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 산문의 향기 005
나쓰메 소세키 지음, 미요시 유키오 엮음, 이종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편지를 묶은 것이다. 청년시절부터 1916년 그가 죽기 한 달 전까지의 편지 158통이 실렸다. 편지는 마사오카 시키를 비롯한 친구, 아내를 포함한 가족, 그리고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와 몇몇 문하생들, 독자 등 다양하다.

일기와 편지는 독자가 단 한명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그러나 일기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편지는 타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편지는 그렇기 때문에 내밀한 사연이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편지는 쓰는 사람의 성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세키의 편지글은 겉치레 없이 담백하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이다.

나는 소세키가 영국유학 당시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영국에서 일본으로 편지를 보내면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리는 듯하다. 소세키는 영국에서의 생활을 비교적 소상하게 아내에게 적어 보낸다. 런던의 풍경이나 하숙생활, 공연을 보고 온 이야기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는 훨씬 자상한 남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내 교코는 편지를 잘 보내지 않았는지 소세키는 답장을 잘 쓰지 않는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자주 한다. 오래동안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수도 있으련만 머리를 자주 감으라는 둥 늦잠을 자지 말라는 둥 잔소리가 많다.

소세키의 가장 절친한 벗이었던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에는 시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과 시키의 습작에 대한 소세키의 의견들이 진지하고 나타나있다. 가슴속에 일말의 사상도 없이 문자만을 희롱하거나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할 바에야 일찌감치 문학을 포기하라고 한다. 시키에게 보낸 편지에는 정색하고 쓴 문학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형수의 죽음,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등등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글이 많다. 도쿄대학 예비문(교양학부)동급생이었던 소세키와 시키는 서로 간에 마음을 터놓았던 유일한 친구였던 듯싶다. 소세키가 영국 유학중 시키는 죽었다. 소세키가 쓴 글에는 시키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더러 있다.

제목으로 쓰인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는 소세키의 문하생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구메 마사오 앞으로 보낸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들의 작품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는 등 스승으로서 갖추어야할 품위와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소가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세. 우리는 어떡하든 말이 되고 싶어 하지만, 소는 웬만해선 될 수 없네. 나같이 늙고 교활한 사람이라도, 소와 말이 교미하여 잉태한 아이 정도일 걸세. 서둘러서는 안 되네. 머리를 너무 써서는 안 되네. 참을성이 있어야 하네. 세상은 참을성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을 알고 있나? 불꽃은 순간의 기억밖에 주지 않네. 힘차게, 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걸세. 그것뿐일세. 그리고 우리는 고민하게 한다네. 소는 초연하게 밀고 가네. 무엇을 미느냐고 묻는다면 말해 주지. 인간을 미는 것일세. 문사를 미는 것이 아닐세.”

눈앞의 사소한 일상과 싸우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명이나 악평도 겁내지 않고, 칭찬을 구하지도 않으며 오직 후세의 숭배를 기대하며 자신의 글을 백대까지 전하려는 야심가였던 소세키의 결기가 느껴지는 글이기도 하다. 소세키는 이런 마음을 그의 문하생들과 함께 나누었다. 청출어람이라고 했던가, 스승으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던 문하생들은 일본 문단의 주요인물이 되었다. 현재 일본 문단의 아쿠타가와 상은 소세키의 문하생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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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군요.마사오카 시키는 시바 료타로<언덕위의 구름>을 통해 알게 된 문인입니다.가토 슈이치의 글을 통해 나츠메의 영국유학 시절 일화를 알게 되었지요.당시 영국인들이 일본유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왔습니다.오호...동양인이 감히? 요것들 귀여운데! 하는 태도.

반딧불이 2010-03-14 17:0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봄비와 함께 방문하셨네요.
사람과의 관계는 지극히 상대적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소세키의 글에는 영국인의 태도보다는 소세키 자신의 심정이 잘 나타나있어요. 자신은 마치 '한 무리의 늑대에 끼어든 삽살개'와 같다거나 '이 나라에서는 키가 큰 사람들에게 세금이라도 물려야 키 작은 인간이 출현'할듯 하다라거나, 영국에는 왜 '무사'라는 계급은 없는 대신 '신사'라는 말이 있는지..등등 소세키의 시선은 늘 자신과 자국으로 향해있었던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3-14 21:10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 님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0-03-1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전문도 여기 있나 봐요?
의무적으로가 아니라 소세키 선생이 아쿠타가와에게 보낸 글이라는 점에서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은 글이었는 데 말입죠.
마사오카 시키는 저도 [언덕 위의 구름]에서 처음 알았는데, 젊은 시절 소세키와는 어지간히 친했나봐요.

반딧불이 2010-03-16 12:31   좋아요 0 | URL
마음님. 링크걸어주신 <로자리오의 사슬> 잘 읽었습니다. 이 남자 아주 무서운 남자 같아요.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소가 되어 ..."는 류노스케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에요. 편지라서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시키 작품은 하이쿠 몇편만 봤어요. 시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소세키의 하이쿠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바밤바 2010-03-2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좋네요~ 출판 업자가 센스가 있는 듯~ㅎ

반딧불이 2010-03-22 01:5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책은 앞장부터 한장씩 흘러 떨어져 페이지는 뒤죽박죽이고 어쩌다 쏟아지면 주어담기 바쁘답니다.

햐~ 실시간 댓글입니다요
 
- 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은경 옮김 / 향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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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소세키의 전기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10년 3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 도쿄와 오사카의 아사히신문에 동시 연재되었다. 이 책에는 제목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신문사에서 다음 작품의 예고를 위해 책 제목을 말해달라고 하자 소세키는 친구에게 제목을 정해보라고 했다. 고민하던 친구는 책상위에 뒹구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아무데나 펼쳐 눈에 띄는 ‘문’이라는 단어를 권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아무런 의미 없이 정해진 제목의 소설을 의미 있게 읽고 있는 셈이다. 제목을 받고 소설을 구상한 것인지 초안이 잡힌 상태에서 제목과 관련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소세키의 책 제목들은 이런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것들이 많다.

‘어지간히 배짱 없는 분’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던 대학생 산시로, 대학 졸업 후 아무런 직업 없이 자신의 취향만 가꾸다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자 밥벌이에 나설 운명에 처한 다이스케, 『문』은 그 후의 이야기로 대학 2학년의 소스케가 주인공이다. 소세키의 전기 3부작은 주인공들이 처해진 상황이 연결될 뿐 이름은 각기 다르다.

소스케는 단짝 친구인 야스이 집을 드나들다가 여동생이라는 오요네를 소개받는다. 일을 저질러놓고 보니 그녀는 친구의 여자였다. 불륜이 발각되었을 때 소스케는 비록 자퇴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그 충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들은 부모도 친척도 친구도 버렸다. 일반 사회를 버린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막다른 골목의 벼랑아래 작은 셋집을 얻어 살고 있다. 그들의 행동반경은 너무나 좁아서 한 귀퉁이 옅은 물에 개구리 알을 띄운 한마지기 논도 넓어 보일 지경이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되지만 이 작품의 초점은 그들의 애틋한 사랑에 있지 않다. 오히려 죄책감을 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말조심 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잔잔한 일상과 내면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함께 산지 육년이 되었지만 아이가 없다. 오요네가 세 번씩이나 유산을 한 탓이다. 그녀는 자기에게 아이가 없는 것이 자신들이 저지른 죄 값이라고 생각한다. 소스케는 주인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옛 친구 야스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야스이를 맞닥뜨릴 것이 두려워 피난 가듯이 절에 들어간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얻어 참선에 들었지만 해답을 구하지 못한다.

소세키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이 소설의 무게중심 역시 사건에 있지 않다. 때문에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렇다한 사건의 전개가 없기도 하고 그나마 있는 사건마저 정면대결을 피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뛰어들어 맞짱 뜨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린다. 소세키는 이 소설의 연재를 마치고 위궤양으로 한 달 넘게 입원을 하게 된다. 온천으로 전지요양을 떠났지만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대량의 각혈을 한다. 이렇게 속 타는 인물들을 그려 내고도 위장병이 도지지 않고 각혈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 듯 싶기도 하다.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는 근대적 자아의 욕망을 다루면서 그 비난을 소세키가 다 짊어진 것은 아닌가 싶다. 소세키는 그의 전기 3부작을 통해 사회와 화합하지 못하는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내면을 그리는데 주력했다. 후기 삼부작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면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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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3-0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소스케라는 이름은 우리 해든이가 좋아하는 ponyo에 나오는 남자주인공 이름인데!!ㅎㅎ
잘 기억이 안나지만 소세키의 [산시로]가 일본 문학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에게 이름이 주어지는 소설인가요???소세키의 산시로 이전의 작품에서는(제가 알기로 두권-님이 올리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보면 주인공들은 이름이 없었던게 맞는듯 싶은데,,,)갑자기 쌩뚱맞게스리,,;;
아니면 소세키 이전의 일본 문학엔 인물들의 이름이 없고 인물들을 장황하게 설명만 했나요???예를들어 머리에 모자를 쓰고 긴 코트를 멋스럽게 입고 있는 키가 좀 큰 편인 여자,,,뭐 이런식으로 말이지요,,,ㅎㅎㅎ(검색하기 귀찮아서 님을 귀찮게 하기로 결정함,,ㅋㅋ)

반딧불이 2010-03-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하야오가 소세키를 좋아해서 자기 영화에다가 소스케를 그대로 썼다고 해요.

일본 문학에도 주인공이름은 다 있어요. 나비님. 소세키 초기작품에만 주인공들이 이름 없이 등장하죠. 그냥 '도련님'이라든가, 그냥 '고양이'일 뿐이죠. 이런 귀찮음은 마구 환영이에요~

바밤바 2010-03-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 님 사진에 나오는 그림 누구 그림이에요?
번 존스 그림인가요? 제 아는바를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 그림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여쭈어 봅니다. 작은 사진으로 봤을 땐 아라크네가 실 짓는 그림이라고 봤는데 큰 사진으로 보니까 책 읽는 그림이네요.
그리고 소세키 관련해선 앞으로 물어볼 게 많을 듯. 좋은 글 꾸준히 기대할께요^^

반딧불이 2010-03-07 13:36   좋아요 0 | URL
제 모르는 바를 드러내야하는 질문을 하셨네요. 예전에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뒤지다가 외국의 어느 박물관 싸이트에서 가져왔는데요. 저한테는 낯선 이름이어서 어디다 적어두긴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바밤바님 음악에도 그림에도 조예가 깊으신듯하니 혹시라도 찾으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스트레인지러브 2010-03-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포뇨의 소스케가 [문]의 소스케에서 따 왔다고요? 이것 참 신통하네요.
삼각관계에 대한 죄책감에서 사회와 동떨어진 생활 하는 거 보니 [마음]의 선생님삘이...
거기에서 선생이 "사랑은 죄악입니다" 운운하는 것만 봐도 속 탔는데 이 작품도 오죽하겠나
싶긴 하네요. 그래도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반딧불이 2010-03-16 12:26   좋아요 0 | URL
ㅎㅎ 마음님 벌써 삘이..? 사실 마음은 소세키 삼부작 이후의 뒷얘기라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어쨌거나..<마음>은 정말 속태우는 작품이죠. 가끔 소세키 읽으면서 저도 뒤집어집니다.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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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상중을 만나게 된 것은 나쓰메 소세키라는 징검다리를 통해서였다. 소세키의 작품을 발표순서대로 시작해서 1910년까지의 작품을 읽었다. 장편 6편과 단편집, 그의 문학예술론, 서간집, 소세키의 평전이라고 할 만한 고모리 요이치의 평론 등이 그것이다. 한 주에 한권씩 읽었으니 3개월을 꼬박 소세키 책만 읽은 셈이다. 구글 어스를 갖고 놀면서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앉은자리에서 찾아보지만 전기불도 없이 등잔불을 밝히던 당시를 고스란히 느껴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가진 근대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당시의 인물이 되고자 노력했다. 소세키의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문제, 그런 주인공들을 그려내며 피를 토하던 소세키의 고민에 동참하고자 나도 고민했다. 그러나 1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뛸 타임머신도 상상력의 머신도 내게 없다. 소세키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이런 저런 책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책을 다 읽고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요약 정리하다보니 대부분 소세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소세키의 많은 작품이 이 책 전편에 인용되고 있지만 이 책이 소세키 작품해설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강상중은 이 책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왜 소세키인가를 알기위해 다시 읽어야했다.

저자가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선택한 것은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100년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세기말이 존재하고, 당시의 제국주의와 현재의 글로벌 머니, 국민이 전쟁(국가)의 소모품처럼 간주되던 당시와 자본주의의 부속품처럼 전락된 현재, 19세기 말 유럽에 횡행하던 세기말 문화와 현재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근대의 입구에서 생겨난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문제의 덩어리로 자라나 지금도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근대의 문제와 맞섰던 베버와 소세키의 고민을 살피면서 현재 우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여덟 개의 질문을 놓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한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소세키의 주인공들이 있고 베버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서 타자를 발견할 것을,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라는 질문에는 돈은 경시하기 힘들지만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 외에도 그가 묻는 질문들 즉, 사랑, 종교, 죽음, 일 등에 대한 답은 경청해야할 사안들이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늘 떠돌고 있고, 이것이 마치 서양의 지식을 더 수입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경향이 있는 가운데 저자의 이런 질문과 답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늙어서 최강이 되라’는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배우가 되고 싶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썼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첫 장면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한참을 웃었다. 또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싶다고도 한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에 끌리는 이유를 예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자세의 뻔뻔함에서 찾고 있었다. ‘해골 아이콘을 달고 가죽장화를 신고 뻔뻔한 모습으로 할리데이비슨 위에 걸터앉아 뻔뻔한 태도로 김정일의 머리에 알밤을 먹이고’ 싶은 그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호모 페이션스(Homo patience, 고민하는 인간)의 가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더 높다.” “고민하는 인간은 도움이 되는 인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 빅터 E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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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3-0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을 읽다>를 읽고, <고민하는 힘>을 읽고, <산시로>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도쿄 올림픽이 좀 궁금하더라구요. 당시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마침 이번에 나온 <올림픽의 몸값> 오쿠다 히데오 책이에요. 책은 그냥저냥 괜찮았는데, 도쿄올림픽 이야기가 많이 나와있어서 별을 다섯개나 줬다지요. 그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산시로와 청춘을 읽다와 나쓰메 소세키를 생각했지요. 시골에서 올라와서 당시의 화려한 도쿄를 보고 느끼는 박탈감 같은 것, 혹은 당시의 도쿄에 대한 열광 같은 것이 나와있어요. 좀 더 찾아보려구요, 도쿄올림픽 당시의 이야기. 또 찾으면 알려드릴께요. ^^

반딧불이 2010-03-02 00:12   좋아요 0 | URL
<공중그네>가 오쿠다 히데오를 만난 책인데요. <남쪽으로 튀어>는 준비해놓고 아직이에요. 소세키 읽기가 하이드님 덕분에 도쿄 올림픽으로 점프하는 거네요. 저도 궁금해져요. 늘 고맙습니다.

바밤바 2010-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방에서 올라온 지라 서울의 풍경이 낯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제 지방색을 지우려는 가련한 노력이 있곤 했었죠.
가장 외롭다 여긴 고민이 이렇듯 가장 평범한 고민일 수도 있다는 것.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입니다.

헌데 강상중 씨의 글에선 '외로움'을 찾기 힘들었더랬습니다. 예전에 별점 2개만 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들 각자의 기억이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질 때 독자와 필자는 바투 이어지는 듯 합니다. 전 아쉽게도 강상중과의 마주침이 어긋났네요. 님은 저자와 같은 곳을 본 듯 하여 부럽습니다. ^^

반딧불이 2010-03-02 00:29   좋아요 0 | URL
바밤바님의 리뷰를 찾을 수가 없네요. 아마도 제가 저자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소세키 덕분일거라고 생각해요. 책이 모든 독자와 교감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저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답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접하실 기회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0-03-02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홍보되었을 때 관심이 갔던 기억이 나네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중요한 축으로 등장하는 군요. 소세키 작품을 읽는 데,
괜찮은 키워드가 되려나요? "고민하는 힘"이라,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고민하면 머리만 아프곤 한데ㅎㅎ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강상중 씨는 일전에 한번 저서 사 본 적이 있는데(재일교포 관해서) 그 당시에는 리폿 쓰는데 꽤나 더움이 되었었지만요.
아, 산시로 이전에 "마음"에 먼저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선생"의 고백이 와닿더군요.
(마음 먼저 읽고 산시로, 그 후, 문으로 갈 생각입니다)
"남을 못 믿게 되지만 결국엔 자기까지 못 믿게 되는" 선생님의 유서.
근데 이상한 건, 메이지 일왕의 죽음과 노기 장군의 순사가 작중인물들에게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일본인의 정서가 되어 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더군요.

반딧불이 2010-03-02 09:36   좋아요 0 | URL
마음님. 다시뵙네요. 마음님도 <마음>먼저 읽으셨군요. 지금까지 제가 읽은 작품에서는 소세키의 정치적 성향을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천황, 노기장군, 이토 히로부미등 작품속에 죽음이 실시간으로 등장하지만 언제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소식을 듣고는 "이토는 살해당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냥 죽었어봐, 신문에서 그렇게 취급했겠나"라는 반응을 보이죠. 소세키의 정서는 일반적인 일본인의 정서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또 우리가 보고 있는 소세키의 정장한 모습의 사진은 천황장례식에 참석했던 날 옷도 잘 챙겨입은 겸 기념으로 찍은거래요. 작품 읽으시면서 또 같이 얘기 해봐요. 마음님.
 
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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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전기 삼부작(『산시로』,『그 후』,『문』)중 두 번째다. 『산시로』의 주인공은 시골에서 도쿄대학교 인문학부에 진학한 학생이다. 그의 희망은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여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학문적 성과도 경제적 능력도 없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지만 여자는 금테안경을 낀 남자에게 시집가버렸다. 『그 후』는 그 후의 이야기다.

 
다이스케는 부유한 아버지 덕택에 하루 종일 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지낸다. 본가에서 나와 부엌일과 심부름 하는 사람을 두고 혼자 살고 있다. 물론 생활은 본가의 아버지와 형님이 책임진다. 비록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받아 오긴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만큼 피아노 치는 실력도 있고 실내장식을 위해 서양화를 주문제작하기도 한다. 그는 잠결에 동백꽃 지는 소리를 들을 만큼 또 베개 밑이나 방의 네 귀퉁이에 향수를 뿌리고 잠을 잘 만큼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 그러니까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매력 있는 육체와 빈틈없는 사고력을 갖추고 풍족한 생활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이스케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친구의 물음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하나마나한 소리다. 생활만을 위한 일은 무가치 하며, 빵과 무관한 신성한 일이라면 왜 자기가 마다하겠느냐는 다이스케의 말은 그 만이 할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다.

이런 다이스케가 친구의 아내 미치요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미치요는 다이스케의 친구와 결혼했다. 그러나 아이도 잃고 건강도 나쁘다. 더구나 남편의 부정행위로 직장을 잃고 생활이 곤란해지자 다이스케를 찾아온 미치요. 다이스케가 결혼 선물로 준 진주 반지를 전당포에 맡겨야 할 만큼 그녀의 생활은 곤궁하다. 남편은 새로운 직장을 찾느라 바쁘고 부부의 관계는 소원하다. 이런 미치요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갖던 다이스케의 감정은 과거를 떠올리며 점점 연민으로 깊어간다.

 
회사 경영에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던 다이스케의 아버지는 위기를 맞게 되고 다이스케에게 재력가의 딸과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되면 집안도 살리고 자신도 지금처럼 만족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미치요를 택할 경우 부자간의 관계도 끊기고 당장 생활이 막막해지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을 타락한 노동이라 생각하고 감자를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히 여기게 된다면 인간은 끝장이라고 믿는 다이스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세키는 다이스케에게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덕목에 역행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구시대적 통념에서 벗어나려는 인물로 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소세키는 다이스케의 연적인 히라오카의 입을 빌려 비판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거기에 서 큰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도련님』에서 보여 지던 건강한 웃음과 활기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보여 지던 잔잔한 웃음과 건강한 수다도 없다. 『산시로』에서 볼 수 있었던 청년의 수줍음도 없고 한차례 열병 같은 사랑도 아니다. 주인공들이 생활현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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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보는 듯 해요. 반딧불이님. 부잣집 막내 도련님으로 태어나 글쓰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았지만 자살을 할만큼 언제나 괴로워했던 그사람.. 다이스케와 닮았네요. (소스케도 부잣집 막내도련님이긴 했지만은요...) 역시 사회상에 대한 풍경들이 스치듯 읽혀지는 소설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

반딧불이 2010-02-21 14:49   좋아요 0 | URL
오래되어 믿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제게 좀 어두웠던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말씀하신대로의 작가의 영향이 크겠지요? 반면 다이스케는 차가운 봄날 피어난 매화처럼 화사하다고 해야할까요. 지적이면서도 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물론 지식인이 바라보는 백년전 일본의 모습도 스치듯 읽을 수 있구요.

프레이야 2010-02-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지는 소세키 리뷰 잘 읽고 있어요.
이것도 담아갑니다.^^

반딧불이 2010-02-21 14:5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제가 리뷰를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데요. 소세키 책 모두 재미있어요. 저보다 책읽기에 정치하시고 감정이입이 잘되시까 아마도 바로 소세키 빠~가 되지 않으실까...걱정인걸요.

바밤바 2010-02-2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가 좋은 리뷰라면 반디 님은 정녕 좋은 리뷰어인듯^^

반딧불이 2010-02-22 16:20   좋아요 0 | URL
저의 리뷰보다 백배는 좋은 소세키의 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스트레인지러브 2010-02-2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반딧불이님. 처음 서재에 글 남겨보네요.
소세키... 이번에 도련님 읽으면서 막 빠져들었는데, "마음"이나 "산시로" "그 후"
같은 건 어쨰 두껍고 딱딱할 것 같아서 쉽게 손대지 못했네요.
하지만 여기서 산시로랑 그 후 리뷰 보면서 대충 줄거리 알았으니,
다시 완독 도전해보려고요. 편히 쉬시길 ^^

반딧불이 2010-02-23 22:4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마음님. 도련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살짝 무겁기는 하지만 절대로 안두껍, 안딱딱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 리뷰를 못썼는데요. 전기 삼부작은 '산시로','그후', '문'의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거에요. 자주 뵈요. 마음님.
 
청춘을 읽는다 - 강상중의 청춘독서노트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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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창작연대 순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이번엔 『산시로』 차례다. 이미 읽었던 작품들이 많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듬성듬성 읽었던 터라 새로 읽는 느낌이다. 시쳇말로 소세키의 전작읽기에 도전한 셈인데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곁가지로 보아야하는 책들이 많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강상중의 책도 이런 곁가지 중의 하나였다. 『고민하는 힘』은 로쟈님의 페이퍼에서 보았다. 『청춘을 읽는다』는 하이드님이 소세키를 읽고 있는 나를 기억하고는 일부러 서재에 찾아와 글을 남겨 주신 것이 인연이 되었다.

자신이 뛰어놀던 산이나 강이 소설 속에 등장해서 그대로 묘사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릴 적 다니던 학교나 선생님이 이야기 속에 나온다면 그 기분은 또 어떨까? 책 속의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기분은 또 어떤 것일까? 반갑고 놀라울 것이다. 마치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된 듯 가슴이 벅차고, 경사 급한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처럼 책 읽는 속도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강상중의 『청춘을 읽는다』에는 바로 이런 독서경험이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강상중의 경험이다.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집 옆집에 살았으며 소세키의 아내가 자살을 시도했던 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랐다고 한다. 또 강상중은『산시로』에서 언급되는 연못속의 산에서 뛰어놀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 속에는 소세키의 책들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강상중의 글을 읽다가 문득 어째서 내게는 내 인생을 변화시킨 한권의 책도 한 줄의 글귀도 없단 말인가? 아무리 나의 독서량이 미천하기로서니 어쩌면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혹시 나는 불감증 환자가 아닐까? 하는 한탄과 질문들이 꼬리를 물어서 그의 책을 덮게 만들었다. 『산시로』를 읽던 중 펴들었던 책이어서 다시 『산시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첫사랑을 며칠간의 감기와 맞바꿔버린 주인공과 모든 등장인물들이 ‘길 잃은 양’이 되어 헤매는 『산시로』를 덮고 강상중의 책을 다시 펼쳐들었을 때, 나는 독자가 아니라 창작자의 입장이 되어있었다. 그리고는 모든 문학작품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독자와 공감대가 형성될 때라는 것을 절감했다. 독자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 위안을 발판삼아 자신의 길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과 위안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을 때 공감도 가능한 것이니 어쩌면 강상중과 소세키와의 사적인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나쓰메 소세키 외에도 보들레르, T.K生, 마루야마 마사오, 막스 베버의 책이 언급되고 있다. 소세키부터 베버까지 단숨에 읽어 내릴 만큼 문장은 쉽지만 절대 가벼운 글은 아니다. 책의 제목이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청춘을 읽는다’라는 것을 유념하며 읽어야할 책이다.

본문을 다 읽었을 즈음 요의를 느꼈다. 볕이 좋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으니 화장실까지는 열 발자국 안팎이다. 호흡이 끊기는 것이 싫어서 참고 맺음말까지 읽었다. 맺음말을 읽고 나니 ‘옮긴이의 사사로운 뒷글’이 있어 사사로이 생각하고는 마저 읽었다. 그런데 또 해제가 붙어있다. 나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야할 위기에 봉착했지만 두어줄 읽다보니 ‘궁금했을 뿐이다’ ‘무관심이었다’ ‘간주하지 않았다’ 등 부정적인 술부들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서경식이 ‘소프트’했고 강상중은 ‘하드’했다는 말이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실존적 물음과 학문적 과제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말이 다시 주저앉게 만들었으며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아쿠다가와의 말을 재해석 해놓은 부분에서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책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나머지 두 문단의 글을 변기에 앉아 읽었다. 그리고 그 해제를 쓴 이가 내가 도무지 빠져 나갈 수 없는 책의 그물망을 쳐놓은 알라딘 서재의 로쟈님이라는 걸 확인했다. 내가 문자를 깨우치고 난 이후 화장실에서 읽은 최초의 책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사람이 로쟈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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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7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2-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웃어서 미안해요~.(마지막 단락보고,,,^^;;;)음~.( ")
암튼 저도 요즘 다른 책이지만 책을 읽다가 반딧불이님을 잠시 생각할때가 있어요.
제가 읽었던 곽아람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나는 책을 읽는다]책에서 소세키의 [산시로]에 대한 글을 읽게 될때처럼요,,,,
사랑스러운 반딧불이님~ 오늘 날씨 좋죠????

반딧불이 2010-02-07 23:55   좋아요 0 | URL
나비님.미안해하지 마시고 마음껏 웃어주세요. 말씀하신 책은 저도 찾아 볼께요. 나비님 날씨는 나비님 마음처럼 따뜻하고 화사했어요.

에고에고..팔 다리 허리 어깨 아포~
아까 나비님이 헹가래치셨다가 땅바닥에 떨어뜨려서 온몸이 쑤시자나요~ 노인네 희롱하심 못써욧!!

라로 2010-02-0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해요.
남편되는 사람의 전공이 심리학이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해서 놀랐어요.
온 이유가 와이프의 친구 때문이래요,,,저와 같이 교회를 다니는 미국여자가 친구인데
그 친구가 한국에서 오래 살기로 결정을 해서 그 친구와 몇년이라도 함께 지내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데 학원에서 가르쳐야 하는 남편은 무척 괴로운가봐요,,,,박사학위를 가지고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이...
제가 그 커플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ㅎㅎㅎㅎ

반딧불이 2010-02-07 21:12   좋아요 0 | URL
1.공처가야? 애처가야?
2. 그나물에 그밥이로세.
몰라몰라..나비님.(그나저나 이일을 어찌 수습할꼬..)

반딧불이 2010-02-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덕..우째 이런일이!!!
나비님..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라로 2010-02-07 23:15   좋아요 0 | URL
헤헤헤~ 한번만 봐주세요~.^^;;;( 다른거 삭제 했다는,,)

2010-02-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