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제현께옵서는 주무시기 전에 어떤 책들을 보시나요? 특별히 잠들기 전에만 읽는 책을 마련하신 분들도 계시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현재 보고 있는 책을 자기 전에 침대에 눕거나 혹은 쿠션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서 계속 보시리라 짐작한다. 소생 역시 그러한데, 며칠 전에 갑자기 잠들기 전에 읽는 가칭 ‘잠자리용 도서’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참... 어디 쓸데도 없는 그런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완전 흡입되어 읽다가 그만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그런 경우는 잘 없죠... 어쨌든 수면시간이 줄어들어 명일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고, 또 너무 험한 내용의 책을 보다가는 혹시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흉흉해 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로마제국쇠망사> 같은 책은 꽤 무거워서 침대에 누워 들고 있기에도 팔이 아프지만, 혹간 눈알 뽑고 혀 뽑고 코 자르고 하는 신체절단 형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물론 이런 대목을 읽다가 잤다고 해서 안구 적출되고 코 절단나는 그런 끔찍한 악몽을 꾸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무언가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하여 소생이 선정한 잠자리용 도서는 바로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이다. 예전에는 하루키의 소설을 즐겨봤는데 언제부터인가 에세이가 더 마음에 든다. 특히 라디오 3부작은 벌써 두 번을 읽었는데 또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간결하고 산뜻하다. 뭔가 얻어 걸리는 것도 있는 듯하다. 어젯밤에는 <저녁무렵에 면도하기>를 읽었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수동 변속기는 마치 따뜻한 나이프로 버터를 자를 때처럼 부드러웠다.(p120)"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군요.. 냉동된 버터를 자른다고 낑낑거린 적 있으시죠?..그런데 나이프는 또 어떻게 따뜻하게 하지? 그것도 귀찮겠네 하는 생각도 든다....어쨋든 전에 읽을 때는 왜 이 문장이 눈에 안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소생의 늦은밤 독서 계획은 이렇다. 일단 밤 11시쯤 침대에 자리 잡고 눕는다. (혜림씨는 적어도 10시 30전에는 재운다.) 11시 땡땡부터 11시 40분정도까지는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읽는다. 그것이 호러든, 로맨스든, 판타지든 뭐든. 그러나 11시 50분부터 12시 땡땡까지 10분 정도는 무라카미 라디오를 틀어준다. 10분이면 세편 정도 읽을 수 있다. 12시 땡땡이 되면 책을 덮는다. 그리고 이불 속에 반듯하게 자세잡고 누워서 발꾸락 저 끝까지 힘을 한번 쭉쭉 한껏 보내본다.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 마냥. 두세번 그렇게 하면 뼈마디 사이 근육사이 끼인 긴장들이 떨어져 나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잔다. 쿨쿨~~. 물론 이게 뭐 마음먹은대로 안될 때도 많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아래 사진은 소생 침대옆 협탁의 모습이다. 협탁에서도 책탑이 자라고 있다. <로마제국쇠망사5>는 너무 게으름을 피워서 현재 스코어는 120쪽이다. 그제부터는 오르한 파묵의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을 보고 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다만 금년도 주요사업인 <이스탄불 집중 탐구>의 일환으로 의무적으로 보고 있다. <7박 8일 이스탄불>은 여행가이드북이다. 활용할 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쇠망사 밑에 깔린 <빈서판>은 저곳에 자리 잡은 지 2~3개월은 된 것 같다. 서문만 겨우 읽었느데 어느새 저렇게 바닥에 깔려 초석이 되어버렸다. <터키 1만년의 시간여행>도 바닥에 깔려 있다. 이건 2권이다. 작년에 1권을 읽고 2권 조금 읽다가 말았다. 깔린 역사가 유구하다. 5개월은 넘는다. <단전호흡과 기의 세계>도 보인다. 소생은 본래적으로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태생이 게으른 족이다. 야구고, 축구고, 골프고 간에 보는 것도 시큰둥하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뭔가 해야할 것 같아 3~4년 전에 요가, 국선도, 단전 호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연구하다가 말았다. 그때 구입한 책인데 아직 저 자리에 저렇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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