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쓴 글의 내용에 대해서는, 앙리 양, 나는 놀랐어요. 그 속에서 어떤 취향과 공상의 증거를 보았기 때문에 나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취향과 공상이 인간정신의 가장 고매한 재능은 아니지만, 당신은 최고 수준은 아니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정도로 그것들을소유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용기를 가져요. 신과 자연이 당신에게 준 능력을 키우도록 하세요. 그 어떤 고통스런 위기나 불의의 압력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런 취향과 공상의 힘과 진귀함을 의식하고 자유와 완전한 위안을 얻어 내도록 하세요.」 - P181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변화를 정원사가 소중한 식물의 성장을 관찰하는 것과 같이 관찰했고, 그 정원사가 자기가 아끼는 나무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면 나도 그 일에 기여한 셈이었다. 내 학생을 어떻게 해야 제일 잘 키울수 있는지, 굶주린 감정을 어떻게 품어 줄 수 있는지, 절망적인 가뭄과 시들게 하는 질풍이 이제껏 자라지 못하게 한 내면의 활기를 어떻게 바깥으로 드러나게 해줄지를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 깊지만 말 없는 친절로, 엄격함이라는 거친 외투를 입은 채 늘 그녀 곁에 서 있는 것, 그리고 관심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아주 드물게 슬쩍 내비치는 것만으로 진정한본질이 알려지게 하는 것. 또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도움을주면서도 강제로 지시를 내리고 행동을 촉구하는 척하는 가면을 쓴 진정한 주목, 이것이 바로 내가 사용한 수단들이었다. 이러한 수단만이 깊이 울리는 만큼 민감하고, 당당하면서도 수줍어하는 프랜시스의 본성과 감정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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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벨벳 발톱이 부드럽게 건드렸다고 해서 해가 되진않죠.」
「그녀는 제게 벨벳 발톱을 내민 적이 없습니다. 제게 아주 형식을 갖추어 대했고 예의바르게 처신했어요.」
처음엔 그렇다니까요. 주춧돌에는 존중, 1층에는 정, 그리고 사랑이 제일 위에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로이터 양은 재간 좋은 건축가이지요.」 - P126

그녀가 불굴의 노력을 계속하여 보석함의 모든 부분을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 살펴보고 훑어보다가 마침내 손가락이, 숨겨진 용수철을 건드려 잠깐 동안은 상자 뚜껑이 열렸다는 것을 나는 고백해야겠다. 그녀는 그 속의 보석에 손을 댔다. 그걸 훔치거나 깨뜨렸는지 아니면 뚜껑이 그 손가락을 탁 치면서 다시 닫혀 버렸는지는 계속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 P140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이성이나 감정 둘 다, 왔다갔다 하거나 금세 인상이 새겨졌다가 곧 지워져 버리는 모래같은 것들도 아니다. 친구의 성격이 내 성격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 그가 내 원칙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결함으로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져 있다는 것을 일단 확신하게 되면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나는 형과도 그렇게 했다. 플레에 대해서는 이런 발견이 아직은 새로웠다.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할까? 그 창백한 얼굴이 보통때보다 더 아는 체하고 더 사납게 보이며, 파란 눈을 학생들과 보조 교사들에게 엄격하게 돌리다가 내게 자비롭게 돌리기도 하면서 그가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반 개짜리 피스톨레로 커피를 저으며 - 스푼은 언제나 없었다 - 마음속에 그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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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동굴의 비유
메리 셸리 <최후의 인간>

여성의 어머니 나라는 그녀 ‘자신의‘ 나라인가? 메리 셸리는 무녀의 나뭇잎에 대한 ‘권리‘가 있는가? 여성 예술가는 어떤 정의와 어떤 자격의 체계를 통해 자신의 모계 유산을 요구할 수 있고, 애니 고틀립의 꿈이 주장했듯 어머니 때문에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그 힘의 생득권을 요구할 수 있는가? - P226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여성 예술가는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된 채 침묵 속에 자신을 억누르면서, 처음에는 소설의 집에서 천사처럼 글을 쓰려고 애썼다. - P226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동굴 감옥이 더욱 좁아져서 폐소공포증을 유발하자, 그녀는 고딕적/악마적 형태로 ‘빠져‘들었고, 브론테 자매와 메리 셸리에서 볼 수 있듯이 광적이거나 흉폭한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조지 엘리엇과 에밀리 디킨슨처럼) 작열하는 가부장적 태양이 훤히 트인 공간에서 (디킨슨이 ‘정오의 남자‘라고 불렀던 태양이) 그녀의 취약성을 강조하자 어지러워하며 물러났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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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개가 내려가자 여학생들의 머리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소곤거린 여학생 세 명을 가려냈는데,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나타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천천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경박한 말 몇 마디가 내게 얼마나 편안함과 용기를 가져다 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를 겁먹게 했던 것은, 수녀같이 검은 옷을 입고 부드럽게 머리를 땋고 내 앞에 있는 이 어린 아가씨들이 일종의 천사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소리를 죽여 가볍게 웃는 소리와 경솔한 속삭임이 달콤하면서도 숨 막힐 듯한 공상에서 내 마음을 벌써 어느정도 구제해 준 것이다. - P111

<나는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다.> 플레씨 학교로 되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조그맣고 현실적인 여자를 봐. 이여자가 소설가나 로맨스 작가의 여주인공과 닮았는가? 시나 소설에서 그려진 여자들의 성격을 보면, 좋은 성격이든 나쁜 성격이든, 감정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여기 한 여자가 있는데, 아주 빨리 이해하고 존경할 만한여자야. 그녀를 이루고 있는 주된 성분은 추상적인 이성이야. 탈레랑조차 조라이드 로이터보다 더 침착하지는 않았어.>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쌀쌀맞은 감수성이 강한 성질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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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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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독자‘라니 이 무슨 반어법이란 말인가. 결코 한 문장도 쉽게 읽히지 않는, 천천히 곱씹어야 하는 울프의 독서 기록들. 그중에서도 몽테뉴의 에세와 프루스트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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