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예전에유홍준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몇 권까지 읽었나 모르겠다. 서울편은 안 읽었고, 일본편은 교토만 읽은 것 같고, 가장 최근에 나온 중국편 돈황, 막고굴, 실크로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소생이 돈황에 나름 관심이 많아 200만원(은 아니고)이 넘는 돈황학대사전도 구입했었다.(물론 지금은 팔아먹고 없다.ㅜㅜ), 영국놈 스타인, 불란서놈 펠리오, 일본놈 오타니 등등이 돈황의 유물 약탈하는 이야기 <실크로드의 악마들>은 왠일인지 조금 읽다 말았다. 파란 눈의 펠리오가 막고굴의 한 토굴에서 촛불 켜놓고 산더미처럼 쌓인 두루마리 문서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은 나에게는 약간 경이롭게 보였다. 막고굴의 고문서들은 현대의 한자로 쓰인 것도 아니고 고대 한자에 서역문자에, 갑골문같은 문자도 있고 하여튼 아무나 읽을 수 있는 뭐 그런 문서는 아닌데,,,,파란 눈의 펠리오가 과연 읽어내기는 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펠리오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 엄청한 양의 문서 중에서 나름 가치가 있는 문서들만 골라내어 거의 껌값으로 그 문서들을 본국으로 실어 날랐던 것이니...아 대단하다. 펠리오여!!!!!!! 여기 극동의 반도의 한 서생은 몇 년째 눈알이 빠져라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뭐 쉬운 원서 한권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는 처지라..가슴이 아프다.ㅜㅜ), 무슨 설화 내지는 전설 같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돈황>도 재미있었다. 윤후명의 소설 중에 <돈황의 사랑>도 있는데 부끄럽게도 이건 읽어보질 못했다.
각설하고,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는 말은 참 많이도 회자되었다. 조선시대 어느 문인의 말이었다고 하는데, 뭐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때는 무슨 대단한 진리를 발견한 듯 이 말을 이리저리 옮기고 또 이곳저곳 사용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어쨌든 멋있는 말이었다. 각성을 촉구하고 사랑을 독려하는 말이랄까???? 하기사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여사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아마도 답사기 1권에 나오는 어느 대학생의 말. '돌이 말을 하네요'. 감은사지 석탑을 두고 한 말이었다. 불초한 소생이 이 책을 읽고 정말 돌이 말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감은사터에 갔었다. 그것도 두번이나...그 황량한 감은사지 들판에서 돌덩이들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뭐 거의 30년 전 일이라...답사기1권이 1993년도에 나왔더라).....어쨌든 어린 내가 그 돌덩이들 앞에 섰을 때, 소생의 털난 가슴(아!! 그때는 가슴에 털이 없었나???? 아니 있었나????)속 에서 무언가 부르르... 찌르르... 띠리리한 어떤 감정의 파동이 있었던 기억은 난다. 그것이 부르르인지 띠리리인지, 찌리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더 각설하고, 예전에는 유홍준의 답사기를 비롯해서 완당평전, 무슨 미술사관련 서적 등등.... 유홍준의 책도 여러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팔아먹고 없다. 요즘은 문득 나중에 소생 일생일대의 소망인 퇴직을 하고 국내 두루두루 구석구석 금수강산 팔도강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유람을 다닐려면 유홍준의 답사기 정도는 구비해 놓아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답사기 시리즈를 다시 장만해야 하나 어쩌나 나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찰떡같이 콩떡같이 그래24에서 예쁜 모양의 답사기 리커버 세트를 보았던 것이었으니,,, 에라 모르겠다. 구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