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사이사이에  이런 작은 것들이 있군요.  

그것들이 모여 삶의 의미가 되고, 개인의 일대기가 되고 나아가 시대의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름하여 <소소한 사진, 담담한 여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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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2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창작블로그 조회수가 96이라니...

gimssim 2010-05-27 10:30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
 

 

 

 

예수님 세상에 오신 날.


새벽기도 다녀와서 아침밥 먹기까지 주어진 온전한 두 시간.
나는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몇해 전, 제주도 김영갑의 두모악 갤러리에서 사온 머그잔으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야행성이어서 늘 자정을 넘겨 잠 드는 탓에 잠 자는 시간이 서너 시간 밖에 안된다.
물리적인 잠의 부족을 내 이런 행복한 마음이 상쇄시켜주리라 믿고 그냥 지낸다.
주문한 책이 왔다.
두 권은 교회도서관에, 두 권은 내 책이다.
예수는 평생 철학자로 살아온 김형석 교수가 96세인 올해 쓴 책이다.
그는 아직 현역이다.
상처입은 치유자는 헨리 나우엔이 썼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는 저절로 아물기도 하지만 절대 저절로 아물지도 않는다.
우리 교회 전도사님의 추천도서다.
묵상하는 삶은 우연하게 발견한 중고책이다.
삼천 원.
세상에 이런 책을 삼천 원에 사다니, 심봤다!
예수쟁이로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하루 중 얼마간의 묵상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것이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단상은 롤랑 바트르의 것이다.
사랑에 관한 한 고전이다.
올해, 작년 내가 품었던 두 단어는 '행복'이었다.
행복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나름 연구를 했다.
내년에는 '사랑'에 대해서 공부해볼 참이다.
좋은 책도 십여 권 사서 쟁여 놓았다.
이러느라 식탁은 심히 겸손하고, 내 지갑도 늘 다이어트 중이다.
그래도 저 위에 계신 분께  '뚱뚱한 지갑을 소망함'이라는 쪽지를 올려보낸다.
자주 보셨을테니 언제 소원을 들어줄까 고민하고 계실거라 믿는다.

어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다섯 개 들어있는 훈제 닭다리 한 팩을 샀다.
저녁 식탁에 올렸더니 Mr.바(남편의 별명이다. 미스터 바른생활의 줄임말)가 물었다.
"웬 일?"
반찬도 아닌데 웬일로 지갑을 다 열었냐는 것이다.
"예수님 생일이라서 특별히."
예수님 덕택에 잘 먹는구나, 감격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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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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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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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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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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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7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아가다

 

                길에 놓여있는 하수구 뚜껑.

               그 작은 공간에 색색의 풀들이 조화롭게 살아간다.

               우리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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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한말씀 듣고 갑니다, 덕분에...

gimssim 2015-09-03 19: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요즘, 메시지 때문에 사진이 약하다는 지적에 고민이 많아요.
사진은 사진으로 말해야 하는데 멘트를 달다보니...
 

 

청춘

 

이제는 사진을 좀 찍어보리라, 마음을 다잡고 오일장에 갔습니다.

투명 비닐에 담겨 묶여진 햇사과를 보며 '하필이면' 청춘을 떠올렸습니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에 나오는 청춘이 아니라 이십 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요즈음의 '청춘'을요.

결국 사진은 이것 하나 달랑 찍고 이 갇혀있는 청춘 한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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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갇혀있는 청춘 한봉지.
멋진 표현입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글 읽고 가요 ^^

gimssim 2015-08-24 18:18   좋아요 0 | URL
쥔장이 농땡이 치고 있어도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고맙고도 미안합니다.
사진은 맘을 주지 않는 애인 같아서...혼자 몸살 앓습니다.
여름 막바지...잘 지내세요.
 

 

 

 

보름달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요즈음도 국어책에 이런 동요가 실려 있는지 모르겠다. 이른 저녁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 보니 구름의 바다 위에 보름달이 떠 있다. 문득 시간의 켜 아득한 곳에 쟁여져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이 동요를 배울 때는 부산에서 살았다. 당시 쌀가게를 크게 하신 엄마 대신 집안 살림을 한 친척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는 나를 데리고 마실을 다녔다. 굳이 나를 데리고 다닌 이유는 다 큰 처녀가 밤마실 가는 것을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언니는 밤마다 나를 꼬드겨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내게 했다. 언니가 놀러가는 곳에 가보면 언니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고 비슷한 나이일 듯한 총각 몇이 수줍은 듯 앉아있었다. 나는 별로 재미가 없어서 집에 가자고 보채면 언니는 알사탕이나 종이봉지에 든 주스가루를 물에 타서 주며 나를 달랬다.

시간이 지나면 서먹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어느 사이 서로 짝을 맞춰 앉았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거나 간단한 게임들을 해서 진편이 내는 호떡이나 군고구마, 메밀묵을 먹곤 했다. 가끔은 어느 날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 극장 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렇게 밤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보면 아버지가 허락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 마련이었다.

잠 오는 눈을 비비며 언니의 손을 잡고 걸어오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에서 휘영청 보름달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까닭 없이 보름달이 슬퍼보였다. 왜 그랬을까. 학교에서 이 동요를 배우면서도 슬픈 기분은 여전했다.

귀가 시간을 어긴 언니는 대문 앞에서 내게 등을 내밀었다. 업혀서 자는 척을 하라는 것이었다. 순순히 업히다가 한 번씩 심통을 부리면 언니는 집안 식구들 몰래 계란프라이를 해 주겠다거나 시장가는 길에 데리고 가서 머리핀을 하나 사주겠다며 나를 구슬렸다. 아버지께는 내가 잠들어버려서 늦게 왔다고 했다.

요즘 들어 그 시절이 그립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좁은 방에 고만고만한 처녀총각들이 앉아서 손 한 번 잡으려면 열 번도 더 만나야 하는 그 시절이 눈물 나도록 그립다.

아무리 친척 집이라고 해도 너무 가난하여서 입 하나 덜기 위해 우리 집에 온 언니도 말 못할 슬픔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고 활달하게 그 시절을 잘 건넜다. 편편한 사람을 만나 한평생 무리 없이 살아 이제 손주가 대학생인 할머니가 되었고, 극장가는 것을 아버지께 일러바친다고 가끔 심술을 부리던 어린 계집아이도 머리에 서리가 희끗한 세월 위에 서 있다.

우리의 인생이, 달이 한 번 그득해졌다가 스러져 가는 것이라면 내 삶은 이제 이울 일만 남았다. 그렇더라도 지난날들과 다를 바 없이 앞으로 디디고 갈 나날들 위에서도 여전히 만나게 될 고통이나 슬픔, 서러움 앞에 섰을 때 지금처럼 꺼내볼 한 장의 장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따뜻한 손길이 되어 메마르고 고단한 마음을 쓰다듬고 갔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세상을 한 바퀴 돌아서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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