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이 ‘발전’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 관계의 상품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주요한 사례는 독립적인 개인이 점차 임금노동자로 전환된 현상일 것이다. (중략) 요즘은 예전에 무료로 제공되던 용역을 사업화하는 것이 새로운 이윤의 원천... 아이들이나 노인을 돌보는 일이 이제 가정이 아니라 탁아소나 요양원의 몫... 하루에 두 번 개를 산책시키는 귀찮은 일도 다른 사람에게 하청... 물론 이런 일은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이 내가 방금 언급한 과정과 상당히 달라 보이는 지점 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가족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인식만큼은 한국이 다른 어느 곳보다 일찌감치 앞서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최상의 경쟁자가 되도록 교육받고 자기착취로 볼 수 있는 과정들을 연마하도록 강요받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성공적인 임금노동지가 되는 것이 삶의 궁극적 목표인 것처럼 양육된다. 그래서 학교나 학원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으로 아이다움을 박탈당하고, 보통은 여가와 꿈꿀 수 있는 여유를 통해 발달하는 주요한 감각들 또한 상실한다. (중략) 그렇다면 사회적 관계들은 상품화될 뿐만 아니라 억압되고 부정되고 있는 셈이다. (p18-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화는 편리함의 극치인 반면, LP(아날로그)는 경험의 극치에요.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디지털이, 컴퓨팅 테크놀로지가, 우리가 이전에 꿈꿀 수 없었던 꿈을 꾸게 해주고 이루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의 꿈과 환상을 모조리 0과 1로 수렴시키고 있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채.

창조성과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은 상상력인데 상상력은 표준화되는 순간 시들어버린다. 표준화는 디지털 기술이 요구하는 바로 그것, 즉 소프트웨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1과 0으로 부호화하는 것이다.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의 교실 - 10대를 위한 경제 이야기
다카이 히로아키 지음, 전경아 옮김, 이두현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대를 위한 경제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글쎄. 어른들도 잘 모를 이야기들일 듯 하다. 확실한 것은, 10대가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실물경제에 대해서 너무 깊지 않게, 하지만 그 서술의 방식은 마치 구체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여타의 경제 책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동시대의 이야기들, 예컨대 피케티나 자산운용회사, 비트코인 등의 이야기가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 현상 및 이론과 어우러진 책이라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게 읽을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참 재미있다. 르뽀 식의, 이런저런 구체적 사례들로 이야기를 달구어 나가다가, 인간의 생태계에 기생충이 하는 역할에 대해 꼼꼼하게 반추해내고 있다.

아마도 처음의 기생은 미토콘드리아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테리아에 불과했던 지구 상의 생명이, 점점 세포와 세포군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기생의 역할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숙주와 기생충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위생의 관점에서 기생충을 배척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지구라는 거대한 숙주에 기생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바꾸어가며 적응해가는 신세인 인간에게 주는 교훈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기생충 전문가는 아니기에 조금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쎄, 전문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빌 브라이슨 같은 저자들로 만나오지 않았는가. 하물며 이 책의 역자는 번역 전문가가 아닌 내과 의사이다. 하지만 한 두 곳의 오타를 제외한다면, 역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약간은 가신듯한 독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