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천사
역식민화
윌키 콜린스 <문스톤>
아서 코난 도일 <네 사람의 서명>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포스터 <인도로 가는 길>
3장 제국의 선봉에 선 <집안의 천사>
빅토리아 시대에 이상적인 여성상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관례적인 형태는 상냥하고 자기희생적이며 가정적 미덕의 화신인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코번트리 팻모어Coventry Patmore가 지은 동명의 장편 이야기 시인 「집안의 천사The Angel in the House』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1854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팻모어의 시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성에 대한 당대의 보 - P115
편적인 개념들의 진수를 상당 부분 집약하고 재구성하였다. <집안의 천사>라는 개념은 빅토리아 시대에는 대단히 인기가 높았으나, 이후혹독하게 매도당하기도 했다. 후세대인들은 이 시를 성 차별주의적이고 관례적이며 도덕적으로 경직되고 위선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P116
여기서 인도 항쟁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을 좌우한 수사적인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당시 수사(修辭)들은 국민들 사이에서기사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영국 여성과 아이들의 희생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취했다. 인도에서 날뛰는 폭도들의 약탈 대상이 결국은 식민지에서 멀리 떨어진 본국의 <집안의 천사들로, 그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식이었 - P116
다. 여성과 아이들은 보호가 필요한 연약한 대상들로서, 그들에 대한 위협은 곧 영국인들의 보복 논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즉 인도 항쟁에 대한 언론과 문학의 재현 방식은 과장된 이야기들로 가정이라는 영역과 그 구성원들의 운명을 염려하게 만들어서 제국주의 정책의 도구로써 이용되었다. - P117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은 『오로라 리Aurora Leigh』에서 여자들이 <천사처럼 노력해 얻은 미덕>은 <주로 앉아서 바느질을 하는 데 이용된다)고 조롱한다. - P126
<집안의 천사>와 그에부합하는 공격적인 남성 파트너로 뚜렷하게 성별화된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들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겨준 것이다. - P132
인도 항쟁에 대한 보편적인 수사법은 영국의<여성들과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는 악마 같은 존재로 인도인들을 묘사하는 것이었으며, 곤경에 빠진 숙녀를 구하는 로망스 문학을통해 동양인의 전형을 압제와 성적인 착취로 강조하는 상투적인 것이었다. 언론과 소설의 표현을 통해 인도 항쟁은 식민지와 본국 사이의 틈을 확대시켰다. 요약하자면 새롭게 등장한 <인도 항쟁의 패러다임>은 영국 여성, 즉 영국에서 살아가는 <집안의 천사들이 인도 남성들에게 희생되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이것은 서양이 동양을성적으로 지배한다는 고전적인 제국주의 전략이 제국주의자들 자신을 향해 역전되는 <역식민화>의 시나리오였다. - P133
달리 말하면 영국 남성들 역시 인도 항쟁의 과정에서 죽어갔고 희생당했지만, 그들을 영웅으로만 묘사하려는 노력 때문에 영국 남성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찬양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그들의 빛나는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희생자로서의 현실이 감추어졌던 것이다. 인도 항쟁의 결과로 나타난 패러다임에서 영국 여성들은 늘 현실이나 상상 속에서, 또는 잠재적으로 동양 남성들과 관련되어 본질적인 희생자로 그려지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위협은 영국 남성들의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서 조직적으로 여성을 보호하여 남성성을 입증해 보이도록 강요한다. 인도 항쟁의 정치적 갈등은 영국 남성들이 단결하여 기사답게 <자신들의> 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로망스적인 서사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 남성의 잠재된 희생 가능성은 주목받지 못했으며, 자기 방어를 위한 방어적인 행위보다 기사도에 입각한 영웅적 행위에 전력을 투구할 수 있도록영국 남성의 남성성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철저히 감추어졌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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