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하고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은유를 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는 서래마을에서 살며 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수시로 사람들을 불러 와인 파티를 여는 교양 있는(?) 벤(스티븐 연)이 등장한다. 벤은 F. S.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부잣집 아이] 전형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우리가 까다롭게 구는 일을 그는 부드럽게 대하며 ‘우리가 신뢰를 보일 때 그는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류다. 부자로 태어나지 않고서는 그것을 이해하기 아주 어렵다고 피츠제럴드는 화자의 입을 빌려 말했다. - P54

영화의 모티브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거슬러 올라가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Barn Burning』에서 실마리가 될 글귀를 찾았다.
"다른 사람에게 쇠나 폭약이 그렇듯, 아버지에게는 불이라는 것이 자기 안에 깊이 내재한 주요한 요소, 그것이 없다면 숨을 쉬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요소를 온전히 지켜 낼 수 있는 무기였다는 것을, 그래서 존중하고 때때로 신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윌리엄 포크너, 세계문학단편선02, 현대문학, 2020년)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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