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하고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은유를 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는 서래마을에서 살며 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수시로 사람들을 불러 와인 파티를 여는 교양 있는(?) 벤(스티븐 연)이 등장한다. 벤은 F. S.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부잣집 아이] 전형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우리가 까다롭게 구는 일을 그는 부드럽게 대하며 ‘우리가 신뢰를 보일 때 그는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류다. 부자로 태어나지 않고서는 그것을 이해하기 아주 어렵다고 피츠제럴드는 화자의 입을 빌려 말했다. - P54

영화의 모티브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거슬러 올라가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Barn Burning』에서 실마리가 될 글귀를 찾았다.
"다른 사람에게 쇠나 폭약이 그렇듯, 아버지에게는 불이라는 것이 자기 안에 깊이 내재한 주요한 요소, 그것이 없다면 숨을 쉬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요소를 온전히 지켜 낼 수 있는 무기였다는 것을, 그래서 존중하고 때때로 신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윌리엄 포크너, 세계문학단편선02, 현대문학, 2020년)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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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영화가 컨테이젼!
이 책 덕분에 넷플릭스에 찜만 해두고 보지 않았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와 [컨테이젼]을 보았다.
섹스..는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영화인데, 너무 좋았다. 특히, 남주 제임스 스페이더! 너무 잘생겼다! 리즈다! ㅎㅎ
컨테이젼은 정말 현재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너무 신기했다. 박쥐로부터의 전염, 사회적 거리두기, 악수하지 않기, 손 잘 씻기, 격리, 체육관 임시병동, 사재기…
본 영화가 12편, 볼 영화가 많다~!

이제는 바이러스 사태로 밀쳐 두었던 산재한 전지구적 문제들에도 다시 주목해야 한다. 점점 더 올라가는 지구 온도와 백신 보급에서도 드러나는 불평등한 가난의 구조, 일상을 파고든 차별과 혐오는 우리의 물리적, 정신적 생태계를 교란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예측과 담론이 대량 생산되고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시점에서 이를 다룰 영화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 P26

"나의 사진은 내가 조작하는 나의 시선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초대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사고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작업이다." - P41

생을 대하는 혜안에 유머와 활기까지 더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 오는 것 같다. 바디가 구덩이에 몸을 누이고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코발트빛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총총 박혀 빛난다. 날이 밝자 변함없는 풍경 속 왁자한 사람들 소리 그리고 영화에 비추진 않지만 분명 자신을 깨우러 달려온 신실한 박제사 노인으로 바디는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신의 이름으로‘라는 자막으로 시작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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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06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스페이드 약간 몽환적인 이미지로 핸섬하죠^^. 누가 물어 본 건 아니라도 제 취향은 아니지만요. 소더버그도 천재과인 듯.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천재과들은. ^^ 일단 12편이나 겹치니 반가워요 햇살과함께 님.

햇살과함께 2021-12-06 13:57   좋아요 1 | URL
이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시의 목적은 독자가 개인적이고 사적인 방식으로 체험과 직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말들의 배열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직 그렇게 해서만 시는 독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길 수 있다. 오직 그렇게 해서만 시는 독자 자신의 삶에 지속적으로 남을 수 있다. 독자는 유연한 지력과 진심을 가지고 시 안으로 들어가서 이전의 자신과 조금 그리고 영원히 달라져서 나오게 된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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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가 단지 존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말하기 위해, 동무가 되기 위해 쓰인다는 걸 배웠다. 모든 것이 필요할 때 시는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 - P92

나는 가르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것들 - 쓰기와 걷기, 그리고 물론 모든 시인이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인 ‘빈둥거리기와 꿈꾸기‘ - 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 P93

파브르는 또 하나의 걸리버다. 그는 본능과 학습된 행위의 경계를 찾는 일에 인내심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으며, 곤충 왕국에 대한 그의 설명은 기적에 가깝다. - P95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 어떤 별들이 누락되거나, 잘못된 자리에 놓이거나, 잘못 해석되거나,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나는 밀레이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반 바구니쯤 되는 양일까? 누구든 타인의 삶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러기를 희망해야 한다. 하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무서운 일이다. 밤이 어둡다. 나는 가공할 힘을 지닌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 이해되거나 오해될 열정적인 말들을 듣는다. 나는 심장이 몸의 문간에서 긴 돌계단을 내려가 홀로 이 세상에서 나가는 걸 느낀다. - P115

모두가 야성적이고, 용감하고, 경이롭다. 우리는 아무도 귀엽지 않다. - P118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 한편을, 그다음에 몇 편을 사랑해야만 한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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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쓴 많은 글은 그녀가 여자였기 때문에 쓴 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였기 때문에 쓴 것이었다. - P38

시는 인간과 세상 사이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쓰인다. 시의 3요소: 우주의 신비, 영적 호기심, 언어의 에너지. - P40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선 안된다. - P51

삶이 쉽다거나 확신에 차 있다는 건 아니다. 완강한 수치심의 그루터기들,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슬픔, 아무리 춤과 가벼운 발걸음을 요구하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어디를 가든 늘 지고 다니는 돌 자루가 있다. 하지만 우리를 부르는 세상, 경탄할 만한 에너지들을 가진 세상도있다. 분노보다 낫고 비통함보다 나은, 더 흥미로워서 더 많은위안이 되는 세상.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다루는 바늘, 일이 있으며 그 일 안에 기회 - 뜨거운 무정형의 생각들을 취하여 그것들을 보기 좋고 열을 유지하는 형상 안에 집어넣는 느리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 가 있다. 신들 혹은 자연 혹은 시간의 소리 없는 바퀴가 부드러운, 휘어진 우주 전체의 형상들을 만들어온 것처럼, 곧, 나는 내 삶을 주장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일과 사랑을 통해 멋진 삶을 만들어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 P51

그리고 내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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