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료니 나는 왜 그런지 알지.

모두 그를 바라본다.

왜냐하면 만약 역이 가까이 있다면 멀리 있을 수 없고, 만약 멀리 있다면 가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 - P218

이리나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하시네요. 그런데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라면 어쩌시겠어요! 우리 세 자매에게 인생은 아름답기는 커녕, 마치 잡초들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숨 막히게 해 왔을 뿐이에요……. 눈물이 나네. 이러면 안 되지………. (재빨리 얼굴을 닦고 미소 짓는다.) 일을 해야 돼요, 일을, 우리가 울적한 이유는, 인생을 이토록 어둡게 보는 이유는 노동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노동을 업신여기는 사람들 속에서 태어났어요……. - P230

안드레이 모스크바에서 레스토랑의 드넓은 홀 안에 앉아 있으면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서도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거든.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나를 알아보지. 그런데도 낯설어. 낯설어………. 낯설고 외로워. - P240

투젠바흐 좋지요. 다음 세상에선 사람들이 기구를 타고 날아다닌다거나, 남자들 재킷 모양이 달라진다거나, 제6감의 비밀이 밝혀져서 그 감각을 신장시키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인생은 여전히 힘들고, 비밀로 가득 차 있으며 행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 년이 지난 뒤에도 인간은 마찬가지로 한숨을 쉴 겁니다. "아 산다는 건 힘든 일이야!" 이러면서. 게다가 지금과 조금도 다름없이 죽음을 두려워하며 죽기 싫어할 겁니다. - P248

베르쉬닌 군사 아카데미로 진학하진 않았지만 나도 당신과 같은 학교를 나왔습니다. 책을 많이 읽긴 하는데, 고르는 안목이 없어서 어쩌면 제대로 필요한 책을 못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살면 살수록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머리는 하얘져서 이제 영감이나 마찬가진데도 아는 게 너무 없어요, 정말 없어! 하지만 점점 더 분명해지는 생각은, 가장 중요하고도 절박한 사실을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겁니다. 증명이라도 하고싶을 지경입니다. 행복이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는 행복이있을 수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는 다만 일을 하고 또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행복은 우리의 먼 후손들 몫이 되는 거죠. - P249

마샤 제 생각에, 인간은 신앙인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신앙을 추구해야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삶이 공허하지요, 공허해요……. 두루미는 왜 날아가는지, 아이들은 왜 태어나는지, 하늘의 별은 왜 빛나는지 알지 못하고 그냥 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왜 사는지 알면서 살 수도 있잖아요…….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다 시시하고 별것 아닌지도 모르지요. - P251

마샤 고골이 그랬죠. "이 세상에서 산다는 건 따분한 일입니다. 여러분!"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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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성들은 흔히 겪는 일인데 왜 우리는 제대로 공론화 하지 못했던 것일까. 대학 강의를 하면서 이런 주제로 토론을 하기 시작하면, 쏟아지는 여학생들의 제보에 처음에 남학생들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다 이야기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어김없이 남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우리를 다 가해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수업 시간마다 하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 나는 남학생들에게 왜 그들의 친구보다 그 친구를 모욕한 낯선 사람에게 더 쉽게 동일시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잘못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했는데도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도 남자니까, 나도 조금은 저런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 혹은 내 친구들이 저런 행동을 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왠지 불편하다는 말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으므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남자들 모두가 당연히 괴롭힘을 즐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부 남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될까? 오히려 그런 말 때문에 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이런 갈등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한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갈등을 쉽게 해소하려고 들지 않은 것, 그리고 갈등을 감정적 딜레마로 만들지 않은 것 말이다. - P172

P.S. 마지막으로 길거리 괴롭힘을 멈추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부록을 주의 깊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기방어훈련을 배우고 가르친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들 대부분은 매우 효과적이다.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얘기하고, 신체 언어를 명확하게 정돈하고, 상대방이 한 행동을 말로 그대로 묘사하는 등의 대응방안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장면마다 구체적인 표정부터 목소리, 얼굴의 방향까지를 하나하나 몸에 익혀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여성단체 등에서 주관한 자기방어훈련을 통해 혹은 혼자라도 이런 대응법에 대한 연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방어훈련은 더 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내 몸의 한계와 가능성을 알아가는 훈련이다. 본인의 신체가 어떤 조건에 있든 간에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보라. 늦지 않았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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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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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님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영화 에세이. 봤던 영화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들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와 관련하여 타자기를 추억함에 대한 글은, 특히, 잊고 있던 타자기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언니가 상업고등학교를 다녀서 방학 때마다 타자기를 한 달 씩 대여해 왔었는데, 타자기에 전혀 관심 없던 언니와 달리, 타자기 장난감이 너무 신기해서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난다. 책을 꺼내 좋아하는 시나 소설 문장들을 타자기로 쳐 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글자가 종이에 찍히는 소리, 종이를 한 줄 넘기는 소리, 좌우에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글자 다리(?)의 움직임, 자판의 뻑뻑한 촉감도. 타이프체를 좋아하신다니 제목과 소제목의 타이프체가 새삼 다시 보인다. 타자기로 친 불균형한 글자와 불균질한 먹의 번짐을 나도 좋아한다.


영화관에 대한 추억도 떠오른다. 20대 때 즐겨 가던 종로의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등(이제 이름도 가물가물...). 특히나 좋아했던 대학로 동숭시네마텍. 좋은 영화 많이 봤었는데. 그리고 중구에 살 때 자주 갔던 충무로 대한극장. 찾아보니 여긴 아직 운영 중인 것 같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찌 영화가 보고 싶지 않을 수 있나. 어찌 극장을 가지 않을 수 있나. 요즘 개봉 영화에 통 관심을 못 가져서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무려 작년 8월에 본 크루엘라’! - 이동진 평론가님 블로그에서 별점 좀 찾아보고 급하게 검색하여 코다를 볼까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볼까 스펜서를 볼까 하다 시간대가 가장 맞는 스펜서를 보았다. 크리스틴 언니 연기가 너무 좋다. 토요일 1130분에 영화가 끝나고 걸어서 집까지 오는 길이 바람도 따뜻하고 너무 충만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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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2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첫 장면부터 어휴 미친 XX… 그러나, 이게 이 책에서 가장 수위가 낮다는 사실.

반대로 남자는 여성인물에 자신을 동일시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인물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이야기 속에서 여성은 항상 주인공이 아닌 보조 역할을 맡는다. 영웅의 엄마나 영웅의 애인, 영웅이 구해야 하는 공주로, 『제2의 성(Le Deuxième Sexe)』에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나, 자신’이자 이야기의 핵심인 남성 옆에서 여성은 언제나 그저 ‘그냥 누구’의 자리에 놓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런데 『악어 프로젝트」는 남성을 악어로 그림으로써 일반적인 이야기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성은 사람으로 그려지고 남성만 동물로 표현되었으므로(게다가 내레이션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성의 ‘주관적인‘ 시점이다), 독자는 여성에게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사실 남성은 자신을 여성과 동일시하는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공감 능력은 남자답지 않은 영역으로 간주하고, 소년들에게 그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만화가 중립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했다면, 남성 독자는 남성인물과 동일시하고 여성독자는 여성인물과 동일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성과 여성 간의 전쟁‘이 일어날 뿐이다. 왜냐하면, 남성 독자는 자신과 동일시한 인물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애를 쓸 것이고, 여성 독자는 희생자에 자기를 투영할 것이기 때문이다(비록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 인물과 동일시하는데 더욱 익숙하지만). - P159

모든 남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범주에서 저 범주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다. 거리에서 마주친 남성, 남자 친구, 남편, 친오빠…….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주변인에게 강간당해왔는가? 『악어 프로젝트에서 한 여성의 끔찍한 경험담을 보자. 흔히 일어나는 애인의 강간은 악어의 다음과 같은 속삭임으로 끝난다. "고마워. 아까 정말 끝내줬어." 그러나 이 남자가 그저 비열한 놈, 강간범이기만 했다면 여성이 그와 사귀었을까? 모든 악어가 어느 순간에는 좋은 남자로 바뀔 수 있으므로 반대로 모든 좋은 남자는 악어가 될 수 있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으로 독재자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범주의 남성을 상대하는지 모른다는 의미에서 남성은 모두 약탈자로 보일 수 있다. 또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기 바라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 P160

악어 프로젝트의 주제는 남성이 악어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아니라 악어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남성을 악어로 그린 진정한 의미가 있다. 텀블러 『악어 프로젝트』 에서 나를 얼어붙게 한 그림이 하나 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아기가 조금씩 악어로 변해가는 그림이다. 타인을 존중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작은 아이가 성적 포식자가 되어가는 일은 충격적이다.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의 글이 떠오른다.
"어떻게 태양과 작은 돌에도 자비를 베풀던, 생생한 삶의 애정을 품었던 소년이 여성과 인류애를 공유하며 그것을 허용할 능력마저도 상실해버린 성인이 되어버렸을까?" - P161

게다가 이러한 폭력은 여성에게 특정한 행동과 태도를 강요하고자 한다. 흔히들 폭력의 원인은 항상 우리 여성에게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젊고 예쁠 때, 섹시한 옷을 입을 때, 미소를 띨 때,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탈 때, (혹은 이 모든 경우가 아니더라도) 남성은 우리의 매력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대로 처신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너무 예쁘다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또한, 반대로 우리가 못생겼다면, 우리를 놀리거나 모욕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중 제약이다. 여성이 사회의 성차별적 기대에 자신을 맞춘대도 비난받을 것이며, 여성성의 규범에 순응하는 것을 거절한대도 비난받을 것이다. 잘못된 선입견에 따르면 남성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자기 성기를 보여주고, 성적인 제안을 하는 등등의 행동은 여성의 존재 자체와 어떤 태도에 따른 결과다. 그리하여 여성은 성폭력을 ‘유도’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지만, 성폭력의 책임은 여성이 아니라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 - P163

상대방에게 환심을 사거나 유혹하기를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성폭력의 수준으로 가지 않게 자신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것과 성희롱을 구분하는 방법은 상대의 의지를 받아들이느냐 무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칼럼니스트 가엘르 마리 짐메르만(Gaelle-Marie Zimmermann)이 말한 것처럼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것은 그저 뻗은 손이며, 성폭력은 덮치는 손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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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순천 블루노트 갔을 때 있길래 맥주 마시며 잠깐 읽던 책^^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서 후루룩 읽었다. 남무성 작가의 Jazz it up 3권만 읽고 1, 2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겟해서 3권 다 확보. 1권부터 다시 읽어야지!

블루노트 또 가고 싶다. 집 근처에 이런 재즈 카페&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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