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담긴 페미니즘과의 충돌 가능성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명예 살인을 다룬 터키 소설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의 문제
트랜스 문화성에 경계의 개념 포함

책을 펴내며

이 책은 서구 사회에서 이미 위법이거나 구시대적 산물로겨지는 명예살인, 여성 성기 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 FGM) 관습, 미국 형사재판 과정에서의 문화적 항변, 베일, 강력한 가부장적 문화 등을이민자 집단에게는 다문화주의의 이름으로 인정해주는 현상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접근해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 현상들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강하게 비판한다면 결국 서구적 보편주의 논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연구자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보편적 답변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에서 다문화주의적 용납이 비판의 소지가 있음을 밝히는 정도로 논의를 전개하려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연구 대상 지역에 관한 전문가로, 해당 지역 연구의 맥락에서 문화적 충돌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현상에 나타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에 대해 연구했다. - P6

서론

이주 현상의 증가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가부장적 억압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과,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다문화주의적 노력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 P22

오킨이 제기하는 다문화주의 비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다문화주의자들은인종 문화적 집단을 하나의 독립적이고 폐쇄된 단위(monolith)로 간주하고있으며,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집단 간 차이에 관한 문제일 뿐 집단 내부의 차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차 문제, 성별에 따라 권력과 이익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상황은 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오킨에 따르면 소수집단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개인이 자존감과 자기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기의 고유문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면서 삶의 ‘사적 영역‘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이 간과하는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감지하고 자기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문화를전수받고 실행하는 바로 그 공간, 즉 가정이야말로 성적 차별이 일어나는일차적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즉, 가정에서는 성에 따라 역할과 과제가 다르게 분배되고, 딸과 아들은 각기 다르게 사회화된다(Okin, 1999: 12).
나아가 오킨은 대부분의 문화가 초점을 맞추는 영역이 바로 사적이고성적이며 재생산의 삶의 기능과 관계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문화가 규정되고 실행되는 데 있어 지배적인 주제들이 바로 이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종교나 문화에서 결혼, 이혼, 양육권, 가족의 재산 또는 상속을 다루는법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문화적 관습이라고 하는 것들은 통상 여성의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를 실현하는 기능을 한다(Okin, 1999: 12ff). 그러므로 오킨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적 관행을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 P23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지배 권력이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과 공모하는지점을 발견한다.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이 문화를 분화해서 보지 않고 하나의 동질적 단위로 상정할 때, 지배 권력은 자신의 문화를 그 사회 전체의 문화로 제시한다. 지배 권력은 단지 부분에 불과한 자신의 문화가 전체문화인 양 나타나게 하는 권리를 독점한다. 자신의 문화를 사회 전체의 문화로 제시하면서 그에 도전하는 모든 다른 형태의 문화를 무시하고 배제하며 추방해버린다. 또한 가부장적 권력의 문화를 그 사회 전체의 문화로나타나게 하는 것은 반여성주의적·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속한다. - P33

양자택일의 결정을 요구하는 사고방식의 배후에는 문화에 대한 본질주의적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에는 대개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이있다. 문화는 ①사회적 동질성에 기초한 하나의 동질적이고 폐쇄적인 단위로 상정되며, ② 하나의 민족 혹은 종족에 속한 것으로서 ③ 다른 민족혹은 종족과 구별되는 단위라는 것이다(Welsch, 2000: 329ff). 문화를 이렇게 이해할 때 한 여성 이민자에게 일어나는 재의미화(resignification)와 재해석(reinterpretation) 과정은 문화적 과정에서 제외되고 만다(Benhabib, 2002: 86).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의 유사 갈등(pseudo-conflict)에 빠지지 않으려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문화관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인식론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산디아스포라(Diaspora)]의 상황에서 재의미화와 재해석을 통해 새로이 형성되어가는 경계 횡단의문화적 상황을 포착함으로써 양자택일이 아닌 횡단적 정체성 인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식론적 틀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 P35

요약하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 개념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녀야할 것이다.
①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지리적 · 민족적 혹은 종족적 경계에 입각해 규정된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의 해체
② 실체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제의 맥락에 기초해 그때그때 작용하는 권력관계에 따라 새로이 설정되는 유동적 경계 개념의 내포

이를 위해서는 벨슈가 말하는 트랜스 문화성 개념의 변형이 필요하다.
즉, 여러 문화의 만남 또는 부딪힘의 과정, 특정한 문화적 요소들이 수용. - P37

조합되는 과정은 그저 평화롭고 조화롭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며, 문화적 요소들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처지의 개인은 극히 특혜받은 지위의극소수뿐임을 고려해 트랜스가 일어나는 과정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다면, 트랜스 문화의 개념에 경계의 개념을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도있으리라 생각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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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3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사.. 책 사뒀는데 말입니다. 한참전에.

이 책 잘 읽히지요? 말하고자 하는 바도 너무나 좋고 잘 읽혀서 씐나요!!

햇살과함께 2024-08-13 17: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제목이 특이해서 다락방님 사신 거 기억해요. 읽고 싶네요!
잘 읽혀서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4-08-1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씐나는 1인 추가합니다. 잘 읽혀서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4-08-13 17:55   좋아요 1 | URL
소문 많이 내야겠어요~ 이번 달 책 잘 읽힌다고 ㅎㅎ
 
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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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대변자 엘리너와 메리앤 자매를 중심으로 인물의 성격이 연애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그린,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상당히 실험적인 소설이다. 남의 말 엿듣기, 소문 내기, 부풀리기. 그 풍선에서 바람 빠졌을 때 말 바꾸기까지 인간 군상의 우스운 면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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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의 기초 영문법 강의
수잔 디렌데 & 김이숙 지음 / 마이북스(문예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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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무척 싫어해서 중고등학교 때도 문법책 완독(?)해본 적 없는 난데 문법책을 (공부 아닌) 완독했다! 밥알 세기 식의 암기보다 추측하며 감을 가지기. 결국 문장을 많이 접하는 수 밖에. 꾸준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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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8-11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 공부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 응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4-08-11 21:05   좋아요 0 | URL
열심히는 아니구요 ㅎㅎ 설렁설렁 대충대충 지속적으로 하긴 합니다 끈을 놓지 않기~~
 

7장 전치사
전치사는 포스트잇이다

Concept 12 in은 반복적인 기간을 갖는 시간을 나타내며, at은 시간이나 행동의 단 한시점을 나타낸다.
in 이 시간을 가리킬 때는 기본적으로 그 시간과 같거나 크다는 의미다.
I will be there in an hour. -> I will be there >=an hour.
(1시간이나 1시간 더 지난 후에 도착할 거라는 의미)
시간을 명확히 정하고 싶을 때는 at을 사용한다.
I will be there at four o‘clock. -> I will be there = four o‘clock.
(딱 4시에 도착할 거라는 의미) - P351

이들 전치사는 특별한 의니를 가진 단어라기보다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전은 실제로 소용이 없다. 전치사가 나오면, 일단 문장을 읽어보고 전치사가 어떤 식으로‘ 명사들의 관계를 만들어주는지 추측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머지않아 전치사는 가장 쉬운 품사가 될 것이다. 전치사가 어떠어떠한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하나씩 따지고 외워가며 익힌다면, 전치사는제대로 익히기가 가장 어려운 품사로 남게 될 것이다. 또한 문장 수준에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구동사(동사+ 전치사 또는 부사)의 범주를 배우기시작할 때, 그 의미를 하나씩 공부하는 것은 밥알을 하나씩 세어가며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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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이나! 그렇지만 언닌 그일 사랑했잖아!"
"그래. 그러나 내가 그분만 사랑한 것은 아니지. 다른사람들의 안녕도 나한텐 소중했으니까, 내가 얼마나 힘든지 다 알리지 않고 지냈던 거야. 그게 나한텐 좋았고. 이젠, 별 감정 없이 거기 대해서 생각도 하고 말도 할 수 있어.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하지는 말았으면 해. 내가 말하잖니, 나부터가 더 이상 별로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이야. 날 지탱해 주는 건 많이 있어. 나 자신이 신중치 못하게처신해서 실연을 당한 것은 아닌 셈이고, 실망감을 더 키우지 않고 버틸 만큼 버틴 거지. 에드워드가 본질적으로그릇된 처신을 한 건 아니야. 나는 그이가 아주 행복하길바라. 그리고 그이는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니까 지금으로 - P347

서야 회한도 없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잘될 것이 틀림없어. 루시도 분별이 없지 않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해서 만사가형통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메리앤, 사랑은 일편단심이라는 생각이 매력적이긴 해도, 행복이 어떤 특정한 사람한테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긴 해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건, 글쎄, 맞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아. 에드워드는 루시하고 결혼할 거야. 그인 인물로나 이해력에서나 그래도 절반 수준은 넘는 여성하고 결혼하는 셈인데, 세월이 가고 그럭저럭 살다 보면 그 여자보다 뛰어난 사람을 좋아했다는 것도 슬슬 잊어버리게 되겠지." - P348

"당신이 잘못이에요. 윌러비 씨, 그러시면 안 되지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에 연민이 가득해서 엘리너가 말했다. "윌러비 부인에 대해서든 제 동생에 대해서든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당신은 스스로 선택을 했던 거예요. 강요한 사람은 없었어요. 당신의 부인은 적어도 당신이 예절을 지키고 존중해 주기를 요구할 자격이 있어요. 그분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렇지않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분을 모질게대하는 것이, 그분을 얕잡아 말하는 것이 메리앤에 대한 보상이 되지는 않아요. 당신 자신의 양심에 위안이 된다고도 보지 않고요."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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