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1980년대를 추억하며>를 조금씩 읽고 있다. <더 스크랩>은 하루키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이다. 넘버에서 하루키에게 <에스콰이어>,<뉴요커>,<피플>,<뉴욕>,<롤링스톤>,<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잡지들을 왕창 보내주면 그중에 재미있을 법한 기사를 스크랩해서 일본어로 정리하여 쓴 글이다. 하루키도 “솔직히 말해 정말로 거져먹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읽어보면 “햐~ 이런 일도 있었군”하는 신기한 이야기들과, “이거 정말 맞나? 믿을 수가 없네”하는 솔깃한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게 읽고 있다. 한편 한편이 3쪽을 넘기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읽기 그만이다. 물론 이책은 작년에 사서 읽었던 책인데 다시봐도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다.
기억력 이야기하니 또 문득 생각나는데 사실 요즘 조금 걱정이다. 소생 기억력말이다. 얼마전에는 아동 후원해 주는 단체이고 한비야도 관여했던 무슨 월드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월드,월드,월드,,,, 무슨 월드는 월드인데..........무슨 월드더라......아아아아.... 롯데월드, 도투락월드 ㅋㅋㅋㅋㅋ 물론 아니겠고......쥬라기 월드,,,ㅎㅎ 이거 재미있겠던데 언능 봐야지,,,,,,,,,그럼, 위아더 월드.,,,,,,아니고......나중에는 미야베월드까지 생각했지만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끙! 자기 자신이 무척 한심해지더이다. 그날 저녁에 밥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월드비젼!!! 아!! 월드가 뒤에 붙은 것이 아니고 앞에 있었구나!!!
각설하고 어제 저녁에는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더스크랩>을 펼쳐들고 읽다가.... 하아~~ 하는 한숨과 함께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쓸쓸해서 그만 눈물을 줄줄 흘릴뻔 했다. 물론 눈물을 짜지는 않았다. 어제 읽은 부분은 ‘최후의 나치 사냥꾼’(p125)이라는 부분인데 <베너티페어>라는 잡지에 실린 나치 전범사냥꾼 부부의 르포르타주 이야기다.
“세르주 클라르스펠드는 니스 출신의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대신해서 스스로 게슈타포의 손에 잡혀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았다. 아들 세르주는 그 복수에 일생을 걸었다. 한편 아내 베아테는 독일인이지만, 프랑스에 일하러 왔다가 세르주를 만나 그에게 나치의 유대인 사냥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모국이 저지른 죄를 갚기 위해 남편 못지 않는 열성적인 나치 헌터가 되었다.”
잘은 몰라도 아버지가 자신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아들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생을 바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랬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은데 누군가를 증오하며 그 복수에 자신의 일생을 건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가슴속에 가득 차서 넘쳐흐르는 그 슬픔과 분노를 어찔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키도 쓰고 있다. “이렇게 쓰면 무슨 그야말로 영웅담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전후 사십년 가까이 지나 늙어서 비틀거리는 나치 전범을 아직도 계속 쫓고 있는 사람들의 애절함과 허무함이 행간에 배어나는 담담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