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남은 할머니의 신산스러운 인생 이야기를 듣자 막막한 처지에 대한 걱정이 슬며시 누그러들었다. 할머니의 고생에 비하면 자신은 그동안 편하게 먹고살았고 운도 좋았다. 부대에서 도망치고 천 노인을 만나 목숨을 구한 일이 가장 큰행운이었다.
"사람 목숨이 얼마나 모진 줄 알아? 사람은 죽지 않으면 살아지게 돼 있어."
꽁꽁 언 땅에 어린 자식의 시체를 누이고 돌무덤을 만들고 돌아와서도 남은 자식들 생각에 밥을 먹어야 했던 할머니가 한 말이었다. - P358

독립운동 같은 큰일을 하니 사소한 잘못은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입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떠들면서 실생활에서 사람을 차별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 또는 자리에 연연해 암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조직에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강휘에게는 나라를 되찾아야한다는 신념이나 열망이 없었다. 아버지의 안위가 걱정돼서는 물론 아니었다. 그는 조선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서조차도 지키고 싶은 게 없었다. 만주에서 시작해 중국 남쪽까지떠돌아다니던 강휘는 발길을 다시 북쪽으로 돌려 하얼빈에도착했다. 1년 전 일이었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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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배를 받은 지 30년이 다 돼 가면서 사람들은 어느덧 그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독립을 외치며 일제에 저항하던 민족주의자나 지식인들 중에도 친일로 돌아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임시정부도 역할이나 활약이 지지부진한 채 중국 땅을 떠돌고 있었다. 특히 2천만 조선인들의 우상이며 지도자였던 이광수와 최남선의 변절은 충격과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 P199

"준페이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주인 아가씨냐?"
할머니의 느닷없는 질문에 준페이는 얼굴이 시뻘게져 자기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우리 집 고양이도 알겠던걸.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는 법이라 하지 않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숨길 수 없는 두 가지를 다 가졌네요."
준페이가 한숨을 쉬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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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 Long-Legs (Paperback) - 『키다리 아저씨』원서
Webster, Jean / Puffin Books / 198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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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3년 내가 최초로 완독한 영어원서다. Judy의 모든 편지는 마지막 편지를 향해 가는 프롤로그이고, 드디어 마지막 편지에서 다시 행복한 눈물이 흐를 줄이야. 어릴 때 읽은 책은 여전히 환상과 감동을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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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2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다리 아저씨~~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햇살과함께 2026-03-21 21:03   좋아요 0 | URL
빨강머리앤도 읽고싶어졌어요^^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치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들.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이 '눈부시게 불완전한'이라는 제목을 해석하는 나는, 완전함건강함회복정상에 대한 강박을 가진 비장애인으로서 이 책의 모든 주장을 수용/이해하기가 어렵지만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며더욱 불완전해 질 수 있으며, 그 상태로도 눈부실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김지우(구르님) 작가의 <의심 없는 마음>을 읽고, 그 책에 언급된 하은빈 작가의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에 언급된 하은빈 작가가 번역한, 이 책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이 책에 여러 번 언급된 <장애의 역사>는 예전에 김승섭 교수의 책을 읽다가 언급되어(번역도 하시고) 구매했는데, 이제 읽기 위해 책장에서 가져왔다. 이 책의 해제를 쓴 김은정 교수의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책도 읽고 싶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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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oom is on the northwest corner with two windows and a view. After you‘ve lived in a ward for eighteen years with twenty roommates, it is restful to be alone. This is the first chance I‘ve ever had to get acquainted with Jerusha Abbott. I think I‘m going to like her.
Do you think you are?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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