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콜럼버스가 ‘신세계‘에 도착한 이후 20여 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스페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른바 ‘인디오 논쟁‘은 이른바 ‘국익‘이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스러운 만행에 직결되는 개념일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수 있다. 당시 스페인 왕실의 신대륙에대한 정책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이 ‘인디오 논쟁‘의 핵심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즉 인디오의 ‘인간성‘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즉, 인디오를 서구 백인과 똑같이 하느님의 아들, 딸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노예와 황금을 가져다줄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이신세계의 원주민의 인간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메리카 땅과그 원주민에 대한 거리낌 없는 학살과 착취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 P184

오늘날 되돌아볼 때, 아메리카 토착민의 ‘인간성‘ 여부를 놓고 벌어진 16세기의 이 논쟁은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자의 인간성 자체를 무시하는 정신적 습벽은 대항해시대에 본격화하여 이후 제국주의 시대를 통해 훨씬 더 강화되어 근대적 세계의 핵심적인 생존의 원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 P185

지난 백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화기 이래, 한국인들이 열심히 적응하려고 해온 근대세계의 질서란 근본적으로, 일찍이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대로,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타자의 불행이 전제되어야 할것"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하는 ‘어둠의 체제‘였다. - P185

그러나, 오늘날 자유무역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세계의 다수 민중의 삶이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에게 개발과 발전의 열매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자유무역체제하의 무자비한 경쟁논리 밑에서 민중의 오랜 삶을 지탱해온 온갖 종류의 공동체적 상호부조의 관계망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어버린다는 데에 재앙의 핵심이 있다고 할수 있다. - P193

그는 토착농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돈의 논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애와 환대의 원리임에 주목하고, 이러한 생활원리가 가령서구 근대의 핵심적인 가치 중의 하나인 관용(tolerance)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지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관용은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강자의 너그러움의 표시이다. 그것은 약자나 소수자가 강자가 지배하고있는 기성의 질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덕목이다. 따라서 관용은 근본적으로 불관용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비서구 세계 토착민들의 삶을 오랫동안 특징지어온 환대(hospitality)의 원리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타자에게로 향하는 존경과 포옹이다. 따라서 타자는 단지 베풂의 대상이 아니라, 타자를 포옹하는 사람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없어서는 안될 동반자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토착민들의 삶은 서구적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먼 공생공락의 삶을 성립시켜온 것이다. - P194

그러나 우리는 미국적 문화, 생활방식은 세계평화와도, 민주주의와도, 지구의 건강과도 양립할 수 없는 본질적으로 낭비와 수탈을 구조화하고 있는 체제, 즉 근원적인 의미에서 범죄적인 체제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 P196

민주주의는 몇몇 제도로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단계에 이르러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계속해서 돌보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고, 순간순간 되풀이하여 쟁취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엘리트에 의한 권력독점 현상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기 쉬운 오늘의 상황에서는 민주주의의 생명은 풀뿌리 민중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거리로 나오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음이 분명하다. 정말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민중이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그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것이 허용되고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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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만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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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리 브론테의 시를 햇살님 덕분에 읽네요. 왠지 에밀리 디킨슨이랑도 비슷한 분위기인것도 같고.... 이 시대 여성들의 시는 뭔가 내면의 소리를 계속 읊조리는 느낌이랄까? 꾹꾹 눌러온 감정을 하나씩 하나씩 겨우 겨우 토해내는 느낌이랄까 하여튼 좀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읽을 때 저도 감정적으로 좀 힘들어지네요.^^

햇살과함께 2022-10-09 23: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꾹꾹 눌려진 울분과 절망과 죽음에 대한 얘기도 많아 희망이라는 단어가 희망적이지 않은 시들이에요. ‘상상력’이 생을 지탱하는 힘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킨슨 시도 어려울 것 같지만 읽어봐야겠어요~
 
[전자책]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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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방송의 성공 공식을 거부하였음에도 잘리지 않고(?) TV 요리 프로 진행자로 성공하는 엘리자베스. 마지막 출생의 비밀까지. 드라마로 딱이다. ‘여섯시 저녁식사’ 클로징 멘트는 좋다. “그럼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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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
밥 엑스타인 지음, 최세희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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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서점들. 그러나 ‘지구상에서’라기엔 대부분이 ‘미국에서’ 그중에서도 ‘뉴욕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을 소개하고 있다(소개된 총 75개 서점 중 미국에 있는 서점이 53군데, 뉴욕에 있는 서점이 19군데). 이미 문을 닫은 서점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멋진 서점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언젠가 방문할 수 있기를.. 가본 곳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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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루드 스타인의 책에서 이름을 딴 뉴욕의 스리 라이브스 앤드 컴퍼니. 오호~ 내가 읽은 책이다

먼로 북스가 그 먼로라니. 앨리스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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