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휴즈 <톰 브라운의 학창 시절>

5장 <제국의 온상>: 퍼블릭 스쿨과 남성성

집과 학교를 여성성과 남성성의 공간으로 분리시키는 것은 19세기의 여성과 남성이라는 젠더성을 공간과 역할로 치환시키는 개념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여기서 <남성성>은 사실 남성과 여성이라는대립적인 두 젠더성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19세기 영국에서성립된 남성성과 여성성은 중산층이 만든 <가정> 혹은 <가족> 이데 - P199

올로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23) 가족에 바탕을 둔 젠더 관계는 〈모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개념이다. 제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집안의 천사>인 어머니는 빅토리아 시대의 부르주아 가족의 이데올로기적 중심으로, 험난한 세상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자녀를 양육하는 신성한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24) 한편 공적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는 엄격하고 거리감이 있는 존재로, 자식을 가르치고 훈계한다. 아버지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어린 자녀의 정서적 성장은 어머니에게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가부장적 질서는 모성을 강조하면서도 가정사를 꾸려나가는 어머니의 영향력을남성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끊임없이 경계한다. 이 시기에여성이 하면 안 되는 다양한 금기들과 통제는 궁극적으로 남편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아들에게 미칠 여성적인 영향들을 차단하고자 고안된 것들이다. - P200

남성적 제국주의의 대중화 속에는 계급과 성별을 초월해서 대중들이 주인공 톰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자기최면의 미학이 숨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퍼블릭 스쿨은 사실 무척 배타적인 엘리트집단이었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톰 브라운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톰 브라운이 될 수 있는가를먼저 성찰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이미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자각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계층과 성별을 초월해 <영국인> 모두를 우월하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제국이다. 그리고 식민지인들은 바로 수많은 낙오자, 즉 바람직하지 않은 수많은 남성성의 정형으로이미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톰의 성공 이전에는 <제국>의 실재(實)에 대한 관념, 그를 위해 동원된 사회적 다윈주의와 인종주의의 담론들이 식민지들을 무대로 수많은 열등한 정형들, 즉 대타적 상대들을 설정하는 과정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앞서 제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범영국적으로 그런 제국주의의 문화적 맥락을 형성한 이후에 톰은 곧 영국인전체가 되고, 영국인인 자신으로 치환될 수 있었다. 따라서 1857년에 출판되자마자 성공을 거둔 『톰 브라운은 이른바 <1880년 이후에야 신제국주의의 ‘대중화‘ 과정이 일어났다>는 주장에 의문부호를남길 수밖에 없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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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 and the Impossible Three: A Graphic Novel (the Baby-Sitters Club #5) (Paperback)
Ann M. Martin / Scholastic Inc.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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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한 세 아이, 난장판인 집안, 늘 바쁘고 정신없는 엄마. Dawn의 험난한 베이비시팅이 펼쳐진다. 도움 받을 곳 없는, 이혼한 싱글맘의 삶이 짠하다. 그림체가 좀 다르다 했는데 이번 책부터 Gale Galligan이라는 작가가 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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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성적 착취와 영국 제국주의

이런 뉘앙스는 섹스가 일종의 공조 체제를 성립시키는 데 확인의징표처럼 동원되었음을 보여준다. 정복을 위한 초기 접촉은 피를동반한 전투이지만, 곧 섹스로 이어지곤 하였고, 섹스는 상호간에<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상징인 것이다. 1767년 <돌고래 Dolphin) 호의 선장 조지 로버트슨George Robertson이 기록하듯이 <우리 쪽의 젊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소녀들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자.> 타히티 섬의 전사들은 곧 <젊은 여성들을 데리고 나왔다>는 식이다. <그들은 곧 이런 식의 물물교환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은 여성이 교환의 대상으로 쓰였음을 암시한다. 여기서 여성은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가 말하였듯이 선물, 대화, 여자를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통해 지배의 정치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매체이다. 30)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유럽이 식민지 여성과의 접촉을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선물>과도 같은 이미지로 포장하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도덕적 혼란을 최소화할 구실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 P165

그런데 여기서 소년마누라들이 여성의 젠더 역할을 담당하면서도그 구조에 별다른 저항 없이 귀속되었던 배경에는 거부할 수 없는제국주의의 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 사례는 자본 - P171

주의와 행정적 집중을 수반한 식민지의 지배자와 피지배민, 흑인에대한 백인의 성적 착취에서 결국 생물학적인 성별보다는 인종적 구분이 더욱 중요하였던 제국주의의 섹슈얼리티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관계는 <성적 차이가 인종적 차별로 바뀌고, 인종이 성 차별로 바뀌는> 복잡한 식민 관계 속에서도 더욱 독특하게 부각되고, 동시에 제국주의의 섹슈얼리티가 횡적 관계가 아니라 빠져나올 수 없는수직적 상하 관계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 P172

19세기의 영국은 비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분명히 성에대해 독특한 관행과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먼저 결혼 연령이 상대적으로 매우 늦었다. 19세기 중엽 영국 남성들은 평균적으로 29세가되어서야 결혼했으며, 약 10퍼센트를 웃도는 남성들은 평생 독신으로 남았다. 남성들의 늦은 결혼과 독신 생활은 영국에서 매매춘이활발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기독교의 전통 속에 놓여있던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남성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혐오 역시 매우 강했다. 그런데 여기서 동성애는 섹스라는 <행위>를 주목하는 개념이다. 이후 제5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섹스가 개입되지 않는 한 남성 사이의 애정은 <동지애>라는 이름으로 폭넓게 수용되고, 때로는 고양되었다. - P173

이런 맥락에서 국내에서 성적 에너지의 <절제>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대외적으로는 제국의 확장과 유지에 동원되었다는 주장이나오게 된다. 3) <사랑을 잃는 만큼 제국을 얻는다>는 유명한 어구는 이런 이데올로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준다. 이제 제국의 지배자는 성적 방탕을 즐기는 모험가나 탐험가 혹은 상인이 아니라 <강건>하고 <순결한 신사적 제국주의자인 남성상을 부여받게 되었다. - P176

흑인 여성의 왕성한 성적 활동이 식민지 지배자에게 색다르고 손쉬운 성적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흑인 남성의 성은 백인 남성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2장에서 살펴보았 - P177

듯이 서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흑인 남성의강한 성적 능력에 대한 인식이 19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절박한 위협으로 바뀌게 된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18세기 말부터시작된 노예제 폐지론의 대두와 19세기 동안 진행된 노예 해방으로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 간의 성 접촉을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하였던 사실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흑백 통혼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흑색 공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백인 여성들이 흑인 남성을 선호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위협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위협이 등장한 배경에는 성의 과학화라는 현상과 여성 오르가슴의 발견이 자리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P178

피터 게이Peter Gay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는 태곳적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대중 소설이나 의학 논집의 두드러진 주제로 부상한것은 19세기라고 주장한다. 특히 19세기 후반부에는 공적 영역에서여성의 힘이 드러나면서 남성들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성욕과 <오르가슴>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성을 둘러싼 엄청난 권력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르가슴>을 통해 여성은 남성의 성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하며 위계를 매길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지표들은 종종 <도덕>이라는 더욱 강력한 요소에 의해 그 권위가 전복되거나 굴절, 은폐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성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도덕>으로 <과학>을 제압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다분히 흑인 남성을겨냥한 <지나치게 큰 성기는 지나치게 큰 성적 욕구를 말해주며, 그렇기 때문에 이성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주장>은 생물학적 인종주의의 가장 큰 주제가 된다. 오르가슴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의사들도 대중용 결혼 지침서에서는 여성 오르가슴에 대하여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여성의 성욕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폄하해버린다. <여자가 임신하기 위해서는 성적 감흥은 별로 필요하지 않 - P181

다>거나 <창녀와 같이 계속 흥분하는 사람은 임신할 수 없다>라는내용이 이런 맥락에서 강조되었다. - P182

이런 경향은 제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인도 항쟁이나 보어 전쟁과같은 <위기>의 시점에서 <위험에 처한 백인 여성>이라는 이미지가96)강화되었던 사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강간은 영국 군인들이 훨씬 더 많이 저질렀지만, 흑인 남성에 의한 강간의 위협을 경고하는 선전이 오히려 강력하게 대두하였다. 백인 여성이 흑인의성적 노리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백인 남성은 <신사도>로 무장한채 절제할 줄 아는 남성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신사적> 남성성은 더욱 치밀하게 식민지를 간섭하는 데 동원되었다. 유럽의 기준에서 볼 때 <저들>이 <제대로 된> 남성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문명화된 <우리>가 <그들>을 침략하고 간섭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여기서인종, 제국, 젠더를 둘러싼 식민주의 담론은 분명히 결국 백인 남성의 지배권을 확인하고 유지시켜주는 도구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남성상의 대두는 결국 백인 남성이 성이라는문제를 둘러싸고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우회하는 차선책을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반증한다. <엄청난 성적 능력을 가진> 흑인 남성과 성이라는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그 구도에서 빠져나와 <도덕성>이라는 영역으로 스스로를 도피시켜 버린 것이다. 따라서 <성>은 드러내기보다는 은폐해야 할 것, 그리고 <도덕〉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열등한 것이 되어버렸다. 프란츠 파농 Franz Fanon이 적절하 - P185

게 지적하였듯이 이런 구도 속에서 <흑인과 관련한 모든 것은 생식기 층위에서 발생하고, 다시금 <흑인의 정력은 환상적이 되어야만>)하였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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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천사
역식민화
윌키 콜린스 <문스톤>
아서 코난 도일 <네 사람의 서명>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포스터 <인도로 가는 길>

3장 제국의 선봉에 선 <집안의 천사>

빅토리아 시대에 이상적인 여성상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관례적인 형태는 상냥하고 자기희생적이며 가정적 미덕의 화신인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코번트리 팻모어Coventry Patmore가 지은 동명의 장편 이야기 시인 「집안의 천사The Angel in the House』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1854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팻모어의 시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성에 대한 당대의 보 - P115

편적인 개념들의 진수를 상당 부분 집약하고 재구성하였다.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은 빅토리아 시대에는 대단히 인기가 높았으나, 이후혹독하게 매도당하기도 했다. 후세대인들은 이 시를 성 차별주의적이고 관례적이며 도덕적으로 경직되고 위선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P116

여기서 인도 항쟁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을 좌우한 수사적인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당시 수사(修辭)들은 국민들 사이에서기사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영국 여성과 아이들의 희생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취했다. 인도에서 날뛰는 폭도들의 약탈 대상이 결국은 식민지에서 멀리 떨어진 본국의 <집안의 천사들로, 그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식이었 - P116

다. 여성과 아이들은 보호가 필요한 연약한 대상들로서, 그들에 대한 위협은 곧 영국인들의 보복 논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즉 인도 항쟁에 대한 언론과 문학의 재현 방식은 과장된 이야기들로 가정이라는 영역과 그 구성원들의 운명을 염려하게 만들어서 제국주의 정책의 도구로써 이용되었다. - P117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은 『오로라 리Aurora Leigh』에서 여자들이 <천사처럼 노력해 얻은 미덕>은 <주로 앉아서 바느질을 하는 데 이용된다)고 조롱한다. - P126

<집안의 천사>와 그에부합하는 공격적인 남성 파트너로 뚜렷하게 성별화된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들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겨준 것이다. - P132

인도 항쟁에 대한 보편적인 수사법은 영국의<여성들과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는 악마 같은 존재로 인도인들을 묘사하는 것이었으며, 곤경에 빠진 숙녀를 구하는 로망스 문학을통해 동양인의 전형을 압제와 성적인 착취로 강조하는 상투적인 것이었다. 언론과 소설의 표현을 통해 인도 항쟁은 식민지와 본국 사이의 틈을 확대시켰다. 요약하자면 새롭게 등장한 <인도 항쟁의 패러다임>은 영국 여성, 즉 영국에서 살아가는 <집안의 천사들이 인도 남성들에게 희생되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이것은 서양이 동양을성적으로 지배한다는 고전적인 제국주의 전략이 제국주의자들 자신을 향해 역전되는 <역식민화>의 시나리오였다. - P133

달리 말하면 영국 남성들 역시 인도 항쟁의 과정에서 죽어갔고 희생당했지만, 그들을 영웅으로만 묘사하려는 노력 때문에 영국 남성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찬양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그들의 빛나는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희생자로서의 현실이 감추어졌던 것이다.
인도 항쟁의 결과로 나타난 패러다임에서 영국 여성들은 늘 현실이나 상상 속에서, 또는 잠재적으로 동양 남성들과 관련되어 본질적인 희생자로 그려지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위협은 영국 남성들의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서 조직적으로 여성을 보호하여 남성성을 입증해 보이도록 강요한다. 인도 항쟁의 정치적 갈등은 영국 남성들이 단결하여 기사답게 <자신들의> 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로망스적인 서사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 남성의 잠재된 희생 가능성은 주목받지 못했으며, 자기 방어를 위한 방어적인 행위보다 기사도에 입각한 영웅적 행위에 전력을 투구할 수 있도록영국 남성의 남성성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철저히 감추어졌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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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아무리 자신의 마음을 지배한 생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자신의 자유와 심지어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 나에겐 모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위험이 없는 자유는 그의 모든 생존 습관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서 그에게는 다른 사람의 경우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그리 빗나간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은담배를 조금 피우고 난 후,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너도 알겠지만 말이다, 얘야. 저 건너편, 다른 쪽 세상에 있을 때, 난 항상 이쪽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단다. 그래서 점점 부자가되고 있었는데도 그곳에서 사는 게 나에겐 따분한 일이 되었단다. 거기선 모든 사람이 이 매그위칠 알고 있었고, 이 매그위친 어디든 맘대로 오고 가고 할 수 있었으며, 아무도 나에 대해골치 아파하지 않았지. 하지만 얘야, 여기 이쪽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그처럼 편하게 여기질 않는단다. 적어도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안다면 그들은 몹시 불편해할 거다."
"모든 게 잘되어 간다면…." 나는 말했다. "몇 시간 내로 당신은 다시 완전히 자유롭고 안전하게 될 거예요."
"글쎄다." 그는 숨을 한 번 길게 들이쉬며 대답했다. "나도 그러길 희망한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시겠죠?" - P339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서, 힘 있고 든든한 친구들을 만났답니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답니다. 그녀는 숙녀인 데다 아주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를 사랑한답니다!"
내가 호응해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만큼 희미한 노력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내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댔다. 그런 다음 내 손을 다시 자신의가슴 위에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두 손은 내 손 위에 여전히 포개져 있었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는 고요한 그 얼굴 표정이 다시 한 번 돌아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가슴 위로 조용히 숙여졌다.
다음 순간, 나는 우리가 그동안 함께 읽어 왔던 것을 기억하며, 성전으로 기도하러 올라갔던 두 사람을 마음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그의 침대 곁에서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로 다음의 구절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하느님이시여, 죄인인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옵소서!"* - P381

작품 해설

한편 새롭게 정치, 경제 및 사회의 중심이 된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중산계급은 과거의 귀족계급에 대응해 스스로의 계급적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빅토리아 시대 중산계급의 이상적 인간상으로서의 ‘신사‘ 개념이다. 신사라는 개념은 귀족계급의 자질에 중산계급의덕목을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노동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으로서 적당한교육을 받고 세련된 교양과 예의범절을 갖췄으며 명예를 소중히여기며 존경할 만한 도덕성과 인격을 지닌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오늘날 ‘영국 신사‘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바로이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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