몰라.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크게 주었던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아빠도 일본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에 최인호 역사소설을 통해 알게 된 일본 고대사 일부하고, 임진왜란 전후의 사정 아주 쪼금 정도가 전부인 것 같구나. 사두고 책장 속에 먼지만 먹고 있는 일본역사책을 읽어보긴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건 그렇고…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육백 페이지가 넘는 무지 두꺼운 소설이지만줄거리는 짧게 하려고 노력은 해볼게.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젊은이가 주인공이야. 1815년에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시점에는 이십 대 초반이었어무사 집안이다 보니자연히 쇼노스케도 무사가 되었지만, 아버지 소자에몬을 닮아서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그에 비해 형 가쓰노스케는 승부욕이 강하고 칼솜씨도 좋은 진정한 무사다운 사람이었어. 가쓰노스케의 그런 성격은 아마 엄마 사토에를 닮았던 것 같아. 쇼노스케의 엄마 사토에는 억센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사별로 첫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시댁과 갈등으로 두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소자에몬과 세 번째 결혼을 했던 거야.

그런데 소자에몬이 자신의 필적까지 모방한 위조문서로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게 된 거야. 소자에몬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죄를 감수하고 할복자살을 했어. 아버지의 그런 죽은 후루하시 가문의 몰락을 의미했어. 쇼노스케는 근신하면서 글공부나 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에도 대행을 찾아가서 후루하시 재건을 부탁하라고 했어.

에도 대행은 사카자키 시게히데라는 사람인데, 엄마가 사별한 첫 번째 남편의 숙부였기 때문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야. 사카자키를 만난 쇼노스케… 사카자키는 쇼노스케에게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라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적절한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했어. 그 사람은 무라타야 서점의 대본소 관리인인 지헤에라는 사람이었어. 지헤에는 쇼노스케에게 책을 필사하는 일을 의뢰했지.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을 하면서필적 모방자를 찾아내라는 것이었어. 당시 책을 필사하는 이유는 당시 책을 다량 출판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책이 필요하면 책을 일일이 복사할 수 밖에 없었거든. 서점은 그렇게 필요한 책들을 팔았단다.

쇼노스케는 그 일을 위해 에도에 혼자 지냈고, 도미칸 나가야라는 곳에 머물렀단다. 나가야라는 것은 칸을 막아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이야.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2. 

아버지의 필적모방자를 찾아내는 것인 목적이지만,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 지헤에는 단순히 필사뿐만 아니라소설을 개작해달라는 요청도 했어. 잔인하고 지루한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개작을 해 달라는 것이었지.

이 책의 주요 이야기는 쇼노스케가 필적모방자를 찾는 것이지만, 그보다 쇼노스케와 이웃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각 챕터별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연작소설로 봐도 된단다.

그 동네에 도자기 상인이 꽃놀이를 맞이하여 먹기 겨루기 대회를 개최했어. 도미칸 나가야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거 참석을 했어. 쇼노스케는 참석은 아니지만 구경을 하러 갔다가 어떤 여인을 봤단다. 얼마 전에 꿈 속에서 봤다고 생각했던 단발머리의 미인인데, 그 여인을 다시 본 것이야. 그러니까 얼마 전에 본 여인이 꿈속에서 본 것이 아니고 실제에서 본 것이지. 지헤에에게 물어보니 자신의 단골손님이라고 했어. 이름은 와카이고재봉점의 외동딸이었어. 와카는 얼굴과 몸에 붉고 큰 반점이 있어서 외출을 거의 안하고, 하더라도 얼굴을 가리고 외출을 한대. 지헤에의 소개로 쇼노스케는 와카와 알게 되었어. 그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단다.

어느날 낯선 손님이 찾아왔어. 미야노 번의 무사 니가호리 긴고로라는 사람이야. 자신이 모시던 번주가 젊은 아들에게 번주 자리를 물려주었대. 미야노 번이 궁핍해서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었어. 그래서 새로운 번주는 그것을 개혁한다고 아버지 번주가 해왔던 정책들을 다 뒤집어 버렸대. 아버지 번주는 그거 때문에 화가 나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거기에 아끼던 애첩과 애마가 연이어 죽게 되었대. 점점 우울증이 심해지고 실성까지 했다는 거야.

쇼노스케를 찾아온 손님 긴고로는 그 아버지 번주를 모셨던 무사였어. 여전히 충성심이 강한 그는 번주를 위해서 사람을 한 명 찾으러 다니고 있대. 아버지 번주가 젊었을 때 교류를 했던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였어.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이름의 무사를 다 찾아 다니는데 쇼노스케가 열한 번째라는구나. 왜 찾고자 하냐면 자신의 번주가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와 주고받은 암호로 된 편지만 본다는 거야. 우리의 주인공 쇼노스케가 긴고로 자신이 찾는 쇼노스케는 아니었지만, 쇼노스케의 친절함에 암호로 된 편지를 세 통 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혹시 암호를 풀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어.

긴고로가 가고 나서, 쇼노스케는 암호 해독에 열을 냈어. 암호 해독이 알 듯 말 듯 해서… 쇼노스케는 밥과 잠도 잊고 매달렸단다. 나중에는 동네 사람들과 다 같이 보고 와카도 머리를 맞대고 암호를 풀어보았지만 결국 못 풀었어.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로 동네 주점 벽에 그 암호를 적어보자고 했어. 혹시 아는 사람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그랬더니 정말 그 암호를 알고 있는 시즈에라는 중년의 여자가 찾아왔어. 시즈에의 전남편이 바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고 했어. 하지만 그는 이미 그는 이미 죽었다고… 그 편지는 연서였는데미야노 번주가 시즈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했어. 물론 시즈에는 죽은 남편에 마음을 주고 있었지. 정신을 잃어도 젊은 시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잊지 못하고 그 암호로 된 편지를 계속 썼던 것이 아니었을까.

 

3. 

어느날 지헤에가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나타났어. 마카와야라는 어떤 부잣집의 무남독녀 기치가 사라졌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다고 했어. 그런데 기치를 납치한 일당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기치를 돌려주는 대신 돈 삼백 냥을 요구했대.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딸을 위해서 그 정도 돈을 줄 수 있다고 하고… 그 돈을 주겠다고 했어. 그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호위를 쇼노스케에게 부탁을 했어. 비록 무늬일지 모르지만 쇼노스케는 무사이잖아. 그런데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딸 기치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돈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범인들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네주었어. 쇼노스케의 예상대로 돈만 주고 기치는 돌아오지 않았어.

쇼노스케는 이제 기치를 납치한 일당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했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딸 기치와 엄마 가쓰에는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대.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날아온 협박편지의 필체였어. 집안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붓과 먹을 이용해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글을 쓰라고 했어. 쇼노스케는 그 협박편지의 글과 비슷한 글씨체를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기치의 아빠 주에몬이었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주에몬과 기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했어. 이미 아버지 주에몬은 기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이 집안의 숨겨진 사연을 추리해 나갔어와카와 함께… 그리고 주에몬 집안의 비밀을 밟혀냈고기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냈단다. 옛날에 이 집안에 16살 어린 하녀가 아비가 누구인지 모르는 딸을 하나 낳았었대. 자식이 없던 주에몬 부부는 그 딸을 대신 키웠는데 그 딸이 바로 기치였어. 그런데 최근에 기치가 그 사실을 알고 친모를 찾아간 거야. 가뜩이나 엄마 가쓰에와 사이가 안 좋아서 더욱 친모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던 거야. 친모는 어떤 늙은 홀아비와 결혼했는데그 홀아비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그 아들이 머리를 굴려서 기치를 이용해서 돈을 빼앗으려고 했던 거야. 기치는 기치 나름대로 자신을 속인 부모에 분풀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이 일은 지헤에의 지혜와 용기로 잘 해결이 되었단다. 기치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 주에몬과 가쓰에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주에몬과 가쓰에는 기치의 친모와 그 친모의 늙은 남편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게 했대. 아빠가 줄거리를 너무 짧게 쓰긴 했는데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합심했고, 서로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주었단다. 그야말로 사람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였단다.

 

4.

이제 다시 아버지의 필적 모방을 한 대서인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알아보자.(남을 대신하여 서류나 편지를 써 주는 사람을 대서인이라고 해.) 쇼노스케가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도 소문이 났어. 그리고 어느날 쇼노스케의 아버지의 필적을 모방했다고 하는 대서인이 직접 찾아왔어. 완전 술주정뱅이였지만그가 아버지의 필적으로 글씨를 썼는데 정말 똑같았어. 그 대서인은 오히려 당당했어. 자신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이야. 오히려 쇼노스케가 당황했지.

그 대서인은 멀리 있던 사람이 아니었어. 지헤에와 거래를 했던 사람이고, 그의 책을 쇼노스케가 개작을 하기도 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나. 물론 지헤에도 그 대서인이 쇼노스케의 원수로 찾는 사람인지 처음에는 몰랐대.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자헤에와 그 대서인에 대해 불쌍하게 여기도 있던 차였어. 그래서 쇼노스케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던 거야. 그리고 그 대서인에 대해 계속 조사를 해봤더니.. 충격적인 배후 인물이 나왔어. 그것은 바로 쇼노스케의 형 가쓰노스케였어.

아니형이 왜 아버지를… 다시 에도에는 권력 암투가 무척 심했는데, 가쓰노스케도 그 권력 다툼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는 속아서 이용당하고 만 것이었어. 쇼노스케는 이 사실을 알고 에도 대행인 사카자키를 찾아갔는데, 그곳에 놀랍게도 형 가쓰노스케가 있었어. 사카자키도 최근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야. 사카자키는 가쓰노스케도 이용당한 것을 알고 용서를 해주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도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도망갈 기회를 준 것이지. 쇼노스케는 사카자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

형 가쓰노스케는 떠나고 쇼노스케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에도 생활을 정리를 하기로 했어. 애정이 싹트고 있었던 와카와도 헤어지려고 했어. 그런데 도망갔던 형이 다시 나타났어. 그러면서 쇼노스케를 칼로 죽이려고 했지… 가쓰노스케는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었어. 그 장면을 본 이웃집 소년 다이치가 재치 있게 불이 났다고 소리쳤어. 그 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뛰쳐나왔고 가쓰노스케는 도망을 갔어. 형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쇼노스케… 이웃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보살핌으로 간신히 살아났단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도 희망이 없었다고 했는데 말이야. 그 중에 특히 와카의 보살핌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다시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쇼노스케… 지헤에의 조언으로 가명으로 살아가기로 했단다. 이 일을 계기로 와카와의 사랑은 좀더 깊어지고 말이야.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번 편지를 쓰고 다시 읽어보니, 아빠가 짧게 쓰려고 중간중간 이야기를 뭉텅뭉텅 잘라내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고 다시 쓰기에는 아빠가 밀린 독서편지가 너무 많아.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고 다음 독서편지도 또 시작해야 돼…^^ 그러니 이해해주렴…

이번 편지에서 줄거리만 쭉 이야기를 했는데,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 벚꽃 날리는 그런 곳에서 주로 이루어졌단다. 책제목과도 연관이 지어진 부분이야. 올해는 벚꽃이 필 즈음에 아빠가 바빠서  같이 벚꽃놀이도 가지 못했는데.. 아빠가 미안하구나내년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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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5-06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린 독서편지가 너무 많아. 다음 독서편지도 또 시작해야 돼.˝ 이 부분에서 빵 터졌다가 잠시 후 씁쓸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책 읽는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지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독서편지^-^

bookholic 2018-05-06 22: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리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리뷰를 안 쓰면 응가를 하고 밑을 닦지 않은 기분이랄까요? ^^

제가 내성적이라 댓글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syo님의 위트있는 글들로 하루 스트레스를 풀곤 한답니다.^^ 열렬 구독자로써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남은 연휴 하루, 열공하세요~~~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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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에 관한 사상과 사회운동 등을 페미니즘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페미니즘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단다. 아빠는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는 소설은 읽은 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페미니즘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야. 여자라고 부당한 권리와 기회를 갖는다면, 그것은 불의라고 생각해. 그리고 아빠도 평상시에 은연중에 남녀를 구별하는 말도 안 하려고 노력한단다.

어떤 직업을 이야기할 때 앞에라는 말은 절대 붙이지 않고, ‘그녀’라는 단어도 안 하려고 한단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서 알게 된 것인데, ‘그녀’라는 말은 우리말에 없었다는 것이야. 우리나라에서는 3인칭대명사는하나였다는 것이지. 그마저도 잘 사용하지 않고, 3인칭인 경우 그냥 이름을 불렀대. ‘그녀’라는 것은 영어 ‘she’를 번역하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했어. 이런….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샌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책.. 제목이 조금 길어서 좀 헛갈리는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라는 책의 부제는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란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란다. 그리고 또 제목과 부제에서 또다른 키워드 경제학이 보이는구나. 경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 책제목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경제학에서 여성의 가정 노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고 책을 폈단다.

1.

애덤 스미스.

경제학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름은 모두 들어봤을 거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해서 경제학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 이후 모든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이야기하면서 빼먹은 것이 있었어. 그것도 절반이나 뚝딱.

그러면서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물리학 세계와 연관시키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지인간사 절반이나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말이야. 그것은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되었단다. 여성들의 노동, 특히 가정주부의 노동 말이야. 그런데 그런 주장은 사실 새롭지는 않았어. 아빠도 이 책 말고 그 전부터 비슷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 가정주부의 노동을 국민소득으로 환산하면 일인당 국민소득은 엄청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 말이야.

아직 가정주부의 노동은 국민소득에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1950년대 시카고학파에서 여성의 경제적 활동을 포함한 경제학 이론을 이야기했대. , 대단히 진보적이네라고 생각하면 안돼. 그들은 상당히 우파적이고 보수성향의 학파였거든.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여성의 차별을 합리화하기 위함이고, 여자가 임금을 적게 받는 것도 합리화하려고 했던 것이야. 유명한 경제학자 베커라는 사람이 여성이 보수를 적게 맞는, 이유를 이야기한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내는 생각이고 이론인가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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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결혼한 여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부엌을 치우고 다림질을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돕는다. 결혼한 남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잠깐씩 아이들과 놀아 줄 것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여가 시간을 집안일에 많이 쓰고,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피곤해진다. 베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에게 더 낮은 보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부엌을 치우느라 여성은 남성보다 더 피곤하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남성과 동일한 노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베커의 생각이었다.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설명도 내놓았다. 여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족 전체로 볼 때 손해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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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경제학자들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야. 이렇게 살기 힘든,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치는, 자본주의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를 했잖아.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했지만, 그 예측이 맞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어. 그리고 이제는 툭하면 오는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별 다른 대책들도 없는 것 같고아무래도 경제학자들은 밥벌이에 큰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러지 않을까 싶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제학자들에게 왜 아무도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냐는 질문을 했었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루커스라는 사람이 그 여왕에 대한 답변을 <이코노미스트>지에 실었다고 하는구나. 위기를 예측하지 않은 것은 애초에 이런 일은 예측할 수 없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ㅎㅎ 이것 참, 혹시 경제학이라는 것이 말장난 아닌가?

2.

문제다, 문제.. 성장과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가 온 세상에 널리 퍼져있으니 말이야. 이 신자유주의가 바뀌지 않으면, 지구의 환경은 얼마 안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으로 바뀔 것 같구나. 이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많은 적폐를 낳았지같은 회사에서 다니면서, 똑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면서, CEO라고 일반 평직원 월급의 수백 배를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것은 아빠도 참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어. 잘못된 것이라고..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신자유주의에서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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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1970, 미국의 한 CEO는 근로자 보수의 30배 정도를 벌었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이 숫자는 500배가 되었다. 유명한 금융가 J.P. 모건은 미국 기업의 CEO는 평직원 월급의 20배가 넘는 보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그 격차가 364배로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을 모방 삼아 서구 사회에서 CEO 의 보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영국에서는 2002년에서 2012년까지 CEO들의 보수가 3배 증가했다. FTSE 100대 기업의 CEO와 평직원 평균 보수 격차는 1998 45배이던 것이 2010 120배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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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규제가 없고, 경재만 내세우는 것은 점점 지구를 삭막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에서 사람 냄새가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그래도 고전적 자유주의에서는 시민으로서의 인간과 경제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구분했다고 해. 그런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사람은 오직 경제적 관계만 존재하게 만든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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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고전적 자유주의는 시민으로서의 인간과 경제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구분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 사이에는 오직 한 가지 관계만이 존재하며, 그것은 경제적 관계다. 다시 말하면 시민과 노동자와 소비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모두 동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적 인간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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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또다른 문제점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자본으로 본다는 것이야.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먹고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해 버렸어. 알아서 잘 살아 보라는 것이지이런 신자유주의 병폐는 동서양의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고, 금융위기도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심하게 생겨나고 있어. 그러면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도,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더 심해진 것 같아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것을 할 정도로 말이야. 방법은 경제적 인간으로 해방을 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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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7)

우리의 관계는 경쟁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자연을 적대적인 상대로 간주할 필요도 없다. 모든 부분을 합친 것보다 전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기계 혹은 정교한 기계적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경제적 인간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헛되다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많지만 이 문제만큼은 헛되다 외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정의 목표는 바뀔 수 있다. 세상을 소유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편안하게 살려고 애쓰는 여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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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페미니즘 관점에서도 이야기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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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9)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미니스트적 관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신시켜야 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임무다. 페미니즘의 관점은 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 혜택, 환경, 그리고 노령화 사회가 곧 직면하게 될 돌봄 인력의 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깊은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은여성들의 권리이상의 훨씬 큰 문제에 관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페미니즘 혁명의 절반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성들을 더해서는 젓는 것까지는 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깨닫고, 그 새로운 세상에 걸맞도록 사회, 경제, 정치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경제적 인간을 단상에서 내려오게 해서 작별을 고하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경제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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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과 페미니즘을 함께 다루고 있다고 했잖아. 이 정도를 다루는 책이라면, 아빠의 지적 수준으로는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는 중간에 3일을, 엄청 급한 회사일로 책을 펴보지 못하고 나머지 시간들도 책은 읽는데, 머릿속은 회사일로 가득 차버렸으니, 읽어도 어렴풋한 내용만….

그렇다고 이 책을 다시 읽을 만큼은 아닌어중간한 상태에서 책을 덮었단다. 그래서 오늘 독서편지는 주로 아빠가 인상 깊은 구절의 발췌한 부분을 많이 할애해서 적은 점 이해해 주길 바래. , 그게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

아참, 애덤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어머니가 평생 저녁밥을 차려주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어머니의 경제활동 조차 경제학에 포함을 넣지 않았다니경제학의 정의는 아주 좁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20)

경제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과학이라고 묘사되어 왔다. "사랑은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전제다. 따라서 사랑은 아껴서 사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곳에 써 버려서는 안 된다. 사랑으로 사회를 움직이면 개인적인 삶에서 사용할 사랑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찾기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경제학자들은 사회를 조직하는 데 사랑 말고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8)

시장이라는 기계는 사람들의 평범하고 기본적인 감정 같이 단순한 것을 가지고 세계 평화와 모든 이의 행복을 창조해 내는 것으로 가정되었다. 따라서 모두가 이 이야기에 매혹된 것도 놀랍지 않다. 착취를 개인적 악감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급 7000원을 받으며 등골이 휘게 일하는 여성도 사악한 누군가가 강요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그리고 경제학은 피할 길이 없어. 우리의 본성에 있으니까. 사실 그게 우리의 본질이야.
우리는 모두 경제적 인간이니까.

(59)

결혼한 여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부엌을 치우고 다림질을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돕는다. 결혼한 남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잠깐씩 아이들과 놀아 줄 것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여가 시간을 집안일에 많이 쓰고,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피곤해진다. 베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에게 더 낮은 보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부엌을 치우느라 여성은 남성보다 더 피곤하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남성과 동일한 노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베커의 생각이었다.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설명도 내놓았다. 여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족 전체로 볼 때 손해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185)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게 하려 평생을 싸웠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돈이나 선의 중 한 가지 요인만이 동기가 된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다. 게다가 이 개념은 성별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남성은 자기 이익 추구라는 본능에 의해 나아가고 여성은 전체적인 그림을 조화롭게 만다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220)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자본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갈등을 간단히 해결한다. 즉, 인간의 삶을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련의 투자 행위로 보는 것이다. 기독교 신학자들은 빵 한 쪽과 생선 한 마리로 신도들을 먹이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누구나 먹고살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믿는다. 험한 세상이기는 하지만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그리고 우주가 우리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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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우선 대부분의 왕들은 평화를 도모하는 훌륭한 방법보다는, 나로서는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는 전쟁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들이란 자기들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영토를 잘 통치하는 일보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새로운 영토를 손에 넣는 일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왕의 고문들은 모두 대단히 영리해서 다른 사람의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적어도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총신의 영향력을 통해서 국왕의 측근이 되려고 총신들의 지극히 어리석은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기에 아부까지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입니다. 어미 까마귀는 자기 새끼가 제일 귀엽다고 하고 원숭이는 자기 새끼가 제일 귀엽다고 한다지요.

(31)

그래서 추기경님 앞이지만 내가 감히 이렇게 한마디 했습니다.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도둑을 교수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우선 정의에 어긋나고, 또한 어떤 경우에도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처벌 차제가 지나치게 가혹하고 게다가 효과적인 억제책도 못 됩니다. 단순 절도는 목숨을 앗아 가야 할 정도로 중한 범죄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아무리 가혹한 처벌로도 먹을 것을 구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도둑질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잉글랜드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가 마치 학생을 가르치기보다는 매질을 하려 드는 도둑질을 하다가 목숨을 잃게 하는 대신에 모든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거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도둑질에만 가혹하고 끔찍한 처벌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40)

만약 이러한 악폐의 치유책을 찾지 못한다면 절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자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현 정책이 피상적으로는 공명정대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제로는 공정하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을 엉망으로 키워서 어릴 적부터 기질적으로 점점 타락하며 자라도록 방임한다면, 그리고 초년의 습성에 따라 저지른 범죄에 대해 그들을 성인으로서 처벌한다면, 그렇다면 이는 먼저 도둑으로 만들어 놓고 나서 도둑질을 했다고 나중에 처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63)

국왕의 명예와 안위는 국왕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 백성들의 재산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백성들은 국왕의 노고로 자신들이 안락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국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 국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내가 말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자신보다는 양들을 먹이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 목자의 의무이듯이, 자신의 안녕보다는 백성들의 안녕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국왕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백성의 빈곤이 공공의 안녕을 보장한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소립니다. 역사는 그와 정반대를 보여 줍니다.

(64)

만약 백성의 극심한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어서 학대와 약탈과 몰수를 통해서만 통치가 가능한 왕이라면, 그러한 상황에서는 왕의 권력은 갖고 있지만 왕의 존엄은 모두 상실하므로, 차라리 왕위를 양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왕이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백성들을 통치할 때만 존엄성을 지니며, 걸인들을 대상으로 권력으로 행사할 때 왕으로서의 존엄성은 없는 것입니다.

(68)

당신이 나쁜 아이디어를 뿌리째 뽑지 못하고 오래 지속되어 온 악폐를 완전히 치유할 수 없다고 해서 폭풍 속에서 배를 저버리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당신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의 낯선 아이디어를 오만하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정책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상황은 요령 있게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며, 좋게 만들 수 없는 것은 가능한 한 최소로 나쁘게 만들도록 힘써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 한 모든 제도를 좋은 제도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날이 그리 빠른 시일 내에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73)

그러므로 사유 재산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정하고 올바른 재화의 분재는 있을 수 없으며 국민이 행복하게 살도록 통치하는 국가도 있을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수많은 국민이, 그것도 가장 선량한 국민들이 근심과 걱정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압박을 받습니다. 이러한 부담이 어떤 제도를 통해 다소 가벼워질 수도 없다는 점에서 나의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누구도 일정 한도 이상의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든가 일정 액수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일 수 없다는 법을 만들 수 있겠지요.

(95~96)

일하는 데 여섯 시간만 할애하니까 생필품의 공급이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생필품의 생산뿐 아니라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는 물품까지 생산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인구의 상당 부분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의 대부분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여자가 일을 하는 경우라면 남편 되는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서 코나 골고 있지요. 그리고 신부들과 소위 종교인이라는 게으른 대집단이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모든 부자들을, 특히 신사나 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지주들을 첨가해 보십시오. 이들에게 소속되어 거들먹거리면서 주먹이나 휘두르는 무리인 시종들도 포함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나태에 대한 핑계로 병을 가장하고 살아가는 건장하고 원기 왕성한 걸인들의 수효도 계산에 포함하십시오. 그러면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물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생산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99)

모든 사람들이 유용한 직종에서 일을 하고 아무도 과소비를 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풍족합니다. 보수 작업이 필요한 도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길에 나가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공공사업조차 없을 경우에는,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노동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들이 하루 노동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선포합니다. 이 나라 헌정의 주요 목적은, 모든 시민은 육체노동에 투여하는 시간과 정력을 가능한 한 아끼어 이 시간과 정력을 자유와 정신의 문화를 누리는 데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의 생각으로는 사람의 진정한 행복입니다.

(109)

이렇듯 유토피아인들에게는 빈둥거리거나 시간을 낭비할 기회가 없으며 일을 회피할 구실도 없고, 술집도 없고 맥줏집도 없고 사창가도 없고, 타락할 기회도 없고, 숨을 곳도 없고 비밀리에 만날 장소도 없습니다. 만인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자기 일을 하든지 아니면 건전한 방법으로 여가를 즐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생활 양식의 결과로 삶에 유용한 것들 것 당연히 풍족하게 되고, 따라서 그 누구도 빈곤하다거나 구걸을 해야 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118)

유토피아인들의 사고방식과 태도는 그러한 어리석음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사회 제도 내에서의 성장과 교육과 좋은 독서를 통하여 얻어진 것입니다. 각 도시에서 노동을 면제받고 학문에만 몰두하도록 지정되는 사람들의 수호는 비록 많지 않지만(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두뇌와 학문에의 헌신을 보여 준 사람들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가지며, 상당수의 사람들은 남녀 모두 일생 동안 여가 시간을 독서로 보냅니다.

(121)

사실 유토피아인들은 행복이란 모든 종류의 즐거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선하고 정직한 즐거움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덕 자체가 우리의 본성을 최상의 선으로 이끌어 가며, 마찬가지로 우리를 그러한 종류의 즐거움으로 이끌어 간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이와는 달리 덕은 그 자체로서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학파도 있습니다.

(132)

모든 종류의 즐거움 중에서 유토피아인들은 주로 정신적 즐거움을 추구하며 이것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데, 그 까닭은 대부분의 정신적 즐거움은 덕의 실천과 선한 삶을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즐거운 중에서는 건강을 최고로 여깁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서 얻는 기쁨은 이러한 행위가 오로지 건장을 위해서일 때만 바람직한 육체적 즐거움으로 간주합니다. 먹고 마시는 것 자체는 즐거움이 아니라 오로지 질병의 은밀한 공격을 이겨 내기 위한 수단입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병의 훌륭한 치유법을 얻기보다는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진통제를 구하기보다는 고통을 방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치유법이나 진통제로 위안을 얻는 즐거움은 아예 필요하지 않은 것이 더 좋겠지요.

(149)

유토피아에는 법이 몇 개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최소한의 법 외에 다른 법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을 정도로 교육이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유토피아인들이 보는 다른 나라들의 가장 큰 결함은 무한한 양의 법률서와 해설서를 가지고도 국사를 올바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아서 다 읽을 수도 없고 너무 난해해서 이해할 수도 없는 법률들로 사람을 결박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이 유토피아인들의 생각입니다. 변호사로 말하자면, 변호사들이란 사건을 조작하고 말싸움이나 다양하게 요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라서 유토피아인들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191)

생계에 대해서 아무 걱정도 없고 모든 불안에서 자유로우며 기쁘고 평화롭게 사는 것보다 사람한테 무엇이 더 큰 재물일 수 있겠습니까? 남편은 돈에 대한 아내의 짜증이나 불평에 시달리는 일이 없으며, 아버지는 아들의 가난을 걱정하거나 딸의 지참금을 마련하려고 애쓸 일이 없습니다. 모든 남자는 자신의 생계와 행복만이 아니라 자기 가족 전체의 생계와 행복이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 아들, 손자, 증손자, 고손자 등 양민들이 머릿속으로 그려 보기를 무척 좋아하는 긴 계열의 후손들까지도 포함됩니다. 한때 일을 했었으나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조차도 마치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똑 같은 보살핌을 받습니다.

(193)

더 나쁜 것은 부자들이 개인적인 사기 행각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국가의 조세법을 통해서 이 사람들의 하찮은 임금의 일부를 착취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사실입니다. 국가로부터 최상의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최소의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최소의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의에 위배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들의 착취에 법의 색깔을 입혀 놓음으로써 정의를 한층 더 왜곡하고 타락시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의를 <법적>인 것으로 위장하여 놓습니다. 오늘날 번영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볼 때, 그러한 나라들 안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국가라는 이름하에 자신들의 이익을 축적하고 있는 부자들의 음모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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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꽤 많단다. 봄이라서 그런지 그런 책들 중에 봄에 관련된 책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구나. 이번에도 읽은 소설도 제목에 ‘봄’이 있어서 집어 들었단다. 추리소설의 대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실명을 숨기고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출판사 포레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필명으로 쓴 소설들을 모아서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이라는 시리즈를 출간하였는데, 이번이 아빠가 읽은 두번째란다. 작년 봄에 그 책 역시 책 제목에 ‘봄’이 들어가서 봄에 읽었었지.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이고….

이번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리 행복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야. 애거사 크리스티도 남편과 불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소설로 그린 것이라는 것 같았어. 오늘 들려줄 <두번째 봄>이라는 소설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니 너희들에게 되도록 짧게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피곤하고독서편지를 쓰기 귀찮아서 아니라는 점.. 꼭 알아줘~~~^^)

 

1. 

레러비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자살하려는 여인 샐리아를 만났어.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지나쳤는데, 직감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할까다시 샐리아가 자살을 하려고 그곳에 왔음을 직감했어. 래러비는 힘든 시절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어서…. 그래서 샐리아를 다시 찾아가 설득해서 자살을 막았고, 숙소까지 데리고 와서 밤새 샐리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단다. 왜 샐리아가 이 낯선 곳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참이 소설의 출간년도는 1934년이라는 점도 알고 이야기를 들어줘.

샐리아는 어린 시절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자라났어. 아버지 존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양을 위해 프랑스 남부에 다녀오기도 했어. 프랑스에서 다녀온 이후에도 부모님만 여행을 가시고, 샐리아의 오빠 시릴과 샐리아는 하녀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어. 이런 생활이 샐리아의 성격을 만들었을까아니면 천성이었을까? 샐리아는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이 곤충들의 생명을 해치는 행동에도 눈물을 보이곤 했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듯 하는 말도 마음 속에 담아두었단다.

샐리아의 아버지는 결국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샐리아가 열 살 때 돌아가셨어. 이후 샐리아 가족의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어. 엄마는 샐리아의 학업을 직접 가르쳤고, 일부 가르치지 못하는 과목들은 따로 가정교사를 두어 가르치기도 했어. 샐리아가 10대 후반이 되었을 때 파리로 공부라고 갔어. 이 때 음악에 대한 소질이 약간 있었는데, 예민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어.

샐리아의 엄마는 샐리아가 젊은 시절에 이런저런 재미를 누릴 수 있게 했어. 돈이 들긴 하지만이집트 여행도 같이 갔어. 샐리아는 커가면서 점점 아름다움을 갖추게 되었고남자들의 대쉬가 이어졌어. 그러나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샐리아는 잘 표현하지 못했어.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도 마음 속에만… 자신의 타입이 아닌 이들에게만 청혼이…. 어떤 돈 많고 나이 많은 소령이 적극적으로 청혼을 했지만, 소심한 성격에 여러 번 망설이다가 소심하게 거절했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짐이라는 남자가 어느날 이웃으로 이사 와서 농장을 했어. 짐과 책사상 등 지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했어. 짐이 청혼을 했지만샐리아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짐이 6개월 간의 약혼기간을 가져보자고 했는데, 그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서 그러자고 했지만역시나였어. 짐과 약혼기간에 오히려 우울증이 생겼지.. 이런 고민을 친구의 오빠인 피터에게 편지로 물어보곤 했어. 피터는 친구의 결혼식에서 알게 된 이후 편한 관계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피터가 샐리아를 사랑하고 있었어. 짐과 파혼을 하자 피터가 청혼을 했고샐리아는 오케이를 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겸손한 피터는 자신이 너무 가난해서 샐리아와 결혼할 자격이 없다면 조금 시간을 갖자고 했어. 군인이었던 피터가 외국으로 2년간 파견을 하게 되었는데,  2년동안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때 결혼하자고 했어. 그 사이 더 멋지고 부자가 나타나 청혼을 하면 부담 갖지 말고 결혼하라고 했어. 피터는 왜 그랬을까샐리아를 왜 시험대에 올려놓았을까? 겸손하고 착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그 또한 나쁜 남자였던 것일까?

 

2.

얼마 뒤 샐리아에게 더멋이라는 남자가 나타났어. 피터가 이야기한 부자도 아니고멋진 남자도 아니었어. 피터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군인이었어… 그런데더멋은 자신의 상황 같은 거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샐리아는 더멋의 청혼을 받아들였어. 피터에게는 미안했지만 현시점에서 더멋을 사랑하는 것은 맞으니까. 샐리아의 엄마 미리엄은 더멋을 싫어했어. 콩깍지가 씌어져 보이지 않는 더멋의 진모습이 명확히 보였거든. 더멋은 그리 착한 남자가 아니었어나쁜 남자.

미리엄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전쟁이 일어나 더멋도 전쟁이 참가한다고 갔어. 하지만일 년 뒤 부상을 당하고 후방으로 배치를 받았고, 샐리아는 더멋과 결혼을 했어. 더멋은 결혼을 하면서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을 읽는 아빠도 그렇고샐리아도 그렇고 그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다정스러운 이야기인줄 알았지, 그 말이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 말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라는 말이야. 나이를 먹고아이를 낳다 보면 그 나이에 맞게 아름다움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 것인데… 더멋이 이야기하는 하는 아름다움은 지금 이순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그때는 더멋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을 거야.

가난한 군인과 신혼생활은 낡고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했어. 샐리아는그 전에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무료한 가정주부의 생활의 시작이었어. 군인에서 제대한 더멋은 사업을 하게 되었고, 사업이 위기도 있었지만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 하지만 샐리아에 대한 집착특히 샐리아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심했어. 그리고 자상함이란 것도 없었어. 샐리아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샐리아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사람 같았어. 주디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기쁨보다 샐리아가 아름다움을 잃을 것을 걱정했으니….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샐리아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조금씩 바래기 시작하면서, 더멋을 아무렇지 않게 샐리아를 버렸어. 그는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어.

 

3.

내성적이고 성격이 예민했던 샐리아는 힘든 시간을 가졌어. 홀로 오랜 시간을 가졌어. 딸 주디도 자라서 결혼을 했어. 그렇다가 우연히 마이클이라는 남자를 만났어. 의사였던 마이클은 그 옛날 피터와 비슷한 성향이었어. 그리고 어느날 그 남자는 샐리아에게 청혼을 했어. “아름다움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라는 말과 함께… 더멋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들었으니 얼마나 경악을 했겠니. 그 말을 듣고 그 남자를 떠나 버렸다는구나. 샐리아의 나이 이제 서른아홉. 그의 삶이 아직도 삼십 년이나 더 남았을 텐데… 그런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 수 없다면서 자살을 생각했다는구나.

래러비는 밤새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 샐리아가 자살의 생각을 접었을 것이야. 래러비가 손을 다정하게 손을 잡아준 것이니까. 래러비와 헤어진 샐리아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야. 예전에 유명한 초상화가였던 래러비가 한쪽 팔을 잃고 좌절했다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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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사람은 사람과 관계로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가장 많은 시간을 갖고 가족과의 관계가 그만큼 중요한 것 같구나. 성격이 만들어지는 어린 시절…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너희들… 아빠도 더욱 더 너희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을 쓴 다른 소설들…. 가끔씩 찾아서 읽어봐야겠구나. 이제까지 두 권은 봄마다 읽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것 매년 봄마다 하나씩 찾아서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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