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국가와 역사>를 읽다 보니 ‘시저 샐러드’ 이야기가 나온다. “카이사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시저 샐러드. 두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카이사르가 좋아한 음식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1924년 멕시코에서 식당을 하던 이탈리아 요리사 시저 카디니가 개발해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시저 샐러드가 되었다는 설이다. 시저 샐러드의 주재료인 로메인 상추는 로마인의 상추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인들이 대중적으로 즐겨 먹어 붙여진 이름이고 시저 샐러드의 재료 중 하나인 블루치즈는 카이사르가 즐겨 먹던 치즈로 알려져 있다. (p121)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도 ‘시저스 샐러드’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키는 시저스 샐러드를 몹시 좋아하는데 일본에서는 시저스 샐러드를 먹고 맜있다는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레시피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 샐러드에는 아가씨처럼 싱싱하고 신선한 로메인 상추가 필요하다. 보통 양상추를 대신 쓰곤 하지만 이건 논외다. 상추 같은 걸 썼을 때는 참을 수가 없다. 토핑은 크루통과 계란 노른자와 파르마산 치즈로. 간은 질 좋은 올리브유, 다진 마늘, 소금, 후추, 레몬즙, 우스터소스, 와인비네거로. 이것이 정통 레시피다.” (p50)  한심한 소생은 샐러드가 뭐 별거냐? 채소에 간 맞추어 대충 비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복잡하고 심오하다. 아가씨처럼 싱싱하고 신선한 로메인 상추는 과연 어떤 것일까?

 

요즘 먹방이 차고 넘쳐서 tv만 틀면 온통 먹는 이야기다. 일찍이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무슨 못 먹은 한풀이라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정도 소득 수준이 되면 이런 단계를 거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보고 있자니 이것도 먹어 보고 싶고 저것도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생은 시저스 샐러드가 어떤 음식인지 몰랐다. 하지만 아마도 프렌차이즈 페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먹어는 봤을 것이다. 그것도 여러번. 하지만 관심이 없으니 이 음식 이름이 시저스 샐러드인지, 로메인 상추가 들어 갔는지 양상추가 쓰였는지 알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식재료의 특성이나 레시피나 이런 것들을 좀 알고 먹으면 음식도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 배가 살살 고프네....

 

요즘 아무 생각없이 막 먹었더니만 몸이 많이 불었다.

간만에 만나는 지인들마다 묻는다. "출산 달이 언제세요? 곧 나올 것 같아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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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6-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메인상추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군요. 최근에야 이 로메인의 맛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붉은돼지 2015-06-29 09:46   좋아요 0 | URL
저도 로메인 상추를 처음 알았습니다. 갑자기 로메인의 맛은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먹어 봤을텐데 ^^;;

moonnight 2015-06-2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씨처럼 싱싱하고 신선한 로메인 상추라니@_@ 입안에서 아삭아삭 소리가 날 것만 같아요@_@;;;;
요즘은 정말 먹방쿡방들이 너무 많아서 헷갈려요^^;

붉은돼지 2015-06-29 09:47   좋아요 0 | URL
역시 샐러드는 식재료의 신선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뭐 제가 소스나 토핑 이런 건 전혀 몰라서 그런거 같기도 하지만요...^^
 

 

이스탄불에 관심을 두고부터 읽을 것들이 너무 많아져 켜켜이 쌓인 책들이 혹은 숲을 이루고 혹은 산이 되고 있다. 콘스탄티노플이 1100년간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고, 이스탄불이 500년간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장장 1600년간 유럽과 중동 땅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전쟁과 살육, 배신과 음모, 제국의 영광과 번영, 쇠퇴와 몰락이 모두 이 도시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며칠전 알라딘을 둘러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신간을 발견했다. <100년의 기록- 버나드 루이스의 생과 중동의 역사>라는 책이다. 루이스씨는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학자라는 소개다. 1916년생이니 올해로 99살이다. 와우! <이슬람 1400년>, <암살단> 등의 다른 저서도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소생의 보관함을 보니 <이슬람 1400년>이 모셔져 있다. 누구 책인지도 모르고 일단 담아두고 있었다. ‘이슬람의 암살전통’이라는 부제가 붙은 <암살단>도 재미있을 듯 하다. 중세 유럽의 십자군과 이슬람 정권을 공포에 떨게했던 ‘아사신’이라는 암살단에 대한 내용이다. 암살단 이야기라고 무슨 스릴러물을 상상하시면 아니되옵고 약간은 학술적인 내용인 모양이다.

 

 

 

 

 

 

 

 

 

 

 

 

 

<100년의 기록> - 표지 사진도 멋지다 - 은 저자가 95살에 쓴 책이다. 버나드옹은 현재도 아마 정정하신 것 같다. 본인 스스로도 책에서 밝히고 있지만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 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어찌 인생에 파란곡절이 없었겠나만은 어쨌든 100년을 건강하게 살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하여 성취를 이루었으니 진정 복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현재 읽고 있는 <이슬람 제국의 탄생>을 끝내는대로 찬찬히 읽어볼 요량이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끙. <암살단>도 빨리 읽고 싶다. 요건 일단 구입을 먼저 해야한다. 그건 그렇고 <로마제국쇠망사 5>는 진도가 근 한달 째 200페이지 부근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여러권의 책을 볼 수 있게 대갈통이 서너 개에 눈알이 한 대여섯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좋으려나? 

 

 

 

 

 

 

 

 

 

 

 

 

 

<100년의 기록>은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역사학자로 들어서게 된 계기, 역사를 연구하면서 직면한 학문적 고민과 논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고 한다. 2차대전 참전 당시의 에피소드와 요르단 국왕, 터키와 이집트 대통령 등을 만난 이야기도 나온다. 현존하는 미국 최고 혹은 가장 영향력있는 중동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대인 학자로서 - 그는 영국계 미국인으로 유대인이다. - 중동을 보는 시각이 다소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중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고루 보면서 학문적 활동을 해온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버나드 씨는 터키 학술원의 명예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고 중동의 여러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의 학위를 받기도 했다. 항상 그렇듯이 판단은 독자의 몫.

 

 

추신 : <100년의 기록>을 구입하면서, 일전에 미스테리아 구입하면서 엽서 100장 못 받은 데 대한 울분을 삭이기 위해 <펭귄 북커버 엽서 100장>도 구입하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을 보태서 요렇게 50800원을 맞추었다. 대범한 당신을 위한 고액 마일리지에 도전했다. 결과는 역시 꽝!!! 10번도 넘은 것 같다. 분해서 눈물이 난다. 흑흑흑... 여기 돼지 한 마리가 피눈물을 흘리며 나뒹굴고 있다. 알라딘은 정녕 돼지의 눈물을 먹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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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2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 <그것은 알기싫다>팟캐스트 요즘 ˝이슬람유산 덕질기˝ 시리즈 올라오고 있던데, 책읽기 무료하다 싶을 때 들어 보세요/ 재밌더군요^^
http://www.podbbang.com/ch/7585

붉은돼지 2015-06-28 05:07   좋아요 1 | URL
오호~~ 그런게 있었군요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아갈마님^^

뽈쥐의 독서일기 2015-06-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거 누가 당첨되나요?! 여기 쥐도 눈물이 마구 흐릅니다. 엉엉

붉은돼지 2015-06-28 17:38   좋아요 0 | URL
울지 마세요 ㅎㅎㅎㅎ
언젠가 당첨되는 날이 올 거예요~~
다음번엔 꼭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ㅋㅋㅋㅋ
 

 

 

 

 

 

 

 

 

 

 

 

 

 

일전에 이미 고백한 바와 같이 소생은 가무(歌舞)가 형편없고 잡기(雜技)에 무능하며 당연한 결과로 노래방은 거의 가지 않는다. 어디선가 하루키도 가요방은 질색이라는 구절을 읽고 적지않은 위안을 받았다고 지난번 페이퍼에서 약간의 한숨을 실은 토로를 했었다. 문득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은 아니고,,, 소생은 뭐 젊지도 않고 사실 별로 부끄럽지도 않다. 그건 그렇고,

 

요즘에 읽는 침대용 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크랩-1980년대를 추억하며>이다. 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스크랩을 읽는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하여간 가라오케만큼 싫은 게 없다. 가라오케에서 노래하는 것도 싫고 가라오케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는 것도 싫다. ‘가라오케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원래 남들 앞에서 얘기하고, 개인기를 보이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 것은 팔 년 전인데 그때 부른 노래는 이누노오마와리상(개 순경 아저씨)이라는 동요였다. 다시 떠올려 봐도 불쾌하지만...”(p274-275)

 

이 구절을 읽고 다시 한번 위안을 얻었다. '하루키상~ 저도 정말 그래요. 그리고 고마워요.' 소생도 가만 생각해봤는데, 마지막으로 가요방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4~5년 전인지 7~8년 전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좋은 일이라고 살뜰히 기억하겠는가. 하지만 소생이 부른 노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었다. 참내... 그런데 '개 순경 아저씨'는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혹시 아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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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일번지 동경132 북위37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 독도는 우리땅~ 오랜만에 불러보네요.ㅎㅎ

붉은돼지 2015-06-24 12:52   좋아요 0 | URL
이건 <독도는 우리땅> 이군요 ㅎㅎㅎ 대마도는 일본땅! 하와이는 미국땅! 독도는 우리땅 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5-06-24 14:11   좋아요 0 | URL
아니?? 100명의 위인들이라 생각하고 불렀더니 독도는 우리땅이었군요ㅋㅋㅋㅋ

붉은돼지 2015-06-24 15: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6-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도요. ㅠㅠ 저도 가요방이 정말정말 싫어요.ㅠㅠ 붉은돼지님 하루키님 고마워요ㅠㅠ 가끔 직장회식 때 거절을 묵살당하고 떠밀려서 마이크를 잡아야하는 때가 있는데 정말..ㅜㅜ 음치박치로 살기힘든 세상-_-;
그나저나 개순경아저씨라니 ;; 하루키가 더 좋아지는 아침이네요.^^

붉은돼지 2015-06-24 12:56   좋아요 0 | URL
직장 회식때는 안갈수도 없고 좀 난감하죠....그래도 보통 2차, 3차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대충 꽐라되어 있고, 또 마이크 안 놓으려는 분들도 계셔서 대충 술이나 한잔 하면서 버티다 보면 한곡도 안부르고 그냥 넘어가죠--;; 어쨋든 가요방 가는 것은 정말 싫어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을 빛낸.. 은 노래방 가서 마지막 1분 놓고 항상 마지막 곡으로 준비하고는 했습니다. 이게 노래가 길거든요...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6-24 12:58   좋아요 0 | URL
맞아요....대충 부르기 쉬운 것 같아 골랐는데 엄청 길어서 중간에서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ㅋ

담쟁이 2015-06-2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나요?

붉은돼지 2015-06-24 15:09   좋아요 0 | URL
80년대 발간된 <에스콰이어>,<뉴요커>,<피플> 등 미국잡지 내용 중에 흥미로운 것들을 하루키 자신의 개인 의견이나 경험 첨부하여 정리한 짧은 글 모음인데요....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6-25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래방 안 좋아시군요.ㅎㅎ
나름 재능기부+ 궁금증을 가지고 야후재팬에 `개 순경 아저씨`를 검색해보니, 가사가 아주 귀엽네요.

길 잃은 아기 고양이야, 집이 어디니? 집을 물어봐도 몰라. 이름을 물어봐도 몰라. 냐옹 냐옹 냐옹. 울기만 하는 새끼 고양이.
울기만 하는 아기 고양이. 개 순경 아찌는 당황해서 왕왕왕.
(또 집을 물어본다.) 까마귀한테 물어도 몰라. 참새한테 물어도 몰라. 냥냥냥. 울기만 하는 새끼 고양이.
개 순경 아찌는 당황해서 왕왕왕.

부족한 실력이지만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아웅 퇴근하고 싶어라~

붉은돼지 2015-06-25 20:35   좋아요 0 | URL
와우 이렇게 가사까지 다 찾아주시니 너무 고마워요~ 친절하신 뽈쥐님^^
동요라서 그런지 가사가 귀엽고 재미있네요. 하루끼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니 좀 웃기기도 하지만 나름 잘 어울리는 선곡인 것도 같아요 ㅋㅋㅋ

icaru 2015-06-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좋은 일이라고 살뜰히 기억하겠는가... 으하하하하...
마무리 책 선정 센스가 빛납니다... 하하하..

붉은돼지 2015-06-26 13:12   좋아요 0 | URL
전 그냥 박수나 치며 - 음...율동은 아니고 - 아니면 술이나 홀짝이며 다른 분들 노래나 감상하겠다는데, 됐다는데, 싫다는데, 꼭 끝까지 따라댕기며 노래를 시키는 사람이 있어요....아 정말....패주고 싶어요 ㅠㅠ
 

고백컨대, 소생은 운동을 못하고 가무도 형편없다. 잡기에 무능하다. 뭐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다. 술은 겨우 조금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운동은 보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이래 야구장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놀랍죠? 딸을 낳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방도 안간다. 어쩔 수없이 가게 되더라도 노래는 절대 안부른다. 마이크 잡을 사람은 많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니 하루키도 노래방가는 것은 질색이라고 한다. 정말 적지않은 위안을 얻었다. ‘그럼, 당신은 도대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세요?’ 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그렇건 말건 답은 대충 이렇다. 소생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이런저런 잡동사니 모으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각종 라벨(맥주가 메인이고 기타 와인, 양주, 사케, 소주 등 세상의 모든 주류를 취급합니다.), 맥주 병뚜껑, 프라모델, 영화전단지, 스노우볼 등등을 모은다. 아내는 쓸데없는 짓도 되우한다고 흥흥흥 콧방귀를 뀌며 소생의 취미를 비웃지만 그래도 소생에게는 보물같은 것들이다. 라벨 수집을 위해 가끔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장의 공병 수집함을 뒤지기도 한다. 좀 부끄럽네요 호호호...

 

 

 

 

 

 

 

 

 

 

 

 

 

이런 꼴로 사십 년 넘게 살다보니 뭐 좀 못하는 것이 있어도 별로 답답한 것은 없다. 하지만 한번씩 아쉽고 또 부러울 때가 있긴 하다. 축구를 보면 골을 넣은 선수가 느끼는 그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기쁨, 그 터져나오는 환희의 감정을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다. 가요방에서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시원하게 내지르며 노래 부르는 것을 볼 때면 ‘아! 나도 저렇게 한번 불러봤으면’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생이 죽었다가 다시 깨어날 수는 있어도 축구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를 일은 결코 없다. 몸치에 음치, 양치는 나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소생은 그 대신에 다른 소소한 즐거움을 택했다. 비록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독서의 즐거움은 운동의 그것에 못지않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즐거움도 가무의 즐거움에 결고 뒤지지 않는다. 내 새끼들이 하나하나 늘어갈 때의 그 기쁨, 내 새끼들을 한 곳에 불러모아 놓고 바라보는 그 흐뭇함. 뭐 내 뜻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한번 기어나온 세상, 살기는 살아야겠기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을 부러워하면서 한숨만 쉬다가 한 세상 허송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렴!

 

각설하고, 이스탄불에 대하여 이것저것 시시콜콜 조사하다 보니 “이스탄불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신화나 전설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다름아니옵고 바로 축구 이야기였다. 모세의 짝대기질 한방에 홍해의 바닷물이 둘로 똑 따갈라지는 그런 기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적이 일어난 때는 2005년 5월 25일. 장소는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 AC밀란 대 리버풀의 2004/2005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유럽챔피언스리그의 공식 명칭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로 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클럽축구 대항전이다. 클럽축구라고 뭐 동네 축구가 아니고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다.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클럽들과 기라성같은 선수들, 놀랍고 경이로운 이야기들이 무수하고 수다한 꿈의 리그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은 터키의 하계올림픽 개최를 대비해서 지어졌는데 2002년도에 개장했다. 2004년도에 UEFA 5성급 경기장으로 선정되어 UEFA 주요대회의 결승전을 치를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터키는 2000년부터 5번에 걸쳐 올림픽 개최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올림픽위원회야 나름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개최지를 선정했겠지만 이스탄불같은 도시를 한번도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뭐가 좀 잘못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2013년도에도 IOC는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동경을 선정했다. 동경은 1964년 대회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일본은 동계 2번 하계 2번 총 4번의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이슬람국가에서 올림픽이 열린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무색하다.

 

그럼 다시 기적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시 AC밀란은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반면 리버풀은 일부 주전들의 부상으로 약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진행되어 전반 1분만에 피를로의 프리킥을 말디니가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전반전에 리버풀은 3골을 허용했다. AC밀란 3-0 리버풀.

 

전반전이 끝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라커룸으로 들어온 리버풀 선수들에게 감독 베니테즈는 대충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머리를 떨구지 마라. 머리를 높게 들어라. 우리는 리버풀이고 우리는 리버풀을 위해서 뛴다. 만약 우리가 찬스를 만든다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우리는 할 수 있다. 영웅이 될 기회를 잡아라.”

 

감독의 격려 덕분인지 리버풀은 후반 8분에 제라드가, 10분에는 스미체르가, 15분에는 알론소가 각각 골을 넣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후 양팀은 연장전으로 갔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 AC밀란은 피를로 등 3명의 키커가 승부차기에 실패. 게임은 3-2로 리버풀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부란 냉혹한 것이어서 한쪽에게 기적은 다른 쪽에게는 악몽이 된다. 당시 AC밀란의 미드필더였던 안드레아 피를로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스탄불 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고문같은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리는 드레싱룸에 얼빠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우리는 말도 할 수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들은 우리를 정신적으로 파괴해버렸다. 그 상처는 처음부터 명백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냉혹해지고 심각해 졌다. 불면증, 분노, 우울증, 공허함. 우리는 여러 가지 증상을 가진 새로운 질병을 발명해낸 것이다. 바로 이스탄불 신드롬이라는.”

 

승부란 한편으론 돌고 도는 것이기도 해서 그로부터 2년후인 2006/2007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AC밀란과 리버풀은 아테네에서 다시 붙었다. 이번에는 피를로의 AC밀란이 리버풀에 2-1로 승리했다. 하지만 피를로에게 이스탄불의 얼룩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피를로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도 이스탄불의 경험으로부터 뭔가 교훈적이고 우아한 문장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으나 이 말 이외에는 찾아낼 수가 없었다. 씨발“

 

소생이 축구에 대해 이만큼이나 알게되고 이렇게나 많이 지껄이게 된 것은 예전같으면 꿈에서조차도 상상할 수 없는 대사건이고 죽었다  깨어난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도 소생에게는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모두가 이스탄불 덕분이다. 땡큐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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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8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북플 기능이 페이스북처럼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었다면 댓글에 ‘이스탄불의 기적’ 동영상을 띄워 주고 싶어요. 리버풀의 패색이 짙을 때 리버풀 공식 응원가 ‘You will never walk alone’를 부르는 팬들을 촬영한 건데 정말 소름 돋습니다. 후반전에 리버풀이 골을 몰아서 넣는 모습을 보면 이때가 리버풀에게 최고의 경기였고, 챔스 우승이 최고의 시절이였죠.

붉은돼지 2015-06-19 10:02   좋아요 0 | URL
맞아요..동영상으로 봐야 실감이 나는데요....동영상도 여러가지가 있더군요...한편의 드라마로 짧게 특별히 편집한 것도 있고, 레고로 만든 이스탄불의 기적도 있더라구요..ㅎㅎㅎㅎ

만병통치약 2015-06-1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TRL C ->CTRL V 앞 부분을 보고 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전 초등학교때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야구대회에 한번 데려가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프로야구는 가본적이 없군요. ㅠㅠ

붉은돼지 2015-06-19 10:05   좋아요 0 | URL
동지가 계셨군요..ㅎㅎㅎㅎ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축구하기 싫어 거의 탈영할 뻔 했는데....

헛발질 몇 번 하니 그후론 빼주더라구요...완전 열외,,,,축구 고문관으로 낙인 ㅠㅠ
물론 헛발질로 골대 근처에서 거의 30분정도 원산폭격하고 있었음다. ㅠㅠ

담쟁이 2015-06-1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젤로 좋아라하는 선수가 피를로 제라드인지라 재밌게 읽었네요. 요즘 유명 축구선수의 자서전 출간이 붐인거 같아요. 얼마전 나온 리오 퍼디난드 자서전도 엄청 재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당~

붉은돼지 2015-06-19 10:08   좋아요 0 | URL
저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피를로 자서전을 읽어보니 나름 재미있더라구요^^
거기에 또 새로운 세상이 있더군요....
앞으로 축구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합니다.~~

붉은돼지 2015-06-19 10:22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피를로 자서전은 이탈리어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고 영어번역본을 번역한 것이어서 그런지 약간 거시기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1980년대를 추억하며>를 조금씩 읽고 있다. <더 스크랩>은 하루키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이다. 넘버에서 하루키에게 <에스콰이어>,<뉴요커>,<피플>,<뉴욕>,<롤링스톤>,<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잡지들을 왕창 보내주면 그중에 재미있을 법한 기사를 스크랩해서 일본어로 정리하여 쓴 글이다. 하루키도 “솔직히 말해 정말로 거져먹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읽어보면 “햐~ 이런 일도 있었군”하는 신기한 이야기들과, “이거 정말 맞나? 믿을 수가 없네”하는 솔깃한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게 읽고 있다. 한편 한편이 3쪽을 넘기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읽기 그만이다. 물론 이책은 작년에 사서 읽었던 책인데 다시봐도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다.

 

기억력 이야기하니 또 문득 생각나는데 사실 요즘 조금 걱정이다. 소생 기억력말이다. 얼마전에는 아동 후원해 주는 단체이고 한비야도 관여했던 무슨 월드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월드,월드,월드,,,, 무슨 월드는 월드인데..........무슨 월드더라......아아아아.... 롯데월드, 도투락월드 ㅋㅋㅋㅋㅋ 물론 아니겠고......쥬라기 월드,,,ㅎㅎ 이거 재미있겠던데 언능 봐야지,,,,,,,,,그럼, 위아더 월드.,,,,,,아니고......나중에는 미야베월드까지 생각했지만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끙! 자기 자신이 무척 한심해지더이다. 그날 저녁에 밥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월드비젼!!! 아!! 월드가 뒤에 붙은 것이 아니고 앞에 있었구나!!!

 

각설하고 어제 저녁에는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더스크랩>을 펼쳐들고 읽다가.... 하아~~ 하는 한숨과 함께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쓸쓸해서 그만 눈물을 줄줄 흘릴뻔 했다. 물론 눈물을 짜지는 않았다. 어제 읽은 부분은 ‘최후의 나치 사냥꾼’(p125)이라는 부분인데 <베너티페어>라는 잡지에 실린 나치 전범사냥꾼 부부의 르포르타주 이야기다.

 

“세르주 클라르스펠드는 니스 출신의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대신해서 스스로 게슈타포의 손에 잡혀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았다. 아들 세르주는 그 복수에 일생을 걸었다. 한편 아내 베아테는 독일인이지만, 프랑스에 일하러 왔다가 세르주를 만나 그에게 나치의 유대인 사냥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모국이 저지른 죄를 갚기 위해 남편 못지 않는 열성적인 나치 헌터가 되었다.”

 

잘은 몰라도 아버지가 자신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아들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생을 바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랬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은데 누군가를 증오하며 그 복수에 자신의 일생을 건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가슴속에 가득 차서 넘쳐흐르는 그 슬픔과 분노를 어찔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키도 쓰고 있다. “이렇게 쓰면 무슨 그야말로 영웅담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전후 사십년 가까이 지나 늙어서 비틀거리는 나치 전범을 아직도 계속 쫓고 있는 사람들의 애절함과 허무함이 행간에 배어나는 담담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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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1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 이야기 하시니 남일같지 않다고 느껴지네요ㅋㅂㅋ,
저는 요즘에 어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책이 있거나, 책 속에서 소개된 책을 가지고 있을땐 읽던 책을 잊어버리고 다른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곤 해요

또는 집안일을 하다가 여기저기 일만 벌여놓고 마무리 되지 않은 흔적을 발견하게 될때 깊은 한숨과 나는 왜이럴까와 같은 생각을 자주한답니다 ㅋ

그래서 요즘 병아리콩(칙피)를 자주 먹고있어요~~치매 건방증에 좋다고해요ㅋㅋㅋ

붉은돼지 2015-06-15 10:57   좋아요 0 | URL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기도 한데요....예전에 안그랬는데 요즘 좀 그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ㅎㅎㅎㅎ

병아리콩이라는 게 있군요. 치매 건망증에 좋다니 한번 구해서 먹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