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두 갈래 길

집단1 여성들의 높은 미혼, 비출산 비율

집단1 여성들의 장벽과 제약 - 기혼 여성 고용 제한 제도, 가족 채용 금지 규칙, 가내 노동 부담, 초보적 피임 방법, 높은 영유아 사망률

커리어와 아이 중 양자택일 패턴

그 이유를 쿠즈네츠는 의회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 커다란 서비스군은 국민소득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판단되었다. 그 서비스들의 가치를 추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토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거릿 리드는 가내 노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이후로 약 90년 동안 많은 학자들이 리드가 제시한 것과 비슷한 논리에서 가내 노동 계상을 주장해 왔다.
이 논리의 핵심 주장은 모든 유형의 무보수 돌봄 노동이 단지 돈을 받지 않고 국민소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치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내 노동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특히 돌봄 노동자 일반, 구체적으로는 여성 돌봄 노동자들이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경제 전체에 걸쳐 무보수 돌봄 노동의 가치를 추산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 P82

미혼 비출산 여성의 비중이 집단1에서 유독 높은 것은 표본에 ‘선택 편향selection bias ‘이 작용해서가 아니다. 즉 집단1의 대졸 여성이이후 집단들의 여성과 결혼 성향이 원래부터 달라서 발생한 차이가 아니다." 1910년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1930년이나 1950년에 졸업한 여성들과 내재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각 집단이 서로 다른 장벽과 제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달랐던 것이지 그들의 선호 체계가 달랐던 것이 아니다. - P89

사회적 규범과 고용상의 규칙은 기혼 여성이 일자리(커리어는 고사하고) 갖는 것을 가로막기 일쑤였다. 20세기 전반기에 기혼 여성의 고용을 가장 크게 제약한 제도로 두 가지 유형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이나 정부가 특정 직종(가령 교사)에 기혼 여성을 고용하지 않거나 미혼인 직원이 결혼을 하면 퇴사하게 하던 제도다. 이러한 ‘기혼 여성 고용 제한‘ 제도는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어쨌든 이 제도는 집단에 교사나 학계 종사자가 많았는데도 결혼한 사람 중에서는 교사나 학계 종사자가 적었던 이유를 설명해 - P89

준다(흑인 여성은 예외적으로 교사가 적지 않았는데, 뒤에서 설명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규제는 아내가 남편과 동일한 기관, 부서, 기업, 정부 기관 등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가족 채용 금지 anti-nepotism 규칙이다. 가족 채용 금지 제도는 대학에 1950년대까지도 존재했고(훨씬 더 늦게까지 존재한 곳도 있다), 이는 뒷 세대에 비해 앞 세대 집단의 결혼한 여성 ‘위인‘ 중 학계 종사자의 비중이 적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족 채용 금지 제도는 많은 여성이 자신이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결혼을 유지하려면 커리어를 박탈당해야 했다. - P90

집단1의 대졸 여성 전체에서 미혼인 사람은 30%였고, ‘위인‘으로만 한정해 보면 이보다도 1.5배나 높은 44%였다.
심지어 출산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결혼에서 드러나는 차이보다 더 크다. 모든 교육 수준을 통틀어 이 시기의 여성 전체 중에서는 평생 아이를 낳지도 않고 입양하지도 않은 사람이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졸 여성 전체(주목할 만한 업적이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모두) 중에서는 50%가 아이가 없었고 ‘위인‘인 여성 중에서는 거의 70%가 아이가 없었다(즉 10명 중 세 명만 아이가 있었다)." 이 시기의 대졸 여성은 명백히 다른 여성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집단이었다.
집단은 동시대의 대졸이 아닌 여성들과도 많이 달랐고 다른 시대의 대졸 여성들과도 많이 달랐다. - P93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아멜리아 이어하트AmeliaEarhart는 출판업자 조지 퍼트넘George Putnam과 결혼하면서 이 점을 명확히 밝혔다. 결혼식 날 이어하트는 퍼트넘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내게 결혼이 얼마나 머뭇거려지는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할 기회를 결혼이 깨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퍼트넘은 이어하트가 일을 할 기회를 깨뜨리지도 않았고 6년 뒤에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서는 것도 막지 않았다. 불행히도 이어하트는 이 비행 도중 대서양에서 실종되고 만다. - P101

커리어와 결혼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는 낙관적이었지만, 커리어와 가정 [아이]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그만큼 확신하고 - P103

있지 못했다.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겨우 10%였고 "희망적이다"라고 답한 사람까지 합해도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가 이미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비중은 비슷했다.
"무언가를 더" 원하는 대졸 여성들에게 상황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일구겠다는 열망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현실성 있는 열망이 된다. - P1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4-06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는 글을 쓰려면 시간과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인의 말마따나 ˝자녀를 두지 않음으로써 나 자신의 기능을 온전히 다했다.˝

제가 어제 밑줄친 문장이랍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게 2021년이니 포함된 데이터들이 최근의 데이터겠군요..

햇살과함께 2023-04-06 22:42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도 ‘커리어’와 비교하는 ‘가정’이란 결혼이나 남편이 아니라 ‘자녀’가 있느냐로 정의하고 있어요.
미국 20세기 100년의 데이터 분석이요!