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 가지 신문 중에서 한 가지 사설을 골라낸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내가 먼저 사설의 제목을 읽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런 방향과 저런 방향에서 볼 수 있다고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의 방법을 간추려 들려준다. 그런 다음에 내가 사설을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그러면서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고, 논리 전개를 짚어 주고,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확인시킨다. 그리고 논리 전개를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목 대목에서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해 준다. 그 공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사설 한 가지를 읽는 데 3~4분 걸리니까 그 열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55-56)

그러나 그의 무능과 고집불통의 독단은 최순실과의 국정 농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잘못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무감각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대해 절망케 만들었고, 국민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려 남북 관계를 냉전 시대보다 더 얼어붙은 파탄 상태로 몰아넣었고, 국민 그 누구도 모르게 결정된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전에 단 한마디 의논도 없이 돈 몇 푼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해 버려 민족 자존심을 훼손하는 새로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83)

이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 경제 이념은 자본주의뿐이다. 그것은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을 낳게 한 인간들은 돈을 더욱 살아 있는 신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살벌한 시대에 이윤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들에게 기업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잠꼬대일지도 모른다. 교수님들도 변호사님들도 다 그 지경인 판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갈데없이 불의한 세력들이 합작한 살인극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쉬 떼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탐욕이란 인간의 힘으로 제거할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자가 온순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돈 앞에서 양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하이에나가 고깃덩이 앞에서 얌전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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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민족 상.하 세트 - 전2권
강태진 글.그림 / 비아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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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었단다. 제목은 썩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조국과 민족”. 이 책도 알라딘 북플이라는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거야. 이 책을 쓱 지나가면서 봤을 때는 교양 만화 도서인줄 알았지, 이렇게 스텍타클하고 어마무시한 만화일줄 누가 알았겠니. 1980년 간첩 조작 사건과 안기부의 만행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인데, 아빠가 좋아하는 한홍구 교수님께서 극찬을 했는데, 그의 극찬이 결코 과하지 않은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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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보다 간첩 잡는 사람들이 훨씬 더 무서웠던 한국 현대사. 만화에 재현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이었기에애국의 이름 아래 자행된 사건들이 더 박진감 있게 다가온다. 강태진 작가는 탄탄한 연출과 구성으로 88올림픽 전후 시대상을 <응답하라 1988>의 판타지가 아닌 뒷골목 누아르로 재현했다. 만화 같은 현실이 아직도 계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꼭 보아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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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1980년대로 회귀하려는 정권의 더러운 권력이 막 드러나려고 하던, 2016 9월에 책으로 출간이 되었더구나. 그리고 그 이전부터 웹툰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그 더러운 정권들이 감방에 들어가 계시는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되었지.

주인공은 박도훈이라는 사람인데, 중학교 3학년 때 반공 표어 짓기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수상을 하면서 장세훈이라는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가난했던 박도훈은 장세훈의 도움을 받아 대학교까지 공부하게 되었고, 그가 취직도 시켜 주었단다.

장세훈 실장으로 부르는 이 사람은 1980년대 악명을 떨쳤던 장세동이라는 것을 1980년대 역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거야. 안기부장을 했던 그는 전두환의 꼬붕으로 더 유명하고, 자신이 법을 무시하면서 저지르는 못된 짓을 애국이라고 철썩 같이 잘못 믿고 있던 그런 사람이었어.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고, 그 사람을 감금해서 말할 수 없는 고문을 해서 간첩 거짓 고백을 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서 정권 강화에 힘을 쓰는 그런 나쁜 사람이었어.

그리고 박도훈이 맡은 일은 고문전문가였단다. 그 젊은 놈이 말이 신문실에 들어서면 다들 벌벌 떨었을 정도야. 이 사람 또한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을 모델로 했을 것이고, 1980년대 모진 고문을 받고 나온 사람들이 이후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만 했고, 김근태님처럼 그 후유증으로 삶을 일찍 떠나신 분들도 있어. 그런 나쁜놈 박도훈을 중심으로 1980년대 실제로 있었던 간첩 조작 사건들을 잘 어울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책을 중간에 놓을 수 없더구나.

박도훈이 몰래 마약 밀매를 했는데, 그것이 실제 간첩들에게 약점으로 잡혀 간첩들의 심부름을 하게 되는 박도훈. 결국 가짜 간첩을 고문하던 박도훈이 간첩 혐의를 받고 도망을 치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장세훈의 약점을 잡고 일본으로 도망갔으나, 마지막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지은이 강태진. 눈여겨봐야 할 만화작가더구나.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만화를 그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린 첫번째 만화가 바로 <조국과 민족>이라고 하더구나. 자신의 꿈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둔 그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이 만화책을 읽어보니 충분히 회사를 그만둘 실력을 갖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중학교 3학년 때였지 아마. 반공 표어 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종로구 전체에서 1등을 먹은 거야.

책의 끝 문장 : 돈 많이 벌어서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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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가 즐기는 독서, 여행, 외국어 공부, 모두 돈이 들지 않는 취미예요. 노후를 준비하면서 저의 화두는 하나입니다. ‘어차피 나의 노후 취미생활에 큰돈은 안 들 테니 돈을 버는 것보다 재미난 일을 하는 게 우선이다.’ 저는 일보다 놀이를 더 잘하고 싶어요. 일보다 노는 걸 더 열심히 한다? 언뜻 철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최고의 전략이 될 것입니다.

(32)

나를 어떻게 다중인격체로 만들 것인가. 먼저 일하는 나가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무언가 일을 하겠지요.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노는 나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적당히 설렁설렁 놀지 말고 미친 듯이 해봅니다. 그러면서 일하는 나와 노는 내가 자꾸 만나야 합니다. 지금 저를 예를 들면, 드라마 PD와 블러거가 만나는 거지요. 그러면 드라마 PD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매스미디어 PD가 말하는 소셜미디어 즐기는 법’,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공부하는 나를 만들어도 좋아요. 일하는 나, 공부하는 나, 노는 나 이렇게 셋이 만나 협업을 하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집니다.

(135)

즐거운 일을 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자신을 꿈꿉니다. 우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아빠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경쟁력 있는 직장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매일 새벽, 게으른 나와 부지런한 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때마다 저는 부지런한 나를 응원해요. 내게 더 큰 보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항상 부지런한 나였으니까요.

(224)

삶이 힘들다면 일기를 한번 써보면 어떨까요. 지금 느끼는 모든 감정을 또박또박 글로 옮겨보세요. 일기장에 털어놓은 다음엔 잊어버리세요.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한참 웃을지도 몰라요. 오래전 일기조차도 블로그의 글감이 됩니다. 그 일기를 쓰던 나이의 나에 대한 이야기로 젊은 독자들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거든요. 스무 살의 내가 느꼈던 생각을 글로 나눈다면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나이 50세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어쩌면 10년이 지나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는 중년의 직장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요. ‘10년 전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던 날, 블로그에 쓴 글이 있어요.’라면서 말이죠. 오늘 나의 일기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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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26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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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채털리 부인의 연인 ()권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권의 줄거리만 이야기하면 금방 끝날 것 같아.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았거든. 하지만, ()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 소설은 단순이 사랑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했잖아. 영국이 산업 사회로 급격히 변해가면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비난의 수위가 높았어.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영국 상류사회로 대표하고 있는 주인공 클리퍼드가 하반신 불구가 된 것이 혹시, 영국의 정통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빗댄 것은 아닌지 말이야. 영국의 상류사회도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에 불과하고 그들도 돈이 없다면 그들을 따르는 이들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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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코니는 귀 기울여 들으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도 뭔가를 주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허용이 안 돼요. 지금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아요. 당신이 말한 그 모든 것 또한, 랙비와 시플리가 사람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팔고 있는 거지요. 모든 것은 돈을 주고 사야 해요. 당신은 심장 박동 한 번만큼도 진정한 공감을 나눠 주지 않아요. 그리고 게다가 누가 그들에게서 자연스러운 삶과 인간다움을 빼앗아 저리고 이 끔찍한 산업의 현실을 준 거죠? 누가 그런 짓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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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당신 같은 사람이 지배한다고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지배하지 않아요. 우쭐대지 마요. 당신은 그저 당신이 받을 몫보다 더 많은 돈을 가졌을 뿐이고, 주급 2파운드를 주면서 당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을 거라고 사람들을 협박하는 거죠. 지배한다고요! 그 지배로 당신은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아니, 당신은 메말랐어요! 당신은 유대인이나 악덕업자처럼 당신 돈을 가지고 횡포를 부릴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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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446)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잇는 자신들의 모습을! 여러분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소리를. 여러분은 돈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테버셜을 보십시오! 그것은 흉측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는 동안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여자를 보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만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며 여자와 잘 지내지도 못합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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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인간 세상이 파멸할 운명이고, 그 자체의 비열한 야만성에 의해 스스로 파멸할 운명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그럴 때면 식민지들도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소. 달조차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거요. 그곳에서도 뒤를 돌아보면 온갖 별들 가운데 지저분하고 짐승 같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지구가 보일 테니까 말이오. 인간들에 의해 더렵혀진 지구가 말이오. 그러면 난 쓸개를 삼켜서 그것이 내 속을 갉아먹고 있으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오. 그러나 기분이 바뀌면 난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오. 지난 백 년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정말 수치스럽기 짝이 없소. 남자들은 오로지 일벌레로 바뀌었고, 남자다움과 진짜 삶을 모두 빼앗겨 버렸소. 난 지상에서 다시 기계들을 다 쓸어내 버리고 산업 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싶소. 끔찍한 실수를 끝내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난 나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 것 같소. 내가 살아야 할 삶이 있다면 말이오. 그게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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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그러나 물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는 당신과 내가 함께 살기 위한 것이오. 사실 난 무섭소. 악마가 허공에 도사리고 있는 게 느껴지고, 그 악마가 우리를 덮치려고 할 거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악마라기보다 맘몬(부와 탐욕의 신)이오. 난 그것이 결국 사람들의 집단 의지, 즉 돈을 원하고 삶을 증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오. 어쨌든, 커다랗고 하얀 두 손이 허공에서 사방을 더듬으며 살려고 애쓰는 사람을, 돈을 초월해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의 목을 비틀어서 목숨을 끊어 놓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오.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 정말로 고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세상이 지금처럼 계속 돌아간다면 미래에는 이 산업 대중에게 죽음과 파괴만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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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들을 읽어보면 지은이의 놀라운 통찰력을 알 수 있단다. 세상이 지금처럼 계속 돌아간다면 미래에는 이 산업 대중에게 죽음과 파괴만 있을 거라고 하잖아. 그가 이야기하는 미래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어. 아직 죽음과 파괴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미래에는 어떨까. 산업 사회의 끝은 좀더 진보된 다른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의 종말이 올까. 산업 사회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를 생각해보면 왠지 지은이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

채털리 부인 코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볼게. ()권의 후반부에서 코니와 클리퍼드 사이는 점점 안 좋아졌잖아. 그들의 관계는 점점 극에 달하였단다. 클리퍼드는 지배계급이 가지고 있는 오만과 고집이 점점 심해졌고, 코니는 그에게 점점 혐오감을 갖게 되었어. 한편 코니와 멜러스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코니는 더 과감해졌단다. 코니는 밤에 몰래 나와 멜러스의 집에서 머물다가 새벽에 돌아오기도 했어. 멜러스와 있을 때 나누는 대화는 클리퍼드와 나누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와는 달랐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밀어들이고, 사람들 사는 이야기였어.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코니의 과감한 사랑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어쩌나 조바심을 내게 할 정도였단다.

()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니는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로 했잖아.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언니 힐다를 만났어. 코니보다 더 자유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힐다도 결혼이라는 굴레는 참지 못하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어. 코니는 언니에게 멜러스와 관계를 이야기했어. 언니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멜러스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지.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도 필요했고 말이야. 그러나 언니도 멜러스의 낮은 계급을 탓하면서 코니에게 헤어지라고 이야기했어. 그렇게 자유분방했던 힐다도 계급사회의 굴레를 두르고 다녔던 것이야. 코니의 계획은 이랬거든.. 이탈리아를 다녀온 후 이혼하고 멜러스와 함께 국외를 떠나는 것이었어.

 

 

2.

그리고 드디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단다.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후의 계획을 세웠어. 아참, 코니는 임신을 했어. 클리퍼드가 전에 이야기하길,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코니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순간적인 사랑의 결과라면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인다고 했잖아. 정신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과연 사냥터지기의 아이라고 해도 받아들일까? 그래서 코니는 자기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 코니 뱃속의 아이의 아버지인 척 해달라고 했고, 그 친구도 작은 대가를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이탈리아에서의 여행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 후의 일들이 코니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그리고 랙비로부터 오는 남편 클리퍼드의 편지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한동안 사라졌던 멜러스의 아내의 등장으로 시끄러웠다고 했어. 멜러스는 이혼하려고 했으나 아내는 그것을 들여주지 않으려고 했고, 멜러스가 여자들을 집에 끌여들였다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대. 그리고 그 여자가 코니라고 소문을 내기도 했대.

물론 클리퍼드는 이 소문을 믿지 않았고, 멜러스의 아내를 나쁜 여자로 생각했다고 했어. 이런 추문으로 인해 멜러스는 해고당하고, 랙비를 떠나게 되었어. 그리고 멜러스는 이탈리아로 가서 코니와 만나게 되고, 남은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단다. 코니는 클리퍼드와 단판을 짓기 위해 랙비로 돌아오고, 멜러스는 새로운 농장에 취직하여 일하게 되었어. 코니는 클리퍼드에 이혼을 요구하게 되고, 클리퍼드는 거부하게 되자, 그들은 다투게 되고, 코니는 솔직히 다 이야기했단다. 멜러스와 사랑하게 되었고, 아이도 가졌다고 말이야. 클리퍼드는 충격을 받았지.. 코니는 랙비를 떠났어. 언니 힐다에게 갔단다. 그리고 마지막은 멜러스가 보낸 긴 사랑 편지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옛날 동화처럼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마담 보바리와 같은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었어. 책을 다 읽은 이들은 코니와 멜러스가 곧 만날 것이라 생각할 거야. 현실은 현실그들도 살다 보면 티격태격 싸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정신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도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조화로운 삶 말이야.

그런데, 있잖니. 문득 클리퍼드와 같은 입장의 사람이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쩌면 클리퍼드 자신도 육체적인 사랑을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육체적 불구를 일부러 부정하면서 정신적인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코니가 떠나고 난 집에 홀로 남아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또한 국가의 부름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불구가 된 희생자인데 말이야. 그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면 안되겠다 싶더구나. 그 또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 코니는 점심 식사 후에 곧장 숲으로 갔다. .

책의 끝 문장 : 약간 늘어져 있지만 희망에 찬 마음으로 말이오


(371)
"그리고 잘못 생각하지 마오.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보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오. 그들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오.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착각을 강요하지 마오. 대중은 언제나 똑같았고 앞으로도 항상 똑같을 거요. 네로의 노예들은 우리 광부들이나 포드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소. 내 말은 네로의 광산 노예들과 들에서 일한 노예들 말이오. 그것이 하층 대중이오. 그들은 절대 바뀌지 않소. 간혹 어떤 개인이 하층 대중에서 벗어날 수 있소. 그러나 그걸헤 개인들이 벗어난다 해도 대중을 바꾸지는 못하오. 대중은 변할 수 없소. 그것이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요. <빵과 오락>! 오로지 오늘날에만 교육이 오락을 대신하는 나쁜 대체물 중 하나가 되었소.

(477)

"육체의 삶이라." 그가 말했다. "그건 동물의 삶일 뿐이오."

"그렇다면 그것이 지성만 발달하고 몸은 죽은 시체의 삶보다 더 나아요. 그리고 당신 말은 맞지 않아요! 인간의 육체는 이제야 겨우 진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육체는 그리스인들에게 아름다운 불꽃을 한 번 깜빡여 주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것을 꺼버렸고 예수가 완전히 끝장을 내버렸죠. 하지만 이제 육체가 진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고, 정말로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아름다운, 정말로 아름다운 삶으로 피어날 거예요. 인간의 육체적 삶이 말이에요."

(479)

"그런가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그저 아기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칭찬해 주고 얼러 주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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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5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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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렸을 때 극장에 걸렸던 영화 중에 ㅇㅇ부인이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영화들이 많았어. 우리나라 영화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에도 제목에부인이 들어가면 야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었지. “차타레 부인의 사랑라는 영화가 있었단다. 그래서 그냥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했었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고전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여전히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 그러다가 아빠가 몇 년 전에 이현우라는 분이 쓴 <아주 사적인 독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에서 <채털리 부인의 연인>를 소개해 주었는데, 이 때부터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언젠가 읽어야지 그랬는데, 시간이 꽤 흐른 이제서야 이 소설을 읽었단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소설은 고전소설을 시리즈로 출간하는 출판사의 대부분이 꼭 포함하는 책이란다. 그래서 이 책을 조회해보면 유명한 출판사들이 여럿 나온단다. 그 중에 어떤 책을 고를까. 아빠는열린책들출판사를 선택했단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몇 권 읽었는데, 다 괜찮았기 때문에 왠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는 믿음이 갔거든.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28년 당시 외설적인 내용으로 지은이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고국인 영국에서는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사비를 들여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고 해. 금지가 되었지만 수많은 해적판이 돌았고, 여기저기 삭제된 검열본이 겨우 출간되었대. 1960년이 되어서야 영국에서 무삭제판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미 지은이는 로런스는 한참 전인 1930 45살 짧은 삶을 마쳤어.

아빠가 읽어보니, 오늘날 읽어도 외설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더구나.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야한 소설이 아니었어. 아빠는 세가지로 보았단다. 첫째는 계급을 뛰어넘는 열정적인 사랑. 둘째는 사람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삶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적인 삶과 육체적인 삶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 그 당시에 이미 자본주의와 산업 사회에 대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었고, 지은이는 이 소설을 통해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단다. 이 부분도 상당히 많은 영역을 차지해서 놀랬어. 그 어떤 진보 정치가보다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고강도 비판을 했단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도 이런 점도 잘 부각을 했을지 궁금하구나. 그저 사랑에만 초점을 두고 그린 것이라면 실망이고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여러 편이 있던데, 한번 영화로도 보고 싶구나. 근데 어떤 것을 봐야하지?

 

1.

힐다와 콘스턴스. 둘은 자매란다. 앞으로는 콘스턴스는 애칭인 코니로 부를게. 두 자매는 영국의 부유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외국여행을 많이 다녔고, 십대 후반에는 둘이 같이 드레스덴에서 음악 유학을 하기도 했어. 이곳에서 사랑도 하게 되었고, 이미 육체적인 사랑도 나누고 그랬단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서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어. 이 전쟁은 나중에 역사들에 의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불렀어. 영국에 돌아와서도 활발한 사교 생활을 했단다.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언니도 결혼을 했어.

시간이 흘러 코니도 23살이 되던 해에 귀족계급의 클리퍼드 채털리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어. 그래서 채털리 부인이 된 것이지. 클리퍼드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형은 그만 전쟁에 참가했다가 죽고 말았어. 클리퍼드도 결혼한 지 한달 만에 전쟁터에 나가야만 했어.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큰 중상을 입었어. 2년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였단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은 완전 마비되어 평생을 휠체어에서만 지내야 했어. 결혼한 지 한달 만에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것만해도 열이 받았을 텐데, 얼마 안되어 하반신을 전혀 못쓰는 중상에 걸려 돌아오다니... 평생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코니가 열 받을 만한데도 코니는 아내의 역할을 잘 해냈단다.

1920년 클리퍼드와 코니는 클리퍼드의 고향 랙비로 돌아왔고, 클리퍼드는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글쓰기에 전념했단다. 그리고 그의 글은 이내 유명해지고 그도 덩달아 유명한 작가가 되었어. 그는 휠체어 생활을 하다 보니 사교활동도 주로 자신의 집에서 해서 많은 그의 친구들이 방문을 했단다. 클리퍼드는 이러는 동안 코니는 무엇을 하고 있겠니. 결혼 전에 그렇게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던 코니인데 말이야. 클리퍼드와 친구들이 나누는, 고상한 척하는 대화를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어. 클리퍼드의 하반신 마비 때문에 그들은 평생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었어. 이미 육체적 쾌락을 알고 있는 코니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니. 집에 놀러 온 클리퍼드의 친구 중에 한명과 잠깐 썸씽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어.

클리퍼드는 육체적 사랑에 대해 업신여기며 없어도 된다고 했어. 오직 정신적인 삶만으로도 풍족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자신의 몸에 장애가 와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클리퍼드이 친구들과 토론할 때 보면 몸이 멀쩡한 그의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이가 있었거든. 그게 당시 영국의 이른바 상류계급 사회의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일 수도그러니 이 책이 한동안 출간되지 못했겠지.

 

2.

코니는 최선을 다했어. 클리퍼드의 글쓰기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를 보살펴 주기도 했어. 그러다가 우연히 아이 이야기가 나왔어. 클리퍼드는 그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지만 자신은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자신의 임무는 집안의 유산을 잘 보살펴서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래서 코니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도 된다고 했어.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자신은 생각할 수 있다고 했어. 코니가 아이를 낳기 위해 잠시 육체적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클리퍼드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정신적 삶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육체적 사랑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어. 코니와 정신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자기는 코니의 아이를 자기의 아이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재산을 넘겨 줄 수 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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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인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전한 인격을 서서히 쌓아 가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하지 못한 삶은 아무 의미도 없소. 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 자식이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당신 능력껏 자식을 낳으시오. 그러나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동시에 그렇게 맞춰 나가는 행위를 견실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엮어 하나로 짜 나간다면 말이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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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드는 숲과 사냥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냥터를 관리할 관리인으로 올리버 멜러스라는 사람을 고용했어. 그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결혼도 하고 딸도 있는데, 숲에 있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자신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겼어. 집 나간 그의 아내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인도 등 외국에서 군대생활을 해서 장교까지 했다가 작년에 제대하고 영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란다. 멜러스는 그동안 만난 여자들로부터 상처만 받아서 진절머리를 내고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코니는 클리퍼드와 함께 숲에 산책을 갔다가 멜러스를 만났어. 그것이 코니와 멜러스의 첫만남이었어. 첫만남에 전기가 찌릿하는 그런 만남은 아니었단다. 계급 차이도 있고, 자신도 열 살 이상 많은 남자에게 호감이 가긴 쉽지 않지. 멜러스도 여자와 멀리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코니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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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는 클리퍼드와 함께 하는 생활에 갈수록 말라가고 몸이 안 좋아졌단다. 코니의 언니 힐다가 와서 코니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이 안 좋았어. 힐다는 코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 힐다는 클리퍼드의 의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클리퍼드의 병을 간호해줄 간호사 볼턴 부인을 고용했단다. 클리더드는 처음에는 볼턴 부인을 꺼려했지만, 이내 잘 받아들였어. 볼턴 부인은 암튼 병 간호의 프로였어. 클리퍼드의 마음을 잘 헤아려 잘 해주었지. 볼턴 부인의 비결이 뭐냐고? 그 비결은 사실 ()권에서 나오는데 미리 이야기해줄게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하더구나. 아기들과 마찬가지라서 칭찬해주고 얼러주면 된다고이 부분을 읽고 아빠도 그런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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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그런가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그저 아기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칭찬해 주고 얼러 주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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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볼턴 부인이 오고 나서 코니도 조금씩 자신의 시간이 더 생기고 숲으로 산책을 하지고 했어. 그러다가 숲에 오두막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사냥터지기 멜러스를 또 만나게 되었단다. 고독이 마지막이자 최고의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멜러스에게 주인 마님의 방문은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었어. 오히려 신경 쓸 일이었어. 코니는 오두막 열쇠까지 달라고 했어.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잠시 쉬다 가겠다면서 말이야. 없다고 했지. 코니는 나중에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해서 기어이 오두막 열쇠를 얻어냈지. 코니의 숲 산책과 오두막 방문으로 하루 일과 중에 하나가 되었고, 멜러스는 점점 코니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 그러다가 코니와 멜러스는 사랑의 선까지 넘게 되었단다.. 처음에 멜러스는 이 관계를 두려워했지만 코니에게 푹 빠지게 되었어. 하루라도 코니가 오지 않는 날은 안달이 나서 밤 늦게 저택 주변까지 두리번거렸어.

코니도 멜러스와 이런 만남을 갖게 된 이후 활기를 되찾게 되었고, 눈치 빠른 볼턴 부인은 코니가 이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 상대가 멜러스라는 것도 알게 되어 깜짝 놀랐지만, 볼턴 부인은 입 또한 무거운 사람이라서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클리퍼드도 볼턴 부인의 보살핌으로 더 활기를 찾았고, 볼턴 부인과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볼턴 부인에게 이런저런 것을 가르쳐줌으로써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 그리고 볼턴 부인의 조언으로 클리퍼드는 방치하고 있던 자신 소유의 탄광 관리도 직접 하기 시작했어. 기분이 좋아지니 몸도 좋아졌다고 생각했는지 클리퍼드는 어쩌면 자신의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코니에게 이야기했어. 코니의 속도 모르고 말이야.

  

3.

코니는 아버지와 언니 힐다가 이탈리아 여행을 함께 가자고 했어. 코니가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하니 흔쾌히 가라고 했단다. 클리퍼드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삶이라고 했잖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코니는 클리퍼드가 싫어졌단다. 그렇게 정신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도 든 것 같아. 코니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삶도 중요한데 말이야. 그들의 대화 중에 코니의 날 선 답변이 그들의 관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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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그날 저녁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결혼 생활에 뭔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클리퍼드, 영원이라는 말이 마치 뚜껑 같은 것처럼, 아니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우리 뒤에서 계속 질질 끌려오는 길고 긴 쇠사슬 같은 것처럼 들리네요.”

그가 짜증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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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 산업 사회에 대한 비판도 했다고 했잖아. 산업 발전을 위해 탄광이 들어서면서 영국이 변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들을 했단다. 이제 영국은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몰아내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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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영국이여, 내 영국이여! 그러나 무엇이 내 영국인가? 영국의 웅장한 저택들은 근사한 사진감이고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의 영국인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멋지고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훌륭한 앤 여왕시대와 톰 존스 시대부터 그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금빛을 일은 우중충한 벽토 위로 검댕이 떨어져서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리고 웅장한 저택들과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하나씩 버려져서 이제는 헐리고 있었다. 영국의 오두막집들로 말하자면 그것들은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희망 없는 시골에 회반죽을 덕지덕지 바른 벽돌 주택들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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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이것이 역사이다. 하나의 영국이 다른 영국을 지워 버린다. 광산들은 저택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광산들은 전에 이미 오두막집들을 지워 없애 버린 것처럼 이제는 저택들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의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가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앤다. 하나의 의미가 다른 의미를 지워 없앤다.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지워 없앤다. 그리고 그것은 유기적인 연속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연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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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에서 ()권의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권도 곧 이야기해줄게. 코니는 행복해질 수 있을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책의 끝 문장 : 그래요, 전 그냥 전 제 생각대로 살래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7)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대변혁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속에 살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짓고 작은 희망을 새롭게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지금은 미래로 가는 평탄한 길이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물을 비켜서 돌아가거나 기어 넘는다. 하늘이 골백번 무너져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

(10-11)

자유! 그것은 멋진 말이었다. 탁 트인 세상으로, 아침 숲으로 나가서 유쾌하고 멋진 목소리를 지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서로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사랑은 단지 사소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91)

인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전한 인격을 서서히 쌓아 가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하지 못한 삶은 아무 의미도 없소. 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 자식이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당신 능력껏 자식을 낳으시오. 그러나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동시에 그렇게 맞춰 나가는 행위를 견실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엮어 하나로 짜 나간다면 말이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소?

(125)

돈은 어떤가? 아마도 돈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은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이다. 돈, 성공 – 토미 듀크스가 헨리 제임스를 따라 고집스럽게 불렀던 것처럼 암케 여신 – 그것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동전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자, 할 말 끝! 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만약 우리가 10분을 더 살게 되면 우리는 이런저런 것을 사기 위해 동전을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다. 그저 일을 기계적으로 지속시키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돈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 그 외의 것은 사실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 자, 할 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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