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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그 유명한 자기 앞의 생을 이제야 읽었다(그런 책이 어디 한 두 권?).
뭐야 이 책 이런 내용이었어? 내가 상상한 이야기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네. 나는 뭔가 좀 더 진중하고 심오한(이라고 쓰고 지루한 이라고 읽는다) 줄거리와 문장일 거라 상상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내용을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독서괭님에게도 내용 전혀 모른다고 댓글도 달고 말이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 10년 전이긴 하지만 - 나는 <빨간책방>에서 자세하게 다뤄진 방송을 들었고, 심지어 3년 전에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에서도 들었네?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작가 자신의 삶이 너무 흥미로워서 책 내용 따위 전혀 남지 않은 것인가. 나의 기억력의 심각함에 다시 한번 심각함을 느낀다(음주 자제 필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두 방송 편을 다시 들었는데 흥미롭게도 두 방송에서 다뤄지는 소설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말하는 사람의 감상이나 방송의 분위기, 방송 시간 등등 여러 상황들 때문이겠지만. 역시 100명이 책을 읽으면 100가지 감상이 나오는구나 싶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 아파트에서 그를 사랑으로 키워준 로자 아줌마나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종교 그러나 동일한 비천한 계급의 이웃들.
모모에겐 어떤 생이 펼쳐질까. 모모는 그들과 다른 생을 살 수 있을까. 그에겐 그럴 기회와 의지가 있을까.
그림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치부를 드러내는,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특히 로자 아줌마가 서서히 죽어가며 변해가는 모습을 너무도 탁월하게 묘사한 그림이 이야기가 가진 슬픈 여운을 각인시킨다.
모모가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