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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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을 읽었단다. 그의 소설을 여럿 읽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름이 헛갈린다. 피에르 르메르트? 피에르 르메트로? 피에로 로메트르? 피에로 르메트로? 아무튼 그의 가장 최근 소설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읽었단다.

피 말리는 이야기라고 해야겠구나. 죄를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야. 분명 그가 잘못을 했으니까 죄를 받아야 하는데,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다 보면, 들통날까 조마조마하게 되더구나. 그 이야기를 해볼까? 스포일러를 시작해보자꾸나.

 

1.

1999년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12살이었던 앙투안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 엄마는 직장을 다녀야 했으니 집에서 늘 혼자 지내기 일쑤였지. 같이 놀던 친구들도 비디오게임이 유행하면서 보이지 않고, 앙투안은 혼자 숲에서 나뭇가지 등으로 아지트를 만들며 혼자 놀았어. 어느날 그를 따라온 이웃집 데스메트씨의 개 윌리스가 그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단다. 이후 늘 윌리스와 함께 지냈어.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로 윌리스가 중상을 입었어. 그를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데스메트씨는 윌리스를 총으로 죽였단다. 그 현장에 있었던 앙투안은 깊은 슬픔과 윌리스를 죽인 데스메트씨에 대한 강한 분노를 갖게 되었지.

그는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이 지은 숲 속의 아지트를 찾아가 다 부셔버렸어. 그때 숲에 놀러 온 레미. 데스메트씨의 어린 아들, 레미바로 그 윌리스를 죽인 데스메트씨의 아들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있던 앙투안은 막대기로 레미의 머리를 가격했는데, 그만 레미가 죽고 말았어. 뒤늦게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법. 앙투안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수를 할까? 시신을 숨겨야 할까? 고민하다가 숲 반대편에 잇는 동굴 안 구덩이가 생각이 났어. 그곳에 시신을 버리고 돌아왔어. 오다가 지나가는 차가 한대 있었는데 잘 몸을 숨겼지.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자신의 손목시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어. , 어쩌지?

 

2.

집에 돌아오자 데스메트씨 집에는 난리가 났단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사라졌으니 말이야. 데스메트 부인은 앙투안에게도 레미를 못 보았냐고 물어보았어. 못 봤다고 했지. 나중에는 군경까지 출동해서 앙투안을 심문했어. 당황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려고 했어. 앙투안은 혼자 도망갈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하지 못했어. 열두살짜리가 가면 어딜 가겠어. 군경대는 주변에 있는 큰 연못을 샅샅이 수색했단다. 어린 아이가 실종했다면 실수로 연못에 빠졌을 확률이 가장 높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기도 했단다.

며칠이 지나고 앙투안의 실종사고는 텔레비전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었어. 앙투안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자수를 해야 하나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하나 괴로워했단다. 그리고 엄마의 약들을 한꺼번에 먹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 나중에 토하고 열이 심하게 나는 앙투안을 보고 엄마는 왕진 의사를 불렀어. 말이 적고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의사선생님은 치료를 다 해주고, 마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고민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어.

레미의 수색은 점점 확대되어 대규모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하기로 했어. 동네 사람들도 모두 참여하기로 했고, 수색지역도 넓혀서 시신을 숨긴 숲도 하기로 했어. 앙투안은 곧 자신이 범인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어. 일분 일초가 무서운 시간이었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시간들이었어.

 

3.

그런데 앙투안이 살고 있는 보발시에 강력한 태풍 2개와 엄청난 폭우가 왔어.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만들었고, 그 폭우로 인해 죽은 사람도 있었어. 수해 복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어. 레미 수색 작업을 하려고 했던 자원봉사자들은 수해 복구가 더 급해 보였어. 그들이 모두 수해의 피해자였으니까 말이야. 그 숲도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어. 레미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지.

 

4.

시간은 지나 2011년이 되었어. 앙투안은 파리에서 의대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여자 친구 로라와 함께 생활을 했지. 그는 대학 졸업을 하면 구호 단체에 가서 해외에서 활동할 계획도 세웠어. 앙투안은 어떻게 해서든지 보발시에서 멀리 벗어나려고 했어. 여전히 그날의 후유증으로 앙투안은 안정제를 먹어야 했고, 가끔씩 공황장애를 겼고 있었거든. 그 일이 그렇게 쉽게 잊혀질 일이 아니지, 그는 변함없는 범인이고 죄를 여전히 받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정기적으로 보발시의 엄마가 혼자 지내는 집에 가는데, 어느날 어린 시절 짝사랑 하는 에밀리를 만났어. 순간적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짧고 어설픈 불장난 같은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리고 후회했지.

그리고 뜻밖의 소식. 레미의 시신이 숨겨져 있는 그 숲을 재정비해서 놀이공원으로 만든다는 소식이었어. 그렇게 되면 레미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러면 앙투안 자신이 범인으로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어. 다시 불안감과 공황장애로 괴로워했단다. 다시 파리로 돌아와 지내는데,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단다.

서너 달 뒤에는 에밀리가 찾아왔어. 임신을 했다는 거야. 앙투안은 순간 화가 났단다. 자신의 아이인지 어떻게 아냐고 했어. 자신의 아이더라도 낳을 수 없다고 했어.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중절 수술 비용을 주겠다고 했어. 에밀리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럴 수 없다면서 화를 내며 보발시로 돌아갔어. 앙투안의 처지에서 보면 이것저것 한번의 실수들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니, 꼬인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뿌린 씨앗들.

어느날 엄마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안 좋은 일들은 연이어 닥치는 것인가. 엄마를 간호해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어. 어쩔 수 없이 다시는 가기 싫은 보발시를 다시 가야만 했어. 병실에 켜져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 숲에서 어린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봤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고 했어. 그 머리카락의 유전자 분석을 해 보았지만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은 없다고 했어. 12년 전에 용의자로 조사받았던 코발스키씨가 다시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지만 그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풀려났단다.

한편, 에밀리가 그렇게 화를 내고 갔지만, 에밀리의 아버지는 가만히 있지 않았어. 앙투안을 고소하겠다고 했어. 에밀리가 임신한 아이와 앙투안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친자임을 확인하겠다고 했어. 앙투안은 다시 두려움이 엄습했어. 자신이 고소당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는 경찰의 데이터에 저장이 되고, 언젠가는 레미의 유골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유전자와 일치됨을 경찰이 알게 된다면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앙투안의 추리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 방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에밀리와 결혼하는 방법뿐이지. 결국 앙투안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나가려는 계획을 접고, 사랑하는 여인 로라에게도 거짓말을 이야기해서 헤어지고, 에밀리와 결혼해서 다시 보발시로 돌아와 지내게 되었단다.

 

 

5.

2015년 보발시의 동네 병원 의사로 일하게 되었어. 어느날 코발스키씨가 환자로 찾아왔어. 레미 사건으로 두어 차례 경찰의 심문을 받았던 그 사람 말이야. 그가 앙투안에게 고백 비슷한 것을 했어. 그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단다. 1999년 레미가 죽던 날 차 운전을 하다가 앙투안이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어. 경찰서에 두 번이나 불려갔지만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앙투안의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리고 앙투안이 도망가는 것을 본 그 차 안에 그 혼자 있던 것이 아니라고 했어. 앙투안의 엄마도 같이 있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앙투안의 엄마와 코발스키는 처음부터 다 눈치채고 있었다는 거야. 앙투안의 엄마도 말은 안 했지만 그 오랜 세월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셨을까. 앙투안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숨죽이며 고생했던 그 시간들. 앙투안이 먹었던 엄마의 약들을 엄마도 계속 먹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코발스키와 앙투안의 엄마의 만남은, 앙투안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졌다고 했어. 그렇다면….. 앙투안의 아빠는 …..

코발스키는 평생 숨겨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숨길 이야기를 해주고 돌아갔어. 그리고 며칠 뒤, 소포 하나가 왔단다. 1999년 그날 숲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손목시계였어.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참 묘한 감정이었단다. 분명 앙투안은 실수이긴 하지만 사람을 죽인 중대한 죄를 지었어. 그것에 대한 벌을 받아야만 했어.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그가 잡히지 않길 바라게 되더구나. 지은이 피에르 르메트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런 걸 노리지 않았나 싶구나. 아빠가 지은이와 게임에서 졌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라고 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1999년의 12월이 끝나 갈 무렵, 일련의 돌연하고도 비극적인 사건들이 보발을 덮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은 물론 어린 레미 데스메트가 사라져 버린 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물론 그것은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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