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대로 막 살다가(=폭음과 폭식을 즐기다가) 혹시 병 걸려 죽을 것 같으면, 다 정리하고 여행을 떠날 거야. 이리저리 원 없이 떠돌다가 아무도 모르게 이국에서 죽을 거야."
그 계획을 듣고 다들 웃으며 ‘나도 나도 했다. 나보다 연장자인 한 사람만 내 얘기에 심각하게 말했다.
"류! 병이란 게 그런 식으로 오는 게 아녜요. 쌩쌩하게 활동하다가 한 번에 죽을병이 오는 게 아니라구요."
"네?"
"여기저기, 조금씩 조금씩 아파요. 만성적인 병이 늘어요. 병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이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 당장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었다. 이 병과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나는 ‘마지막 여행‘ 대신, 살기로 했다. - P8

하루라도 직접 몸을 굴려보면 폼 잡겠다고 엄두를 낼 정도가 아니다. 개처럼 구르는 단계에서 그만두고 싶은 맘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운동을 마치고나면 너무 힘들고 너무 진이 빠져서 일상의 나머지 시간에는 노곤하게 늘어질 지경이다. 운동하느라 온힘을 써서 일할 기력이 부족하니 운동을 계속하다간 이도저도 다 망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소치이자 현실성 있는 목적을 잡아야만 한다.
나의 목적은 뭘까, 친구들은 입 모아 만장일치로 말했다. "계속 마시기 위해서!"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스무 살 때부터 마셔온 인생, 인생에서 이걸 - P15

지워버리고 산다면 그런 삶은 내겐 ‘건강한 삶‘이 아니다.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같이 마신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게 내 삶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며 만든 유대가 내 삶이다. 맞다. 계속 마시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 P16

그러나 데드리프트 이후로는 그런 감정이 싹라졌다. 나이스는 내 몸의 ‘바로 그 부위‘에 내 머리를 심고 움직이라 했다. 쫙쫙, 쭉쭉빵빵. 정확한 부위에 생각을 보내고 움직이기라..
‘바로 이 느낌이야!‘
드디어 빨간 색연필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친순간이 왔다. 이때의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옆에서봐주지 않더라도 내 몸 어느 부위에 어떤 느낌이 오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나이스는 내가 운동을 하고 나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어딘지 나에게 물어보고 확인했다. 근육통은 내가 제대로 동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하는 잣대다. 과녁으로 삼은 위치가 아프지않고 엉뚱한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자세가 틀렸기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 P51

그런데 그 지루함이 반전이 되기도 한다. 나는운동신경이 아주 둔한 사람이라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곤 하나도 없다.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버티는 건 잘한다. 느리더라도 자기 속도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묵묵히 갈 수 있다는 데 피트니스의 매력이 있다 "어리석은 자가 그 어리석음을 고집하다 보면 현명해진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처럼 말이다.
삶이 지루하다 해서 늘 익사이팅한 경험을 만들고 매일 여행을 떠날 순 없지 않은가. 살아가려면 늘고만고만한 일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소소한 성취에서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피트니스의 지루함은 삶의 그런 모습과 닮아 있다. 피트니스의 문제라면 잘하게 될수록 복근 운동 세트 수가 늘어나는 것처럼 오히려 할 게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아차, 삶도 그런가. 삶에서도 뭔가를 잘할수록 더 많은 책임이 따르게 되는 것 아닌가.) - P81

무기력은 변덕스런 날씨처럼 고개를 치켜든다갑작스런 비처럼, 거짓말 같은 활짝 갬처럼, 기력과기분은 시소를 탄다. 다른 일이 꼬였는데 운동만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활의 힘이 골고루 안배되어야운동도 해나갈 수 있다.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잘 사는 것 아니겠는가. 눈 뜨면 이부터 닦는 일, 잘 씻고 갖춰 입는 일, 아무리 재촉하는 일이 있어도제때 끼니와 잠을 챙기는 일, 이런 걸 유지해야 운동을 해나갈 힘이 생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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