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역사적으로도 음수를 당당하게 사용하게 된 것은 영(0)보다도 훗날의
일이다. 유럽에서는 17세기가 되어서도 음수를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다. 수학, 과학, 철학의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 블레즈 파스칼마저도 ‘0에서 4를
빼면 0 그대로다’라도 주장했다. 또한 근대 합리주의의 원조라고 하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도 방정식을 풀고 음수가 나오면 ‘무보다 작은 수는 없다’면서 거부했다. 음수를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17세기의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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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0.99999…. 는 납득할 수 없다?
숫자를 소수로 표현하면 소수점 이하의 무한의 숫자가 늘어서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을 3으로 나누면
1÷3=0.3333333…..
와 같이 0. 다음에 3이
무한개 늘어선다. 이러한 ‘무한 소수’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제2장에서 나눗셈은 곱셈의 역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3으로 나눈다는 것은 3을 곱하는 것의 역이다. 그러면
1=(1÷3)x3
이 된다. 여기서 우변을 계산해 보면
(1÷3)x3 = 0.3333333…
x 3 = 0.9999999…
이 된다. 이것이 좌변과 같으므로
1=0.99999999…..
이 성립한다. 이것은 ‘나눗셈은
곱셈의 역’이라는 정의로부터 유도한 식이므로 맞아야 한다. 그러나
이 등식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좌변의 1과 우변의 0.9999999…는 보기에서 다르므로 등호로 연결하는 것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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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또 다른 이유는 동물인 코끼리 때문이다. 그리스인에게 코끼리는 동방과
서방에만 있는 신기한 동물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326년에
인도까지 동방 원정을 갔을 때 마가다국의 군대는 6,000마리의 코끼를 몰고 나와 대치했다. 한편, 지중해 문명의 중심시 중 하나였던 이집트 서방의 카르타고에는
지금은 멸종된 북아프리카 코끼리가 있었다. 기원전 218년에
시작된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30마리 이상의 코끼리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 공화국으로 쳐들어간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리스인들은 인도코끼이와 아프리카코끼리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동방과 서방에 같은 모양의 코끼리가 살고
있고 그 중간에 있는 자기들이 사는 곳에는 코끼리가 없으므로 동과 서는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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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시라쿠사를 포위한 로마군을 맞이한 것은 고대 세계 최고의 수학자라고 불리던 아르키메데스와 그가 발명한 수많은
무기였다. 탄착점을 조정할 수 있는 투석기에는 사각지대가 없었고, 지레와
도르래의 원리를 응용한 크레인은 바다로부터 접근해오는 군함을 들어 올려 전복시켰다. 성벽으로 다가갈
수 없었던 로마군은 포위망을 풀고 일시적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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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거의 모든 교과서가 미분을 먼저 설명한 후에 그 역역산으로서 부정적분을 도입한다. 그리고 면적을 계산하기 위한 정적분은 부정적분의 차이로서 정의한다. 이러한
순서는 완성된 수학을 논리적으로 가르친다는 의미에서는 이치에 맞지만, 역사적인 발전 순서로 보면 정반대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면적을 계산하기 위해 적분을 연구한 것은 기원전 3세기이고
뉴턴과 라이프니치가 미분법을 고안해낸 것은 17세기. 두
시기 사이에는 1800년 이상이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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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2차방정식의 해의 공식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기회가 적은 수학은
의무교육으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 실제로 유토리 교육이 추진되었을 때 해의 공식은 중학교의 학습지 도요령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도움이 안 되는 수학’도
공부할 가치가 있다. 수학에는 언어를 배운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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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수학과 민주주의는 둘 다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습니다. 수학은 종교와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만인에게 받아들여진 이론만을 사용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위에서 강요하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이런
자세는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수학과 민주주의가 거의 동시대에 같은 장소에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