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순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재산은 ‘유산‘이라고 불린다. 나는 또한 재산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알려진 경제학이 사실은 생산, 순환, 소비체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부분, 즉 시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 P7

흔히 ‘유산‘이라고 부르는 재산의 순환 방식은 ‘시장‘이라고 불리는 순환 방식과하나하나 대비된다. 바로 ① 교환이 아니라증여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 ② 행위자들은 서로 대체될 수 없으며 모부가 매긴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다는 점 ③ 이때의순환은 행위자들, 즉 증여자와 수혜자의 선의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써 나는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애초에 비-경제로 정의되는 경제적 측면을 찾아냈다. 경제학의 정의대로라면 경제는 시장과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 P11

그러니 가정과 가정 내 노동을 살피게 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이미 교환이 아닌 증여로 특징지어지는 가정 내 재화의 순환 규칙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론은 가정 내 생산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세운 전제에서 탈피한 관점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제란 바로 경제와 시장, 경제와 교환이 동의어이자 불가분의 관계라는 믿음이다.
가사노동의 무가치는 이 노동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에게 예나 지금이나 장애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게는 이것이 그 개념을 더욱 명료화하는 하나의 열쇠로 다가왔다. 사실 가사노동의 무가치와 여기에서 비롯된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의 대립은 시장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었다. - P16

내가 발전시킨 가정 내 재화의 순환 형태를 다룬 이론에 힘입어 나는 시장 가치가 없다는 것이 가정경제의 특징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경제는 경제 활동의 부재가 아니라다른 경제의 존재를 드러낸다. - P17

이 소비 양식은 그저 양적인 착취뿐 아니라 질적인 착취를 측정하기 위해서도연구할 필요가 있다. 부양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해하고 부양이 어떻게 임금과 다른지알아내기 위해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부양을 금전적인 교환가치로 ‘번역‘하고 있다. 마치 남성으로부터 외투를 받는 여성이 받은 것이 외투의 ‘가치‘인 듯 말이다. 그렇게함으로써 사람들은 임금 지급과 현물 지급간의 핵심적인 차이, 소비된 ‘가치‘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소비와 자유롭지 않은 소비 사이를 가르는 이 차이를 지우게 된다. - P21

그리고 가족이 ‘단위‘로서만 경제적 측면을갖는다는, 즉 가족 바깥에 대해서만 그러할뿐 가족 기능 내에서는 경제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거부한 바 있다. - P33

내 접근 방법의 근본적인 공리라 할만한 것은 바로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 집단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 두 집단이 사회적으로 명명되었고, 사회적으로 구분되었고, 사회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진다는 이론의 여 - P52

지 없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사회적 관행은 어떻게 실현되며 어디에 쓰이는가? 이 사회적 측면에 최소한의 중요성만을 부여한다 해도, 우리가 그저 사회가 기능함에 있어 성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적절성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 따라서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설명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내 작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회적 사실에 대해 자연적인 설명을 찾고자 하는 노골적으로 자연주의적인 접근 방식들을 규탄하는데 할애된 이유다. - P53

계급이라는 개념은 사회 구성의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를 구체화한다. 집단은 더 이상 관계에 앞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가 집단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성별 분업을 구성함으로써 ‘성 - P70

별‘이라 일컬어지는 집단을 만드는 사회적관계와 사회적 관행을 밝혀내야 한다.
1970년대, 영어권에서 ‘젠더‘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이론적으로 매우 주요한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나는 1976년부터 이 개념을 사용했다. 젠더 개념은 처음 등장했을때 단 한 단어로 ‘성적‘ 이분법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측면을 사회적으로다뤄야 할 필요성을 포괄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측면을 성의 해부학적·생물학적인 면과 분리했다. 젠더는 성 역할에 대한시선을 ‘성‘의 구성 자체로 이동하게 할 방편을 잠정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잠재적인 힘을 발현시켜 가부장제를 연구하고, 여전히 부재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어지는 책에서 다루려 한다. - P71

기획의 말_이민경

그의 글은 68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확대되던 프랑스 사회의 현실적인 맥락, 현실에 관여하는 남성 - P80

이론가들이 발휘하던 영향력과 긴밀히 얽혀 있다. 멜피는 교육과 계급 재생산의 관계를 분석한 부르디외의 『상속자들』에 대해 젠더 분석이 누락되었음을 반박했다. 또한 남성이 연대라는 명목으로 여성운동의선봉에 서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상황적 지식‘의 개념을 지식장에 기입했다. 이 사실은 페미니즘과친숙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여질수 있다. 그러나 걸출한 분석에 대해 젠더 관점의 부재를 지적하거나 여성운동에서 남성이 대표를 자처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델피의 언어가 있다. 이 이론서는 이제는 하나의 조류를 형성한 언어가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을 담고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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