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포항 B급취향

척박한 포항에 올해 새로 생긴 독립서점&카페

올 봄 한겨레 기사 보고 집에 가면 가봐야지 하고 찜해 놓은 곳

https://m.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42840.html?_fr=nv

마침 어제 사촌동생 결혼이라 기차타고 혼자 포항에 다녀왔다.
내가 중학교 때 태어나 언제나 나에겐 신생아로 기억되는 동생 ㅎㅎ

서점 입구 발매트에 순돌이가 누워서 햇살바라기를 하고 있다.
오늘 시간이 많지 않아 역에 가기 전 30분 짬을 내어 급하게 [깻잎 투쟁기] 한 권 고르고 점심 대신 크렌베리크럼블과 커피.

가져간 책은 다미여 준비를 위한 [맨스필드 파크]
1박 2일에는 700페이지 정도는 되야지^^ 그러나 250페이지 읽었다. 항상 여행갈 때 300페이지 책 가져가면 다 읽고 읽을 책 없을까봐 걱정하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점도 가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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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5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책방 투어 기다렸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5 21:49   좋아요 2 | URL
요즘 주말에도 다른 일정으로 책방을 못갔네요^^ 10월 연휴에도 투어!

새파랑 2022-09-25 1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맨스필드 파크 샀는데 이렇게 보니 신기하네요~!!
역시 기차는 혼자타야 됩니다 ㅋ

햇살과함께 2022-09-25 21:52   좋아요 3 | URL
오 새파랑님도 사셨군요^^ 맨스필드 파크 재밌어요! 맞아요 기차는 혼자 타야죠^^

책읽는나무 2022-09-25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항은 태풍 피해 복구가 다 이루어졌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포항 제철쪽은 6개월 잡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포항 다녀오셨다니...갑자기!!!^^
독립서점이 3곳이나 있었군요?
딸 친구가 몇 년 전에 포항으로 이사를 갔대서 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맨스필드 파크는 꽤 두껍죠??
저도 읽어야 하는데...

햇살과함께 2022-09-25 23:55   좋아요 3 | URL
포스코 복구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맨스필드 파크 700페이지 정도요^^ 저는 오스틴 대표작 6권 중 맨스필드 파크랑 에마만 안읽었는데 둘다 700페이지가 넘어요 ㅎㅎ 물론 읽은 책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요 ㅎㅎ

바람돌이 2022-09-25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독립서점들이 점점 많이 생기네요. 참 좋은거 같아요. 저도 이제 어디 다른 지역을 갈 때는 그 지역에 독립서점이 있는지부터 검색하게 되네요. 다음에 포항가면 들를곳이 하나 더 생겨서 좋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5 22:08   좋아요 3 | URL
여행일정 짤 때 독립서점도 같이 검색하기~ ㅎㅎ
근데 보통 임차기간 2년 이상 유지되지 못하는 곳도 많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저같은 단발성 고객보다 지속가능한 수익 유지를 위한 단골고객 확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09-26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서점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독립서점 갈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ㅠㅠ 맨스필드파크도 두껍군요? 그래도 금방 다 읽으시겠어요^^

햇살과함께 2022-09-26 13:09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요~ 제가 기차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했던지 음식사진 밖에 안찍었네요.
서점 사진은 네이버 검색으로 ㅎㅎ
독서괭님 여행 갈 기회 되시면 애들이랑 그림책 서점 가보시길^^
맨스필드 파크 100페이지 정도 지나니 탄력받네요. 처음에 이름이 매치가 안되서 누가 누구지 생각하느라 속도가 안나더니..
 

아놔..노리스부인 정말 어이상실일세.. 대책없는 인간이군요..

토머스 경은 그렇게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는 심사숙고하며 망설였다. 이것은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면 제대로 뒷받침을 해 주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아이를 가족한테서 떼어 놓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잔인한 짓이 될 터였다. 그는 자신의 네 자식들을, 두 아들을 생각했고, 사촌 간의 사랑 등등을 떠올렸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이견을 제기하기가 무섭게 노리스부인이 말을 가로막으며, 그가 거론했든 안 했든 모든 이견에 답했다. - P13

엄밀히 따지자면 만족감의 몫이 같아서는 곤란했다. 토머스 경은 선택된 아이한테 진실하고 일관된 후원자가 되기로 단단히 결심한 반면, 노리스 부인은 양육비를 한 푼도 부담할 의사가 없었으니 말이다. 찾아다니고 떠들고 일을 꾸미는 한에서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웠고, 남에게 후하게 베풀라고 명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능했다. 그렇지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기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돈을 좋아했고, 친지들의 돈을 쓰는 법만큼이나 자기 돈 아끼는 법을 잘 알았다. 평소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결혼 초부터 엄격한 절약 노선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 P16

"자라나는 아이들 사이에 적절한 구별을 유지하는 문제 말입니다. 딸아이들한테는 사촌을 너무 내려다보지 않으면서도 자기 신분을 잊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고, 또한 그 애한테는 너무 기를 꺾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버트럼 가문의 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가르쳐야 할 테니까요. 나는 아이들이 아주 친하게 지내길 바라고 딸아이들이 사촌 동생한테 조금이라도 오만하게 구는 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서로 대등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신분이나 재산이나 권리나 물려받을 유산에서 늘 차이가 날 겁니다. 이건 대단한 섬세함이 요구되는 문제니, 우리가 아주 올바른 방침을 취할 수 있도록 처형도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 - P20

패니는 사촌 언니들이 옆에 있으나 없으나, 공부방에서나 거실에서나 관목 숲에서나, 늘 버림받은 기분이었고,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 있든 그저 무섭기만 했다. 아이는 레이디 버트럼의 침묵에 상심하고, 토머스 경의 근엄한 표정에 겁먹고, 노리스 부인의 훈계에 기가 완전히 죽었다. 사촌 언니들은 아이의 작은 키를 들먹여 상처를 주고, 수줍은 태도를 지적하여 무안을 주었다. 리 양은 아이의 무지에 놀라워했고, 하녀들은 아이의 옷가지를 보고 비웃었다. 이런 슬픔에 더해 자기를 놀이 - P24

친구이자 선생이자 보모로 언제나 귀하게 여기던 형제자매 생각이 날 때면, 아이의 작은 가슴을 짓누르는 낙심은 더욱 커졌다. - P25

노리스 부인이 이런 조언들로 조카딸들의 생각을 바르게이끌어 주었으니, 이 아이들이 뛰어난 재능과 올된 지식은 갖추었으되 자기 인식과 관용, 겸손함이라는 보기 드문 배움을 완전히 결여하게 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품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 P31

그는 딸들이 버트럼이라는 성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그 성에 새로운 기품을 더해 주리라 여겼고, 그 성을 버릴 때가 되면 점잖은 인맥을 넓혀 주리라 믿었다. 그리고 뛰어난 분별력과 올곧은 마음을 지닌 에드먼드의 성품은 본인은 물론이고 모든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명예와 행복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에드먼드는 성직자가될 것이었다. - P33

다른 식구들이 모두 패니를 뒷전으로 밀쳐 두는 상황에서 에드먼드의 지원만으로는 패니를 앞으로 나서게 하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패니의 정신이 함양되고 정신적 즐거움들이 확장되는 데 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몫을 했다. 그는 패니가 영리하며 분별력과 이해력이 뛰어나고 독서를 좋아하니, 잘만 이끌어 주면 독서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리라 생각했다. 리 양이 패니에게 프랑스어도 가르치고 날마다 정해진분량의 역사책을 낭독하게 했다. 그러나 패니가 남는 시간에빠져들어 읽은 것들은 에드먼드가 추천한 책들이었고, 패니의 독서 취향을 격려하고 판단력을 바로잡아 준 사람 역시 에드먼드였다. 그는 패니가 읽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유익한 독서가 되도록 이끌면서 사려 깊은 칭찬으로 독서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러한 도움에 패니는 윌리엄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서 에드먼드를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이 두사람이 패니의 마음을 나누어 가졌다. - P35

가난한 혈혈단신 과부에다, 남편 시중에 병구완까지 하느라 건강도 망가지고 마음은 더 망가졌는데. 이승에서의 평화는 이제 다 무너졌고, 재산이라고 해봐야 양갓집 부인으로 내 한몸 간수하며 고인의 기억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살림을 꾸려가기도 빠듯한 형편인데, 패니 같은 짐까지 떠맡는 게 나한테 무슨 위로가 되겠어? 설령 내 입장만 생각하면 그게 낫다 해도, 그 가엾은 아이한테 어찌 그렇게 부당한 짓을 하겠나. 지금 훌륭한 집에서 잘 크고 있는 아이를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내 자력으로 헤쳐나가야지." - P45

토머스 경의 동의를 얻으려면 몇 달 더 기다려야 했지만, 그역시 이 연분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그사이 두 집안은 거리낌 없이 왕래했고, 약혼을 비밀로 해 두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노리스 부인만 아직은 이일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가는 곳마다 떠들고 다녔다. - P59

아내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는 우리의 시인이 사려 깊은 시구에서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네요. ‘천국이 보내 준 마지막 최고의 선물‘14)이라고요."

14) 존 밀턴, 『실낙원』 5권 1장 18~20행. - P63

그러나 버트럼 양은 약혼한 몸이니 그는 당연히 줄리아의 몫이 될테고 이는 줄리아도 잘 알았다. 그래서 그가 맨스필드에 온 지 일주일도 채 안돼 이미 줄리아는 언제든 사랑에 빠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 P66

"그럼, 그렇고말고. 동생이 그렇게 말해 주니 기분이 좋네. 그렇지만 실은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
"아, 그럼요!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들어요."
"정말? 대체로 언니가 더 미인으로 통하는데."
"그럴 테지요. 이목구비가 더 뛰어나고 안색도 더 보기 좋더군요. 그렇지만 난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들어요. 버트럼 양이더 미인이고 호감 가는 타입이지만, 난 언제나 줄리아를 더 좋아할 거예요. 누님 명령이니까요."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동생도 결국은 줄리아를 더 좋아하게 될걸."
"아니, 지금 말했잖아요, 처음부터 줄리아가 더 좋았다고."
"게다가 버트럼 양은 이미 약혼을 했잖아. 명심해, 동생. 그 아가씨는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 P67

"어머, 프라이스 양,"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자 크로퍼드 양이 말했다. "기다리게 만들어 사과하러 왔지만 도무지 변명할 말이 없네요. 시간을 많이 넘겼고 큰 잘못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랬으니 말예요. 그러니 부디 용서해 주셔야 해요. 이기심은 언제나 용서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잖아요. 고칠 가망이 없으니까요." - P103

노리스 부인은 패니에게 애정이 전혀 없었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에드먼드의 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자기가 세운 것이니만큼 자신의 계획이야말로 최상책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모든 걸 자기가 아주 훌륭하게 계획해 놓았으니 어떤 변경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거라고 믿은 것이다. - P118

"정말 피곤하지가 않아요. 저도 이상할 정도예요. 이 숲을 적어도 1마일은 걸었을 텐데 말예요. 그 정도는 걸었죠?"
"반 마일도 안 됩니다." 이것이 그의 꿋꿋한 대답이었으니, 아직은 여자처럼 마음대로 거리나 시간을 늘리고 줄일 만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어머! 이리저리 한참 돌아서 온 것도 감안하셔야죠. 우리가 온 길은 굴곡이 매우 심했고요, 그리고 이 숲만 해도 직선거리로 반 마일은 될걸요. 첫 번째 큰길에서 벗어난 뒤로는 한번도 숲의 끝을 보지 못했잖아요."
"글쎄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첫 번째 큰길에서 벗어나기 전에 저 앞에서 숲이 끝나는 것을 보았는데요. 전경이다 내려다보이고 끝에 철문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 이 숲은 기껏해야 1펄롱 밖에 안 될 겁니다." - P140

패니는 자기가 사람을 곁에 붙잡아 두기보다는 떠나보내는데 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말에 러시워스 씨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글쎄요." 그가 말했다. "정말 내가 가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신다면 한번 가봐야겠군요. 기껏 열쇠를 가져왔는데 그냥 있는 것도 우습고요." 그러고는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더니 인사치레도 없이 훌쩍 사라졌다. - P152

줄리아보다 마리아의 사정이 더 딱했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귀국은 곧 남편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누구보다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그녀는 행복을 맡기기로 선택한 연인과 맺어질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한 일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일을 안개 속에 묻어 두고 안개가 걷히고 나면 뭔가 달라져 있기를 기대해 보는 것뿐이었다. 11월 초가 될 리는 없었다. 험한 항로든 뭐든 이유가 생겨 일정이 지연되는 게 다반사였다. 뻔히 보면서도 눈감아 버리거나 뻔히 알면서도 생각을 멈춰 버리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뭔가 운 좋은 일이 생겨서 말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귀국은 빨라도 11월 중순에나 될 터였고, 11월 중순이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는데, 석 달이면 열세 주고, 열세 주면 많은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 P159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 안을 서성일수록 망설임은 커져 갔다. 그렇게 열심히 청하고 그렇게 강력히 원하는데, 그녀가 가장 순종해야 할 몇몇 사람들이 마음먹고 추진하는 계획에 꼭 필요해서 그러는지도 모르는데, 끝내 거절하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 혹시 심술이나 이기심이나 창피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에드먼드의 판단만으로, 토머스 경이 이런 일에 찬동하지 않으리라는 에드먼드의 믿음만으로, 다른 모든 사람들의 청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연기가 너무나 두려운 게 사실인만큼 그녀는 자신의 신중한 처신의 진실성과 순수함까지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 P224

이런 생각을 하는 마리아한테 시간을 끈다는 것은 설령 훌륭한 혼수 준비를 위해서라도 견딜 수 없는 일이어서, 서두르는 품이 러시워스 씨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중요한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되었으니, 적막하고 속박뿐인 집에 대한 염증, 실연의 고통, 신랑감에 대한 경멸에 하루 빨리 결혼해 버리고만 싶었다. 나머지는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었다. 새 마차와 가구 들이야 봄에 런던에 가서 마련하면 될 테고, 취향껏 고르기에도 그 편이 더 유리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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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님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장애여성공감의 10여 명의 장애여성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살아내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장애여성공감의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라는 창립 20주년 슬로건을 들여다보며, 더 많은 당사자 이야기가 말하여지길. 더 많이 귀 기울이길. 더 보편화되길.



우리는 이상한(queer) 몸을 가지고 있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때때로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선언이지만 각자가 가진 차이들을 쉽게 지우거나 고유한 삶의 방식들을 질문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너무 뭉뚝하고 얄팍하다. 장애여성들은 정상성의 기준을 해체하고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는 퀴어한 사람들이며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퀴어함은 성소수자를 ‘이상하다‘며 비하하는 말이었지만, 사회와 불화하는 그 이상함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의 폭력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정신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이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난다. 불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불구의 정치를 통해서 단지 사회질서에 통합되기 위한 장애 극복을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상한 몸은 불구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힘이다. 이런 우리의 퀴어함이 자랑스럽고, 퀴어한 존재들과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 P20~21



작년에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인 홍은전 작가님의 <그냥, 사람>도 다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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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보는 방식과 읽는 방식을 형성해왔으며 여전히 우리의 흥미를 부추긴다. - P11

제인 오스틴,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은 소설과 시를 써서 자신들을 옥죄는 범주에 도전했다. - P12

길버트와 구바는 이 많은 작품들이 어떻게 작가들의 내적인(가끔은 무의식적인) 투쟁을 증언하는지 추적한다. 작가들은 순종적인 아내, 어머니, 집 안의 천사, 심지어 착한 독신 이모라는 인습적 역할의 감수를 요구받았지만, 이 요구가 더 많은 (방랑하고 배우고 쓰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자유를 향한 욕망과 나란히 함께하기는 어려웠다. - P13

아마 광장공포증 때문에 스스로를 감금한 것이었을 에밀리 디킨슨은생의 마지막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저택의 방 한 칸에서 삶을 영위했다. - P14

길버트와 구바가 수두룩한 19세기 소설에 영향을 끼친 작품임을 보여준 밀턴의 『실낙원』에서, 이브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제멋대로 구는 일탈 본성(여자도 남자도 억누를 수 없고 물리치고 싶은 본성)을 지닌 전형적 인물이다. - P14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 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이런 유형들은 대물림되며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같은 질병의 강박적묘사와 함께 거듭 나타났다. - P19

19세기는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최초의 시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20

이 책의 제목을 『제인 에어』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샬럿 브론테를 세밀하게 읽어나가며 여성 작가들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샬럿 브론테가 여성 고유의 불안과 능력의 패러다임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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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1. 장애여성: ‘장애 여성‘이라고 띄어서 표기할 경우에 ‘장애‘가 ‘여성‘을 수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장애여성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이야기하고, ‘수식어 - 명사‘라는 구분 없이 하나로 연결된 언어로 이해될 수 있도록 붙여서 ‘장애여성‘으로 표기했다. 같은 맥락에서
‘발달장애여성‘도 붙여서 표기했다. - P4

3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장애여성들이 인권운동, 예술 공연, 영업, 양육, 미술, 정치 활동, 생산 활동, 일상의 노동, 지역사회 네트워크 만들기 등을 하면서, 몸으로 부딪치며 사회와 제도를 바꾸며 살아온 몸의 감각이 젊은 장애여성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그 경험을 잘 기록해두고 싶다고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대신 책에 담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장애와 질병을 가지고 살아갈 후배 세대가 간직할 소중한 자산이고, 인생의 참고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분고분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존재하는 모든 몸들이 존엄하다는 사실은 정상성과 기능, 쓸모에 따라 매겨지는 가치에 위배되고, 절대 남에게 폐 끼치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의 공공연한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P6

정상성의 사회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퍼트리면서, 선택적으로 어떤 의존들은 의존이 아닌 것처럼 은폐해왔다. 그 속에서 장애여성들은 독립은 의존 없이 불가능하다고, 의존하는 삶이 시설 수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외친다. 또 어떻게 사회가 장애인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당당하게 드러낸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축적해온 지식 없이는 인식이 확장되고 해방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 P7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혼자 알아서 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폐 끼침이 두려워 정상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의존하는 기술과 과정을 알려주고 있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 P9

젠더와 장애가 교차되는 ‘장애여성‘이라는 언어는 장애여성공감의 운동적 지향을 압축하고 있다. - P13

우리는 이상한(queer) 몸을 가지고 있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때때로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선언이지만 각자가 가진 차이들을 쉽게 지우거나 고유한 삶의 방식들을 질문하지 않게만든다는 점에서 너무 뭉뚝하고 얄팍하다. 장애여성들은 정상성의 기준을 해체하고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는 퀴어한 사람들이며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퀴어함은 성소수자를 ‘이상하다‘며 비하하는 말이었지만, 사회와 불화하는 그 이상함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의 폭력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정신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이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 P20

불구의 정치가 피어난다. 불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불구의 정치를 통해서 단지 사회질서에 통합되기 위한 장애 극복을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상한 몸은 불구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힘이다. 이런 우리의 퀴어함이 자랑스럽고, 퀴어한 존재들과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 P21

장애는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장애로 인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삶의 경험과 관계들, 더불어 장애와 함께 동반되는 통증은 매 순간 나의 일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애를 떼놓고 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애와 나의 몸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난 여전히 나의 장애와 ‘좌충우돌 적응 중‘에 있으며, 이 적응에는 마침표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 P28

그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 안에 있던 몸에 대한 정상성의 기준이 또 하나 깨져나가는 희열을 느꼈다. 수술 전보다 수술 후 살아가는 데 더 어려움이 있다면 ‘골절된 상태로 지내는 게 뭐 어때서?‘라는 의사의 메시지는 좀 더 쿨하게 나를 나의 장애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했다. 그날 밤 나는 바로 짐을 싸들고 퇴원했다. - P32

그러나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시당한 채, 오로지 ‘돌봄을 받는 존재‘로만 인식되는 것에 솔직히 억울함을 넘어 매우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나도 여성으로서 이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다‘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돌봄의 역할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그것이 노동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누군가는 장애를 가진 나처럼, 돌봄을 받는 존재로만 규정되고 이들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불편한 것이다. - P39

‘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라고 여기는사회에서는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비정상적인 몸‘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런 장애나 아픔을 경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장애가 없고, 아프지 않은 상태‘가 ‘정상‘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의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지 않을까. 이런 환상은 의학과 자본이 만나 실제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넘쳐나는 의학 정보와 건강을 매개로 하는 수많은 상품들은 건강한 몸, 즉 정상적인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몸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회에서 장애가 있고 아픈 몸은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가 된다. - P41

소통하는 몸은 자신의 우연성을 삶의 근본적인 우연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몸은, 그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취약하다. 고장은 몸에 내재되어 있다. 몸의 예측 가능성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우연성은 정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 아서 프랭크, 《몸의 증언》 - P42

영희는 장애인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당이 굴러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이미 주어진 책임이 버거웠다. 장애인을 대표하는 한 명이 상징적으로 정당에 진입하는 방식을 넘어서 장애인의 진정한 정치 세력화를 이루려면 무엇을해야 할까? 영희는 이런 고민을 계속하다가 정당 활동을 정리했다. 6개월 정도 조용히 치유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사무국장을 맡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영희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사무국장을맡아 적응 시기를 보내고 지금은 대표로서 장추련에서 계속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P58

장애를 가진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은 여전히 몇가지 주제로 한정되어 있다. 아니 사실은 한 가지다. 장애 극복 서사를 보여주거나 의료적 도움을 주는 일이나 경제적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들의 주제는 다 같다. 그건 흔히 동기부여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영감 포르노다. 영감 포르노는 호주의 코미디언으로 활약한 장애여성 스텔라 영(1982~2014)을 통해 알려진 말이다. - P67

레드는 상대가 제안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이 거의 없었다. 레드에게는 글이 말보다 훨씬 예민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통해서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에 감정이 통하는 사람을 잘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지속해나가면서 자신에 대해서 미리 충분히 알리고, 사진도 교환하고, 만나기전에 통화를 하면 대부분 판가름이 난다고 했다. 호감이 생기면장애가 벽이 되지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호감이 생기면 그가 피상적으로 알던장애가 만남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호감이 생긴상태에서 만난 사람도 있고, 단지 만나서 섹스를 하자는 데합의가 이뤄져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레드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나누었고, 그에 대한 욕망을 서로 이해하고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 P72

그리고 정말 좋은 섹스를 하려면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이 시간만큼은 날 정말 사랑하라고 한다. 서로의 몸에 충실하는것. 부부관계, 연인관계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좋다. 그순간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만족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이 있어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 있고, 나와 상대방에게 질문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 때문에 무엇인가를 포기하거나 참으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레드가 원하는 것을 가로막고 자신감을 갉아먹는 요인들은 셀 수 없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섹스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자신이 원하는것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만 임했을 때 그것은 ‘당하는 섹스‘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상대들은 초반에 레드의 적극성에 다들 놀랐다고 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 P75

사실 자신감은 섹스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왔을 때 자신을 원숭이 보듯 하는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그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즐기기 시작했을 때 외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삶에 자신감이 없는데 섹스할 때만 자신감이 생길 리 없다. 섹스에만 자신감을 보이는 남자들은 상대방의 만족을 전혀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은 이기거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만족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 P76

장애여성공감이 출발하면서 지금까지 내내 놓지 않는 화두가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이다.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진행되고 있는 질문들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다른 몸과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들이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넘어서 자신의 성적 욕망과 쾌락을 어떻게 추구해나갈 수 있을까. 섹스가 매개된 관계가 폭력 피해만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나 성공을보장할 수 없지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고, 섹스의 실패가 꼭 관계의 실패는 아닌, 그리고 관계의 실패가 꼭 삶의 실패는 아닌 그런 안전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P77

차이에 기반을 둔 다양성이 존중된다면 사회적 소수자들이 동정의 대상, 복지의 대상, 혐오의 대상으로만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남성 중심/비장애인 중심/이성애 중심/선주민 중심/성인 중심 사회에서 소수자가 되는 개인이 스스로 노력하고 극복하는 것보다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애여성운동을 통해 만나왔던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나는 세상을 보는 다른 렌즈를 장착하게 되었다. 이제 조금 내 몸의 기억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설명하는 시도가 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 P83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장애남성들은 ‘먼저 사고 치면 된다‘는 말도 많이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이 임신을 하면 그 부모가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여성의 부모는 ‘이렇게 된 거 어쩌겠느냐‘며 자신의 딸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순결하지 못한 상태임을 인정하고 ‘그래도 남자가 장애가 있으니 바람은 안 피우고 너한테 잘해줄 거다‘라고 말한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장애남성의 연애와 결혼 전략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장애 차별적인 인식을 묘하게 잘 활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P92

전형화는 소수자의 삶을 차별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치료, 극복, 불행, 불편 등의 부정적 서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로 구성된다.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산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생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 관계의 역동, 실패와 성공, 변화들을겪어내면서 사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그 보편성과 장애라는 고유성 사이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삶의 모습을 설명하며,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경순은 쉽지 않았다. 세상을 비판하는 장애인운동은 경순에겐 먼 일이었고, 접해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 기죽지 않도록 당당하게 키워내야 했다. 더 고집 있게 양육에 전념했던 이유다. - P117

딸들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지만 활동지원사와 관계 맺는 것을 볼 때면 마음에 차지 않았다. 자존심과 주도권을 지키는 것, 남의 손을 빌려 사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는 게 경순의 원칙이다.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거다. 어떤 활동지원사는 세 모녀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가르치려 들기도 했다. 자기새끼나 잘 가르치지 감 놔라배놔라 했던 일은 더욱 큰 무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 P118

나는 혈연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지 13년이 되어가는 베테랑 활동보조 이용자이다. 사실 이 말은 남들이 내게 하는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베테랑 활동보조 이용자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활동지원사가 교체되는 순간 베테랑은 없다. 새로운 활동지원사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활동보조를 처음 받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사마다 적응하는 속도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므로 활동지원사가 새로 오는 날이면 베테랑 이용자라 불리는 나도 긴장하게 된다. - P137

활동보조 서비스는 중증 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조금 더 대안적인 방법은 없을까. 인간의 삶이 각자 다르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삶도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장애를가진 한 사람이지만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원하는 방식대로살았으면 한다. 사실 활동보조를 받는 이용자 중에 관계의중심을 잃고 모든 권한을 활동지원사에게 넘기는 이들도 종종 본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됨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에게 점점 종속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활동지원사 교육보다 이용자 교육을 조금 더 촘촘히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활동보조 제도를 비롯해서 IL 운동의 중요한 기반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지만 한 번도 주체 - P142

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 선택권과 결정권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그저 선언에 불과할 뿐이다. - P143

지난 몇 년 동안 ‘춤추는허리‘에서 리더 역할을 하면서 장애여성의 삶 그 자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너 시간 연습을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안겨야 하고, 가족과 늘 타협해야하며, 활보와 소통을 해야 하고, 보조기구를 장착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들,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장애인들 나오기 다 힘들지, 다른 장애인 극단도 그래, 뭐그렇게 유난스럽게 그래." 그러나 ‘춤추는허리‘는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연기를 위해 연기를 하는 곳은 아니다, 장애여성의 삶 그 자체가 연기인 것이다." - P163

지체장애를 가진 부원들의 활동보조는 조화영이 연극부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의 하나였다. 조화영은 누군가에게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도와달라고 말 못하는 속사정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누구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회는 장애인이 눈치를 보고 부끄러워하도록 만든다. 조화영 또한 익히 겪어온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서 조화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부원들이 짜장면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제한된 선택지를 넘어 조화영이 발견한 ‘내 일‘이었다. - P171

"뭐지?" "왜 웃지?"라고 반문해왔듯 조화영은 경찰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들이 쓴 모자를 가리켜 "그 모자 내가 만든 거다!"라고 외쳤던 조화영의 말 한마디는 활동가들사이에서 어떤 구호보다도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그것은 일하는 발달장애여성의 존재를 지우는 한국 사회를 향한 일갈이었다. 아무리 지워도 나는 존재한다고, 내가 하는 일에 기대어 당신도 존재한다고 내질렀던 것이다. 조화영은 자신이 존재하는 일상의 자리를 인식하고 사회와 만나는 접점을 포착했다. 이를 해내기까지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준 것은 장애여성공감 회원 활동이었다. 조화영은 장애여성학교 인권반 수업에 참여하면서 "장애인도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일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인권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을 사랑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자 조화영은 교회에서의 일화를 들려줬다. - P178

한국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 상황이다. 발달장애인 지원법 제정을 비롯해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은 지난 몇 년간 장애인운동 진영의 중요한 이슈였다. 발달장애인 이슈는 주로 장애인 부모들의 투쟁으로 사회에 알려졌지만, 이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발언을 하고, 집회를 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화영도 동료들과 함께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투쟁‘해서 지키고 싶은 것은 ‘나‘였다. "활동가님이랑 함께하는 꿈"이 있다는 조화영은 이미 자신을 지키는 활동가로 일하고 있었다. 엄연한 일상의 자리에서. - P181

"남자냐 여자냐 차이지, 똑같아요. 나한테는 똑같이 비장애인일 뿐이에요.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같이 밥을 먹는다든가 차를 마신다든가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게 편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들이 못 견뎌요. 내가 비장애인으로 여기서 버티고 있었으면 그들을 이끌어주고 서로 의지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30퍼센트는 한계가있어요. 그들도 나에게 한계고, 나도 그들에게 한계예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30퍼센트예요. 그걸 서로 감안하고 가는거지. 한번은 아는 애가 ‘언니는 직장 동료들한테 안 미안해요? 그러더라고요. 걔는 내가 직장 동료들에게 도움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아마 다들 내가 직장에서 굉장히많은 지지와 격려와 이해를 받는 줄 알겠죠. 하지만 안 그래요, 직장 생활은, 삶은, 비장애인과 일하면서 일일이 표현할수도 없고, 도움받을 수도 없어요. 도움이라는 게 주고받는건데 내가 그들을 돕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한계를 30퍼센트는 항상 안고 가는 것 같아요. 그걸 안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맞춰서 살아가기가 우리나라 구조로는 너무 힘들어요."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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