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부산 책방 기억의숲, 창비 부산

지난 주말은 창녕의 화왕산과 부산 금정산에 가는 김에 휴가를 내어 부산에 이틀 머물렀다.

월요일엔 기장 숙소 근처 책방을 찾아보았는데 대부분 휴무. 기억의숲이라는 책방은 열었길래 걸어서 다녀왔다. 컨테이너박스같은 건물에서 두 분이 책을 읽고 있었고 낯선 방문객에 의아해하는 분위기. 책을 파는 책방이라기보다 동네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랑방 분위기. 케모마일 차를 한잔 주시고 어디서 오셨냐 등 몇 마디 나누다 책 2권을 사서 나왔다. 이런 친밀한 분위기 어색한 극 I 입니다… 까뮈의 <전락>과 한강의 <노랑무늬영원>을 샀다.

다음날은 부산역으로 가서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한 정거장 떨어진 문우당을 가려고 했으나 비가 많이 와서 부산역 근처에 있는 창비 부산으로 갔다. 옛 백제병원 건물에 카페와 책방과 갤러리가 있었다. 창비 부산은 창비 책만 파는, 책방이라기보다 창비 홍보 및 행사를 위한 공간이었다. 파는 책보다 열람 가능한 책이 더 많았다. 지난주 들은 라디오 북클럽 고아성입니다(고아성 배우 너무 좋다!!)에 나온 박준 시인의 신간 시집(무려 7년)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창비 시선이라 구매했다.

부산에선 뭘한다? 바다보며 달리기!

오드리 로드의 <자미>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오랜만에 구매한 책이다. 어제 주문한 5월 여성주의책도 배송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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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24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보면서 달리기 좋았을 거 같아요. 책방에서 말걸기 금지!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4-25 19: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다락방님은 30분 대화하고 나오셨을 듯

다락방 2025-04-24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햇살과함께 님 페이스 엄청 빠르시네요.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신것 같은데 벌써 7킬로도 달리시고 게다가 이토록 빠른 페이스라니!! 바다에서 달리기는 꼭 해봐야죠! 와 너무 멋집니다! 저는 7킬로 달리면 한시간 걸리는데 ㅋㅋㅋㅋㅋ

등산도 하시고 책방도 가시고 달리기도 하시고.. 진짜 엄청 알차게 보내셨네요!!

햇살과함께 2025-04-25 19:11   좋아요 0 | URL
네 알찬 휴가였습니다^^
달리기 시작하고 바닷가에서 달려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소원 풀었습니다. ㅎㅎ
그린레일웨이 데크길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달리기 좋았어요. 다락방님에게도 추천!!

새파랑 2025-04-25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비 부산이라는 곳이 있군요. 여기 꼭 가봐야겠습니다 ㅋ 부산 자주 가는데 몰랐습니다 ㅜㅜ

햇살과함께 2025-04-25 19:13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부산역 근처 검색하다 알게 됐는데 생긴 지 몇 년 되었네요~
부산역 바로 앞이라 접근성도 좋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인간도 (삶을 누리지 않는 사람들, 가령 현자들이 아닌 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은고약하게 구는 것뿐이지요. 그러면 다들 자기가 심판받지 않으려고 서둘러 남을 심판해대거든요. 어쩌겠습니까? 인간이 품는 가장자연스러운 생각, 마치 저 본성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듯 저절로드는 생각은 바로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는 생각인 것을. 이런 관점 - P79

에서, 우리는 모두 그 한심한 프랑스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는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자신의 도착을 기록하고 있던 서기에게이 서기도 죄수였지요 이의신청을 꼭 해야겠다며 바득바득 우겼습니다. 뭐, 이의신청이라고? 서기와 그의 동료들이 웃었습니다.
"부질없는 짓이야. 이봐, 여긴 이의신청이란 게 없는 곳이야." 그러자 그 프랑스인이 말했지요. "하지만 선생님, 내 경우는 예외라고요. 맹세코 결백하다니까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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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처럼 움츠러들어 자기만의 생각에 잠기는, 목사인 아빠와 낯선 곳으로 이사 온 Opal. 우연히 만나 함께 살게 된 Winn-dixie 덕분에 지금 여기 없는 엄마를 그리워만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 함께 하는 이웃과 아빠를 현재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친구가 된다. 물론 Winn-dixie 덕분만은 아니다. Opal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아이이기 때문이다. 사랑스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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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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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소설들이다. 모든 단편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에서 방점을 찍는다. 비자발적으로 달팽이 키워본 사람으로서의 두려움이 끔찍한 결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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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곳에서는 눈이 오면 허리가 아플 때까지 집 앞의 골목을 쓸어야 하고(겨울마다서울에는 눈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정화조 청소업체를 직접 불러 나의 배설물 냄새를 맡아야 한다. 벽의 페인트가 벗겨지면 다시 칠해야 하고, 문고리가 고장나거나 방충망에 구멍이 나면 임시방편으로라도 어떻게든 수리를 해야 하며, 외벽의 갈라진 틈을 타고제법 무성히 자라는 잡초들을 때마다 내 손으로 뽑아야 한 - P13

다. 주거하는 이와 관리하는 이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화로 인식되는아파트와 달리, 이 동네에서 집은 삶의 공간이다. 동네에서의 하루하루는 집이든 인간이든 간에 만물이 시간과 함께서서히 마모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육체적인 노동과시간 그리고 정성을 쏟는 돌봄을 통해서만 우리가 모든 종류의 소멸을 가까스로 지연할 수 있을 뿐이라는 진실을 내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도. - P14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고 동 - P71

물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고발하는 책을 쓴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의 다음 저서『우리가 날씨다』, 송은주 옮김, 민음사 2020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송은주 옮김, 민음사 2011를 출간하고 난 이후에도 꽤 여러번 공장식 축산으로생산된 고기가 들어간 글로벌 기업의 햄버거를 사 먹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대목을 읽으며 나는 큰 위안을 얻었다. 나는 그가 환경과 동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댤걀이나 치즈 같은 것들에 대한 욕구를 끝내 포기할 수 없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고백을 하는 사람이라 그의 글을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 P72

사람들이 그토록 서투른 말들을 건네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르빌뢰르의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죽음은 너무나도 커다란상실이자 슬픔이고, 그것을 담기에 언어라는 그릇은 언제나 너무나도 작다. - P130

사회가 어떻게 노인을 타자화해왔는가에 대해 깊이사유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60대에 접어들어 쓴 노년에 관한 책「노년, 홍상희·박혜영 옮김, 책세상 2002에서, 일찍이 우리는 노인을 타자로 여기기 때문에 ‘노화‘, 즉 ‘나 자신‘이며 동시에스스로가 ‘타자‘가 되는 이 낯선 상태를 기꺼이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이 듦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가장 가치 있는 축복은 젊은 시절 우리의눈을 가리는 허상과 숭배를 치워버리고 우리가 진정성에가닿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도 적었다. 몇해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내게명료하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축복이라는 말은 연기처럼흐릿하기만 했다. 지금 나는 늙는 것이 헐벗어가는 과정이아니라 우리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거짓 욕망들로부터자유로워지고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과정이라는 걸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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