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상황과 젠더 권력 관계그 있다의 절합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문제 제기 방식, ‘더 나은 해결‘을 위한 논쟁, 이론화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쓰였다. 이를 위해 필자들은 현재 여크과 달ㅣ작대성들이 직면한 이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젠더에 관한 기존의 시각, 사유방식과 문제 제기의 틀 자체가 변화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 P5
<제2의 성》에는 유명한 명제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여성의 모든역사는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이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광범한 자료를 사용하면서, 두 개의 명제를 입증하고 논쟁했다 - P11
특정한 사회에서 제기되는 대부분의 질문들과 그것에 대한 답의 추구는 그 사회의 규정성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나혜석이나 울프, 보부아르의 질문은 각자 자기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안전한 앎의 영역을 벗어났고, 성차(sex)나 성별(gender)이 위치하는 사회관계의 앎의 질서에 도전했다. 많은 경우 나혜석과 울프, 보루아르는 분과 학문인 문학에서, 문학의 역사 속에 위치되어 선각자로 읽힌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시대를 앞서간"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구속하는 당대의 시간과 공간의 규정성에 도전하고 당대의 성별 질서와 체제를 크리틱한 여성들이다. 페미니스트 크리턱은 자신들의 삶을 규정하는 성별정치학, 젠더 관계가 구성되는 사회와 역사의 경계 그리고 지식-진리 체계에 대한 정치적 인식이고 비판이다. - P13
페미니스트들의 이상은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고, 남자와 같은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갖고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을 운동의 목적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자가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겠다는 정치적·사회적 비판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포함한 남성 그리고 타자들의 해방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시작된 사상이고, 운동이고, 지식이다. - P19
이해응의 <다문화 시대 이주 여성의 이름과 젠더>는 필자 자신이 이주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이주민 연구에서 얻은 지혜를 가지고 이주의시대에 어떻게 이주민과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윤리 의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주자들의 정주 혹은 주민화를 전제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 정책의 공허함을 비판하고 이주자들은 마치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그들의 자원과 능력을 한국 사회로 초대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자기 문화 중심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해응은 서로가 공존하고 자원을 인정하고 향유하는 교차문화 윤리를 제안한다. - P28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질문으로부터 시작될 때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이 책의 글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 이후 논의를 전환하고 확장할 것을 주장한다. - P29
오랜고민 끝에 나는 이 문제의 핵심에는 고통에 연대하는 정치와 피해자화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38
원래 ‘손상된 물건 신드롬‘이라는 용어는 여성주의 상담이론가들이고투 끝에 길어낸 지식이다. 매번 다시 학대가 일어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동과 남편의 구타를 견디고 있는 아내, 성폭력을 당하고 난 뒤 이미 더럽혀졌으므로 아무에게도 보호를 요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10대 여성들이 왜 자신은 이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성주의 상담이론가들은 이런 행동을 자신이 물건으로 취급받았던 바로 그 경험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상된 물건 신드롬‘이라는 지식을 통해 상담자들은 피해자가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무력감을 덜 수 있었고, 이것 자체를 문제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지식은 상담자를위한 것이자 피해자를 위한 지식이었다. - P45
그는 고문을 세상과의 신뢰, 타인이 나를 죽이려고들 때 누군가 바깥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상실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하며 "고문, 그것은 두 당사자 중 한 사람의 동의가 없는 성행위, 즉 강간이다."라고 쓴다. 이 문장은 강간 피해자들이 고문 피해자와 얼마나 같은지 혹은 다른지에 대한 말이 아니다. 이 문장은 오히려 강간 피해의 핵심은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혀 타인의 주의를 끌지 못했으며, 바로 그 점이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절멸시켰다."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P46
다른 글에서 나는 "우리가 피해자와 연대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이 지속되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약속과 실천이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다. 고통은 어쩔 수 없이 개인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때론피해자가 열심히 도운 주변인들에게 ‘네가 내 고통을 알아?"라는 날 선말을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죄책감과 혼란에 주변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사자가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라고 쓴 바 있다.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사상과 실천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 P50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는 외침은 아무리 인본 - P52
주의적인 차원에서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해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기 위해서만 살아갈 수는없기 때문이다. - P53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다. 정희진이 지적했듯이,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 성차별, 불평등한 성적교환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인권의 문제다. 여성들이 감금되어 성매매를 하건, 온라인 앱을 통해 구매자를 찾아 성매매를 하건, 이 경험은여성에게 피해다. 성매매에서 구매자가 사는 것은 단순한 몸이 아니라타인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과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성매매를 하는 10대 여성들은 그 과정에서 폭력과 착취를 당해도 피해를 드러내기 꺼려하며 성매매를 지속한다. 비록 그들이 성매매를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지원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성매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 P109
인간이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근대의 가장 획기적 발명품이다. 근대 이후 인간이 만들어온 거의 모든 궤적은 내가 나의 소유가 되려는 권력의 각축장이었다. 자기 결정이라는 개념에는 자기 지배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개념은 나와 분리된 나를 상정했고, 이것은 나와 분리된 타자를 상정하여 내가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구성한다. 남성 중심적 성 상품화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와 만나 10대여성들에게 ‘네 몸은 너의 것, 네 몸을 네 마음껏 사용하라‘는 메시지를퍼붓는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내던져진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지배는 ‘개인에 대한당사자 개인의 지배‘로 위장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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