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읽는다 - 강상중의 청춘독서노트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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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창작연대 순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이번엔 『산시로』 차례다. 이미 읽었던 작품들이 많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듬성듬성 읽었던 터라 새로 읽는 느낌이다. 시쳇말로 소세키의 전작읽기에 도전한 셈인데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곁가지로 보아야하는 책들이 많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강상중의 책도 이런 곁가지 중의 하나였다. 『고민하는 힘』은 로쟈님의 페이퍼에서 보았다. 『청춘을 읽는다』는 하이드님이 소세키를 읽고 있는 나를 기억하고는 일부러 서재에 찾아와 글을 남겨 주신 것이 인연이 되었다.

자신이 뛰어놀던 산이나 강이 소설 속에 등장해서 그대로 묘사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릴 적 다니던 학교나 선생님이 이야기 속에 나온다면 그 기분은 또 어떨까? 책 속의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기분은 또 어떤 것일까? 반갑고 놀라울 것이다. 마치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된 듯 가슴이 벅차고, 경사 급한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처럼 책 읽는 속도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강상중의 『청춘을 읽는다』에는 바로 이런 독서경험이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강상중의 경험이다.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집 옆집에 살았으며 소세키의 아내가 자살을 시도했던 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랐다고 한다. 또 강상중은『산시로』에서 언급되는 연못속의 산에서 뛰어놀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 속에는 소세키의 책들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강상중의 글을 읽다가 문득 어째서 내게는 내 인생을 변화시킨 한권의 책도 한 줄의 글귀도 없단 말인가? 아무리 나의 독서량이 미천하기로서니 어쩌면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혹시 나는 불감증 환자가 아닐까? 하는 한탄과 질문들이 꼬리를 물어서 그의 책을 덮게 만들었다. 『산시로』를 읽던 중 펴들었던 책이어서 다시 『산시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첫사랑을 며칠간의 감기와 맞바꿔버린 주인공과 모든 등장인물들이 ‘길 잃은 양’이 되어 헤매는 『산시로』를 덮고 강상중의 책을 다시 펼쳐들었을 때, 나는 독자가 아니라 창작자의 입장이 되어있었다. 그리고는 모든 문학작품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독자와 공감대가 형성될 때라는 것을 절감했다. 독자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 위안을 발판삼아 자신의 길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과 위안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을 때 공감도 가능한 것이니 어쩌면 강상중과 소세키와의 사적인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나쓰메 소세키 외에도 보들레르, T.K生, 마루야마 마사오, 막스 베버의 책이 언급되고 있다. 소세키부터 베버까지 단숨에 읽어 내릴 만큼 문장은 쉽지만 절대 가벼운 글은 아니다. 책의 제목이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청춘을 읽는다’라는 것을 유념하며 읽어야할 책이다.

본문을 다 읽었을 즈음 요의를 느꼈다. 볕이 좋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으니 화장실까지는 열 발자국 안팎이다. 호흡이 끊기는 것이 싫어서 참고 맺음말까지 읽었다. 맺음말을 읽고 나니 ‘옮긴이의 사사로운 뒷글’이 있어 사사로이 생각하고는 마저 읽었다. 그런데 또 해제가 붙어있다. 나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야할 위기에 봉착했지만 두어줄 읽다보니 ‘궁금했을 뿐이다’ ‘무관심이었다’ ‘간주하지 않았다’ 등 부정적인 술부들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서경식이 ‘소프트’했고 강상중은 ‘하드’했다는 말이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실존적 물음과 학문적 과제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말이 다시 주저앉게 만들었으며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아쿠다가와의 말을 재해석 해놓은 부분에서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책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나머지 두 문단의 글을 변기에 앉아 읽었다. 그리고 그 해제를 쓴 이가 내가 도무지 빠져 나갈 수 없는 책의 그물망을 쳐놓은 알라딘 서재의 로쟈님이라는 걸 확인했다. 내가 문자를 깨우치고 난 이후 화장실에서 읽은 최초의 책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사람이 로쟈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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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7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2-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웃어서 미안해요~.(마지막 단락보고,,,^^;;;)음~.( ")
암튼 저도 요즘 다른 책이지만 책을 읽다가 반딧불이님을 잠시 생각할때가 있어요.
제가 읽었던 곽아람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나는 책을 읽는다]책에서 소세키의 [산시로]에 대한 글을 읽게 될때처럼요,,,,
사랑스러운 반딧불이님~ 오늘 날씨 좋죠????

반딧불이 2010-02-07 23:55   좋아요 0 | URL
나비님.미안해하지 마시고 마음껏 웃어주세요. 말씀하신 책은 저도 찾아 볼께요. 나비님 날씨는 나비님 마음처럼 따뜻하고 화사했어요.

에고에고..팔 다리 허리 어깨 아포~
아까 나비님이 헹가래치셨다가 땅바닥에 떨어뜨려서 온몸이 쑤시자나요~ 노인네 희롱하심 못써욧!!

라로 2010-02-0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해요.
남편되는 사람의 전공이 심리학이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해서 놀랐어요.
온 이유가 와이프의 친구 때문이래요,,,저와 같이 교회를 다니는 미국여자가 친구인데
그 친구가 한국에서 오래 살기로 결정을 해서 그 친구와 몇년이라도 함께 지내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데 학원에서 가르쳐야 하는 남편은 무척 괴로운가봐요,,,,박사학위를 가지고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이...
제가 그 커플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ㅎㅎㅎㅎ

반딧불이 2010-02-07 21:12   좋아요 0 | URL
1.공처가야? 애처가야?
2. 그나물에 그밥이로세.
몰라몰라..나비님.(그나저나 이일을 어찌 수습할꼬..)

반딧불이 2010-02-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덕..우째 이런일이!!!
나비님..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라로 2010-02-07 23:15   좋아요 0 | URL
헤헤헤~ 한번만 봐주세요~.^^;;;( 다른거 삭제 했다는,,)

2010-02-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