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과 같이 다니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않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대부분의 도로포장 상태가 얼마나 거지같은가 하는 실감이다. 여기저기 푹푹 파인 데를 엉망진창으로질해 놓았거나 아예 울퉁불퉁했다. 휠체어를 타고 가는 윌 곁에서걷다 보니 고르지 못한 이음새가 나올 때마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소스라치는지, 장애물을 조심스럽게 돌아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잦은지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네이선은 모르는 척 태연하게굴었지만 그 역시 윌을 주시하고 있었다. 윌의 어두운 얼굴은 결연해 보였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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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31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시는군요! 제가 여러가지로 좋아하는 책입니다. 빠샤!!

햇살과함께 2025-12-31 21:37   좋아요 1 | URL
저는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책도 영화도 관심 없었는데 얼마전 지인이 보내준 이 영화 OST 영상을 보고 궁금해져서 빌려왔는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서곡 2026-01-01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 뉴이어!!! 영화 ‘미 비포 유‘ 주인공 에밀리아 클랔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6-01-01 00:29   좋아요 1 | URL
책 다 읽고 영화도 볼까요??

서곡 2026-01-01 10:23   좋아요 1 | URL
전 영화만 봤는데요 여주가 매력 있더라고요 책 다 읽고 보시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으실듯요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읽고 쓰는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선한 마음과 슬픈 마음 속에서 작고 다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시인 황인찬의 시 에세이. 두 마음. 두 사람. 기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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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를 조금 무서워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중교통이 아닌 모든 차에 타는 것을 무서워해요. 택시를 타든, 기족이 모는 차를 타든 항상 긴장한 상태예요. 지금 내 눈앞을지나는 차가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때로는 100킬로미터를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무서워서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운전하는 차가 그런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생각조차 할 수 없고요. - P185

아파서 누워 있는 시간만이 갖는 나룰의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고독함과 짜증, 외로움과 서러움이 잔뜩 뒤섞인, 그 무력한 시간이요. - P196

열기를 지니는 것을 조금 두려워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하다못해 뜨거운 음식도 잘 못 먹는 저는, 그저 미지근한 상태가 오히려 마음 편하기만 합니다. 물론 그게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런 성격이 저자신의 대인관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상한 실망감을 느끼는것보다는 차라리 열기를 피하는 편이 저 자신을 지키기에는더 도움이 되는 거죠. - P201

사랑의 전당

김승희

사랑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으리으리한 것이다
회색 소굴 지하 셋방 고구마 포대 속 그런 데에 살아도
사랑한다는 것은
얼굴이 썩어 들어가면서도 보랏빛 꽃과 푸른 덩굴을 피워올리는
고구마 속처럼 으리으리한 것이다

시퍼런 수박을 막 쪼갰을 때
능소화 빛 색채로 흘러넘치는 여름의 내면,
가슴을 활짝 연 여름 수박에서는
절벽의 환상과 시원한 물 냄새가 퍼지고
하얀 서리의 시린 기운과 붉은 낙원의 색채가 열리는게

분명 저 아래 보이는 것은 절벽이다
절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절벽까지 왔다
절벽에 닿았다 - P238

절벽인데
절벽인데도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마음이 있다

절벽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마음
낭떠러지 사랑의 전당
그것은 구도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사랑은 꼭 그만큼
썩은 고구마, 가슴을 절개한 여름 수박, 그런
으리으리한 사랑의 낭떠러지 전당이면 된다 - P239

사랑에 상처받아본 적 있나요?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있을 순 있어도, 사랑하면서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랑의 근본적인 속성은 상처와 깊게 연결되어 있기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이란 스스로를 취약한 상태로 내놓는 일이라고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상대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무너져내리는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들죠. 반대로 말 한마디나 입가에 걸린 작은 웃음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얻은 것만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 얼마나 쉽게 상처받겠어요. 그 작은 웃음 한 조각이 주는 열렬한 환희를 위해, 상처투성이가 되고자 자발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 P240

기분 전환

유병록

어떤 기분은 잘못처럼 여겨지니까

기분 전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까
머리 모양을 바꿔볼까

우리의 기분이란
사소한 이유로도 쉽게 달라지고

어떤 기분은 짐처럼 무거우니까

목욕탕에 갈까
신나는 음악을 들을까
그럼 좀 가벼워질까

어떤 기분은 감옥처럼 느껴지니까

이사를 할까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날까 - P244

기억이란
가벼운 바람에도 흩어지는데

너는 꼭
그 기분 속에서만 나타나고

어떤 기분은 이불처럼 편안하니까

나는 깊이 파묻혀
밖으로 나올 줄 모르고 - P245

시는 우리가 잊고 사는 어떤 기분을 유심히 살펴보고생각해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런 시를 읽으면서우리의 기분과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기도 하겠지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분 전환에 시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요.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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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하기

김복희


많이 좋아하면 귀신이 돼

복숭아 귀신 곶감 귀신 그런 것이 한집에 둘이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같이 사는 게 귀신이 아니면 조금 어색하다

약봉지가 서랍 하나를 다 채울 정도로 많아지기에
자네, 이제 약 귀신이 되려나 인사했더니
좋아하는 것이 없어 약을 먹기 시작했네, 빙그레 웃었다
좋아는 하는데 귀신은 되지 않으려고 그러네,
몸이 힘들어 약을 먹어야 한다네, 모를 소리를 하고
그러고는 출근해버렸다

퇴근하면서 가끔
술이며 초콜릿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소원이 있거나 겁이 많은 친구일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
귀신이 안 되려고 노력하는 모양이 안됐다 - P150

기껏
인간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가엾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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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순간, 나는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갈 수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때가 찾아오죠. 시에서그리고 있는 것처럼 내가 온 곳마저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나는 내 고향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내 생각과는 전혀다른 어른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의 미래또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래도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갈 테고요. 우리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는 그 사실만은 분명히 남을 겁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태도이고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P21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P28

이 시가 품고 있는 빛과 어둠의 양면이 모두 마음에 들어요. 세상의 무엇이든 좋은 점 또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은아니잖아요. 마음, 사물, 사건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생각하는 일은 어느 한쪽만 보는 일보다 훨씬 시적인 일일거예요. 우리 삶에 더욱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할 테고요. 그러니 다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 P63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씻은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았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였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였는데, 꿈조차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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