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배를 받은 지 30년이 다 돼 가면서 사람들은 어느덧 그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독립을 외치며 일제에 저항하던 민족주의자나 지식인들 중에도 친일로 돌아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임시정부도 역할이나 활약이 지지부진한 채 중국 땅을 떠돌고 있었다. 특히 2천만 조선인들의 우상이며 지도자였던 이광수와 최남선의 변절은 충격과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 P199
"준페이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주인 아가씨냐?"할머니의 느닷없는 질문에 준페이는 얼굴이 시뻘게져 자기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어, 어떻게 아셨어요?""어떻게 알긴? 우리 집 고양이도 알겠던걸.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는 법이라 하지 않던."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저는 숨길 수 없는 두 가지를 다 가졌네요."준페이가 한숨을 쉬었다.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