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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댓글부대>란
책을 읽고 나서, 지은이 장강명이 쓴 다른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고 하고 고른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표백>이라는 책이란다.
2011년 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더구나. 제목이
왜 표백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었어. 사실 좀
가볍게 책을 들었는데,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더구나. 잘못된
우리나라 사회 구조 속에서 힘겹게 생존 경쟁을 하는 젊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였어.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1년인데, 오늘날에도 그대로 그 문제점이 널려 있어. 아니, 더 심각해졌을 수도 있고…
왜냐하면 그때의 정권이나 지금의 정권이나 젊은이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쓰다듬어 주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아빠가 봤을 때는 거의 방치 수준이었어. 앞으로는 더 나빠질까? 너희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되면 지금보다 주변 여건은 더 나빠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다. 하지만, 나라가 그 어려움을 알고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 그래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그래서 비록 여건은
나빠질 수 있지만, 사회 구조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 정권을 잡도록 해야겠지. 그런
희망을 올해는 다시 한번 가져보련다.
자, 다시 소설 이야기를 할게. 이런
사회성이 짙은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빠의 역량 밖이란다. 그냥 줄거리만 쭉 이야기하기는
그렇고, 소설에서 이야기하려는 바를 아빠는 어찌 생각하는지 알려주어야 할 것 같은데, 아빠가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뜻 너희들에게 잘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 그런 걸 감안하고 글을 읽어주길 바란단다.
표백. 표백 세대.
지은이가 소설 속에서 표백 세대라는 말을 사용했어. 그래서 이 말이
원래 통용되는 말인데, 아빠만 처음 들어본 말인가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지은이가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사용한 것 같더구나.(아빠가 대충
찾아봐서 틀린 내용일 수도 있어.) 이 소설에서 사용한 이후 다른 곳에서도 ‘표백 세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표백세대는 일단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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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나는 여기서 나를 포함해
이런 사명을 부여 받은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만성적인 좌절감에 빠지는지 밝히고, 그런
좌절감이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보겠다. 또
타고난 능력과 근면, 성실함으로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굴욕에 대한 답이 아니며, 그런 성공은 본질적으로 시시한 것임을 논해보겠다.(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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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 세대들에 의해 완성된 사회에 태어난 사람들. 그래서 사회를
바꾸거나,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 없는 세대. 이런 세대를
지은이는 표백 세대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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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에게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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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백 세대는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같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불리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세대. 지은이의 말들이 틀리지
않아 답답했단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은이는
표백 세대가 살아가는 방법에는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이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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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세대가 완성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의 네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순응은 완성된 사회의
시스템과 경쟁 체제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중략…
타협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품으면서도 대체로 그에 따라가는 삶의 형태다. 이런 삶의 유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으며 그런 의심을 억누른다. …중략…
소극적 저항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나 적어도 그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닌 삶의 형태다. … 중략… 이들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따르는 일을 경멸하지만, 자신들이
완성된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중략… 소극적 저항자들은 대체로 연대를 하지 않으며 사회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는 한 완성된 사회의 관점에서 대체로 무해하다.
적극적 저항은 사회에
대한 폭력적인 타도를 시도하는 것이다. 정의에 따라, 완성된
사회에서 적극적 저항은 이념적 근거를 가질 수 없다. 적극적 저항자들은 처참할 정도로 논리가 없거나
아니면 일반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극단적인 원리주의를 자신들의 이념으로 채택한다. …중략…
완성된 사회는 이들을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며 이념적으로 물리적으로든 적극적 저항자들이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기껏해야 기억에 남는 테러를 몇 건 저지를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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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지은이가 정의 내린 표백세대는 아니지만, 근접한 세대로써 표백
세대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 무척 공감이 가더구나. 아빠가 현재는 위 네 가지 방법 중에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것 같더구나. 이 더러운 사회 구조를 욕하면서도 그 사회 구조에 일부는 순응하고 일부는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타협의 자세… 어떤 것이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자세로 옳은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구나. 그대로 최근에 최악의 대한민국 정부에 맞서 시민들의 저항들이 많아져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을
가져본단다.
1.
그럼 줄거리를 이야기해줄게. 진호그룹이라는 대기업 회장의 장남 선우가
미국에서 유학 중 사망했다는 신문 기사로 이야기를 시작돼. 선우는 실질적 후계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의 죽음은 큰 뉴스거리가 되었어. 그리고 1인칭 시점의 ‘나’가
이야기를 끌어간단다.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이라고 부를게. 주인공은 서울 소재 A대학 경영학과에 다니고, 자신 소개를 “나는 아무 생각 없었고, 매사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바보였다”하고 했어. 그에는 친구들도 많지 않았고 절친 휘영과 후배 병권, 그리고 미모의
후배 정세연 등과 어울려 다녔어. 정세연은 남자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고 그로 인해 좋지 않은 소문이
있었는데, 자신은 개의치 않았어. 주인공도 이상하게 세연에게
이성에 대한 감정이 없었대. 그런데 휘영과 병권은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았어. 어느날 넷이 술을 먹는 자리에 세연이 자신의 친구라면서 추윤영을 데리고 와서 소개해 주었어. 추윤영은 자신을 추라고 불러달라고 했어. 추 역시 대단한 미인이었단다. 그 해 6월 세연은 갑자기 죽었어.
자살. 그것도 대기업 입사 합격을 하고 나서..
2.
이 소설은 중간중간 회색 바탕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단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는데, 세연의 죽음 이후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밝혀지게 돼. 세연이 죽고 나서 주인공과 휘영, 병권은 세연으로부터
메일을 받게 되는데, 세연이 죽기 전에 쓴 잡기(주인공은
세연이 쓴 글을 잡기로 불렀어.)를 첨부 파일로 받았단다. 회색
바탕에 쓰여진 이야기들이 바로 그 파일에 담긴 글들이었어. 세연이 지어낸 이야기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세연의 주변 인물들로 채워져 있고, 일부 내용들인
실제 있었던 일들이었어. 주인공도 그 세인이 쓴 잡기 속에 적그리스도라는 별명으로 등장하고 있어. 그런데, 주인공이 모르는 등장인물도 꽤 있었단다. 그 중에 ‘하비’라는
사람은 대기업 후계자인 것 같은데, 독자들은 바로 소설 첫부분에서 나왔던 진호그룹 후계자 선우라는 것을
눈치챘을 거야. 불분명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을 준비하기로 했어. 그가 사실 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어.
그런데 일반 기업에 들어가면 늦은 퇴근 시간으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공무원이 되고자 했어. 그러면
퇴근 일찍 하고 이후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추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같이 하자고 했어. 그들은 그 즈음 사귀고
있었거든. 놀기 좋아하는 추가 공무원 시험을 한다고 해서 믿기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같이 공부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추는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주인공 공부에도 방해하기 일쑤였어. 주인공은 첫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추와 결별하고 나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어. 그런데, 그게 되겠냐. 또 떨어졌지. 그래서 서울의 짐을 싸들고 지방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단다. 그 즈음 추는 미국에 간다고 했어. 1년이 지나구
주인공은 7급 공무원에 합격했어. 하지만 공무원도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칼퇴근은 할 수 없었어. 그렇다고 지금 와서 지금 와서 공무원을 그만둘 수도 없잖아. 그렇게 주인공은 기성 세대가 되어가고 있었지.
3.
주간지 기자가 된 휘영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세연으로부터 메일이
왔다는 거야. 세연이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것보다 그 메일 속에 링크된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사이트가
더 의문이었어. 그 사이트는 만든 지 얼마 안된 사이트였어. 세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선언’이라는 글이 있었어. 그리고 주인공이 몇 년 전 받은 세연의 잡기들이 올라와 있었어. 그
사이트에는 표백 세대에 대한 설명들이 올라와 있었어. 그리고 젊은이들의 잇단 자살을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선택이라고 하는 기성 세대들과 언론들에 대해 비난하는 글들도 있었어.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우울증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고, 인생 최고의 순간에 성과를 이루고 난 뒤에 자살을 했다고 했어. 그래, 세연은 대기업에 합격하고 나서 자살을 했으니까 말이야. 세연은 그러면서 자신을 뒤따르라고 했어. 그렇게 써 있지만 그 게시판은
회원도 거의 없어서 세연의 글이 영향력이 있기나 하겠냐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날 게시판에 추가 글을 올렸어. 24시간 뒤에 자살하겠다는 자살선언 글이었어. 그것도 세연이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이 꿈을 이루고 난 후의 자살 선언. 주인공은 놀랬어. 그녀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어. 하지만 추가 죽기로 한 장소가 어디인지 몰랐지. 그래서 언론 이나 다른 사이트에 추의 글을 퍼다 나르면서 추의 소재지를 파악하려고 했어. 하지만 결국 추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단다. 추의 죽음은 큰 파장을
일으켰어.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퍼다 다른 글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와이두유리브닷컴”을 홍보하고 말았던 거야. 또
한 소식.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병권이 공인회계사 최종 합격을 하고 나서 바로 자살선언문을 써서 게시판에
올렸어. 주인공과 휘영은 병권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어. 소설의 맨 처음 죽었던 진호그룹 후계자 선우도 이 사이트에서 자살선언문을 올리고 자살했던
거야. 이렇게 세연은 죽은 지 수 년이 지났는데, 인생 최고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나타난 거야. 사이트의 회원수는 점점 증가하고, 주인공과 휘영은 도대체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누구인지 궁금했단다.
그리고 밝혀진 사이트의 운영자는…. 바로 죽은 세연의 동생 세화였어. 세연이 죽기 전에 이 프로젝트를 꾸몄던 것이었어. 사태는 점점 일파만파… 이십 대 자살율은 급증. 사이트 회원 수도 급증. 이후 주인공은 세화와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고, 세화는 경찰에
잡혀 유죄 판결도 받지만, 사이트는 또다른 운영자에 의해 나날이 번창하게 된단다. 주인공은 세연과 세화가 틀렸다고 생각했어. 그들의 에너지를 잘못된
곳에 썼다고 말이야. 세연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없을 수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몇 번은 들이치리라 생각했어. 그러면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주인공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했단다. 그리고 요즘 주인공이 이야기한 시대의 태풍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주말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거리에서 쏟아 붓는 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고 말이야. 결국
세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주인공의 옳았다는 것이지….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젊은이가 되었을 때 젊음의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 것은 너희들의 의지에 달렸지만, 그 시대의 태풍에 맞서 쓰면서도 너희들의 행복과 즐거움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