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완독(정독)은 소생의 오랜 숙원......까지는 아니고, 뭐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인데, 무슨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소생은 무신론자요, 불신론자요(이건 무신론과 다른가?), 회의론자요, 회색분자요, 양비론자요, 이중간첩이요, 간보는 축생이요, 박쥐와 같은 종자이니 당췌 소신과 지조가 있을 리 없고, 믿는 구석이 있을 턱이 없다.) 그냥 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가의 입장에서 성경은 왠지 꼭 한번은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인 것이다.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면? 하는 물음에 성경이라고 답한 적도 있었다.
성경은 한 유일신교(이것도 약간은 이상한 것이 아버지 신이 있고, 또 아들 신이 있고(딸 신은 없나???), 또 혼령스러운 신이 있으니, 이른바 오묘한 삼위일체인데, 오로지 알라! 유일신교인 이슬람에서 보자면 이것도 일종의 다신교인 것이다.)의 성스러운 경전이자, 한 고단한 민족의 파란만장한 역사서라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는 결국 구약을 풀어 쓴 것이니, 나약한 인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신의 분노와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헤쳐나가는 인생들의 고군분투, 전쟁과 살육, 사랑과 배신, 천태만상과 해괴망측, 눈물과 한숨, 탄식과 경탄없이는 읽을 수 없는 그야말로 한편의 경이로운 드라마인 것이다.
신약은 또 어떠한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서 신이 된 사나이, 신의 아들이자 또 본인이 신이었음에도, 신의 놀라운 권능으로 일거에 악을 쓸어버리지 않고(슈퍼맨처럼 눈에서 광선을 뿜어내서 나쁜 넘들 싹 처리하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고통을 감내하며 손발이 꿰어저 십자가에 못박히고 인류의 원죄를 대속(이게 또 놀라운 이야긴데,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내가 범하지 않은 나도 모르는 나의 죄가 있었다니, 내 아비도 아니고 그 아비의 아비의 무슨 죽을 죄도 아니고, 대를 오르고 올라 궁극으로 처올라 태초의 인간이 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죄를 왜 수천년 뒤의 수십억 명의 인간들이 뒤집어 써야하는 지도 의문이긴 한데, 만의 하나 그 죄가 유전된다고 한들 누가 그걸 대속해 달라고 메달려 통사정을 한 적이 있나 하는 이야긴데, 믿음의 문제를 뭘 모르는 무신론자가 자꾸 거론하면 복잡해지니 여기서 그만.) 죽었다가 부활하고 결국은 승천하여 신이 된 사나이, 예수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놀라운가?
소생이 성경 완독의 마음을 처음 먹은 것은 군대에서였다. 소생은 얼마전에 BTS 진이 입대한 경기도 연천의 5사단 열쇠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어떠한지 몰라도 그때의 병영생활이라는 것이 병장이 되기 전에는 내무반(당시 내부반에서 30~4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음)에서 구멍난 양말이나 꿰메고 있어야지 감히 책 같은 것은 펼칠 수가 없었다. 독서가인 소생은 책이 읽고 싶어서 몸살이 나고, 구중생형극하야 입이 다 헐어빠지고 쌩똥을 싸며 생병을 앓다가 어디선가 손바닥만한 작은 논어책을 한권 구했는데 이걸 시간날 때 몰래 종이에 한두 구절을 옮겨 적어놓았다가 새벽에 보초 나가서 몰래 꺼내보며 외우곤 했었던 것이니......아아아아!!!! 실로 동방의 소국 오랑캐 땅에 대단한 큰 선비가 나셨음이라. 아하!!!!!!!!!!!!
한편 일요일 저녁이 되면 가련한 쫄따구들은 모두 교회로 몰려 갔는데, 믿음의 교인이어서가 아니라 초코파이와 커피를 얻어먹을 수가 있어서였다. 소생은 여기에 더하여 교회에 가면 성경책을 펴 놓고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니...아 고달프구나!! 독서가의 군생활이여!!! 교회에 갈 때마다 성경을 읽으면 군생활 30개월에 어느정도까지 읽을 수 있나 이걸 계산했던 것도 같은데, 소생의 야심차고 원대한 계획은 아마도 애굽을 끝끝내 탈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교회에 가서 앉으면 잠이 무슨 별처럼 쏟아지는데, 은혜 충만하신 군종병님은 가련한 중생들이 푹 주무시도록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실로암! 이 노래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율동!!! 그래!!! 율동하며 노래 불렀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물이 변하여 포도주 됐네~~(얼씨구!!)’ 어쩌고 저쩌고 계속 노래 부르고 또 율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여차저차 니미혼자 생똥물똥 싸고 지리며 지랄용천을 하는 동안에도 국방부 시계는 고장없이 어김없이 여측없이 똑딱똑딱 흘러흘러(아! 감사합니다.!!) 소생이 어느듯 병장이 되어서 이제는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내무반에서 뒤로 나자빠질 수도 있고, 딩가딩가 기타를 칠 수도 있고, 눈알이 빠져라 떼레비를 볼 수도 있고, 책을 떡하니 펴놓고 읽을 수도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는 책을 읽기가 싫은 것이었다. 이상도하고, 요상도 하고, 희한도 하여라!! 인간이란 종자의 심사란 얼마나 간사하고 한심한 것인가!! 쯥쯥!!
그러다가 제대를 하고 세월은 또 흐르고 흘러,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강도 흐르고, 가을날의 벤치 위로 낙엽은 떨어져 쌓이고, 우리의 사랑은 깨어져 흩어지고.....이건 아니고..... 하여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 한 켠에는 항상 성경 완독의 이루지 못한 꿈이 세느강물에 쓸려 저 멀리로 흘러가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그득하니 고여 있었던 것이니....어쩔 것이냐? (이누카이 미치코의 성서이야기 5권을 읽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건 성경책이 아니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책을 구입해야 하고, 성경 같은 책을 어찌 허투루 살 수 있겠는가. 고르고 골라(고르곤 졸라.....는 아니고) 구입한 성경책이올습니다요. 바로 이 책이!!!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
찬란한 금박 대신에 은은한 은박을 입었다. 표지는 가죽이다. 2900쪽이 넘는 대분량이지만 종이가 습자지 같은 재질이어서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
성경 본문보다 주석과 해설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모세의 출애굽 추정경로 같은 지도자료와 성경에 기록된 묘사와 수치를 바탕으로 재현한 언약궤 같은 성막기구들의 모습도 그림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