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세상에 오신 날.


새벽기도 다녀와서 아침밥 먹기까지 주어진 온전한 두 시간.
나는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몇해 전, 제주도 김영갑의 두모악 갤러리에서 사온 머그잔으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야행성이어서 늘 자정을 넘겨 잠 드는 탓에 잠 자는 시간이 서너 시간 밖에 안된다.
물리적인 잠의 부족을 내 이런 행복한 마음이 상쇄시켜주리라 믿고 그냥 지낸다.
주문한 책이 왔다.
두 권은 교회도서관에, 두 권은 내 책이다.
예수는 평생 철학자로 살아온 김형석 교수가 96세인 올해 쓴 책이다.
그는 아직 현역이다.
상처입은 치유자는 헨리 나우엔이 썼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는 저절로 아물기도 하지만 절대 저절로 아물지도 않는다.
우리 교회 전도사님의 추천도서다.
묵상하는 삶은 우연하게 발견한 중고책이다.
삼천 원.
세상에 이런 책을 삼천 원에 사다니, 심봤다!
예수쟁이로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하루 중 얼마간의 묵상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것이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단상은 롤랑 바트르의 것이다.
사랑에 관한 한 고전이다.
올해, 작년 내가 품었던 두 단어는 '행복'이었다.
행복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나름 연구를 했다.
내년에는 '사랑'에 대해서 공부해볼 참이다.
좋은 책도 십여 권 사서 쟁여 놓았다.
이러느라 식탁은 심히 겸손하고, 내 지갑도 늘 다이어트 중이다.
그래도 저 위에 계신 분께  '뚱뚱한 지갑을 소망함'이라는 쪽지를 올려보낸다.
자주 보셨을테니 언제 소원을 들어줄까 고민하고 계실거라 믿는다.

어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다섯 개 들어있는 훈제 닭다리 한 팩을 샀다.
저녁 식탁에 올렸더니 Mr.바(남편의 별명이다. 미스터 바른생활의 줄임말)가 물었다.
"웬 일?"
반찬도 아닌데 웬일로 지갑을 다 열었냐는 것이다.
"예수님 생일이라서 특별히."
예수님 덕택에 잘 먹는구나, 감격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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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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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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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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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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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7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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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0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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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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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남은 가을 볕을 아쉬워하며 잠시 시간을 내어 걸었다.

스러지는 빛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어디선가 한 자락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친다.

다시 한 계절을 열어두니 소리없이 한 웅큼씩 빠져나간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가뭇없이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슬며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들이 아닐까.

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다음 사람에게 또다른 풍경을 그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 사람의 세상...내가 그리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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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0-07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풍경이 멋지네요.
같은 풍경을 보고 멋지게 담아내는 건 안목이겠죠?^^
아래 댓글을 오늘에서야 봤어요. 감사해요~
아직도 미출간이네요~ ㅠ
전에 다른 책도 알라딘에 전화하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어요.

2014-10-07 0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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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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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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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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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에 넣어두고 몇 달을 기다렸더니 드디어 반값도서로 판매한다는 문자가 와서 얼른 샀다.

요령도 없이 너무 분주하게 살아서 독서는 잠을 줄여야만 시간을 낼 수 있는데 건강이 나빠지고부터는 잠자는 시간도 고수하고 있으니 읽지 못하고 쌓여가는 책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이 책들은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던 터라 정말 행복하다.

글과 사진이 적절하게 배합된 책이다.

우선 사진들을 넘겨보다 보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언제 이런 여운이 남는 사진들을 찍어보나 싶다.

밥 때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렇다고 건너뛰는 것은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 먹긴 먹었다.

평소때보다 두 숟가락쯤 덜고,

(사실을 약을 먹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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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04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이 안좋으신가요? 책 출간에, 시화전에, 독서모임 지도에, 많이 무리하셨던게 문제가 되었는지요. 좋은 소식들 축하드리려고 들어왔는데, 축하드림과 함께 건강 어서 회복하시라는 말씀도 함께 드려야겠습니다.

gimssim 2014-10-06 21:20   좋아요 0 | URL
걱정해 주시셔 고맙습니다.
어째, 불경기(? 갱년기)의 강을 힘들게 건너고 있네요.
마음이 많이 슬퍼서 몸을 좀 혹사시키면 나을 듯 하여 여러가지 일을 벌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서로 돌아앉았던 품새를 풀었으니 곧 회복 될 듯 합니다.
맑은 가을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시기를......
 

 

 

 

 

 

 

 

 프랑스 자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독서회를 이끌기 위해 내 속에 있는 낙타를 일으켜서 전장에 나갔다.

내 속에는 낙타 한 마리가 산다.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분연히 무릎을 세운다.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녀석이다.

무장을 하고 갔더니 지난 주에 배정 받아놓았던 강의실 조차 없어졌다.

일찍 가서 내 방이라고 점령을 하고 있었더니 요리팀에서 자기들이 다시 배정을 받았다며 강의실을 비워내란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냐니까 지난 주 등록이 한 명 밖에 없어서 방을 뺐단다.

그럼 오늘 온 여섯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요리팀에 강의실을 비워주고 말까, 한 삼초쯤 망설였다.

내 속의 낙타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단다.

결국 우리는 지하실을 넘겨주고 가을 볕이 잘 드는 4층으로 올라왔다.

일곱 명이서 영혼의 양식을 위해 분투했다.

다른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일단 '맛있는 책' 한 번 만 들어보라고 꼬시킴을 받아 넘어온 분이 제일 많이 감격했다. 대박이란다.

그래도 이달 말까지 열 명은 되어야 강좌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원래 '굳세어라 금순아' 과니까 그까짓 거 문제없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집에 와서 저녁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그러고는 그 살들이 무서워서 집 앞 학교 운동장을 열 시가 넘어 한시간이나 돌았다.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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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9-1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신 중전님을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요.!!^^

gimssim 2014-09-17 18: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늘 자리를 지키고 계시네요.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세실 2014-09-1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하셨어요^^
독서회는 5명만 되어도 개강해야지 무슨 10명....ㅎㅎ
조만간 대박 나실꺼 같은데요?

gimssim 2014-09-17 18:26   좋아요 0 | URL
그쵸? 인원이 문제되는 건 아니죠.
그냥 밀고 나갑니다!
좋은 서재 친구들...제가 복이 많군요.
 

 

거의 일년 반 만에 서재로 돌아왔습니다.

해를 넘기고 계절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신라문학대상>을 받아 수필가로 등단을 했습니다.

2014년 젊은 수필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제 서재에 들어와보면 주인도 자리를 비워 불이 꺼져 있는 서재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눈물나도록 고마왔습니다.

곧 불을 밝혀야지...마음 먹었지만 차일피일 서성거리는 사이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습니다.

 

중년의 다리를 건너느라 몸과 마음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해서 서로 부대끼면서 잠시 병원 신세도 졌었습니다.

돌아왔지만 얼마만큼 책을 읽고 글을 써낼런지, 서재에 차곡차곡 글과 책을 쌓아갈 수 있을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오래 불을 꺼두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가끔 한 권의 책으로, 한 줄의 글로, 한 장의 사진으로 다시 불을 밝히리라 ... 가만히 마음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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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4-10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등단 축하드려요. 중전님 글이 저 책에 들어있나요? 저 읽었는데 중전님 글이 어떤 글이었을까요 ^^

gimssim 2014-04-10 07:08   좋아요 0 | URL
제 오래된 서재 친구들, 반갑습니다.
님이 쓰신 서평 읽고 긴장했더랬습니다.
독자는 날카롭구나, 생각을 했었지요.
저 책, 세 번째가 저에요. ㅎㅎ

순오기 2014-04-10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알라딘 서재로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
상도 받으시고 수필가로 등단도 하셨다니 축하합니다~~~
이제 알라딘 서재 비우지 말고 오래오래 좋은 글로 지켜주세요!^^

gimssim 2014-04-10 07:1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많이 반갑습니다.
가끔 서재를 들여다봤는데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시더군요.
올해의 목표가 '룰루랄라 내 인생'이니 글이든, 사진이든 즐겁게 해볼참입니다^^

숲노래 2014-04-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긋하게 누리는 삶이
아름답게 읽히는 사랑스러운 글로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젊은 수필가'라는 이름을 얻도록 받은 예쁜 상과 함께
따사로운 글을 즐겁게 베풀어 주셔요.

고단했던 몸은 곧 나아지리라 믿고,
받으신 상은 축하합니다~

gimssim 2014-04-10 19: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고단한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니 글도, 사진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벌써 벚꽃이 지고 있네요.
좋은 봄날...누리세요.

페크pek0501 2014-04-1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출현이 반가워 달려 왔습니다.
언젠간 돌아오실 줄 알고 기다렸어요. 반갑습니다.
등단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제가 알아보고 진작 님에게 글을 쓰실 분이라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몸을 잘 돌보면서 좋은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gimssim 2014-04-10 19:4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래 서성이다 돌아왔는데도 서먹하지 않은 건 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덕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은 책을 좀 많이 읽고 싶은 소망이 있지만 사는 것이 너무 분주하군요.
그러나 끈은 놓지 않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lanca 2014-04-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릴 일이 있었군요! 몸 잘 추스르시기를 바랍니다.

gimssim 2014-04-10 19: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여전히 건재하고 계시는군요.
서로 멀뚱히 보고 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다가앉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컨디션이 좋아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글도, 독서든 가속이 붙겠지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