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커피

지난 토요일에 집에 온 아들이 오늘 금요일 다시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기숙사 사감을 하고 있고,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찬양대 지휘로 섬기고 있으니 오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는 형편이지요.
그래도 어미는 자못 마음이 아픕니다.
한겨레신문의 어느 이벤트에서 탄 커피를 이웃에게 나눠주고
아들이 오면 함께 마시려고 하나를 남겨 두었드랬습니다.
공정무역커피 '안데스의 선물'입니다.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었고, 잠시 자리에 눕는다는 게 시간이 한참 흐른 모양입니다.
남편이 저를 깨웁니다.
저녁이 늦었는데 밥솥에는 밥이 없군요.
속으로 좀 뜨금 합니다.
아들이 왔을 때는 하루에 대여섯 끼를 더운 줄 모르고 해대었는데,
아들이 가자마자 빈 밥솥이라니요?
이실직고 했습니다. “여보, 밥이 없네.”
다행이 별로 신경쓰지 않고 ‘더운 데 대충 먹고 말아.“ 대답이 돌아옵니다.
남편은 비빔면 두 개에 우유, 저는 저녁을 굶었습니다.

‘난 굶어도 싸’

반성을 합니다. 몸이 조금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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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3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한끼 굶으면 기운이 없던데요. 님 밥솥에 꼭 밥이 있으란 법은 없지요. 헤~~

gimssim 2010-07-31 07:38   좋아요 0 | URL
우리 남편은,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잘 삐치는데, 아들 하고 너무 차별하는거 아니냐고 물고 늘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죠. ㅎㅎ
저녁밥은 그래도 참고 자면 되죠. 사실 12시를 넘겨 자느라 좀 힘들긴 했죠.

비로그인 2010-07-3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 1]비빔면은 두 개가 정량이어요.

뜬금 2]허전하셨던 게로군요(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제가 잘못 짚은 것일지도..조심조심)

뜬금 3]공정무역 커피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것인지요? 저도 늘 관심은 있었는데 곧 커피가 떨엊면 저도 좀 착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더랬습니다.

하이드 2010-07-31 03:22   좋아요 0 | URL
비빔면은 삼겹살 2인분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게 1인 정량 아닌가요? ㅎ

안데스의 커피는 세븐 일레븐 같은 편의점에서도 팔고, 알라딘에서도 팝니다.
스타벅스와 던킨도 각각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구요.

gimssim 2010-07-31 07:41   좋아요 0 | URL
남편은 대충 먹자 해놓고 비빔면 두개로 해결이 안됐나봐요. 배고프다고, 못들은 척 넘어갔어요.
하이드님 말씀처럼 삼겹살 2인분이 더 있어야 정량인 모양입니다.
다음부턴 참고할께요.

그리고 Jude님 공정무역 커피는 사는 게 아니고 경품으로 받아야 맛인데요! ㅎㅎ

순오기 2010-07-3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은 크면 엄마의 '애인'이 되지요.ㅋㅋ
저도 남편과 아들을 차별합니다~ ^^
"어떻게 애인과 남편이 같아? 질투하지 마~ 애인은 한때지만 남편은 해로하니까 됐잖아!"
이런 말을 하며 뻔뻔하게 차별한다고요.ㅋㅋㅋ

gimssim 2010-07-31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만 그러는 게 아니네요.
우리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런 저런 상처들이 많아서 좀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연민 같은 거지요.

stella.K 2010-07-3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양대 지휘자라. 멋지네요.^^

gimssim 2010-07-31 21:23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시절 딴따라를 좀 했지요. 제가 우겨서요.
주위에선 친엄마 맞나?,고들 했죠.
공부만 파도 대학엘 갈까말까한다구요.
드럼을 쳤었는데 아마 그런 리듬감 때문인가봐요.
그래도 괜찮은 대학엘 갔습니다.

stella.K 2010-08-01 17:02   좋아요 0 | URL
와우, 이렇게 멋진 엄니가 계셨다니!
정말 잘하셨네요. 그 아드님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ㅋ

꿈꾸는섬 2010-07-3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아드님이 서울로 갔군요. 허전하시겠어요.
중전님도 뭐라도 드시지 그러셨어요. 병나실까 걱정되어요.

gimssim 2010-07-31 21:26   좋아요 0 | URL
네, 마음은 많이 허전합니다.
사실 병 날까봐 운동 열심히 합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이들어 아파서 짐이 될까봐서요.
어미 잔손 없이 홀로서기를 한 아이들인데 저도 제 몸 하나는 잘 간수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 언니. "굶어도 싸" 라고 쓰신 글귀에서 제맘이 아픕니다.
여름이니 식욕 없어서 꼭꼭 맛난거 드시고,,
가끔 맛난 외식두 하시구요...... 네?

gimssim 2010-08-02 00:48   좋아요 0 | URL
ㅎㅎ...마음이 여리시네요.
한끼고, 저녁이라 건너뛴 거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잘 되는 나 - 믿음으로 산다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07년 10월
구판절판


우리 안에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유전자가 박혀 있다.
-38쪽

"언젠가는 행복한 날이 오겠지." 하나님은 삶이 아무리 힘겨워도 바로 이 순간부터 인생을 즐기라고 명령하신다. 지금 이곳에서 작은 천국을 이루라고 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에게 풍성한 삶을 주시기 위해서다. 우리는 ‘언젠가’ 천국에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땅에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 천국에 이르기 전에 꿈을 이룰 수 있다!
-44쪽

하나님은 우리 실수나 잘못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신다. 불행이나 좌절에 허덕이는 건 그분의 뜻과 거리가 멀다. 하나님은 우리가 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신다. 그분은 우리가 풍요롭게 살도록 창조하셨다.
-90쪽

말은 씨앗과 같다. 말에는 창조의 힘이 스며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에는 창조력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누구의 말보다 자신의 말을 더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자기 삶을 향해 복을 선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04쪽


우리는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의 열매를 먹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미래를 축복하라, 하나님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자기 삶을 향해 믿음과 승리의 말을 선포하면 더 좋은 자아상이 생긴다.
-109쪽

체로키 부족에게는 손자에게 인생의 원칙을 가르쳐주는 지혜로운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앉혀놓고 말한다. "얘야, 모든 사람 안에서는 늑대 두 마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단다. 한 늑대는 악하지 이 늑대는 분노와 질투, 용서하지 않는 마음, 교만, 게으름으로 똘똘 뭉쳐 있어. 반면 다른 늑대는 착하단다. 이 늑대의 특징은 사랑과 친절, 겸손과 절제란다. 이 두 마리 늑대가 우리 안에서 늘 싸우고 있어."
어린 손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할아버지, 그럼 어떤 늑대가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말한다. "그야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지."
용서하지 않는 마음과 성급함, 낮은 자존감 같은 악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면 그런 부정적인 특성만 점점 강해진다. 불평하면 일시적인 해방감은 느낄지 몰라도 한 번 피 맛을 본 늑대는 점점 더 많은 피를 원하는 법이다.
-124쪽

좋은 습관을 기르는 방법은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130쪽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을 독수리에 자주 비유한다. 독수리에게는 골치 아픈 상대가 몇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까마귀다, 까마귀는 까악까악 음산하게 울면서 끊임없이 독수리를 괴롭힌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면 으레 까마귀가 그 뒤를 쫓아가며 성가시게 굴기 시작한다.
독수리는 몸집을 까마귀보다 훨씬 크지만 기동력은 떨어진다. 독수리가 골치 아픈 까마귀를 떼어 내기 위해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2미터가 넘는 날개를 쫙 편 채 온난기루를 타고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울리도 골칫거리들에게서 벗어나려면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상대방과 같은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어차피 까마귀는 독수리를 이길 수 없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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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지난 봄, 이사를 하면서 대충 꽂아두었던 책들을 잠깐씩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합니다.
소설, 시, 수필, 종교, 심리학, 자기개발, 취미 등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러다가 눈이 가는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책입니다.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고등학교 시절에 산 책이라 생각됩니다.
한때 사진책을 살 정도로 사진에 대한 애착과 갈망이 있었나 봅니다.
오래 전의 일이라 한 줄기 아련한 연기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런저런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겠지요.
학교를 마치고 결혼을 하고 두 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숨 가쁘게 살아, 이 자리에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이사를 다녔고 십여 년 전에는 집안이 전소되는 화재를 만나 살림살이들을 잃고, 겨우 서재의 한쪽 벽에 쌓아두었던 책만 몇 권 건졌습니다.

이 책은 그때 살아남은 책인 듯 싶습니다.
표지의 낙서는 아마 그림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솜씨인 것 같습니다.
자라면서 어느 한 때, 사람 그림을 보기만 하면 이렇게 낙서를 하곤 했었으니까요.

이제 아이들이 자라 내 품을 떠나고, 남편도 가끔은 안뜰에서 내어 쫓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사무치게 혼자만의 안뜰이 그리울 때가 있거든요.
외람되지만 삶이, 일상이 서른 번도 더 읽은 소설책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삶이, 그 일상이 더욱 소중한 것으로 다가옵니다.
시절은 햇빛이 정수리에 쏟아지며 더욱 치열하게 살아라 하는 여름인데 저는 늦은 가을을 살고 있는 듯, 다소 멜랑꼬리, 센티멘탈입니다.
어제 밤, 눈을 부비며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자기 연민은 감사하는 마음과 공존할 수 없다’
그래요. 너무 오래 자기연민에 빠져 있지는 않을 겁니다.
오래, 마음의 갈피에 아무도 모르게 간직해 두었던 ‘사진’에의 향수가 요즘 편식을 하는 이유쯤이라고 해 두지요.
구입하는 도서도 온통 사진에 관한 책이고, 세 권까지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서도 모두 사진 책을 빌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런 변명도 사실을 자기 연민일 터입니다.
그러나 때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보듬어야 될 때도 있습니다.

매미 소리가 아직은 싱그러운 여름날 오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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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2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이 서른번도 더 읽은 소설책 같다..... 와.
저는 아직 커가는(?) 중이라 그런지, 새록새록합니다. 언젠가는 중전 언니처럼 말할 수 있겠죠.

중전 언니. 이번에 퓰리처 수상작 사진전 하던데, 페이퍼보고 떠오르네요. 가고 싶은데 저희 집에서 너무 멀어서 안타까와요..... 그림도 좋아하지만, 사진도 아련하니.. 참...

gimssim 2010-07-29 22:09   좋아요 0 | URL
저희 집도 많이 멀어서 생각 뿐이고 실재로 움직이기는 힘들어요.
그게 제 삶에서 좀 불만사항이긴 하지요.

pjy 2010-07-2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하는 책은 아무래도 멜랑꼬리 센티멘탈해지는 거죠^^;
다시 사진에 열심이시니 세월이 약인거죠~ 중전님, 아직도 창창하십니다요~

gimssim 2010-07-29 22:11   좋아요 0 | URL
그래요. 뭔가 다시 열심을 낼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뭔가 이뤄내야 하는 결승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즐기면서 가려고 합니다.

순오기 2010-07-31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삶은 계란'이 아니고 서른 번도 더 읽은 소설 같은 것이군요.^^
이런 문장은 아무나 쓸 수 없는...인생의 관조가 묻어나는 것이구요.
1978년...태그에 적힌 걸 보기 전 사진에서 연도를 읽으려고 들여다 봤어요.
1978년이면 저는 고3이었네요.^^

gimssim 2010-07-31 21:28   좋아요 0 | URL
아~~~그 심오한 진리 '삶은 계란'을 아시네요.
제가 일이 년 쯤 년배인걸로 사료됩니다요.

저는 폭염 경보가 내린 도시에 살고있어요.
정수리 뚫어질까봐 얼른 '고흐의 아몬드나무 양산' 주문했지요.
하여튼 갖다 붙이기는 잘하죠?
 

이런 사랑법은 어떤가요?

*** 며칠 전 글샘님의 서재에서 ‘사랑법’에 관한 페이퍼를 읽었어요.
학창시절 공부하다 지치면 앞부분을 무던히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떠나고 싶은 자 / 떠나게 하고 /
잠들고 싶은 자 / 잠들게 하고 /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 침묵할 것 //
또는 꽃에 대하여 / 또는 하늘에 대하여 /
또는 무덤에 대하여 //
서둘지 말 것 / 침묵할 것 //
그대 살 속의 /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
흐르지 않는 구름 /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
쉽게 꿈꾸지 말고 / 쉽게 흐르지 말고 /
쉽게 꽃피지 말고 //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
잠들고 싶은 자 / 홀로 잠드는 모습을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 그대 등 뒤에 있다//

이런 사랑법은 어떤가요?

몇 달 만에 아들이 왔어요. 방학을 해도 바로 ROTC 훈련을 받느라 이제사 왔지요.
그런데 185센치 키에 73킬로의 몸으로 왔군요.
목표를 세웠어요. 하루에 1킬로씩 살 찌우기.
무던한 아이라 어미가 이것저것 해 주는 대로 잘 먹습니다.
집에 있을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다니 어미인 저는 애가 탑니다.
옆에 있는 남편도 거듭니다.
맛있는 콩국수를 먹으러 가자는군요.
그리고 산중턱에 있는 찻집에 가서 차를 마시자구요.
친구들끼리 갔었는데 아마 마음에 들었던지 저나 아들에게 콩국수 맛보이고 찻집도 구경시켜주고 싶은가봐요.
저는 그렇게 이해하는데 아마 아들녀석은 아닐 겁니다.
한 달 내내 뜨거운 햇빛 속에서 딩굴다 왔는데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가 사랑법이 아니겠는지요.
좀 쉬도록 가만히 두는 게 아들을 위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남편의 ‘사랑법’을 누가 말리겠어요.
남편도 눈치가 보이는지 주방에 있는 저에게 와서 자꾸만 옆구리를 찌릅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총대를 매었습니다.
“아들, 십 분 뒤에 출발!”
속이 깊은 아이라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알겠지요. 별 말없이 따라 나섭니다.
그렇게 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한 시간을 달려 오천 원 짜리 냉콩국수를 사먹고 아슬아슬 산중턱에 놓여있는 찻집으로 갔습니다.

그 찻집에서 딸아이가 빠진 이런 가족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런 사랑법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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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2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 제가 너무 좋아하는 시예요. 강은교 님 시였던가.. 가물가물하네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에서 항상 가슴이 뭉클해져버려염.

언니, 사진 너무 좋네요. 글두 너무 좋고.
아침마다 읽는 소소한 행복인지라 기쁩니다.

gimssim 2010-07-28 14:42   좋아요 0 | URL
네 강은교의 <사랑법>이지요.
글쎄요...요즘 같으면 사실 하루에 한 편 정도 소소한 행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꿈꾸는섬 2010-07-2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샘님 서재에서 보고 제가 좋아하던 시를 만나 반가웠었는데 중전님 서재에서도 보네요. 아드님이 너무 멋지게 잘 자라주었네요.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도 느껴지는걸요. 일주일동안 아드님 맛난거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시겠어요.^^

gimssim 2010-07-28 21:17   좋아요 0 | URL
으흠~~제가 세상에서 잘한 일 중 하나가 딸, 아들 낳은 거, 운전 배운 거라면 말...되나요?
요즘 더운줄도 모르고 열심히 요리 만들고 있어요.

순오기 2010-07-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창밖에서 저렇게도 찍을 수 있는 거군요.^^
맛난 거 먹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모의 사랑법을 헤아려주는 아름다운 청년이네요.
소소한 행복... 이런 맛에 사는 거겠죠.^^

gimssim 2010-07-28 21: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행복은 절대 거창하거나 크고 무거운 게 아니에요.
가끔 창에다 카메라 드리밀고 자화상을 찍기도 합니다.

blanca 2010-07-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시... 저 사진....너무 너무 너무 좋아요. 순오기님이랑 중전님이랑 보면 저는 그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gimssim 2010-07-29 07:21   좋아요 0 | URL
blanca님, 순오기님은 몰라도 저는 함량미달일지 몰라요.
나중에 책임 안집니다.

순오기 2010-07-31 07:47   좋아요 0 | URL
헉~ 별 말씀을요.
중전마마는 알라딘 아줌마들의 룰모델이구만요.^^

라로 2010-07-2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두분의 장점만 닮으신거 같아요!!!!

마주 앉은 부자의 모습이 넘 멋져요!!!!^^

gimssim 2010-07-29 07:2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무릇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더 나아야겠지요.

글샘 2010-07-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 님도 제 서재에 오셨군요. ^^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가 저렇게 간절했던 적은 첨이네요. ㅎㅎㅎ
사진, 참 멋집니다. ^^

gimssim 2010-07-29 10:45   좋아요 0 | URL
시 강의 잘 보고, 듣고 있습니다.
좀 설렁설렁(?) 공부할 수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더라구요.
요즘은 집중이 좀 잘 안되서...또 변명을 해봅니다.

비로그인 2010-07-2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ROTC를 하는군요.
나중에 멋진 장교가 되겠습니다.
185에 73이면 늘씬한 체격이군요.
보기에 좋겠어요. 하하

아빠가 보는 아들은 이쁜 딸과는 또 다르지요..


gimssim 2010-07-29 10:47   좋아요 0 | URL
인천공항에 갔었는데 가수 비가 대형브로마이드로 서 있더라구요.
못말리는 순발력으로 이렇게 소리쳤어요.
"아, 우리 아들 갖다좋으면 더 나을텐데..."
그러다가 미운털 박혀 비행기 못탈뻔 했음다! ㅎㅎㅎ
 

모자람의 행복

어제 토요일, 사십여 명 남편의 고등학교 동문모임을 저희 주관으로 치르느라 거의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 눈도장 찍는 것을 거를 수는 없어서 새벽기도회에 갔다가 오늘은 좀 일찍 돌아와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두어 시간 잔 것 같습니다.
제가 종횡무진 쓰던 거실을 집에 온 아들녀석에게 뺏기고, 저는 서재방으로 밀렸습니다.
사실은 이 공간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지난 봄, 이사를 와서 커튼을 달았는데, 새로 장만하지 않고 쓰던 것을 그대로 달았더니 두 번 접힌 단을 뜯어내어도 이렇게 깡중하니 20센티는 모자랍니다.
그전 같으면 새로 해서 달았을 터이지만 이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좀 모라라면 어떻습니까?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수필가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 떠오릅니다.
실직한 남편과 직장에 다니는 아내. 그 아내를 위해 남편은 점심상을 준비합니다.
아내는 아침밥을 거르고 출근을 했습니다.
쌀은 어떻게 마련하여 흰쌀밥을 했지만 반찬까지는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따뜻한 쌀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메모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잠자리에서 눈을 뜨니 그 깡충한 거튼 아래로 창틀 가득 파란 하늘이 걸려있었습니다.
책상 뒤로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파트 3층이지만 마치 <소공녀>의 세라가 쓰는 그 다락방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제, 남편 동문 부인들과, 서빙 하는 중간중간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좁은 공간에서 좀 모자라는 듯이 살아야겠다고들 했습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있다고 해도 고등학생이니 하루 종일 집에 없습니다.
방도 여러 개, 텔레비전도 두 대 이상이니 각기 다른 방에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본다는 겁니다.
퇴근시간들이 들쑥날쑥이니 부부지만 밥도 따로 먹을 때가 많다는 겁니다.
너무 풍족하게 잘 사는 것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었습니다.
평균수명이 엄청 늘었는데 그렇게 삼사십 년을 어떻게 더 살 거냐고, 그렇게 사는 것은 너무 슬픈 거 아니냐고,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모두들 다소 난감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가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물리적으로도 타이트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우스개 소리 하나 하고 지나갑니다.
아무리 잘 살아도 절대 두 개를 사면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냉장고입니다.
우리 집 이야깁니다.
열한시 쯤 책을 읽고 있던 저는 우유라도 한 잔 마실까 싶어서 주방으로 갑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우리 집의 늙어가는 ‘새나라의 어린이’는 그 무렵 이미 한숨자고 물을 마시러 역시 주방으로 옵니다.
주방에서 부부는 조우를 했습니다.
“어머, ㅇㅇ씨(남편의이름), 여기서 뵙네요. 반가와요.” 했더니
지구력은 있어도 순발력은 ‘꽝’인, 더구나 잠에 취한 남편은 ‘이 여자가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잠시 저를 바라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지금이 몇 신데 아직까지 안자고 있어?”

가끔은 이 작은 다락방에 남편을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둘이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 뛰던 시절을 마음껏 그리워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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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2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소공녀 세라의 다락방은 저리 가라겠어요.^^
요즘 하늘이 연출하는 예술이 최고로 멋져요!
넓은 집에서 각자 자기만의 공간에 갇혀 소통없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달랑 방이 하나일 때는 부부싸움 하고도 등을 웅크릴지언정 함께 잤는데, 요즘은 대개 침실도 따로 두고 산다더군요.

gimssim 2010-07-26 06:50   좋아요 0 | URL
부부 간에는 많은 정성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남편과 많이 다른 저도 사실은 혼자일 때가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 그런 편함에 적당히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가 있지요.

프레이야 2010-07-2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리적 공간이 심리적 공간과 연관있는 거 같아요.
중전님 참 고우세요^^

gimssim 2010-07-26 06:51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수록 집은 좁고 마음은 넓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서는 곱다는 말을 많이 듣네요.
감사합니다.칭찬에는 약합니다.

후애(厚愛) 2010-07-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너무 멋집니다.^^
어릴적에 할머니랑 살 적에 다락방이 있었지만 저리 이쁘게 꾸미지는 않았는데..
다락방이 보고싶네요.ㅎㅎㅎ

gimssim 2010-07-26 21:37   좋아요 0 | URL
호호~ 진짜 다락방은 아니고 그냥 분위기만.
아파트 작은 방을 서재로 쓰는데 삼면에 책장을 놓고
책상 두개를 방 가운데다 배치하다 보니
책상 앞쪽과 뒤쪽에 꼭 다락방 만한 공간이 두개 생겼어요.
창문쪽에 누우면 바로 하늘이 보이니 다락방이려니 생각하고 지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2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언니,, 아침부터 맘이 푸근해집니다.
약간 모자람의 행복, 약간 타이트하게 살기....
가족이나 친구 간에는 약간 모자르게, 사회 상으로는 약간 여유있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gimssim 2010-07-26 21:38   좋아요 0 | URL
자신에겐 좀 타이트하게, 타인에겐 좀 여유있게~~
그게 좋겠지요?

stella.K 2010-07-2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꾼이시군요. 중전님은.
커튼이 있는 방 정말 오랜만에 봐요. 예뻐요.^^

gimssim 2010-07-26 21:39   좋아요 0 | URL
살림꾼은 아니고 전 커튼을 좋아해요.
거실에도 십 년째 광목 커튼을 쓰고 있어요.
서재의 이 커튼은 정말 무늬가 예쁜데 길이가 좀 짧네요.

sslmo 2010-07-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후의 밥,걸인의 찬...전 아직도 못잊고 있어요,김소운 님.
핑크 베게랑,꽃무늬 커튼 예쁜걸요~

저희 아들 어렸을때,
(그때부터 아이는 하나만 낳기로 해었기 때문에...)
아이 머리에 꽃핀도 꽂아주고,내의도 꽃 핑크로 사입히고 그랬어요.
이제는 제법 머리가 커 해줄 수 없는 일이지만~ㅠ.ㅠ

gimssim 2010-07-26 21:42   좋아요 0 | URL
자세히 보면 온통 꽃무늬 천지에요.
꽃무늬 방석, 꽃무늬 모시카페트, 꽃무늬 베개, 꽃무늬 쿠션,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꽃무늬 모시이불...
옷도 꽃무늬가 들어간 게 많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